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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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벤전스, 코로나 트라이엄프 (3)
공군기지를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화물선의 도착 예정시각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병력주둔지와 난민구역은 활주로의 남쪽과 동쪽에, 해안선은 활주로의 서쪽에 있었으므로. 간단하게 오갈 만큼 만만한 넓이가 아니다. 겨울의 시선이 지력보정 증강현실을 더듬는다.
‘여기 수용된 게 러시아와 중국 난민들이라고 했던가? 상황을 봐두고 싶었는데…….’
이곳 반덴버그 기지는 약 10만 명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물선이 도착하기까지, 겨울과 깁슨 요원은 활주로 옆 관제시설에서 대기했다. 민간공항이 아니어서 그런지, 관제소는 넓고 펑퍼짐한 모양새였다. 곳곳에서 항공우주국(NASA)의 흔적이 발견된다. 일반적인 공군기지는 아니었다.
대기실엔 선객이 있었다.
“한겨울 중위?”
겨울은 그에게 경례했다.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아지네. 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는 기지 사령관 헤이든 스트릭랜드 준장이었다. 수척한 인상이 고목가지 같았다.
“앉게.”
자리를 권하는 장군에게, FBI 수사관과 소년장교가 감사를 표했다. 뜨거운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장군 본인은 홍차에 브랜디를 섞어 마신다.
그리고 잔이 다 비도록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겨울조차 떨떠름할 정도의 어색함이 감돈다. 그런 분위기를 가중시키는 건 장군의 과묵함과, 감정 없는 얼굴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준장의 무표정은 풀기 힘든 방정식이었다.
잔은 어색함의 속도로 비었다. 준장은 흠, 하더니 종이 한 장 펜 하나를 내민다.
“싸인.”
“……네?”
“싸인 부탁하지.”
겨울은 고개를 기울이고, 무슨 서식인가 하고 들여다본다. 백지였다. 뒤집어본다. 백지였다. 아, 혹시 그건가?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겨울은 충분한 크기로 서명했다.
준장이 추가로 주문했다.
“그 아래, 아름다운 브랜디 스트릭랜드에게……라고 적어주면 고맙겠군.”
“그게 누군가요?”
“내 딸.”
다시 한 번 아, 하고서, 시키는 대로 적어주는 겨울. 준장은 결과물을 갈무리했다. 구겨지지 않게 돌돌 말아서, 품에 조심스레 집어넣는다. 그 동작이 석고상 같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또 겨울을 가만히 보다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격려했다.
“수고하게.”
그리고 다시 한 번 경례. 이게 끝이었다. 등 돌려 나가버린다. 몇 안 되는 참모진이 그 뒤를 따른다. 안내역의 공군 중위가 남아, 웃으며 하는 말.
“두 분은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사령관께선 원래 말수가 좀 적은 편이십니다.”
“사령관님의 출신지가 짐작이 가네요.”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 깁슨 요원의 대꾸였다.
기왕 사람이 있으니, 기회를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겨울은 기지의 현황을 물었다. 인상 좋은 중위는 싹싹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그 역시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겨울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의 발로. 물론 이럴 시간이 충분하진 않았다.
“이런, 연락이 들어오는군요.”
중위는 아쉬운 얼굴로 화물선의 도착을 알렸다.
먼 해상에서 새로운 태풍이 일어나는 중이라, 보트를 타고 가기엔 파도가 높다. 그래서 이동수단은 헬기로 정해졌다. 겨울과 조안나 깁슨이 나왔을 때, 파일럿은 이미 휠 브레이크를 풀고 엔진을 예열하는 중이었다. 바람결에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기종은 산타 마리아 때와 동일. 동체가 작아 앙증맞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파일럿이 미소로 맞이했어도, FBI 수사관의 안색은 나빠진 그대로다. 하긴, 중형 수송기도 거북했는데 소형 헬기는 오죽할까. 그나마 밖으로 걸터앉는 식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과거 산타 마리아로 가는 비행에서, 다른 세계의 관객들도 줄기차게 비명 지르지 않았던가.
‘그 중에 한 명은…….’
겨울은 불식간에 한숨을 내쉰다. 다시 올 필요 없다고 했던 게 잘 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헬기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깁슨 요원이 움츠러든다. 어쩔까. 겨울은 요원의 자존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고민했다. 수송기에서도 수치스러워하는 것 같던데.
때마침 돌풍이 불었다. 겨울은 요원의 팔을 붙잡는다.
“힘들어 보이셔서.”
“……면목 없습니다.”
창피스러움을 면하려는지, 요원은 과거를 들려주었다.
“예전에 추락 사고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아니, 사고라는 표현은 우습군요. 마약단속 중에 받은 공격이 원인이었으니까요.”
마약단속에다가 공격이라. 겨울이 묻는다.
“상대는 멕시코 카르텔이었나요?”
“네. 그때도 저는 현장 감독관이었습니다. 거점 근처에서 수색 비행을 하다가 중기관총 사격을 받았죠. 조정간이 제멋대로 노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어떻게든 탈출은 했으나……보시다시피 아직 후유증이 남아있습니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다른 요원을 파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겨울은 세 가지 가능성을 검토했다. 첫째, 이런 문제를 만회할 정도로 깁슨 자신의 능력이 뛰어난 경우. 둘째, 봉쇄선 서쪽으로 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문제인 경우. 셋째, 위에서 그냥 생각이 없는 경우.
‘마지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의외로 삽질을 많이 하는 편인걸. 겨울은 이를 경험으로 알았다. 비록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된 세계관일지라도, 사실에 기초하는 만큼 사실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었다. 이번 작전에 한하여 치명적인 실수가 없기를 바랄 뿐.
요원 본인에게 묻지 않는 것은 당연한 배려였다. 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바꾼다.
“몇몇 카르텔이 도시에서 버티고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뉴스로 보도된 소식이었다. 마약 카르텔들이 일부 도시를 점유한 채 변종의 습격을 막아내고 있다고. 티후아나 카르텔, 멕시코 걸프 카르텔, 로스 제타스 등등. 미국은 이들에게 식량과 탄약을 지원하는 한편, 국경을 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소식이 자주 전해지진 않다보니, 겨울의 지식은 최신정보와 거리가 멀다. 기왕 정보기관 요원이 같이 있으니, 정보는 얻을 만큼 얻어두는 게 좋을 터.
“중위님은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는 만큼이요.”
“제가 애매한 질문을 했군요.”
요원은 경직된 미소를 짓고서, 이야기로 스스로의 긴장을 풀었다.
“오래 전부터 군벌에 가까웠던 놈들입니다. 자금력으로든, 무장수준으로든, 조직력으로든 말이죠. 군경 출신을 많이 영입하는데, 그 중엔 심지어 우리 미국의 특수부대 출신까지 있었습니다. 돈에 매수된 애국자가 한 둘이 아니더군요.”
요원이 탄식했다. 지역 거점을 급습했는데, 대전차로켓과 대공미사일이 나오더라고. 그녀는 끔찍한 추락을 증언했으나, 기관총 사격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사일에 맞았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단일 조직이 여단 급의 전투원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조직이 여럿이고, 평소에도 각각의 근거지에서 지배력을 행사해왔죠.”
“정말로 군벌이네요. 잘 버티는 게 이해가 가요.”
“시가전 환경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쪽 도시들은 악몽 같은 미로입니다. 평소에 우리 수사국과 정보국 요원들, 그리고 멕시코 군경과 숱하게 전투를 치르며 지형 및 전술, 방어 전략을 숙지해온 놈들이니까요……. 제가 보기엔, 잔혹함이야말로 감염 경로 차단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무조건 죽였을 거라는 뜻. 요원이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범죄자들의 생태에 해박한 전문가의 얼굴이었다.
겉보기로 짐작되는 나이는 서른 중반. 연륜 이상의 수라장을 겪어온 모양이다.
“그런 인간쓰레기들이라도, 변종들의 흐름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니……. 당장은 지원을 할 수밖에요. 놈들에게 의지하는 민간인들도 있고 말입니다.”
긴 말이 한숨으로 끝난다. 카르텔에 대한 증오가 묻어났다.
짧은 비행의 목적지가 다가왔다. 4만 톤은 넘을 것 같은 거대한 선박. 유동하는 해면에서, 화물선은 유일한 정물이었다. 호위함의 항적도 나란했으나, 크기가 작다보니 파도를 타며 오르내린다. 뜻밖에 호위함은 필리핀 국기를 걸고 있었다.
화물선은 컨테이너선이 아닌지라 상갑판이 말끔했다. 주로 광물이나 식량 따위를 운송하는 종류(Bulk Carrier). 착륙에 어려움은 없겠다.
겨울은 현측의 선명을 읽었다.
[CORONA TRIUMPH]
쿵. 가볍게 때리는 느낌의 착륙. 조종사는 엔진을 끄지 않았다. 겨울과 수사관이 내리자, 약지와 소지를 접은 손으로 겉멋 내는 경례를 하고서, 기수를 들어올린다.
선장과 일부 선원들, 그리고 낯선 제복의 장교 한 사람이 마중을 나왔다. 모두 아시아계다.
“두 분, 어서 오십시오. 코로나 트라이엄프에 승선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바람이 차가우니 일단 들어가서 말씀 나누시죠.”
선장은 색다른 억양의 영어로 말했다. 나온 이들 모두 알아듣는 기색이었고. 영어를 공용어로 삼는 국가 출신인걸까? 그런 나라가 어디어디 있더라? 인도? 필리핀?
안으로 들어가는데, 곳곳에 영어와 일본어가 병기되어있다. 호위함은 필리핀 해군인데……. 갈수록 이상하다. 그러나 FBI 수사관은 태연했다. 다른 배를 탄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것은, 함교에 나있는 구멍들. 총탄과 기관포탄의 흔적이었다. 겨울이 응시하는 방향을 보고, 선장이 우울한 미소를 짓는다.
“요즘 들어 바다가 무척 거칠더군요. 날씨도, 물결도, 사람들도 말입니다.”
이런 배에서 대화를 나눌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공격을 받았던 배라면. 응급수리로 구멍을 막은 식당에서, 선장과 장교가 스스로를 소개했다.
“뒤늦게 인사드립니다. 본 함을 책임지고 있는 로이 케이서스입니다. CIA로부터 두 분의 수송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이어지는 장교의 인사.
“반갑습니다. 필리핀 해군 프리깃 라몬 알카라즈의 연락장교, 소위 라이언 드 레온입니다.”
겨울과 수사관도 스스로의 이름을 알린다. 선장과 선원들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장교로서, 레온 소위는 겨울을 각별히 반가워했다.
선장이 항해일정을 알린다.
“본 함은 현재 시속 10노트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북진하는 중입니다. 별일 없다면 내일 오후 6시쯤 골든게이트의 안개 앞에 도달하겠지요. 그 때까진 여유 있게 쉬셔도 됩니다. 별 건 없습니다만, 가능한 한도 내에서는 최대의 편의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선실로 안내해드리죠.”
케이서스 선장은 도착 시간이 중요하다는 투로 말했다. 하긴, 보는 눈은 피해야겠지.
겨울은 그의 권유를 사양했다.
“잠들기는 이른 시각인걸요.”
그러자 선장은 이렇게 요청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 시대에 저희 같은 뱃사람들은 소식에 굶주리게 마련인지라…….”
수사관을 살피고, 그녀가 반대하지 않음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이는 겨울.
“누군 아니겠어요? 잘 됐네요. 저도 궁금한 것들이 있는데.”
해선 안 될 말이 있다면 수사관이 알아서 잘라주겠지. 겨울은 그리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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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 블루크리스탈님 : @작가님은 작가님의 소설과 능력을 과소 평가하는 편이 좀 있으신거 같아요 1500부 금방 팔려 나갈겁니다. ㅎㅎ 좀더 자신감을 갖으세요 아 근데 혹시 조아라판 (무삭제판) 은 혹시 출간 계획 없으신가요?
A. 계약상 종이책 출간은 출판사의 권한입니다. 제가 사적으로 따로 내긴 어려워요. 하하.
Q. 어진광대님 : @ㅎㅎ 시인했다하는 부분은 동심의 뜻을 작가님께서 풀이해주신부분을 의미합니다 저희를 거북하게 하고자 쓰셨다는 그 부분이요 포괄적인의미가 크겠지만 동심의 막연한 느낌에서 조금이나마 구체적인 뜻을 알게되서 좋네요 저는 딱히 작가님이 정치풍자를 의도하셔서 쓰신부분이든 아니든 신경안씁니다 글은 글로만 읽어야된다는 주의라 이탈리아에서 시간맞춰서 글 읽기란 참 지난한 일이네요 동심… 참 좋은 소재이네요ㅎㅎ
A. 그렇군요. 제가 오해했네요. 사과말씀 드립니다. 그렇죠. 동심은 참 좋은 소재입니다. 저 같은 사람도 소설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