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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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벤전스 (7)
11층 갑판엔 선내 체육관이 있었다. 들어오는 통로는 셋. 10층 갑판으로 이어지는 층계가 하나, 선체 내부로 들어가는 복도가 둘이다. 폭이 좁다. 제한된 화력으로 다수를 맞이하기 좋은 곳이었다. 잘만 하면 변종의 사체로 복도를 막아버리는 것도 가능할 터. 겨울은 이미 아타스카데로 주립병원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 땐 오히려 장애물이었지만.’
군데군데 살아있는 시체의 벽을 넘어, 처음으로 조우한 트릭스터를 쫓을 때의 이야기.
체육관에서 좀 더 들어가면 마사지 룸과 피트니스 룸이 존재했다. 마사지 룸의 출입구는 하나. 피트니스 룸은 마사지 룸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선실엔 아직 전원이 공급되는 중이다. 그리고 피트니스 룸에는 대형 오디오가 있었다.
[과연 잘 될까요?]
배고픈 것들을 유인해 가두자는 겨울의 계획에, FBI 수사관의 의문을 제기한다.
[변종들의 지능은 예전보다 많이 증가했습니다. 노이즈 메이커에 이끌리는 변종집단의 규모가 나날이 감소하는 게 그 증거죠. 과연 단순 소음만으로 얼마나 유인할 수 있을지…….]
노이즈 메이커. 국방부가 오염지역 수천개소에 설치한 소음 발생장치. 처음엔 가동할 때마다 변종들이 몰려왔었다. 지금은 다르다. 노이즈 메이커의 소음 패턴을 학습한 변종들은, 더 이상 무리지어 휩쓸리지 않았다. 가끔은 파괴되기도 한다.
필요가 없어진 건 아니었다. 어쨌든 작전부대의 소음을 지워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한 번 해볼 가치는 있을 거예요. 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네요. 규모 미상의 적이 숨어있는 마당에, 내부 구조도 모르고, 무작정 수색하자니 부담스럽잖아요. 위험은 최대한 예방해야죠. 그쪽은 어때요? 아직 조용한가요?”
[네. 저야 안전한 곳에 있으니까요. 중위님이 걱정입니다.]
그녀는 보일러실에 들어가 있었다.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는 보일러가 아니라, 사우나용 증기를 발생시키는 용도였다. 이것이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복도마다 하나씩 존재한다.
겨울이 성공적으로 변종집단을 유인하면, 그녀는 즉시 나와서 복도 측 방화격벽을 끌어내릴 것이다. 적을 보다 확실하게 가두기 위하여.
“그럼 시작합니다.”
무전을 넣은 뒤, 오디오에 스위치를 넣는 겨울. 음악을 선택해야겠는데……. 어째서 클래식이 있지? 겨울은 갸우뚱 했다. 요가와 에어로빅을 위한 타이틀 사이에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대단히 이질적이었다. 아무래도 테스트용 곡인 모양.
마침 잘 되었다. 유인이 끝나고서도 계속 흘러나오면 그 나름대로 골치 아픈데. 교향곡이라면 충분히 길고, 한 곡으로 재생이 끝날 테니 최선이었다. 최대볼륨으로 재생시킨다.
콰콰콰콰-앙! 콰콰콰콰-앙!
무지막지한 음량. 재생해놓고 겨울 스스로 놀란다. 소리에 얻어맞는 기분이다.
재빨리 뛰어서 탈의실에 숨는다. 문틈 아래로 지나가는 놈들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바닥에 귀를 대고 발소리를 기다릴 겸 하여.
발소리는 겹쳐서 울려왔다. 거리로 미루어 같은 층도 있었고, 아래층도 있었다.
숫자는 기대 이하였다. 호주의 변종들도 역할분담은 끝난 모양. 지금 찾아온 것들은 각 소집단의 정찰병들일 것이었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몇 차례 흔들린다.
들어간 뒤엔 조용하다. 저것들이 특유의 소리를 지르게 해야 한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외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숙주가 있다고. 감염시켜야 한다고. 수색꾼들의 하울링 없이는, 나머지 무리가 모이지 않을 것이다.
역시나. 기다려보았으나, 추가로 오는 기척이 없다.
‘그러고 보면 피트니스 룸엔 거울이 많았지?’
이것들이 거울을 인지할 수 있을까? 동물적인 지능이라고 해도, 그 수준은 천차만별. 겨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놀라는 개와 고양이들을 떠올렸다.
이 배의 변종들은 아직 피부가 썩지 않았다. 즉 갓 태어난 야생동물과 같다.
가능성이 있겠다. 겨울이 신중하게 문을 밀었다. 호화 여객선답게, 잘 관리된 경첩에서는 낡은 소리가 나지 않았다. 복도는 비어있다. 증가한 「무브먼트」 보정으로 소리 없이 움직인 소년은, 벽에 등을 대고 마사지 룸을 살핀다.
기웃거리는 변종이 하나. 나머지는 피트니스 룸까지 들어갔다. 배후에서 다가가, 머리를 비틀었다. 우드득! 턱과 뒤통수를 잡고 단숨에 돌려 죽인다. 놈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다만 눈만 굴려 겨울을 발견한다. 검은 혀가 기어 나왔다.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이제 겨울은 멀리서 거울을 마주본다.
키에에에엑!
변종 셋이 거울에 달라붙었다. 탕탕! 주먹으로 쳐서 금이 가게 만들었다. 역시나, 거울의 개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 겨울은 미련 없이 등 돌려 뛰었다. 쫓아갈 수 없는 세상으로 멀어지는 소년이 안타까운지, 거울을 두드려 박살내는 소리가 들린다.
유인이 너무 잘 되어서 문제였다.
수색꾼이 복도를 역주행하고서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난 숫자와 질량이 몰려들었다. 당초의 예상을 한참 웃도는 규모. 피트니스 룸과 마사지 룸을 채웠을 때 격벽으로 차단할 셈이었건만, 밖으로 넘쳐 복도를 메워버렸다.
[중위님, 상황이 어떻습니까? 그쪽 통로는 차단하셨습니까?]
“아뇨, 잠깐 대기하세요. 숫자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제가 갇혀버렸네요.”
[네?!]
경악하는 FBI 수사관.
[괜찮으십니까?!]
“당장은요.”
[나올 방법은 있으십니까?]
“음, 글쎄요. 두 가지 방법이 있겠네요. 녀석들이 흩어질 때까지 여기서 농성하거나, 혹은 어떻게든 강행돌파로 나가거나.”
양쪽 모두 위험한 선택이다. 전자의 경우, 변종들이 그냥 흩어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집단을 이룬 짐승들은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법. 주변을 뒤지기 시작한다면, 고립된 상태에서의 방어전이 불가피하다. 살아남더라도 대량의 탄약을 소모하게 될 것이었다.
후자는 말할 것도 없었고. 단지 겨울이 기대하는 것은, 제한된 공간에서 변종들이 서로에게 방해가 될 가능성이다.
‘그거 하나 믿고 나가기는 어렵겠지만.’
수사관 또한 부정적이었다.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차라리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하지 마세요. 그거야말로 위험할 테니까.”
이 정도 숫자면 붙었을 때 겨울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승선 직전 전투력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강해져봐야 한계는 명백하다. 제한된 환경에서 압도적인 수에 짓눌리면 무의미한 법이었다. 전투기술 하나라도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면 또 모르겠다.
요란하게 헤집고 다니는 소리. 겨울은 문을 조용히 밀어, 좁은 틈을 엿보았다. 잠깐이었다. 문을 닫고 한숨을 쉰다.
개처럼 냄새를 맡는 것이 있었다. 후각이 발달한 개체인가? 여기까지 찾아낼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발견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이 때 다시 들어오는 한 줄기의 무전.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사관은 보일러를 폭파시키겠다고 했다.
[압력을 최대로 높인 다음, 관과 벽에 폭약을 붙여 터트리겠습니다. 이 정도 크기의 보일러라면 증기가 복도 전체에 깔릴 겁니다. 연막 대신 쓸 수 있겠죠. 증기 폭발이니 화재 위험도 적겠고요. 중위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겨울도 연막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가지고 있는 연막탄이 부족했을 뿐. 연막탄 두 개로 커버하기엔 공간이 지나치게 넓다.
대형 사우나에 증기를 공급하는 보일러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실패하더라도 주의는 끌 수 있겠지.
“좋아요. 해보죠. 얼마나 걸릴까요?”
압력을 높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터. 이를 묻는 질문에, 요원은 답을 흐렸다.
[모르겠습니다. 이런 기관은 다뤄본 적 없는지라……. 어떻게든 조작법은 알아냈습니다만.]
“알았어요. 기다리겠습니다.”
[연막이 생기면 나올 자신은 있으십니까?]
“그건 제게 맡기세요.”
[…….]
깁슨 요원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 덜컹, 쾅! 어딘가의 문짝이 박살나는 소리 같다. 변종들은 집요하게 수색하고 있었다. 수색꾼이 헛것을 보았을 가능성 따위, 짐승의 지능으로 더듬기는 너무 먼 상상력이었다. 겪지 않은 실패를 상상하며 좌절하는 건 인간의 전유물이었고.
쿵, 쿵, 쿵! 거칠게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다가온다.
깁슨 요원의 연락은 아직이다. 하기야 대형 시설이니, 한계 압력에 도달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터. 그 와중에도 이어지는 쿵, 쿵, 쿵. 그것은 마치 교향곡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싸움을 피하지 못할 것 같다. 겨울이 무장을 점검했다. 발 디딜 틈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한 번의 기능고장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연막이 터질 때 까지는 버텨야겠지.
하다못해 공간만 충분하더라도 좀 나을 텐데.
마침내 킁킁거리는 소리가 등 뒤로 바싹 붙었다. 문에 기대어 앉은 겨울에게는,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자세를 바꾼 겨울이 총구를 문에 가져다 댔다. 톡. 일부러 부딪혀 가벼운 소리를 낸다. 확신을 얻기엔 너무 작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소리를. 톡톡.
그리고 속으로 헤아린다.
셋, 둘, 하나.
탕! 총성이 실내에 메아리친다. 뒤이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둔탁한 진동. 냄새 맡던 놈의 머리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여기, 귀를 가져다 대라고 두드렸던 것이니까.
문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어두운 방, 흔들리는 문. 어릴 때의 기억을 강제로 끌어내는 상황. 그때도 겨울은 방 안에 있었다. 괴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가놓고서. 만취한 아버지는 괴물이었다. 인간 아닌 소리를 질렀고, 인간 아닌 행동을 했었다.
나는 참 익숙한 세계를 찾아온 것 같아.
여기서는 인간을 닮았으나 인간은 아닌 것과 싸울 수 있다. 착각에 불과할지라도, 겨울은 그것이 좋았다.
아니, 좋아했었다.
잠긴 문을 두고 그 너머를 쏘는 겨울. 탕, 탕, 탕! 문 앞에 시체를 쌓는 것이 목적이었다. 안쪽으로 열리는 문이니 나갈 길이 막히지는 않으리라. 죽은 것들의 벽을 무너트려야 하겠지만. 문틈으로 죽은 피가 끈적하게 흘러들었다.
콰직! 총구멍이 난 자리를 부수며 들어오는 손. 손등에 하얀 반점이 박혀있다. 반사적으로 쏘았으나, 뼈에는 금이 갔을 뿐. 더러운 손이 문 안쪽을 더듬는다. 손잡이 부근에 가기 전에, 겨울이 칼을 꽂았다. 얼룩무늬 사이의 틈, 뼈 대신 근육이 차있는 균열을.
캬아아아악!
손이 못 박힌 특수변종의 비명. 겨울은 소리가 가장 선명한 방향을 겨냥하여 탄창 하나를 비운다. 외골격 가진 놈을 잡을 수 있다면 결코 낭비가 아닐 터.
연속사격으로 부서진 구멍. 문 너머의 변종과 시선이 마주친다. 성한 눈은 하나 뿐. 그르르르. 괴물은 피 끓는 목으로 으르렁거린다. 겨울이 무기를 교체했다. 권총이 불을 뿜기 직전, 괴물은 휙 낮아졌다. 그리고 쿵! 문이 요동친다. 경첩이 삐그덕거릴 정도의 힘.
겨울은 문을 발로 밀면서, 사격을 지속한다.
베토벤은 여전히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Q&A
Q. Guaaaaak님 : @이 작품을 다 보려면 몇번의 도대체 4만년을 보내야 하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 음…열 번 정도? 원래 어른이 되려면 열 밤 자야 하잖아요
Q. 시원섭섭님 : @첩보의 별ㅋㅋㅋㅋㅋㅋㅋㅋ 탱크가 3여고생의 위력이던데 겨울이 전투력을 여고생으로 하면 몇명인가요?
A.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죠. 순수한 힘으로는 전차를 이길 수 없으니, 3여고생 이하가 아닐는지…하하.
Q. PAM님 : @마법의 소라고둥님 겨울이는 언제까지 이번회차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요?
A. zkqkel님 : @소라고동: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