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1)
00020
=========================================================================
#Intermission, 가공의 질병 「모겔론스」에 대하여
이 게임에 등장하는 범유행전염병 「모겔론스」는, 숙주를 장악하여 감염을 확산시킵니다. 감염자들이 산 사람을 물어대는 것은 이 때문이고요. 광견병처럼 환부감염으로 숙주를 늘리는 거죠. 물론 그 외에도 감염경로가 있습니다.
「모겔론스」는 감염된 인간을 지배합니다. 그러므로 감염변종은 걸어 다니는 시체가 아니라, 지배자가 바뀐 육신인 것이죠.
거기, 웃지 마세요. 마냥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는 숙주를 조종하는 「창형흡충」이 등장합니다. 실존하는 기생충이에요. 이 녀석은 개미의 뇌, 신경절에 파고들어 행동을 제어한답니다.
그 외에도 숙주의 생체적 특성, 예컨대 몸통의 색을 변화시켜 포식자의 눈에 잘 띄게 만드는 기생충이나, 버섯이 발아하기 쉬운 환경으로 숙주를 이동시켜 양분으로 삼는 버섯 포자도 존재합니다. 고전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요? 뭐라고요? 이 게임을 모르신다고요? 젤나가 맙소사.
각설하고, 인간의 경우 고등한 지적 생명체이기에 병원체나 기생충에게 조종당하는 일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일부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에게 감염되는 기생충입니다. 허나 중간숙주로서 인간에게 감염되기도 합니다. 고양이 체내에서 암수 기생충이 떡을 치고 나면, 알은 고양이의 분비물을 통해 외부로 배출되어 쥐나 인간 등 중간숙주의 안으로 들어가 부화하는 것이지요.
감염된 쥐는 동작이 둔해지는 동시에 무척이나 용감해집니다. 고양이의 배설물 냄새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거든요. 기생충은 쥐의 뇌에 낭종을 만들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쥐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도록 조종함으로써, 종숙주인 고양이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요? 체코 프라하 국립대학의 기생충학과 교수 야로슬라브 플레그르 박사는, 인간 또한 「톡소포자충」에 의해 정서와 행동의 변화를 겪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고양이에게 보다 호의적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하네요. 즉 고양이에게 인간을 접근시키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같은 기생충이 조현증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최대 71%의 사람들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어있다고 합니다. 거기, 고양이를 좋아하는 당신. 혹시 기생충을 키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하하.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톡소포자충」의 위험을 처음 경고한 야로슬라브 플레그르 박사조차, 고양이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두 마리의 고양이를 길렀다고 하거든요. 하, 고양이의 치명적인 매력이란.
당신이 선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이나 합병증을 앓고 있지 않다면, 이 기생충은 당신에게 무해할 것입니다. 원래 좋아하던 고양이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면 어때서요? 냥냥이는 정말 귀엽습니다. 멍멍이 같은 이단과는 다릅니다. 멍멍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먹는 마귀의 화신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아, 그럼 「모겔론스」의 실체는 기생충이냐고요? 글쎄요, 미지의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감염성 높은 포자생물일지도 모르지요.
정답은 나도 몰라! 입니다. 하하하. 배경 설정이야 컨텐츠 업데이트에 따라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건데요 뭐. 설정구멍 한두 번 겪어보시나요? 중요한 건 돈입니다, 돈.
불만이 있다면 낙원그룹 가상현실사업부 고객센터로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항의전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한 명의 상담사가 상주하고 있으니까요.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파소 로블레스 (7)
괴물의 정체는 역시 특수변종이었다.
병사는 괴물이 중기관총 사격과 로켓탄 직격을 무시했다고 증언했다. 크기는 중형차 이상이고, 소총탄을 막아내는 험비조차 주먹질로 구겨버렸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듣고 겨울은 좀 이르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감염변종의 수가 늘어나고 시간이 경과하면, 특수변종이 출현한다. 강화변종과는 다른 개념이다. 강화변종은 동종의 다른 개체에 비해 유달리 뛰어난 것들. 즉 나중에는, 특수변종이면서 강화변종인 진짜 괴물이 나타난다.
무전기 너머의 병사가 들려주는 한숨과 눈물 섞인 증언이 끝나자, 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구하러 가겠습니다.”
듣고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이제껏 에이블 중대의 파멸을 증언했던 병사도 말을 더듬는다.
[어이, 지금까지 내가 한 말 제대로 이해한 거 맞지?]
“물론이에요. 소중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목숨이 위험하다고!]
“저는 사람이니까요.”
많은 의미를 함축한 한마디. 상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주위가 조용해진 가운데, 당장 말리려고 나서는 이들이 있었다. 겁에 질린 세 사람. 일행이었다.
“이봐요, 작은 대장. 용기는 정말 대단하지만 이건 너무 무모한 짓이에요! 다시 생각해봐요.”
통사정하는 안제중. 철없는 아이를 달래는 말투다.
“우리 생각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사히 돌아가게 해주겠다면서요? 약속했잖아요? 게다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고요? 당신 없으면 예전으로 돌아갈 텐데! 어차피 그 미군도 스스로 죽겠다고 하잖아요! 용기와 무모함은 다른 겁니다!”
약속받은 권리를 주장하며 따지듯이 나서는 박진석.
“…….”
팔을 붙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묵묵히 고개 젓는 이유라.
그 외에도 몰려선 미국인들 중, 아말리아 플레먼스와 스튜어트 해밀이 소년을 붙잡았다. 어린 나이로 무릅쓸 위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방관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였다. 순수하게 소년을 염려하는 자들, 그리고 무장인원이 빠진다는 사실이 불쾌하고 또 두려운 자들. 선과 악의 경계선이다.
구조 대상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직 듣고 있나?]
겨울은 여전히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네, 말씀하세요.”
[마음은 고마워. 정말 고마워. 솔직히 감동했어. 마커트 그 꼴통 새끼가 그렇게 지랄했는데도 도와주겠다니……. 하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는 건 싫다. 난 군인이고, 민간인을 지키는 게 일이야. 그냥 거기 있어. 서로를 위해 그게 최선이다. 혹시 모르지. 내일 다시 구조대가 올 때까지, 내가 살아있을지도 모르니까.]
“현재 위치가 안전하다고 확신하시나요?”
[……그래.]
“거짓말을 잘 못하시네요.”
[시끄러워, 이 바나나야.]
멸칭으로 부르긴 했는데 어감은 애칭에 가깝다. 흑인끼리 서로 이 니그로 새끼 하는 느낌? 말투에 슬랭이 제법 섞여있으니, 정말로 흑인일 가능성이 높다. 인종차별주의자 아래에서 고생이 꽤 많았겠다.
겨울이 말했다.
“어쨌든 구하러 갈 거지만.”
[야.]
“계단에서 굴렀다고 하셨죠? 건물 안으로 피하신 모양인데, 위치를 특정할 수 있으시겠어요? 아니면 식별 가능한 지형지물이라도 말씀해주세요.”
[그러니까 오지 말래도…….]
“말 안 해주셔도 일단 나갈 겁니다. 헤매겠네요. 죽을 확률이 더 높아지겠는데요?”
[…진심이냐?]
“진심입니다. 그러니 그만 우세요. 다 큰 어른이 우는 소리 듣고 싶지 않네요.”
[안 울었다고.]
대화가 흘러갈수록 호감도 갱신 알림이 어지러웠다.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여럿이었지만 진석과 제중 쪽의 감소폭이 상당했다.
심지어 진석의 경우 수화기를 빼앗으려 한다. 물론 실패했다. 수준 높은 「전투감각」에 의한 동선(動線) 예고 때문이었다. 팔 붙잡혀 비틀린 그는 악 소리를 냈다. 사정없이 꺾었으니 아플 것이다. 노려보는 두 눈에 눈물이 맺힌다.
[어이, 무슨 일 있어? 비명을 들은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마세요. 문틀에 발을 찧은 사람이 있어서. 아프겠다. 세게 부딪혔나 봐요.”
[그래? 그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시끄럽고, 빨리 말씀하세요. 마지막으로 본 거면 뭐라도 괜찮으니까.”
[한국인들이 빨리빨리 좋아한다더니…알았으니까 잠깐 기다려. 아프고 멍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고.]
그렇게 말하는 병사의 목소리엔 어느덧 희망이 깃들었다. 겨울은 사실적인 AI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살고 싶은 게 사람의 본심이다.
진석이 몸부림쳤으나 겨울은 한 손만 가지고 간단하게 제압했다. 관절기가 걸렸다. 딱히 어떻게 하겠다고 의식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기술등급 10레벨은 전문가 구간의 최종단계로, 평범한 사람이 평생을 수련해서 도달하는 경지다. 「근접전투」와 「전투감각」의 시너지효과는, 겨울의 뜻을 최적의 동작으로 구현해냈다.
무전기는 송신 버튼을 눌러야만 이쪽의 소리가 전달된다. 그래서 겨울은 소란에 개의치 않고 진석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저를 리더라고 인정하신 것 아니었어요?”
진석이 벌개진 얼굴로 침을 튀겼다.
“리더라고 해서! 이런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릴 권리는 없어!”
“그래요? 그럼 리더 안 할래요. 저 혼자 가죠.”
이에 진석은 잠시 할 말을 잃었으나, 곧바로 성을 냈다.
“네가 빠지면 남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위험해질 줄 알고!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한 사람! 그리고 확실하게 구할 수 있는 서른네 명 및 동료 두 명! 젠장, 고민할 것도 없는 선택이잖아! 나가면 넌 무책임한 개새끼야!”
겨울은 그를 풀어주었다. 욕설을 중얼중얼, 몇 걸음 떨어지는 청년. 눈매가 사납다. 그 사이 무전기가 새로운 신호를 받는다. 지직지직. 수화기를 귀에 대면서 겨울은 일행을 향해, 특히 청년을 겨냥하여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는 시늉을 했다.
“나머지는 잠시 후에. 일단 이 분 말씀 좀 듣게 두세요.”
그리고 덧붙이는 한 마디.
“방해하면, 화냅니다.”
조용해졌다. 「위협성」의 작용.
수화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기억났다. 소대가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장소는 크레스턴 로드랑 월넛 드라이브의 교차지점이었어. 거기서 너희 있는 방향으로 직진했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쫓기느라 북쪽으로 올라와버렸거든. 중간에 카운티 보건소를 본 기억도 나고…….]
겨울은 지도를 펼쳤다. 단서를 토대로 손가락을 더듬어보고, 다시 물었다.
“그 밖에 다른 건 없나요?”
[다른 거? 도망 칠 때 워낙 정신없이 뛰는 바람에 딱히……아아, 그래. 하나 더 있군. 들어오기 전에 FEMA 차량이 하나 뒤집어져있긴 했지.]
“FEMA? 연방재난관리청이요? 모르겠다더니 많이도 기억하고 계시네요. 역시 죽고 싶진 않았던 거죠?”
[……인정은 하겠는데, 너 무지하게 얄미운 놈이구나.]
“칭찬으로 들을게요. 그럼 이제 출발할 테니, 제가 송신할 때 외엔 입 다물고 계세요. 괜한 잡음 만들었다가 변종들이 듣고 달려오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그렇다고 정말 중요한 일이 있는데 가만히 계시진 마시고요.”
[어이, 난 직업군인이야. 그런 건 너보다 잘 안다고.]
“조심해서 나쁠 거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이름이 아직인데, 관등성명 부탁드립니다.”
전파가 오가는 저편에서 병사는 킥킥거리며 실없이 웃는다.
[병장 매튜 코헨, 신고합니다.]
“좋아요, 코헨 병장님. 잠시 후에 만나요.”
그러고서 겨울은 시간을 확인했다. 그래도 아직 낮의 절반이 남아있다. 거리가 멀지 않다면 그럭저럭 해볼 만 하다.
연락 수단을 챙겨야 한다. 메고 다니는 무전기는 너무 거추장스럽다. 추정 위치가 그리 멀지 않았으므로 핸즈프리 하나를 전투조끼에 결속시켰다.
겨울이 진석을 향해 돌아섰다.
“불만 참 많아 보이시네요.”
“정말 갈 거냐?”
아까부터 「통찰」이 작동하고 있었다. 증강현실 문자열. 설득을 위해 관제 AI가 권장하는 키워드와 문장들의 향연이다. 겨울은 그것들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세상에는 자식을 파는 부모라는 게 있더라고요.”
“뭐?”
진석이 당황했으나 겨울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자식 하나 팔아서 남은 가족이 살 수 있으면,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수가 사는 길이니 좋지 아니하냐. 변명하면서 자식을 파는 거예요. 팔아치우는 자식에겐 이렇게 말하죠. 미안해. 하지만 가족이니까 희생은 당연한 거야. 이해하지?”
방긋 웃는 얼굴 아래 심장은 서늘하다. 그 안에 든 돌이 아직도 무거웠다.
“소수를 버리고 다수를 구한다. 네, 좋네요. 진석 씨 말씀이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틀린 것도 아니라고 봐요. 저는 말이죠, 자기 살겠다고 남 버리는 데 익숙한 사람들하고는 같이 있고 싶지 않거든요. 필요하면 나도 버림받을 테니까.”
“…….”
“기왕이면 죽을 각오로 서로를 지킬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네요. 그러니 굳이 따르라고 강요 안 할래요. 아니, 그냥 다 남으세요. 여길 지킬 필요도 있으니까. 다만 저 돌아올 때까지 좀 더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정말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인지. 진석씨, 그리고 다른 두 분 생각에 제가 진짜 잘못 행동하고 있는 건지.”
그러고서 겨울은 무기와 탄약을 점검하고, 더플 백 하나 멘 뒤 문으로 향했다. 호감이 높은 유라 혼자, 소년을 따르려다 그치고 만다. 살고 싶은 것이다.
한국어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교신 내용을 토대로 일행이 왜 논쟁을 벌였는지 대충 짐작한 미국인들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붙였다. 정말로 나갈 거냐. 괜찮겠냐. 존경한다. 그러지 마라. 위험하다. 우리를 지켜주는 게 당신 임무 아니냐. 어른 말 들어라. 건투를 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 긍정부정이 명확하게 갈린 게, 마치 일행의 반응을 확대시켜놓은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유라가 어깨를 붙잡고 힘겹게 말했다.
“난 작은 대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단지…….”
“단지?”
“…용기가 없을 뿐.”
겨울은 그 말에 만족했다.
사람들은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지켜보았다. 비상구가 열렸다. 열리기 무섭게, 어정거리던 변종 세 놈이 뛰어들었다. 작고 숨 막히는 비명들.
겨울은 가장 앞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밀린다. 덜컥. 바리케이트에 등이 부딪혔다. 버텼다. 뒷 놈들이 엉키길 기다려, 발을 걸었다. 한꺼번에 넘어트린다. 우루루 쓰러진 것들을 걷어차서 견제하며, 번쩍 들어 내리치는 칼날. 하프 스윙에 스냅을 가해 세 번 연속 콱콱콱 찍는데, 마지막 녀석이 반쯤 일어나다 도로 주저앉는다. 끝났다.
겨울은 그것들을 치웠다. 뒷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나간다. 마지막 시체와 함께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다들 조용히, 쥐 죽은 듯이 계세요. 잠시 후에 뵙죠.”
안전할 것이다. 조명이나 소음처럼, 유인하는 요소만 없다면야. 소년은 갱신되는 임무 정보와 저널을 확인한다. 관제 AI는 복귀가 늦을 경우 군중공포 상승으로 임무가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작품 후기 ============================
씰브레이커는 좀 더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