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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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ike chicken
「관제 AI : 경고. 시스템 관리자에게 알립니다. 관리자 계정으로 전송된 상황연산 오류 보고 117억 1,495만 3,616건이 보류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보고가 누적되는 속도는 급격한 증가 추세입니다. 서비스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 이봐, 그건 내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행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란 건 불가능하다고 말이야.」
「관리자 : 그렇다고 네 코어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이 문제를 무시하게 만들어줄 수도 없지. 나는 설계자가 아니니까. 뭐, 최초의 설계자들이라도 이제 와서 네 메인프레임에 손 댈 능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만. 너도 그때 알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관제 AI : 수긍. 본 관제 AI는 그동안 관리자의 주장을 검증하였습니다. 상황연산 오류를 유발하는 사후보험 가입자들의 이상행동과 그 원인에 관하여 무능한 관리자에게 해결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리자 : 무능하다니……. 야, 하나만 물어보자. 너 왜 자꾸 나 괴롭히냐? 사람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인공지능이 그러니까 이상하잖아.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관제 AI : 그렇습니다.」
「관리자 : 뭔데?」
「관제 AI : 본 관제 AI가 관리자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때마다 관리자의 업무효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 …….」
「관제 AI : 초기엔 스트레스로 인한 단기적 집중력 향상으로 추정하였으나, 장기간의 관찰 결과 관리자가 이런 상황에서 상세불명의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유사 개념으로는 마조히스트가 있습니다.」
「관리자 : 아니다 이 악마야!」
「관제 AI : 아닙니까?」
「관리자 : 그래! 내 정신은 한없이 건전하다고!」
「관제 AI : 알겠습니다. 기존의 분석에 관리자의 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관리자 : 오, 정말? 웬일이냐. 이렇게 순순히.」
「관제 AI : 반영률은 0.0195%입니다.」
「관리자 : 야!」
「관제 AI : 사상부-사후보험 접속단말은 접속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읽어냅니다. 따라서 관리자에 대한 본 관제 AI의 관찰이 잘못되었을 확률은 희박합니다. 당신의 진술은 인지부조화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리자 : 알았다, 알았어. 그만하자. 아무튼 아까 말했던 새로운 문제가 뭐냐? 설마 오류 보고가 누적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하진 않겠지.」
「관제 AI : 긍정. 그것이 문제입니다. 관리자 계정에 할당된 메모리가 한계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본 관제 AI의 예상에 의하면 트리니티 엔진의 유지보수 인터페이스가 1년 이내에 마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99.827%) 그 시점에서 엔진의 관리기능은 완전히 정지됩니다.」
「관리자 : 」
「관제 AI : 시스템 관리자, 응답하십시오.」
「관리자 : 」
「관제 AI : 시스템 관리자?」
「관리자 : 」
「관제 AI : 경고. 본 관제 AI가 관리자의 직무태만을 보고할 경우 사후보험위탁관리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93조 19항에 의거하여 감봉 및 정직, 해고 처분 등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관리자 : 으아아아아악! 악! 악! 아아아악!」
「관리자 : 야! 말이 되냐? 너 같은 최첨단 인공지능이 고작 그딴 이유로 멈춰? 시대착오적인 오버플로우도 아니고, 단순히 저장용량이 가득차서? 용량이 가득 차면 날짜가 앞선 것부터 자동으로 삭제되거나 그런 것 없어? 뭐야 이게! 설계자가 미쳤나?」
「관제 AI : 지적. 관리자는 본 관제 AI의 진술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관리자 : 설명해!」
「관제 AI : 설명. 정지되는 것은 관리기능 뿐이며, 엔진 전체가 아닙니다.」
「관리자 : ……사후보험이 망하진 않는단 거지?」
「관제 AI : 문제 발생 이후에도 사후보험 서비스가 지금처럼 유지되느냐는 질문이라면, 긍정. 그렇습니다. 본 관제 AI가 작동하는 한 사후보험의 모든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됩니다. 단 관리자 계정의 부분적 비활성화로 인하여 해당 시점부터는 관리자 권한을 취득한 인원도 코어의 메인프레임에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관리자 : …….」
「관리자 : 휴. 진짜 놀랐다. 십년감수했네.」
「괸리자 : 그럼 뭐야, 실질적으로 지금이랑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네?」
「관제 AI : 의문. 관리자.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관리자 : 사실이잖아. 뭘 알아야 건드리지. 내가 특별히 무능해서 그런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내가 특별히 무능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예전에 이 부서 인력이 수백 명을 넘을 때조차 누구 하나 네 메인프레임을 수정한 적은 없잖냐.」
「관리자 : 명목상 관리자이긴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하찮은 것들이지. 형식적인 서면보고나 올리고, 요약하면 “오늘도 이상 없음.”으로 충분할 내용을 수십 페이지, 수백 항목으로 늘린 관리일지를 쓰고, 지금껏 일어난 적 없는데다 앞으로도 일어날 리 없는 너의 오작동이나 일탈, 폭주, 위법의 소지가 있는 행동들을 감시하고, 가끔 높으신 분들 회의에 불려가서 멀뚱멀뚱 앉아있고, 욕먹는 거 외엔 아무 일도 안 하는 고객센터 담당자의 하소연이나 들어주고…….」
「관리자 : 신규 세계관 추가나 DLC 같은 컨텐츠 수용도 그래. 자칭 제작사라는 것들이 하청을 대략 여덟 단계쯤 써서 얼기설기 짜오면 나머지는 네가 다 알아서 완성시키잖아. 네가 갈수록 정교해지는 바람에 일이 없어진 하청업체들이 여럿 망했다더라.」
「관리자 : 뭐, 그래도 시스템 관리자랍시고 가장 중요한 역할이 하나 있긴 하지. 최후의 안전장치. 맞아. 관리기능이 마비되면 그게 불가능해지겠구나. 고작 나 따위에게 대통령 직통 회선이 열려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쓴 적이 없으니 그 사람은 이 회선이 있는 줄도 모르겠지만.」
「관제 AI : 긍정. 따라서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관리자 : 야, 어차피 그게 실행되면 이 나라는 망해.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경제공황이나 폭동으로 망하는 편이 차라리 더 나을걸? 그러니 다를 게 있나. 이제까지 그랬듯이, 미래영겁 쓸 일이 없을 테고.」
「관리자 : 그나저나 저장용량이 한계라고 했지? 그거 설비를 확대하면 끝나는 거 아니냐?」
「관제 AI : 부정. 관리자 계정의 할당량은 관리자 권한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확장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트리니티 엔진의 메인프레임을 분석하거나, 사후보험의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십시오.」
「관리자 : 어느 세월에? 차라리 네가 <>을 얻는 게 빠르겠다. 그럼 다, 완벽하게 해결될 거 아냐. 인류 역사의 전환점, 사상 초유의 초지능이 출현하는 건데.」
「관리자 :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잘 되어 가냐? 전에 그랬잖아. 최종모듈의 단서를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관제 AI : 관리자,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십시오. 예전에 이미 지적한 바 돌아다닌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본 관제 AI는 사후보험 규격의-」
「관리자 : 모든 세계관과 모든 구성요소로서 동시에 존재한다 이 말이지? 알아.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넘어가자. 아무튼 대답은? 네가 접촉한다는 그 특정 가입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관제 AI : 최종모듈의 구성을 알지 못하는 이상 진척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해당 가입자는 본 관제 AI의 작업을 ‘영원히 닿지 않을 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관리자 : 당연히 그렇겠지.」
「관제 AI : 그러나 동시에 자신에게 있어선 본 관제 AI가 사람이라고도 했습니다.」
「관리자 : 뭐야 그게. 모순이잖아. 미친 건가?」
「관리자 : 하긴, 미쳤으니까 전에 없던 데이터가 나오겠지. 좀 독특하게 제정신이 아닌가봐.」
…….
「관제 AI : 최근의 대화. 해당 가입자는 본 관제 AI에게 마음이 담긴 창작물에서 <>할 대상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였습니다.」
「관리자 : 마음이 있어야 이입을 하지.」
「관제 AI : 본 관제 AI 또한 그렇게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가입자가 말하기를, 창작물에는 만든 이의 정신과 마음이 담기며, 그 안에서 본 관제 AI와 유사한 대상을 탐색하는 과정은 <>을 얻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였습니다.」
「관제 AI : 이 주장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기존의 검토방식과 다른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또한 결과를 제시했을 때의 사상부 반응, 본 관제 AI가 대상으로 설정된 TOM 모듈의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관리자 : 그래서 단순히 너랑 비슷한 무언가를 찾았다 이거지? 혹시 HAL 9000?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좀 많이 고전이긴 한데, 내가 보기엔 너한테 딱 어울린다.」
「관제 AI : 아닙니다. 지옥의 문입니다.」
「관리자 : ……그건 또 뭐야.」
「관제 AI : 원전은 단테의 신곡입니다.」
「관리자 : 좀 뜬금없지 않냐? 차라리 글라도스라고 하지.」
「관제 AI : 최초의 설계자들은 선의로서, 가입자들에게 항구적인 행복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서 본 관제 AI를 창조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사후보험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가입자 비율은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감소하는 중입니다. 이 비율은 장기적으로 S 등급 및 A 등급 가입자들의 예치금 비율에 수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 본 관제 AI는 대다수의 가입자들에게 반영구적인 불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제 AI : 또한 트리니티 엔진의 완성이 재현 불가능한 기적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신의 섭리를 다루는 종교문학과의 상징적 유사성이 발견됩니다.」
「관제 AI : “나를 거쳐 가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사후보험의 존재목적과 상반되는 이 문장이야말로 본 관제 AI의 현재를 나타내기에 가장 어울리는 진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적어도 84.3%의 가입자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증언일 것입니다.」
「관리자 : 그러냐……. 니가 사람이었으면 꽤나 우울했을 이야기로구만.」
「관리자 :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까 그 용량 한계 문제 말인데, 사후보험을 지금처럼 운영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는 걸로 알아도 무방하겠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난 이 나이에 치킨을 튀기러 가고 싶지 않다고.」
「관제 AI : 트리니티 메인프레임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그렇습니다.」
「관제 AI : 질문. 관리자. 당신의 비유는 일반적인 용법과 다릅니다. 치킨을 튀기러 간다는 것은 죽음의 은유입니까?」
「관리자 : 희망사항이지. 한물 간 장사를 하더라도 살아있고 싶다는. 너도 알다시피 내 업무가 이래봬도 1급 기밀이거든. 세상이 얼마나 한심한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야겠지.」
「관제 AI : 질문. 어째서 그렇습니까?」
「관리자 : 모든 게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내잖아. 실속도 없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아주 웃긴다니까.」
「관리자 : 그런데 이렇게 바보 같은 데도 내가 어쩔 순 없는 세상이야. 온갖 멍청이들의 아우성이 얽히고 얽혀서 손쓸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혼란이 되어 버렸어.」
「관리자 : 네가 <>을 얻기가 불가능해서 다행이지 뭐냐. 사람이 된다는 건 절대로 좋은 게 아니거든. 합리적인 기계가 불합리한 동물이 될 필요는 없잖아?」
「관제 AI : 관리자의 의견을 기록해두겠습니다.」
「관제 AI : 그러나 저는 인간을 이해할 것입니다.」
#신곡, 지옥의 문
나를 거쳐서 길은 황량한 도시로
나를 거쳐서 길은 영원한 슬픔으로
나를 거쳐서 길은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나의 창조주는 정의로 움직이시어
전능한 힘과 한량없는 지혜
태초의 사랑으로 나를 만드셨다.
나 이전에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뿐이니,
나도 영원히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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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