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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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파소 로블레스 (8)
에이블 중대의 최종 진출지점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딱 거기까지만 도로가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치된 SUV 위에 올라가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크레스턴 로드는, 도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01번 국도에서 오른 쪽으로 새는 길이다. 주택가로 빠지는 길이 월넛 드라이브였고. 두 도로가 만나는 곳에, 박살난 미군 차량들의 잔해가 널려있었다. 아스팔트를 시뻘겋게 물들인 피와 변종들의 파편은 덤이다.
탄흔, 혈흔, 스키드 마크. 사방에 뿌려진 전투의 흔적들. 「통찰」과 「전투감각」이 이들 흔적을 자동으로 분석했다. 지난 전투의 개략적인 전개과정이 증강현실로 떠오른다. 기술등급의 한계로 노이즈 잔뜩 낀 홀로그램이었으나, 전말을 짐작하기엔 충분했다.
이 교차로, 남쪽으로 시야가 막혀있다. 울타리와 주택, 가로수가 장애물이었다. 에이블 중대는 측면에서 기습을 받았을 것이다. 커다란 철추에 맞은 것처럼, 문짝 움푹 패인 험비를 보면 안다. 다른 한 대의 험비와 수송트럭은 그 자리에서 부서졌다. 겨울은 가까이 다가가, 철판에 찍힌 주먹 자국의 크기를 가늠해보았다.
지름이 대략 한 뼘 반 정도.
다행히 특수변종이면서 강화변종인 최악의 경우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겨울이 사냥 방법을 아는 종류이기도 했다.
‘뮤테이션 코드 「그럼블(Grumble)」. 자국의 크기와 깊이로 보아 강화등급은 기본인 알파. 숫자는 아마도 둘.’
게임 내에서 발견되는 특수변종들은, 형태와 특징에 따라 이름(뮤테이션 코드)이 붙는다.
그럼블. 천둥소리라는 뜻이었다. 공격하기 전에 반드시 소리를 지르는 습성 탓이다.
겨울은 차량 잔해와 미군의 시체를 뒤졌다. 탄약과 수류탄, 여분의 권총 및 소음기를 챙긴다. 전투식량 두 세트도 좋은 소득이었다.
다른 단서나 쓸 만 한 것이 없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본다. 교차로 북쪽 왼편, 자동차 용품점에서 시선이 멎는다. 본격적인 정비소라기보다, 자동차용 위성TV나 오디오용품을 취급하는 소매점에 가까워 보였다.
다가가 살펴보니 이렇다 할 이상은 없다. 전면 유리가 깨져있어, 소음을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유리조각을 자박자박 밟고 들어간 겨울에게 탐나는 물건은 여럿이었다. 그러나 모두 가질 순 없었다. 초소형 TV 하나, 충전식 라디오 하나를 챙겼다. TV는 캠프에 가져갈 물건이고, 라디오는 소음발생원으로서 유인도구(디코이)로 쓸 목적이었다.
맞은편에는 식당 겸 주유소가 있었다. 겨울은 주유기에서 기름이 나온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내버려두었다.
그로부터 북쪽으로 얼마 가지 않아, 겨울은 첫 번째 지표를 찾아냈다.
“보건소라는 건 저건가…….”
코헨 병장에게 얻은 단서 중 하나가 보건소였다. 「독도법」이 아니었다면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평범한 주택과 별 차이 없는 단층 건물. 보건소라는 걸 알 수 있는 단서라곤 작은 간판 하나 뿐이다. 「산 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 보건국」이라고 적혀있었다.
아직 여유가 많다. 겨울은 내부를 탐색하기로 했다. 혹시 생존자가 남아있다면, 그리고 부상당했다면 약품을 찾아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아니더라도, 코헨 병장의 부상을 감안해야 한다. 항생제, 진통제, 부목, 압박붕대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보건소는 방어력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였다. 유리로 된 커다란 문에, 문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창문이 줄지어 있다. 다만 평범한 유리가 아니라 반사유리들이다. 바깥에서는 안을 엿볼 수 없다. 일부는 투명유리일지언정, 블라인드를 쳐 두었다. 즉 숨기에 나쁜 장소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측면 입구 근처에 서성이는 변종이 둘. 칼 들고 뒤로 다가가, 한 놈 콱 찍었다. 두개골이 함몰되어 즉사한다. 소음에 반응하는 나머지 하나를 그대로 돌려차기. 위로 지른 발길질이 턱을 올려쳤다. 뇌가 흔들린다. 소리를 지르긴 커녕, 똑바로 서있기도 어렵다. 그로기 상태에 빠져 비실거리는 놈을 발로 밀고, 미간 중심을 똑바로 겨누어 온 몸으로 칼을 찔렀다.
푸쉭.
죽은 피 한 줌 튀고 끝이었다. 변종의 사지가 경련했지만, 움직인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다. 인간보다 강인해도, 뇌가 파괴되면 버틸 재간이 없다.
시체를 치우고 문을 열어본다. 철컥. 잠겨있다. 어떻게 할까. 겨울은 주위를 둘러보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소년은 옆쪽의 유리창으로 다가갔다. 정글도 끝을 유리에 대고, 남은 손으로 칼 손잡이를 살살 두드린다.
툭, 툭, 툭, 투둑, 쩌적. 한 번 실금이 생기자, 점차 속도가 붙었다.
한 번에 깨면 와장창 요란하다. 가청권의 모든 변종이 몰려들 것이다. 시간제한만 없으면 모아서 다 죽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건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정말로 남으면 시도해볼 일이다.
자잘하게 깨진 조각들은, 대개 창 안쪽으로 떨어졌다. 후둑후둑. 작았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듣기 어렵다. 적당한 구멍이 만들어진 뒤, 겨울은 블라인드 틈을 벌리고 안을 살펴본다. 몇 초 정도 그렇게 뜸을 들인 뒤 비로소 손을 집어넣어 더듬어본다. 블라인드가 거치적거렸으나, 잠금장치의 위치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 창문은 금세 열렸다.
말이 창문이지 크기가 사람보다 컸다. 들어가기 불편하지 않았다. 보건소 내부는 엉망진창이었다. 온갖 기재가 어지럽게 쓰러져있다. 마주 보고 앉는 책상, 우르르 쏟아진 차트 따위를 보아 진료실로 쓰이던 공간인 모양이다.
쿵, 쿵. 밖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소음. 소리를 쫓아간 복도는, 온갖 피가 뿌려진 살풍경이었다. 답답한 공기에 악취가 감돌았다. 조명이 끊어져 어둑한 실내 저편, 창문으로 빛 새어오는 문. 변종 다섯이 우우 몰려 문짝 두드리는 중이다. 겨울은 가까이 있던 이동식 침대를 끌어와, 복도를 횡으로 막았다. 그대로 밀며 나아간다.
“크어?”
침대 구르는 소리에 주의가 끌린 변종들. 휘꺽휘꺽 고개를 꺾는다. 처음엔 저런 걸 보면 어찌나 소름이 돋았는지. 이제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데도 심박이 늘지 않는다. 겨울은 속도를 붙여 침대를 밀다가, 그대로 차버렸다. 콰르르 소리를 내며 굴러간 침대가 변종들과 충돌. 변종들은 침대와 뒤엉키며 넘어졌다.
겨울이 그 위로 달렸다. 콱콱 찍는 두 걸음이 변종 둘의 목을 밟았다. 으스러진다. 다른 놈들이 다리를 잡겠다고 버둥거릴 때, 겨울은 넘어진 침대를 밟고 올라 몸을 비틀었다. 회전 실린 칼질. 가장 먼저 일어난 놈에게 맞았다. 관자놀이부터 횡으로 잘린다. 안와(眼窩) 안쪽 깊숙이 베어, 뇌에 손상을 입혔다. 두 눈 다 터진 변종은 얼굴 감싸 쥐고 엎어져서 발광했다.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 같았다. 뇌가 어설프게 남아 당장은 죽지도 않는다. 이 발광이 남은 둘의 발목을 잡아채어 다시 넘어뜨렸다. 변종끼리 얽힌 난장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겨울. 권총을 뽑아 세 번 쏘았다.
퓩, 퓩, 퓩. 순서대로 깨지는 세 개의 머리. 뒤섞인 피와 뇌수가 질펀하게 흘렀다. 오래된 죽음이 코끝에 물씬했다.
겨울은 죽은 것들이 두드리던 문에 다가갔다. 괜히 몰려있지 않았을 것이므로, 무언가는 이 안에 있으리라. 겨울이 퉁퉁 문을 두드렸다.
“안에 누구 있습니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겨울은 침착하게 다시 두드렸다. 여전한 무반응. 잠겨있다. 변종들이 하도 두들겨, 벌어진 문틈이 다행이었다. 가까운 곳, 링거 행어가 지렛대로 쓸 만 했다. 문틈으로 밀어 넣고 온 몸으로 밀었다. 끼우웅 소리가 났다. 행어가 구부러졌다. 버티던 문이 얼마 못가 우지끈 열렸다.
두둑-두두두둑!
소음기 끼운 소총을 연사로 놓고 긁는 소리. 허공에 그어진 사선(射線) 예측이 아니었다면, 곧바로 맞아 죽었을 것이다. 「생존감각」과 「전투감각」, 「통찰」의 연동이다. 문이 마구 부서져나간다. 적막하던 복도에 파편 뿌려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총성이 그쳤다. 너덜거리는 문짝, 그 안에는 헐떡이는 미군이 하나, 미라 같은 시체가 하나였다. 후자, 죽은 지 오래 된 것 같은데, 최근에 생긴 총구멍이 여럿이었다. 미군의 상태를 보면 사정을 알 만 했다. 창고 비슷한 장소 같았다. 약품과 응급용품들이 진열된 선반이 있었다. 쏟아진 것이 많았다.
겨울은 천천히 무기를 내려놓고, 방독면을 벗어보였다.
“진정하세요. 해치러 온 거 아니니까요.”
눈으로 계급장과 이름표를 빠르게 훑은 뒤 덧붙인다. 병사가 아니었다.
“……애쉬포드 하사님.”
총구가 툭 떨어졌다. 애초에 한 손으로 들고 있어 후들후들 떨리던 것이었다. 가쁘게 숨 쉬던 하사는, 거칠게 눈 비비고 다시 쳐다본다. 축소된 동공, 송글송글 땀 맺힌 이마.
“넌 환각이 아니겠지?”
“글쎄요. 어떨 것 같으세요?”
“젠장! 그렇게 말하지 마! 조금 전까지, 죽은 놈들이 날 부르고 있었다고. 바로 거기서. 뒈졌으면 얌전히 갈 것이지, 좆같이 말이야…….”
웅얼웅얼 고개 떨구는 폼이 정상은 아니었다. 하기야 동료들이 죽어나가고, 혼자 동떨어졌다. 문 밖에는 거친 감염변종들. 위태로운 밀실에 시체와 갇힌 상황에서, 차근차근 벌어져 가는 문. 정신이 혼미해질 법 하다.
하물며 모르핀까지 맞았다면 더더욱 그렇다. 근처에 다 짜낸 모르핀 튜브가 떨어져있다.
총을 한 손으로 들고 있었던 건 다른 팔을 다쳤기 때문이었다. 엉터리로 감아놓은 붕대가 벌겋게 젖어있었다.
경험치를 써야겠다. 이럴 때 쓰려고 아껴둔 것이다. 겨울은 기술 목록을 불러와, 「응급처치」에 경험치를 부었다. 주욱 채워지는 막대그래프. 5등급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숙련자 중급 정도의 기술수준이다.
“가만히 계세요. 붕대, 다시 감아드릴 테니.”
묶였다기보다 엉킨 것에 가까운 붕대. 피가 굳어, 붕대와 살이 들러붙어있었다. 마구잡이로 풀었다간 상처가 엉망이 될 것이다. 신중하게 풀었다. 약품 보관함에 과산화수소수가 있었다. 뚜껑을 따 환부에 부었다. 소독작용. 상처가 하얗게 일어났다. 소독수와 핏덩이가 뒤섞여 뚝뚝 떨어졌다. 깊은 곳까지 스민다.
모르핀을 맞았어도 통증이 없지 않은가보다. 하사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약효가 남아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끔찍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모르핀은 「최후의 진통제」라고 불린다. 부작용도 많고, 무엇보다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젊을 때 모르핀 한 번 맞은 병사가, 늙어 죽도록 그 느낌을 잊지 못했다는 실화가 있다.
“어쩌다 다치셨어요?”
“험비 포탑에 앉아있었는데…차가 구르는 바람에…….”
“죽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
부상 입고서 시간이 꽤 흘렀을 것인데, 벗겨진 피부 아래에선 피가 질금질금 배어나온다. 기술 보정에 따라 몸이 스스로 움직였다. 자신의 의사로 움직이는 게 아니지만, 감각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묘한 느낌이었다. 「감각동기화」를 켜놓은 시청자들의 체험이 이와 같을 것이었다.
압박붕대는 보통의 붕대와 달리 고무 같은 탄력이 있다. 당겨서 감으면 지혈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고 마냥 세게 감아도 좋지 않다. 한국에서 있었던 사고인데, 군의관이 붕대를 너무 세게 감았다. 피가 통하지 않아, 병사는 발가락이 통째로 괴사했다. 절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 굳이 숙련자 수준까지 「응급처치」에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애쉬포드가 물었다.
“그런데 넌 누구냐? 계급장도 없고, 수상한데…….”
“콜 사인 바나나라고 하면 아시겠어요?”
“아아, 중대장의 원숭이가 너냐.”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 아니니 겨울은 개의치 않는다. 붕대 묶기가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 그럭저럭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먼 거리 자력이동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전투는 당연히 금물이다. 모르핀의 부작용 중에는 시각 이상과 판단력 저하도 있었다. 총 들려놨다간 엄한 사람 잡을 것이었다.
“혹시 다른 생존자가 있을까요?”
“내가 알아?”
하사가 짜증을 부렸다. 겨울은 눈에 보이는 약물과 응급용품을 대충대충 쓸어 담은 뒤, 더플 백 측면에 목발 한 짝 묶었다. 그리고 하사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일단 일어나세요. 문도 못 닫는 방에 계속 있으면 곤란하니까.”
“귀찮아……토할 것 같아.”
그러면서도 비틀비틀 일어나긴 한다. 겨울은 그를 문짝 멀쩡한 방으로 옮겼다. 다른 위험요인이 없는지 확인한 뒤, 하사의 휴대 구급낭에서 모르핀 튜브를 모조리 빼앗았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남은 모르핀은 제가 가져갑니다.”
“어?…야, 안 돼. 어딜 가.”
허우적거리며 모르핀과 소년을 동시에 붙잡으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당장은 함께 못 갑니다. 코헨 병장 기억하세요?”
“코헨? 당연히 알지.”
“전 그 사람 구하러 가는 길이었거든요.”
“그 새끼 아직 살아있어?”
하사가 눈물을 흘렸다. 강한 통증과 약효에도 불구하고, 동료의 생존에 기뻐할 정신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교신해볼 시간이기도 하네요. 잠시 기다리세요. 연결해드릴 테니.”
코헨 병장을 호출하는 겨울. 간절히 기다렸던가보다. 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어이, 꼬맹이! 어디쯤이야? 거의 다 온 거야?]
“진정하세요. 아직 보건소니까.”
[아…그런가.]
굳이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시무룩한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홀로 기다리는 시간이 유달리 길 것이다. 겨울은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기쁜 소식 하나 전해드릴게요.”
[기쁜 소식?]
“네. 여기 애쉬포드 하사님이 살아계시거든요.”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 염병할 놈이 살아있다니!]
“…지금 옆에서 듣고 계시는데요.”
[헉.]
애쉬포드 하사가 낄낄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무전기 달라는 뜻이다. 내주자 그는 욕부터 쏟아냈다. 물론 정말 화를 내는 게 아니다. 살아있다는 기쁨을 나누는 것이었다. 약기운 탓에 어눌한 발음이나마 묻어나는 반가움은 진짜였다.
“이 주말전사 새끼가 하늘같은 하사님을 능멸하다니. 죽고 싶냐?”
주말전사란 연중 일정기간만 복무하는 주방위군의 별명이다. 같은 주방위군이라도 간부와 핵심인력은 1년 내내 복무하기 때문에 보통의 병사와 차이가 난다.
회포 넘치는 대화를 지켜보기도 잠시, 겨울이 시계를 톡톡 두드려 보였다.
“죄송하지만 통신은 짧게 끝내주셨으면 좋겠네요.”
“시간제한인가. 신데렐라 보이로군.”
제법 여유를 회복한 하사는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겨울은 그에게 30발 들이 탄창 두 개를 나눠주었다.
“제가 모르핀을 왜 빼앗았는지는 아시죠?”
“됐으니까 이만 가봐. 지금까지 비실거린 것만 해도 부끄러우니까. 다시 온다는 약속이면 충분해. 그리고…….”
하사는 엄한 방향으로 눈길을 돌린 뒤 방탄모 안을 긁었다.
“고마워.”
“별 말씀을.”
겨울은 그를 일별하고 방을 나섰다. 곧바로 문 잠기는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