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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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12)
속도를 줄일 필요는 없었다. 기병수색대 측이 측면으로 돌아 같은 방향으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끌던 소대장이 겨울과 말머리를 나란히 한다. 소대장이 겨울에게 경례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령님.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유도해드리겠습니다.”
답례한 겨울이 고개를 기울였다.
“마중은 고맙지만 딱히 유도가 필요하진 않은데요.”
“이것도 명령이니까 그러려니 하시죠. 그 유명한 기병대장을 따르는 기병이 한 개 분대도 못 되어선 그림이 안 나오잖습니까. 종군기자들이 싫어할 겁니다. 사기 관리 차원에서 영내의 병사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있고요.”
그야 익숙한 일이다. 여기서 올레마까지 보병의 하루 행군거리만큼 남아있다는 걸 빼면.
“사정은 알겠는데, 이렇게 멀리 나올 필요는 없잖아요?”
“반쯤은 진짜 의전(儀典)입니다. 교활한 잡것들을 잡아 죽여주신 덕분에 전선의 압력이 많이 줄었거든요. 소령님이 아니었으면 저희가 이 멋쟁이들을 타는 일도 없었을 테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현지에서 확보한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아, 듣기로는 중앙아시아의 독재자가 망명할 때 싣고 왔다더군요.”
“기병대에 필요한 숫자를 내줄 정도라면 전용기 한 대로는 부족했을 것 같은데…….”
“그야 뭐, 국민보다 말을 먼저 챙겼다는 점에서 빼도 박도 못할 인간 말종이겠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모겔론스 사태로 쓰레기 인증한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기도 하고.”
대화가 오가는 내내 수색대 병사들이 겨울을 힐끔거렸다. 어쩌다 시선이 마주치면 얼른 눈을 돌리거나, 뻣뻣해지거나, 더러 긴장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짓기도 했다. 마지막에 속하는 이들은 겨울이 마주 웃어줄 때 비로소 긴장감을 지웠다. 겨울의 시선을 좇은 소대장이 부하들에게 인상을 쓴다. 수색대 병사들이 뻔뻔하게 외면했다.
이들에게서는 희망이 느껴졌다.
임시중대 쪽에서 기병수색대를 신기한 동물, 혹은 그 이상의 낯선 무언가처럼 보는 이유였다.
‘단순히 의장대로 쓰려고 편성한 부대는 아니겠지만 말이지.’
겨울은 현 시점에서 기병이 정식편제가 되기에 괜찮은 병과라고 판단했다. 기동성도 좋고, 일정 규모 이하에서는 현지보급이 가능하다. 인근에 즐비한 목장들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사료와 건초만 해도 대대 단위를 장기간 운용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게 떨어지면, 물론 효율이야 낮아지겠으나, 풀을 뜯게 해도 된다. 최악의 상황에선 도살해도 좋겠고.
“돌아가시면 소령님도 이런 놈으로 한 마리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수색소대장의 말에 겨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난 지금도 만족하고 있거든요.”
빈말이 아니다. 아무리 명마라도, 이제 와서 새로운 말을 엑셀만큼 전투에 익숙하게 만들려면 전력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명마를 탄 중위는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그 녀석이 그동안 훌륭하게 해냈으니 그런 말씀을 하시겠지만, 품종 차이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들은 이야기인데, 뉴욕 마시장에 내놓는다면 십만 달러는 우습게 넘길 거라더군요.”
십만 달러? 대화를 엿듣던 기동대원들 쪽에서 탄성이 나왔다. 아무래도 말에 익숙해진 입장이라 욕심이 나는 듯 하다. 겨울이 뜸을 들였다.
“예비마로 갖춰둘 필요는 있겠네요. 그런데 뉴욕에서도 마시장이 열려요?”
“시대가 시대잖습니까. 저 같아도 사고 싶겠습니다.”
민간에서의 자동차 사용은 아직까지도 통제되고 있다. 개인 소유 차량의 운행시간을 제한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민간인들 입장에선 연료공급이 끊어질 가능성을 우려할 법 했다. 생산량이 충분하다는 설득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겨울의 행적이 기름을 부은 탓도 있겠고.
바다가 가까워지면서 이따금씩 은은한 폭음이 들려왔다.
“기뢰를 제거하는 모양이죠?”
겨울이 추측을 수색소대장이 긍정했다.
“예. 만 입구는 소해(掃海)를 끝냈나봅니다. 어제부터 배가 들어오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광경을 직접 보게 되었다. 도로 곁으로 트인 바다. 포인트 레예스 스테이션까지, 국립공원을 끼고 약 20킬로미터를 파고드는 물길이었다. 폭이 1.5킬로미터는 되어보였으나 간격을 둔 배들은 이상할 정도로 일렬이었다. 애초에 항구가 아니었으므로 해저지형이 나쁜 듯 했다. 다수의 준설선이 작업 중인 게 그 증거였다.
“어이구. 기병도 모자라서 범선까지 있네.”
누군가의 기막힌 탄식. 겨울이 수군거리는 여럿에게 말했다.
“거기, 오해하지 말아요. 저 배는 예전부터 현역이었으니까.”
상황이 나빠져서 유물을 부활시킨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수색소대장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아십니까?”
언뜻 약간의 아쉬움도 느껴졌다. 겨울이 놀라거나 물어보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됐어요.”
전에 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이번 회차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엔 멜빌레이가 없었다. 트릭스터와의 조우가 낯설었듯이, 처음 몇 번은 바다괴물도 보이지 않는 종말이 있었다.
길고 날렵한 선체는 하얀 바탕에 굵고 붉은 대각선 하나, 가늘고 푸른 대각선 하나가 가로지르는 도색이었다. 금빛 독수리 선수상이 인상적이다. USCGC 바크 이글. 해안경비대 소속으로, 미군이 운용하는 유일한 범선. 처음엔 나치 독일이 건조했다던가.
지금은 모든 돛을 접고 항해 중이다. 필요할 땐 동력항해를 한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무장이었다. 본래 순수한 훈련용으로 별도의 공격수단이 없었는데, 지금은 대전차 미사일 발사대와 중기관총 마운트 다수가 가설되었다. 고물의 폭뢰 투사기는 멜빌레이 대책일 것이다.
보다 안쪽에는 병원선도 보였다. 하얀 바탕에 붉은 십자가를 그려놔서 알아보기 쉽다.
겨울이 손가락으로 파도 부서지는 해안을 가리켰다.
“저 배는 좌초한 겁니까?”
가리킨 방향엔 기울어진 화물선이 있었다. 항로 준설이 이루어지기 전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당했을지도. 주위로 가느다란 기름띠가 번져있다. 거의 없는 양이라 다행이었다.
“아닙니다. 잘은 모르겠는데, 저것도 소해에 쓰던 배라고 하더군요.”
아아, 착각했구나. 수색소대장의 설명에 끄덕이는 겨울. 샌프란시스코 만을 탈출하던 중국군이 같은 방식을 썼다. 안에 스티로폼 같은 걸 채워서 밀어붙인 것이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만의 끝에 이르기까지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아니 저기 웬 UN 깃발이…….”
슐츠가 혼란스럽게 중얼거리는 소리. 겨울도 조금 당황했다. 포인트 레예스 스테이션 북쪽에 정말로 푸른색 국제연합기가 걸려있었다. 여러 이유로 미국에 협력하는 다국적군이 있기야 했으나, 그들이 UN을 내세우진 않는다. 아예 미군이 되기를 원한다면 몰라도.
돌아보면 수색소대장도 고개를 젓는다. 놀라지 않는 모습으로 미루어 알고 있기는 했는데, 돌아가는 사정을 자세히는 모른다는 뜻이었다.
버려진 마을을 요새화한 주둔지에선 실제로 영어가 아닌 말들이 들려왔다. 주로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가 많았으나, 그밖에 정체 모를 언어들이 여럿 섞였다. 앞의 둘 뿐이었다면 중미와 남미 쪽에서 망명한 부대들일까 생각했을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올레마를 떠나기 전부터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길버트 마르티노는 모자를 벗으며 목례했고, 헬렌 타미리스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다른 손엔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트레버 바티스트가 숫자를 세니 곧바로 돌아서서 머리를 쓸어 넘긴다.
누구 하나 그날 밤처럼 어둡지 않았다.
차단진지에 배치된 병력이 겨울을 손가락질했다. 상의를 벗고 모래자루를 쌓던 이들도 작업을 놓고 몰려들었다. 새까만 피부의 순혈 흑인들. 숫자가 많아서 더욱 이색적이었다. 복장의 위장패턴은 생소했으나 장구류는 미군 표준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Shin cewa shi? Gwarzo Han?”
“한겨울! 너는 수고했습니다! 소령! 우리는 당신을 명예롭다! 사랑해!”
“…….”
영어를 좀 이상하게 배운 것 같은데. 어색한 표현과 별개로 장교는 무척이나 근엄했다. 소란스러운 부하들을 꾸짖어 정렬시키고, 겨울을 향해 부동자세로 경의를 표한다.
이런 일이 주둔지를 통과하는 내내 반복되었다. 달라지는 건 국적 뿐. 심지어 야외 샤워장을 쓰던 병사들도 칸막이 밖으로 몸을 내밀고 소리를 질렀다.
“이건 거의 개선식에 가깝군요.”
곤란해 하는 모랄레스의 평가가 정확했다.
그러던 중에 겨울은 뜻밖의 구면을 발견했다. 우메하라 아츠 2등 해좌. 샌프란시스코에 투입될 당시 신세를 졌던 잠수함 진류의 함장. 길가의 소란에서 조금 먼 자리였지만, 해좌 쪽에서도 겨울이 자신을 알아봤다는 걸 깨달았다. 꽉 메운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다가온다.
“오랜만입니다, 함장님. 설마 여기서 뵐 줄은 몰랐네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반갑습니다. 그 사이에 소령이 되셨군요.”
해좌는 야위었으나 혈색이 괜찮은 편이었다. 계급이 높은데도 말을 놓지 않는 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여러 의미를 담은 겨울의 질문에 우메하라 해좌가 주위를 살핀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환성에 쉬이 파묻힐 작은 목소리로, 겨울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아직은 기밀입니다만, 우리는 엿새 전에 장정 9호를 격침시켰습니다. 미 해군의 도움을 받았고, 진류도 더는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지금은 임시로 수송선단에 재배치되었습니다.”
“배를 포기하셨다니 유감입니다……. 그런데 장정 9호라고요? 그 잠수함이 핵 보복에서 살아남았었나요?”
“예. 혼란을 틈타 탈출한 전투함은 그밖에도 있었으니까요. 수상함은 모두 그날을 넘기지 못했어도, 잠수함은 아니었습니다.”
겨울은 눈살을 찌푸렸다. 모르는 사이에 위기가 지나간 셈이었다. 단 한 척의 핵잠수함이라도 탄도탄 발사에 성공했다면 미국에겐 재기의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기밀로 할 필요가 없을 텐데…….”
“현재는 검증 단계입니다. 저는 그게 장정 9호라고 확신하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번복하게 되면 미국 정부의 체면 문제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겨울은 해좌에게 스치는 불안을 감지했다. 이제 와서 불안할 이유가 있나?
“혹시 전공을 빼앗길까봐 걱정스러우세요?”
정답이었다. 우메하라 해좌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리하시군요. 그렇습니다. 키치너 소장님께선 그럴 일 없다고……미 해군은 남의 명예를 도둑질하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처지가 곤궁하다보니 자꾸 괜한 걱정이 듭니다.”
과연 그럴까? 겨울은 잠시 돌아서서 바람에 나부끼는 유엔기를 눈에 담았다. 줄곧 숙고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유명무실해진 유엔을 내세우는 배경엔 역시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것이었다. 국가 안팎의 분열을 막기에 필사적인 대통령이 미군에게 전공을 몰아줄 것 같지도 않고.
해좌가 정지한 대열을 곁눈질했다.
“죄송합니다. 그냥 인사만 나눌 생각이었는데, 바쁘신 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뵙도록 하죠.”
“네. 너무 염려하진 마시고요. 괜찮을 겁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상대를 안심시키기 모자라, 앞서 했던 생각들을 속에 담아두는 겨울. 헤어지기 전에 해좌와 악수를 나눴다. 해좌는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었다. 군인 이상이어야 하는 군인의 고충이 엿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신 겁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상대가 꽤 음침해 보였습니다.”
수색소대장은 해상자위대 장교를 나쁘게 본 듯 했다. 겨울이 고개를 저었다.
“전에 잠시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임무가 기밀이라 목소리를 낮췄던 거고요.”
사실과 조금 다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수색소대장은 기밀이라는 말에 관심을 접었다.
한때 변종들과 교전을 치렀던 초등학교는 다국적군의 지휘소로 개장되어 있었다. 미군 구역은 개천을 경계로 남쪽에 전개되어 있었는데, 분위기는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목장 울타리 안쪽 초지를 수십 마리의 말이 한가롭게 거닐었다.
‘부대 규모가 예상보다 커.’
겨울이 보는 주둔지는 최소 사단 하나가 들어갈 크기였다. 유사시의 차단과 화력지원을 염두에 두고 숙영지를 군데군데 분산 배치해두었으나, 그 간격을 감안해도 규모가 상당하다.
그리고 마침내.
“대장님! 작은 대장님!”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울먹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겨울은 눈물을 닦으며 뛰어오는 유라의 모습에 혼란을 느꼈다. 그녀는 호랑이 가죽을 망토처럼 두르고 있었다. 진석을 비롯한 다른 중대원들은 멀쩡한 모습이건만…….
호랑이 가죽…….
아니, 왜?
============================ 작품 후기 ============================
#탄식
조아라가 이번에 좀…이상한…텍본러 개과천선?…이벤트를 했더군요. 논란이 되자 지금은 삭제했지만…
모든 플랫폼들 중에서 텍본 유출이 가장 쉽고 빠른 조아라가 불법 업로더들에게 선처를 베풀었다고, 업로더들이 대부분 학생들이라 불쌍해서 고소를 취하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히니 사람들이 화를 내죠…
오해가 불가피하게 적어놨더군요.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는데, 평소에 제대로 보호도 못 해주면서 누구 마음대로 용서를 해주나.
일단 조아라는 작가를 대신해 고소를 진행 또는 고소를 취하할 권리가 없습니다.
즉 해당 이벤트 설명에서 자랑한 건 조아라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극히 일부 작가들의 사례로 보입니다. 끽해봐야 스물 몇 건? 수천 건의 유출 중에서 그 정도를 가지고 전체 작가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처럼 과장한 겁니다.
근데 그런 점을 감안한들…유출을 막을 1차적인 책임이 있음에도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도 문제고…별 것도 아닌 걸로 생색을 내려는 태도도 문제고…
무엇보다 고소할 권리가 없다는 건 변명이 될 수 없는게, 적극적으로 보호할 생각이면 작가들에게 유출 사례를 알리고 도와주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소장을 대신 작성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많은데요…어차피 대부분은 복사 붙여넣기인데, 보안을 강화하지 않을 거면 이 정도라도 하던가…
또 벚꽃도서관 폐쇄를 조아라만의 업적인것처럼 말하는데, 그건 예전부터 칼을 갈던 다른 출판사와 플랫폼들의 협업인거고, 그 중에 조아라의 지분이 일부 있는 정도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이번 사건으로 속이 상해서 조아라 연재를 접는 작가분들이 꽤 된다고 들었습니다.
뭐…어쩔 수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