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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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 아래 (7)
삐빅, 삐빅, 삐빅-
조안나의 몸이 가늘게 튀었다. 또한 추운 것처럼 떨었다. 새까만 적막 속에서 귀가 예민해진 탓일까. 작은 전자음은 호흡과 더불어 기이할 정도로 선명했다. 시계는 1분 내내 울었다. 겨울이 느끼는 두려움은 뇌리에 박힌 얼음조각 같았다. 차갑고 뾰족해서 모든 생각을 찔러댄다.
이윽고 다시 정적이 돌아왔다.
사방은 여전히 어둡고 무거웠다. 그러나 실험구역 바깥은 벌써 타오르는 중일지도 몰랐다. 이 와중에 「생존감각」과 「위기감지」는 어렴풋하고 불안정하다. 어느 쪽이든 겨울 자신의 의심, 불안, 확신에 영향을 받는 까닭. 신경을 자극하는 경고의 허와 실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지나가는 10분과 20분과 30분…….
공기는 아직도 서늘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겨울. 응당 있어야 할 진동과 폭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다른 구획의 화재라도 이토록 조용할 수가 있나? 팽창한 선체가 울고, 배관이 터지고, 환기구를 통해 유독한 연기가 흘러나와야 정상인데.
마침내 새벽 1시가 되었다. 조안나가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잔뜩 지친 목소리였다. 두려운 기다림이 몸과 마음을 소모시킨 탓이었다.
“글쎄요. 혹시 충격파에 피쿼드 전체의 전력계통이 나가버린 건 아닐까요?”
“그럴 리가……. 만에 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 상황은 말이 안 됩니다. 배를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지는걸요. 자체적인 소각절차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시점에서 즉시 다른 수단을 강구했어야 정상입니다. 십중팔구는 어뢰공격이겠지만요.”
“음, 그럼 어떤 이유에서든 철수가 지연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혹은 아예 보류되었을지도……. 정부의 최종해결 방침이 이제 와서 바뀔 이유는 없겠고, 철수 경로의 해저에서 무언가 말썽이 일어난 건 아닐지…….”
구 중국군 강경파와 화평파의 대립은 첨예했다. 양용빈 육군상장과 시에루 해군중장의 갈등. 양대 세력 사이에서 우발적인 충돌이라도 빚어졌거나 하면, 해저를 경유하는 철수는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적대적인 잠수함들이 서로에게 날카로운 음파를 쏘아대는 해역을, 이쪽과는 무관한 문제라며 태평하게 지나갈 순 없는 노릇이기에.
“정말로 누군가 우리를 위해 행동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앤이 기대했던 것처럼.”
“…….”
지친 그녀를 위해서는 희망적인 관측이 필요했다. 어떤 예측도 불확실하긴 매한가지였다.
“혹시 배고프진 않아요? 지금 뭔가 먹어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겨울은 등 뒤의 멎지 않는 떨림을 경계했다. 긴장하는 것만으로 닳아 없어지는 게 체력이었다. 하물며 여기 갇혀있기가 벌써 반나절. 허기와 피로가 없는 편이 비정상적이다.
“생각이 없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요. 저는 괜찮으니 겨울만이라도 드세요.”
언제 보급곤란을 겪을지 모르는 군인들이야 전투식량에 포함된 에너지 바를 따로 챙겨 다니는 게 일상이었으나, 단기작전에만 주로 투입되어 온 FBI 감독관에겐 그런 습관이 없었다.
“그러지 말고 이거 받아요. 막상 기회가 생겼는데도 힘이 부족해서 못나갈 수가 있으니까.”
겨울이 두 개의 에너지 바를 꺼내어 조안나에게 건넸다.
막말로 소각절차 대신 어뢰공격이 이루어져서 선체가 찢어진다 치자. 운이 좋아 눈앞에 폭 넓은 균열이 생긴들, 탈출하는 건 또 다른 기적일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체력이 필요할 터.
부스럭부스럭. 두 사람이 에너지 바의 포장을 벗기는 소리. 이리저리 짓눌린 내용물은 어둠 속에서도 엉망진창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제프리가 보았다면 이거야말로 배설물이라고 감탄했을 것이다. 농담이 저질스러운 소위 또한 두고 온 이야기의 일부여서, 겨울은 씹는 내내 포트 로버츠를 생각했다. 사람을 넘어서는 꿈을 가장 좋은 모습으로 꾸었던 곳이었다.
한 개를 다 먹고 두 개째의 절반을 삼켰을 때였다. 「위기감지」의 경고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뭐지?’
막연한 신호였다. 무언가 일어날 거라고.
“겨울? 무슨 일이에요?”
움직임을 감지한 조안나가 물었으나, 불안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 대답이 마땅치 않았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요.”
라고 말할 뿐.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겨울은 그녀가 긴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이 랜턴을 켜고 주위를 살폈다. 광적응이 괴로운지 눈살을 찌푸리는 FBI 요원. 그러나 그녀 또한 자신의 랜턴을 사용했다. 두 줄기 빛이 비추는 풍경은 처음과 같았다. 다가오는 위협이 무엇이든, 그 근원이 실험구역 내에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혹시 어뢰? 아니면 소각절차가 시작되기라도 했나?’
생각하는 순간,
쿠우우웅-
방향이 없는 굉음. 보이는 모든 것이 흔들렸다. 요란하게 쏟아지고, 부딪히고, 날아오르는 사물들. 편향된 관성 속에서 갑판이 발을 쳐내는 듯 하여, 겨울조차 중심을 잃을 지경이었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넘어진 조안나가 경사에 삼켜지지 않도록 붙잡는다. 타악, 탁, 탁. 그녀가 놓친 랜턴이 사방으로 빛을 뿌리며 멀어졌다.
“무슨……?!”
비틀거리며 일어선 조안나는, 통째로 구부러진 갑판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이 와중에도 여진처럼 계속되는 진동은 배를 통째로 갈아대는 느낌이었다. 끼우우우웅- 끼기기기긱- 선체가 높고 날카롭게 우는 소리. 고통스러울 정도의 음량과 음계여서, 귀를 막고도 고통스러워하는 조안나의 모습. 겨울도 크게 나을 게 없었다.
진동이 지나간 뒤엔 배가 한 차례 크게 출렁거렸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높은 굉음 대신, 몸 깊은 곳까지 공명하게 만드는 낮고 불길한 울림이 시작되었다. 조안나가 날카롭게 외쳤다.
“이건……. 아무래도 배가 깨진 모양입니다!”
폭포를 닮은 소리는 곧 보이지 않는 곳의 침수였다.
“빠져나갈 곳이 있는지 찾아봐요!”
겨울은 입구 방향으로 뛰었다. 한 쪽 방향으로 작용한 충격, 편향되어있었던 관성으로 말미암아, 갑판은 우에서 좌로 밀린 형상. 즉 외부 선체보다는 내부 골조와 격벽 쪽에 이상이 생겼을 공산이 컸다. 특히 서로 강도가 다른 문과 벽 사이에.
‘아무래도 어뢰는 아닌 것 같은데.’
최초의 충격 뒤에 이어진 금속성의 마찰음을 감안할 때, 배수량이 적잖은 배가 피쿼드를 들이 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그게 말이 될까? 피쿼드 주변은 온통 주거지역으로 막혀있건만. 이물과 고물과 뱃전을 맞댄 무수한 배를 뚫고 피쿼드까지 닿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빛이 보입니다!”
조안나의 말대로, 크고 육중한 압력문과 그 틀이, 그보다 얇은 격벽을 구겨놓은 모양새였다. 어느 쪽이든 무척이나 두꺼웠으나 그럼에도 비중과 재질의 차이가 있었던 것. 덕분에 부서지다시피 접힌 벽과 문틀과 갑판의 세 면 사이로 좁고 깊은 여백이 생겨났다.
새어 들어오는 조명을 보건대 전자기 충격파는 실험구역을 빠져나가지 못한 듯 하다.
‘애당초 실내에서 터진 만큼, 방호를 하지 않았어도 범위가 좁았겠지만.’
중계기가 없으면 전파조차 갇히는 선체였다.
실험구역은 갑판 한 층의 절반이었다. 고로 다른 구획과 닿은 격벽은 한 면이 전부였다. 문의 좌우를 길게 살펴도 빛이 들어오는 건 이곳뿐이었다. 겨울의 강화된 감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달라지는 갑판의 기울기를 느낀다. 약해진 곳을 꼼꼼히 탐색할 시간이 없었다.
“달리 방법이 없네요. 조금 좁긴 하지만……. 장비를 벗고 시도해봐야겠어요.”
“…….”
FBI 요원은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겨울이 장비를 먼저 저편으로 던진 뒤,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좁은 폭 그 자체보다도 예리하게 찢어진 격벽과 깊이가 위험했다. 곳곳이 거칠고 예리하다. 차라리 칼날에 베이는 게 나을 만큼. 적어도 후자는 상처가 깔끔하게 남을 테니.
지직. 억센 옷이 긁히는 소리. 소년은 조금씩,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최대한 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팔뚝에 상처가 생겼다. 전투복이 뜨겁게 젖었다. 살 속으로 파고든 깊이와 형태를 기억하며 다시 움직이는 겨울.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수시로 몸을 비틀고, 사지를 펴보고, 손으로 더듬어본다. 덕분에 완전히 통과하기까지 몇 번을 더 찔리고 베여야 했지만.
보안실을 사이에 둔 또 하나의 문은 열려있는 채였다.
장비를 착용한 겨울이 틈을 사이에 두고 FBI 요원을 마주보았다.
“앤. 도폭선이랑 폭약, 아직 가지고 있죠?”
“그렇습니다만, 이 모서리들을 다 뭉개기에는…….”
“가장 위험한 것들만 어떻게 해보자고요. 통과할 때 일일이 확인했으니까.”
체형의 차이를 고려하면서. 이 말에 조안나의 입이 벌어졌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어요?”
“네.”
그리고 겨울은 가장 깊게 찌른 모서리들을 순서대로 짚어보였다. 겉만 봐서는 구분하기 어려운 차이였으나, 몸을 끼우고 비비며 지나갈 땐 확연히 달랐다.
폭약 설치는 금방이었다. 번쩍. 검은 틈이 한 순간 하얗게 발광했다. 폭압과 연기가 빠진 뒤에 확인한 틈새는 전과 거의 같았으나, 적어도 치명적인 일부분은 확실하게 무뎌졌다. 여기에 자잘한 요철을 몇 차례의 사격으로 뭉개놓았다.
“자, 넘어와요. 어떻게 움직여야 가장 적게 베이는지 알려줄게요.”
아무리 눈으로 봐둬도 실제 통과할 때의 감각에 미치지는 못한다. 재수 없게 허벅지라도 잘못 다쳤다간 동맥이 끊어질 것이었다.
‘그런데 이 냄새는 설마…….’
모든 빛이 위태로이 깜박이는 복도 저편으로부터, 감각보정 없인 감지하기 힘겨울 만큼 희미하게, 두 종류의 악취가 밀려왔다. 썩은내와 비린내. 어느 쪽이든 익숙하다. 익숙해서 더 크게 우려된다. 전자는 감염변종 특유의 독한 체취였고, 후자는 때 이른 위협이었기에.
‘아니야. 뒤쪽은 지나친 걱정일 거야.’
모든 것이 썩어가는 바다에서 비린내는 드문 것이 아니다. 해상도시에 공급되는 식량은 공수물자 이상으로 어선의 어획량이 많았으므로. 배와 배 사이에 줄을 당기고 생선을 걸어 말리는 풍경은 일상적이었다. 배 안에서까지 그 냄새를 맡게 된 게 뜻밖이었으나, 선체가 깨졌으니 바깥바람이 들어올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쿠웅, 쿵. 격렬하지만, 아까보다는 작은 충격이 연달아 발아래를 흔들었다. 날카로운 균열에 막 몸을 넣은 참이었던 조안나가 가늘게 신음했다.
“괜찮아요?”
“별 거 아닙니다. 흔들리는 통에 조금 찔렸을 뿐.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겠군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확산된 감염, 폭주하는 해상도시. 이건 탈출의 기회라기보다 또 한 번의 위기라고 봐야 한다. 겨울은 자신의 짐작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직 감염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대신 그녀가 무사히 나오도록 돕는데 열중한다. 복도 저편을 경계하면서.
“거기서 상체를 왼쪽으로 틀어야 돼요. 조금 더, 조금만 더. 네, 그 상태로 반 뼘만 나와요.”
쿵! 또다시 선체가 요동쳤다. 대각선으로 점점 기울어서, 이제는 그 경사가 확연할 정도였다.
“이제 팔꿈치로 몸을 밀어요. 제가 당겨줄게요. 조금 아플 거예요.”
“으윽.”
아예 다치지 않고 나올 순 없었다. 조안나는 여러 차례 끼었고, 그 때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기울기를 따라 흘러나오는 피는 갈수록 많은 줄기가 되었다. 몸의 절반이 빠져나온 시점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골반 아래를 수월하게 빼내는 그녀. 한숨과 함께 이마를 훔치고, 방탄복과 조끼를 몸에 걸친다.
그녀는 잠깐 폐쇄회로 카메라를 의식했다.
“감시를 피하기보다는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낫겠습니다.”
겨울도 동감이었다. 예상이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리는 대로, 상황실은 다른 쪽으로 바쁠 것이다. 채드윅이 남아있다 쳐도 수작을 부리기 어렵겠고. 오히려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편이 낫다. 일반적인 교전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길을 되짚어 오르는 도중에, 겨울이 주먹을 들었다. 정지.
난간과 계단의 틈새로 늘어지는 빛과 그림자. 위쪽 층계참으로부터 늘어진 그림자는 홀로 선 사람의 형상이었다. 이쪽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캉, 캉, 느린 속도로 내려온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는……. 조안나가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다.
“Oh, God.”
탕! 겨울의 단발사격이 블루 스컬 타격대원이었던 변종의 머리를 관통했다. 선체 벽에 팍 튀는 피와 뇌수. 겨울의 시선이 시체를 빠르게 훑었다. 비교적 깨끗한 피부는 사람이었던 시절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변질된 피가 흐르기 시작한 혈관이 피부 위에서도 선명한 만큼, 사람과 혼동할 여지는 없었다.
“감염 이후 경과한 시간은 대략 서너 시간 남짓이겠네요.”
“맙소사. 외곽 경계가 뚫렸나보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피쿼드는 해상도시 외곽에서 안쪽으로 꽤 들어온 위치에 있었다. 감염이 여기까지 번진 상태라면,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을 터.
이제 겨울과 같은 예측에 도달한 요원이 온 몸으로 전율했다.
============================ 작품 후기 ============================
#출간
여러분, 이제 종이책이 나옵니다. 저는 작가증정본으로 미리 받게 되었구요.
원래는 10부를 받기로 되어있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10부를 추가로 받았습니다. 그동안 서평을 써주신 분들, 팬아트와 음악을 선물해주신 분들께 보내드리려고요.
원하시는 경우에 한하여 사인도 해드립니다. 하지만 책에 미안한 짓이니 가급적 희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를 참조해주세요.
원래는 서평 작성 이벤트를 열까 했는데, 일단 서평게시판 도배로 다른 작가분들이 피해를 보게 될 뿐더러, 기존에 써주신 분들은 뭐가 되나 싶어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Q&A
Q. 천님 :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행동 패턴 같다고 할까요… 전투 부분, 임무등이 별 차이가 없어서요. 앞으로 주인공에게 다른 능럭…. 판타지적이거나 오버 테그 같은 능력을 주거나 DLC!!! 좀 다른 전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A. 판타지, 오버테크, DLC…무슨 전개를 원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이 소설의 기획의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전개가 차이 없는 반복으로 느껴지셨다면 앞으로도 그러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품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카르피스님 : @가을이가 총기제작기술같은건 못배우나요? 그거 배워서 총같은거 만들어 쓰면 멋질거 같은데요.. 가령 큰생식행위총 9000이라던지요 그리고 꽤 괜찮다고 하신건 역시나 동심충만인가요??
A. 아니, 가을이를 둠가이로 만들면 이 소설의 미래는 대체…
다음 특수변종이 괜찮다고 했던 건 디자인이 잘 됐다는 의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