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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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끝 (10)
비록 단 한 건 뿐이지만 강화변종에 의한 소화기 사격이 이미 보고된 바 있다. 고작 2초 만에 끝나버린 난사. 적어도 조준 없는 지향사격으로 방아쇠를 당길 수는 있었다는 의미였다. 해당 베타 구울은 현장에서 즉각 사살 당했다. 전하기를, 약실은 비어있었다고. 녀석이 과연 탄창을 교환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모를 거라고 보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이야. 이렇게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 이번 세계에서도 조만간…….’
쇄도하는 역병집단을 상대할 땐 1, 2초가 소중하다. 초침이 째깍거릴 때마다 남은 거리가 10미터씩 줄어들기 때문. 기습적인 사격이 그래서 위험했다. 명중률이 아무리 낮을지라도, 자동화기를 소지한 적 앞에서 움츠리지 않을 병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엔 시체의 방탄복을 벗겨 입는 구울을 본 적도 있다.
그러니 탄약만큼은 유출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자동화기는 소모가 극심한 무기였다.
커걱, 컥!
누군가 숨 막히는 소리를 냈다. 아직 잠들지 못한 모두가 기겁을 한다.
“다들 진정해요. 별 일 아니니까. 괜히 자는 사람들 깨우지 말고요.”
겨울이 손을 들어 동요를 가라앉혔다. 입을 벌린 채로 호흡이 없던 이는, 잠시 후 드르릉 하고 코고는 소리를 냈다.
Damn!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병사들이 자그맣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누군가는 돌멩이를 던지려다 말았다. 아직까지 총을 쥔 채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일병도 보인다. 한 번 데인 아이는 불을 두려워한다고(A burnt child dreads the fire.), 오래도록 쫓긴 패잔병들로선 감염의 사소한 징후라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소령님.”
눈에 핏발이 선 캐스퍼 중위가 겨울을 부른다.
“실례지만 언제까지 계실 수 있습니까? 보시다시피 다들 엉망인지라…….”
겨울은 시계를 확인했다. 여기 있는 병력의 규모, 안전하게 집결지점까지 이동할 확률, 지체 없이 이동하여 트릭스터를 사냥할 경우의 이득 등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아까도 말했지만 긴급지령이나 구조요청이 뜨면 어쩔 수 없어요.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앞으로 40분간 있도록 하죠.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중위도 눈 좀 붙여요. 명령입니다.”
소속이 다르니 명령권은 없지만, 캐스퍼 중위는 고마워하며 한 번 고개를 까닥였다.
시간을 확실히 정해주자 안심하고 잠드는 숫자가 늘어났다. 전쟁영웅이 있으니 괜찮다. 그런 느낌. 그 사이에 겨울은 풍상(風上)을 제외한 방향을 경계했다. 엑셀을 비롯한 말들은 사냥개만큼이나 냄새에 민감했으므로, 방향 불어오는 쪽에서의 접근은 금세 알아차렸다.
고단하게 꿈꾸는 소리들이 늘어난다.
이 여유를 갱신된 정보 확인에 쓴다. 휴식이 절박하지 않은 기동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계급이 오르면서 열람이 허가된 정보들 가운데엔 쓸 만 한 것들이 많았다. 사기관리 차원에서 일반 병사들을 대상으로는 공개되지 않는 사안들.
‘GPS 신호 교란이라. 이건 너무 나간 감이 있지만, 뭐든 사전에 대비해서 나쁠 건 없지.’
국방부 방역전략 연구소는 트릭스터가 GPS 신호를 해독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혹여 전선에서 그런 정황이 포착되면 최우선 사항으로 보고하란 내용이었다.
변종들의 대규모 이동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도로망에 수렴한다. 광대한 국토는 그 자체로 지리적 장벽이 되었다. 러시아나 호주 같은 국가들이 아직까지 존속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융단폭격이든 뭐든 도로를 흔적조차 없애버리면, 체계적인 지리정보가 없는 변종들로서는 오랫동안 헤매게 될 수밖에 없었다. 탐험가와 개척자들의 시행착오는 문명의 유산 아니겠는가. 가장 가까운 군부대간의 시차가 30분인 러시아는 더더욱 유리하다. 그쪽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트릭스터가 없었다. 대륙이 다르니까.
“혹시 이거 보셨습니까?”
소식에 목마르기는 기동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랄레스가 PDA 화면을 내보인다.
“프레벤티브 스캘핑 작전에 참가한 모든 전투원에게 동성무공훈장을 수여하겠답니다. 전사자는 최소 은성무공훈장 내지 십자장이라는군요.”
“그게 이상해요?”
“저희가 그렇게 위험한 작전을 수행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말입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병력의 손실률은 벌써 3할에 달했다. 이 역시 일정 계급 이상만이 열람 가능한 정보지만, 단일 부대였다면 궤멸 판정을 받고 물러났어야 정상이었다.
“내 덕분인줄 알아요.”
겨울의 농담에 몇몇이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모르겠습니까? 아무튼 월급은 좀 오르겠군요. 당분간은 쓸 일이 없겠습니다만. 꼭 20년을 채울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아, 소령님 앞에서 할 말은 아니던가요?”
모랄레스의 능청에 겨울은 어색한 미소를 만들었다.
20년 복무는 군인연금의 최대지급조건이었다. 이걸 채우고자 장교 전역자가 병사 신분으로 재입대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욕심을 낼 만 하다.
국방부는 최근 서훈이력을 복무경력에 가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과연 전역까지 무사할 병사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지만.
더해지는 연차는 훈장의 등급에 따라 달랐다. 명예훈장은 5년이다. 이중수훈이 확실한 겨울은 이것만으로도 이미 10년이었다. 여기에 다른 훈장들을 더하면 19년 6개월에 달한다. 기존의 복무기간을 합산하여 20년을 초과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15년차에 지급되는 3만 달러의 보너스를 수령할 예정이며, 앞으로 어떤 계급을 달든 가장 높은 호봉으로 계산될 것이었다.
방역전쟁 수훈체계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몇 개쯤 더해질 터이고.
정복(Dress Blue)을 입을 때 상의 좌측을 훈장으로 도배하게 생겼다.
알! 알!
난데없이 개 짖는 소리. 겨울은 귀를 의심했다. 기동대원들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만큼 멀고 작았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보면, 지평선 가까이에서 힘겹게 달려오는 작은 닥스훈트가 보인다. 검은 털에 갈색 무늬. 짧은 다리로 뛰는 품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관절에 문제가 생긴 모양. 그래도 긴 귀를 펄럭이며 열심히 뛰었다.
‘어떻게 쫓아왔지? 냄새? 아니면 말발굽 자국?’
어느 쪽이든 보통이 아니다.
발라당. 앞다리가 꺾여 야트막한 경사를 구르는 개. 곧바로 일어나진 못한다. 널브러진 채로 헥헥거렸다. 가쁜 숨결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자그마한 가슴. 야윈 몸과 갈비뼈가 더더욱 도드라졌다. 그러나 기어코 바들바들 일어난다. 의지가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뛰는 발의 박자가 맞지 않아 몇 번을 고꾸라지면서도 이쪽으로 올곧게 달려온다.
겨울은 슐츠를 곁눈질했다. 버려진 개에게 유독 애틋했던 대원. 요즘 들어 동요가 커서 우려하던 차다. 사연이 있는 듯 한데, 저 개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얼마나 흔들릴까.
달칵. 소총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 조준은 찰나로 충분하다. 소음기를 통과한 총성이 몇 명의 주의를 끌겠지만,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거리의 변종을 사살했다고 하면 그만일 터.
그러나 망설인다. 인간다움은 언제나 비효율적이었다. 효율적인 사람은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뜸 들이는 사이에 이상을 눈치 챈 병사들이 소년의 시선을 좇는다. 이 시점에서 이미 늦었다. 바로 알아보지 못한 대원들은 조준경에 의지했다. 겨울은 총구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허…….”
차마 말이 되지 못한 감정. 소리를 낸 모랄레스는 물론이고, 모두가 접안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계속해서 넘어져 흙투성이인 개를 망연히 바라볼 뿐.
곤란하네. 겨울은 개 짖는 소리에 이끌린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지금이라도 쏴버릴까.
알! 알!
다시 짖는 소리가 결정타였다. 긴 한숨을 내쉬는 겨울. 마침내 방아쇠울에서 손가락을 뺀다. 두고 오기도 힘겨웠건만. 가상현실 시대에 버려지기 쉬운 건 자식뿐만이 아니다. 가상현실의 개는 물리현실의 개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생전의 거리는 초라한 개와 고양이들로 가득했었다. 외로운 소년 소녀의 가엾은 친구들이었다.
마침내 닥스훈트가 목적지에 도달했다. 바들바들 떨면서도 힘겹게 꼬리를 흔든다.
대원들이 겨울의 눈치를 보았다.
“안 죽여요. 그냥 두면 계속해서 따라오겠네요. 입을 묶어놨다가 다음 항공수송에 실어 보내겠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먹이세요. 죽지 않게끔. 안 물리게 주의하시고요.”
캐스퍼 중위에게 맡기자니 무책임하게 위험요소를 떠넘기는 꼴이다. 달갑지 않은 눈치가 하나 있었으나, 나머지는 크게 기뻐했다. 유달리 긴장했던 슐츠는 눈물을 글썽거릴 지경이었다.
다리 짧은 개에게 관심과 애정이 쏟아졌다. 서로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고 옥신각신하는 병사들. 기동대원들과 패잔병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개가 발딱 배를 드러내고 끙끙거렸다. 생김새에 비해 사나운 개라지만 미쳐 날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뻐하는 얼굴들을 보며 겨울이 하는 생각. 삶은 저 정도면 충분한데. 내가 부모님께 많은 걸 바랐던 게 아니었는데…….
“이만 헤어지죠. 무운을 빌겠습니다, 중위.”
시간이 됐다. 짧은 휴식은 패잔병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작별을 고하는 겨울에게, 무심코 손에 남은 개 냄새를 맡던 캐스퍼 중위가 답한다.
“늦은 인사입니다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무사하시길.”
절도 있는 경례를 보니 회복이 현저하다. 결국 삶은 희망이었다.
이젠 연대 규모쯤 되었으려나.
이런 식으로 로저스 대령에게 합류한 병력이 적지 않다. 별다른 이변이 없었다면 적어도 연대, 많게는 사단 이상이었다. 다 죽었을 거라고 절망한 시민들에게 이만한 희소식이 있을까? 배가 침몰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조에 열광하는 것이 정상 아니던가.
오후엔 산타 로사와 마크 웨스트 사이를 가로질러 서쪽의 삼림지대로 진입했다. 황폐화된 포도와 오렌지 농장 다음으로 여객기의 추락 현장이 스쳐지나갔다. 멀리 소노마 카운티 공항의 삼각형 활주로가 보였다. 버려진 항공기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추락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미국 국적 기체였으므로, 정부가 붕괴한 세계관이었다면 반드시 탐색했을 것이다. 식량과 무기를 함께 확보할 기회니까.
「종말 이후」 세계관은 2016년에 시작된다. 9/11테러 이후였다. 그러므로 조종석엔 반드시 기장과 부기장을 위한 무장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조종석 뒤쪽 하단의 잠겨있는 캐비닛. 승객들 가운데 두 사람의 연방항공보안관(Air Marshal)이 있기도 했다. 즉 권총만 네 자루다.
달리는 내내 말안장 뒤쪽에서 자꾸만 끙끙거리는 소리가 났다.
[더러운 사생아 새끼들의 움직임이 많이 어설퍼졌군요.]
리시버로 듣는 하퍼 이병의 말. 겨울이 연거푸 방아쇠를 당기며 답했다.
“좀 더 기뻐해도 돼요.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다는 의미니까.”
마상사격의 명중률은 100%였다. 지금의 겨울은 총을 옆구리에 끼고 쏘더라도 50미터 이내에선 전탄 명중을 기록할 실력이었다. 산간을 헤매던 변종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숲은 점차 거대해졌다. 그 유명한 아메리칸 세쿼이아의 자생지였다. 자유의 여신상에 필적하는 나무들이 무성한 녹음. 천년의 수관. 한낮의 햇살조차 쉽게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 어지간해선 들어오지 않았을 곳이지만, 구조신호가 포착된 만큼 수색이 불가피했다.
‘최소한 트릭스터 하나는 이쪽으로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대규모 사냥을 눈치 챈 놈들이 추적을 피해 몸을 숨긴 모양이다. 겨울에겐 이번 작전의 최종국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할당구역이 확대될지도 모르지만.
물론 이렇게 험한 곳에 대책 없이 들어온 건 아니었다.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갑작스럽게 하얀 콘크리트 장벽이 나타났다.
대역병 모겔론스가 대양을 건너기까지는 몇 달의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에 미주에서는 방공호 건설 붐이 일었다. 지금 마주한 폐허가 바로 그 흔적. 그러나 완성되진 못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했으므로. 정부로선 대도시들의 방호가 최우선이었다. 덕분에 뉴욕과 워싱턴 등지는 중세 도시를 연상케 하는 성벽을 두르고 있다.
겨울이 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겠습니다. 사나흘 쯤 머물 곳이니 제대로 수색해요.”
============================ 작품 후기 ============================
#전업작가
전업작가가 되고 싶어서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의외로 종종 있으시네요.
아니, 저는 그런 질문에 답변드릴 자격이 없습니다…
#Q&A
Q. 언리미티드원님 : @역시 사령부의 걱정과 현장은 다른 법. 그런데 충분히 가능한 걱정과 현장의 걱정이라 더 슬프군요(…) 1892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해에서 따 온 거려나요.
A. 어…음…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진짜로.
Q. 가을바람의낙엽님 : @희망주고나서는 절망이 오지…..
A. 이것 참. 작가를 믿지 못하시는군요. 왜죠. 이렇게 희망찬 소설인데.
Q. 블루크리스탈님 : @작가님 마지막 댓글 답변보고 소름이 났습니다 이런 동심이 터져나가는 세계관을 적극 권장한다니 뇌만 남은 노인??들은 알아서 ptsd 를 걸리게 유도 하는건가요?? Dlc판매도 보면 여러 인격 (연예인 등등)으로 돈을 쓰게 하고 다 쓰게 되면 알아서 ptsd 걸리게 되고 작가님 생각보다 치밀하시네요 오늘은 내용보다 작가님 답변이 더 기억에 남네요 (ps 이래서 네이버보단 노블이에요 )
A. 종이책 3권 쯤에 Q&A를 수록할까 합니다. 본문보다 답변이 더 기억에 남는 건 그만큼 본문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겠군요. 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ㅠ
Q. 破雷님 : @전투복 갈아입었나요
A. 네. 보급 받았습니다.
Q. 노블레스버퍼님 : @처갓집 주변에 있으면 그냥양념이나 슈프림 양념드세요 천국의 맛입니다 ㄹㅇ
A. 제가 이사온 동네는 롯데리아조차 없습니다…햄버거를 먹으려면 편의점의 홍석천 버거밖에 없어요…엉엉…
Q. 마스터칼솔럼님 : @오오, 1892화 까지 연재 해 주신다는 암호문입니까!
A. 차라리 저를 죽여 주세요…
Q. KTH님 : @기술 등급에 대해 궁금한건데 기술 등급의 한계가 어떻게 되나요 예를들어 개인화기 숙련같은 경우 초인의 등급에선 시야, 가시영역의 증가(적외선 시야같은), 반사신경 등 인체 능력의 증가 혹은 인체개조 수준의 능력을 부여하는데 만약 에디터나 치트로 기술등급을 65535등급으로 올린다고 하면 넌 이미 죽어 있다 같은 상황까지 가나요? 또 근접능력이었나? 그 기술은 만약 자신이 모르는 무술도 알게 되나요? 통찰도 초인의 영역에 다다르면 라플라스의 악마가 되는건가요? 결론적으로 기술의 한계를 알려주세요
A. 너무 광범위한 질문인데…이영도 작가님 말씀처럼 설정은 소설의 뿌리입니다. 때로는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독자분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