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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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아일랜드 (3)
엔젤 섬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잠깐이었다. 겨울과 조안나는 공백 없이 잠수함에 탑승했다.
선실로 안내된 뒤, 조안나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툭 건드리면 끊어질 것 같은 긴장감. 톡, 톡, 톡. 손끝으로 홀스터를 두드리는 소리. 그 안에 들어있는 권총은 벌써 두 번이나 기능을 점검했다. 선실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그녀에게, 겨울이 부드러운 말을 건넸다.
“진정하세요. 별 일 없을 테니까.”
조안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함장 및 승조원들의 거동은 명백히 수상했는데요.”
“그야…….”
대답이 지연된다. 솔직하게 말하긴 곤란하다. 그들과 대면했을 때, 「생존감각」과 「전투감각」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알려주었다간 상황연산 오류 판정으로 롤백이 발생할 것이다. 한 번 만에 불이익이 주어지진 않겠으나, 그 자체로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가상현실 세계관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나, 아는 것과 되새기는 것 사이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그녀에게 들려줄 다른 이유를 고민해본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저를 싫어하는 것 같긴 했지만, 적의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나 감이지만요.”
“감……인가요?”
“죄송해요. 제가 이상한 소리를 했죠?”
“아니, 아닙니다. 현장에선 감을 무시할 수 없죠. 더욱이 겨울의 감이라면 말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설득이 먹힌 게 아니었다. 그저 겨울을 무시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겨울은 싱겁게 웃고 조금 더 생각해보았다. 함장이 날 싫어할 이유가 무엇이려나.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생각하는 사이에, 시간을 벌 요량으로 질문을 던진다.
“어떤 배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앤도 몰랐던 모양이죠?”
조안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미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들은 예외 없이 덩치가 큽니다. 원자력 잠수함들이니까요. 수심이 얕고 해저지형이 복잡한 만 내부에서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지금의 샌프란시스코 만은 소음이 심하지요. 다른 위험요소도 많고. 이런 곳에선 재래식 잠수함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위쪽의 입장은 그렇더군요. 미심쩍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우방국 잔존함대의 협력을 받고 있다며 이어지는 말.
“다만 어느 국가의 잠수함을 타게 될지에 대해선 저도 통보받은 바가 없었습니다. 경계임무를 순번제로 돌리는데, 해저에서 벌어지는 신경전 탓에 제때 교대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더군요. 겨울을 위해서라도 한국 잠수함이 걸리면 좋겠다는 기대는 있었습니다만…….”
그러면서 흘깃 겨울을 엿본다.
“제가 알기로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인 앙숙이라던데, 혹시 그것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지금 그녀와 겨울이 타고 있는 건 일본 해상자위대의 잠수함인 진류(仁龍)였다. 함장 우메하라 아츠(梅原 淳) 2등 해좌는, 겨울을 보았을 때 어두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격렬한 동요였다. 적대감으로 해석하는 게 정상일 정도로.
“설마요.”
고개를 젓는 겨울. 사람 읽기에 익숙한 소년에게, 함장이 보여준 어둠은 다른 느낌이었다.
영향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종말 이후」를 구성하는 과거의 광맥에서, 민족감정만큼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으니. 생전의 겨울은 그게 참 쓸 데 없다고 생각했다. 허나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일본인이라고 혐오하고, 한국인이라고 싫어하던 두 나라의 사람들.
‘순진하거나, 교활하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교활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미움을 부추겼다. 순진한 사람들의 미움에서 이득을 보는 까닭이었다. 주로 정치인들. 더러는 기업가들. 학자와 종교인인 경우도 있었다.
미움은 또한 스스로를 살찌우는 감정이었다. 누가 부추기지 않아도, 한 번 미워하게 되면 점점 더 커질 뿐이다. 미워하는 마음으로 미워할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찾을 때마다 즐겁다.
미워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 그 중독성은 겨울도 알고 있다. 세상에 대한 미움을 내려놓기가 불가능함을 깨닫는 요즘이었으므로. 돌은 갈수록 무겁기만 하다.
여하간 겨울이 함장에게 느낀 것은 그런 종류의 미움과 거리가 멀었다. ‘자기혐오가 느껴지던걸.’
이걸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언어는 마음을 담기에 부족하다.
고민하던 겨울은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문 앞에서 멈춘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선실에 걸린 시계를 보면, 아직 도착할 때는 아니었다. 목적지까지 약 20킬로미터. 짧은 거리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저속항해를 하느라 오래 걸린다고 했었다.
칼날처럼 곤두서는 조안나. 대화로 신경을 분산시킨 보람이 없었다. 겨울이 손짓으로 억누르며 일본어로 말했다.
“누구십니까?”
“함장입니다.”
“벌써 도착했나요?”
“그건 아닙니다만, 드릴 말씀이 있는지라.”
“그렇군요. 들어오세요. 어차피 함장님의 선실인데.”
문은 느리게 열렸다. 함장은 신중하게 들어왔다. 자기가 경계를 샀다는 걸 아는 사람의 행동이었다. 숙련된 수사관답게, 조안나의 긴장감은 평온함의 베일에 가려진다. 겉보기엔 신색이 고요했다. 그럼에도 함장은 수사관을 눈여겨본다. 정확히는, 힘이 들어간 그녀의 손을.
함장은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조안나를 감안해 영어로 말한다.
“무례에 대한 사과를 드리러 왔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오해를 풀 기회가 없을 것 같기에.”
“괜찮습니다. 오해하지 않았거든요.”
고개를 든 함장이 묘한 시선을 보낸다. 눈여겨보면, FBI 수사관의 태도는 명백했다. 그녀의 손은 권총과 가깝다. 그녀의 모든 몸짓은 여차하면 쏘겠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겨울이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말이죠.”
조안나가 눈을 곱게 흘겼다. 함장은 그렇습니까, 중얼거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저로 인해 불편하셨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리고 본 함의 승조원들은, 당신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
모호하던 느낌이 뚜렷해진다. 질투. 전쟁영웅이 된 소년장교에게 망국의 군인이 느낄 법한 감정이다. 함장은 한숨을 쉬고, 침묵하다가, 또 한 번 한숨을 쉬고, 읊조리듯 고해했다.
“해막(海幕 : 해군본부) 최후의 지령으로부터 보름이 지났을 때,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사라졌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궁극적인 의무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지요. 자위대의 존재이유는 일본 국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나라 잃은 국민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조안나의 긴장감이 누그러진다. 함장의 고백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고름 같은 만에서, 본 함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고름에 뒤섞여 천천히 썩어가고 있을 뿐. 보십시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래식 잠수함이, 기껏해야 연락선 임무를 부여받을 따름입니다. 대체 언제쯤이면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쯤이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
“숙소에 머무는 동안 매일같이 당신의 활약상을 봅니다. 자괴감이 느껴지더군요. 한겨울 중위, 당신 한 사람이 이 배에 탑승한 65인의 승조원들보다 낫습니다. 아니, 사실상 미국에 협력하는 일본 함대 전체보다 낫지요. 정치적인 영향력 면에서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조안나의 위로였다.
“미국의 해안선은 장대하지요. 자위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해상봉쇄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태평양 방면에서는요. 정부는 그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
에이프릴 퍼시픽으로 알게 된 바, 미 해군의 피로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자칫하면 파열이라는 느낌이랄까. 우방국 함대전력은 가문 날의 단비 같을 것이었다.
“사과드리러 와서 위로를 받고 있군요. 제가 참 모자란 사람입니다.”
함장은 짧게 웃고 다시 어두워졌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열등감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멋대로 쌓아온 감정이 많아, 뵙는 순간 참아내지 못했습니다. 마치 제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보시기에 무척 못된 얼굴이었겠지요.”
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그 느낌을 지금도 받고 있어요. 아직 제가 많이 싫으신가 봐요.”
입을 다무는 우메하라 함장.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참 좋은 분이시네요.”
계급으로도 아래, 나이로도 아래이며 감정적으로도 싫은 상대에게 저자세로 나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부끄러운 자기고백은 또 얼마나 큰 수치일 것인가.
함장의 사죄는 그의 의무였다. 국민들에게 해가 될 가능성을 조금도 용납하지 못하는 철저함. 그러므로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 한들, 겨울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 같아.’
함장은 지금 이 일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엄격할 것이다.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없는 진정성이 나중에는 있으리라고. 아니라면 어쩔 수 없겠지. 사람에겐 한계가 있는걸. 겨울은 함장을 위한 미소를 만들었다.
“힘내세요. 일본은 다시 일어설 거예요. 함장님 같은 분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타다아츠 료헤이 같은 인간은 말고. 스스로를 민족지도자로 불러달라던 야쿠자 두목. 그런 작자가 설칠수록, 끌려가는 사람들은 암담해진다.
우메하라 함장은 씁쓸한 얼굴로 위를 쓸어내렸다. 아픈 모양이다.
“정말로, 저는 위로를 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만……. 면목 없습니다. 제 이기심으로 거듭 폐를 끼칩니다.”
“누구나 힘들 때잖아요. 그리고 제겐 편히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계급도 있으신데.”
2등 해좌는 중령에 해당한다. 서로 다른 소속을 감안한들 존중해야 할 계급이었다. 함장이 겨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슬픈 일이다. 한 때 한국에서도 영관급 고위 장교들이 미군 소위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었다고 들었다.
“어렵군요.”
함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도착할 때까지 조금 더 쉬고 계십시오. 때가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시선을 피하며, 함장은 조용히 물러났다.
달칵. 문이 닫히고, 발걸음이 멀어지기를 기다려, 조안나가 겨울을 바라본다.
“이걸 예상하셨던 겁니까?”
“어렴풋이?”
“음…….”
주먹으로 입을 누르며 골똘히 고민하는 그녀.
“그렇군요. 겨울도 비슷한 처지니까, 저보단 공감하기 쉽겠네요. 당신에게 감탄하는 것도 이제 질리려고 하는데.”
겨울은 조안나의 오해를 바로잡지 않았다. 홀로 납득한 그녀가 자세를 고친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사람들에게 주어진 숙소가 참 공교롭군요.”
“숙소?”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겨울이 갸우뚱 하자, 조안나가 한 차례 끄덕이며 부연한다.
“우리가 이 배에 탔던 곳을 떠올려 봐요.”
“엔젤 섬의 북쪽이었잖아요.”
“예. 그 시설, 실은 예전에 폐쇄된 이민국 건물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바다, 가설부두가 설치된 만의 이름은 중국 만(China cove)이죠.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아시나요?”
“글쎄요…….”
“그곳이 바로 중국인 배제법의 무대였답니다. 이 나라의 부끄러운 역사 중 하나죠.”
그녀가 설명했다.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 때문에, 이민을 받지 않았을 뿐더러 이미 있던 중국인들을 적극적으로 추방하려 했었다고. 사실상 법제화된 인종차별이었다고.
“불편합니다. 이 나라가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아서요.”
“우연의 일치잖아요.”
“당사자들의 느낌은 다르겠죠.”
건물 자체가 전시관으로 쓰였으니, 사정을 모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대화는 여기서 끝이었다. 각자에게 생각할 것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공모전
이 소설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전업작가를 지망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펀치라인이라는 곳에서 공모전을 하는데, 이상하게 아는 분들이 적은 것 같더군요.
자유게시판에서 검색해봐도 한 건도 안나오고…
상금 규모가 꽤 됩니다. 협력사가 CJ인걸 보면 쉽게 망할 것 같지도 않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살펴보세요.
#Q&A
Q. 아틀락낙챠님 : @자까님 사랑해요 갸아악 남는 다리 한개만 주시면 물고 빨고 마사지 해드릴게요 핥핥
A. 정말요? 제 다리는 방사성 식품인데…핵융합 생명체세요?
Q. 광SSIN도님 : @ 범죄조직이라….이제부터 비행청소년 or 양아치 겨울을 볼수 있는건가요?
A. 아마도요? 하하. 겨울에겐 다른 의미로 난이도 높은 임무겠네요.
Q. PAM님 : @스타트랙따위. 전 닥터후를 더 선호합니다!
A. 저도 닥터 후에 관심이 많습니다. KT에서 월정액으로 보려고 했는데, 시즌2부터 서비스를 하더군요. 아니, 시즌1은 어디 갔어?…
뭐, 이제는 볼 시간도 없지만요.
Q. Guaaaaak님 : @일개 소위가 페라리를 타도 괜찮은 건가요? 상급자한테 밉보이지 않으려나? 우리나라랑은 계급체계가 좀 다르려나?
A. 중장이 직접 차 끌고 출근하는 나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