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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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13)
여기까지 온 임시중대에게 숙소가 배정되었다. 장교와 부사관들, 그리고 의료인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죄수들은 어떻게 합니까?”
겨울은 수색소대장의 질문에 질문을 돌려주었다.
“혹시 구류시설이 있어요?”
“헌병대가 있는데, 잠시 맡겨두면 되겠습니까?”
“네. 처분은 보고 후에 결정될 테니까요.”
지친 병사들이 관리 하에 분류되는 사이, 말에서 내린 겨울을 여러 사람이 끌어안았다. 각기 깊이와 온도가 다른 포옹들. 그 가운데 유라가 가장 특이했다. 따뜻한 사람 냄새에 더해 화학 처리된 가죽 특유의 약품 냄새가 난다. 털이 무척 부드러웠다.
나오는 소리 없이 입만 여닫기를 수차례. 유라는 한숨과 함께 말하기를 포기했다.
“겨우 다시 만났네요. 참 길었어요. 그렇죠?”
유라를 다독이는 겨울이 모두에게 건네는 말. 벅찬 사람들이 웃거나 울거나 더러는 어색해했다. 어색한 이들은 낯설기도 했는데, 가만 보니 겨울로서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 섞여있었다.
그 외에 시민권이 없는 입양아들로서 동맹으로 온 다섯 명이 모두 보이는 게 특이했다. 겨울과 시선이 마주치자, 중국계인 벤자민 마이어가 긴장으로 당겨진 미소를 짓는다.
젖은 감정이 범람하는 와중에, 진석이 이질적인 차분함으로 겨울을 반겼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드릴 말씀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못 하겠군요.”
과거의 도전적인 느낌이 사라진 대신 다소 의기소침한 분위기. 못 본 동안 뭔가 있었던가 싶지만, 다른 때에 따로 알아볼 일이었다.
“그런데 유라 씨, 대체 이 망토……는 뭐예요?”
겨울이 이제야 물었으나 유라는 아직도 목이 메어 있었다. 진석이 대답했다.
“얼마 전 포트 로버트 동쪽 산지에 식인 호랑이가 나타났었습니다.”
“식인 호랑이?”
“네. 기지로 오던 생존자들이 당했죠. 처음엔 변종의 공격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야생화 된 호랑이였습니다. 이유라 소위가 사살했을 때 개목걸이에 이름표가 붙어있었던 걸 보면 원래는 애완동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
“가죽으로 망토를 만든 건 장 부장님 제안이었습니다. 소위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놈들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될까 하고…….”
“장 부장님이요?”
“처음 들었을 땐 이게 무슨 황당한 제안인가 했습니다. 민 부장님도 웃으시고. 하지만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은 꼰대들이나 대가리에 정액만 찬 깡패 새끼들한테는 정말 효과가 있더군요. 특히 폼 잡기 좋아하는 깡패들한테 말입니다. 그 전까진 시비를 자주 걸었었죠. 지금은 장 부장님이 유치한 놈들의 심리를 잘 이해했던 거라고 봅니다. 뒤에서 또 뭔가 하셨겠지만.”
“그렇군요. 그런데 소위라……. 진석 씨도 진급했겠네요?”
“네.”
“우선 축하해요. 잘 됐네요. 난 두 분이 부사관이 되고 장교는 따로 올 줄 알았거든요.”
“예, 뭐.”
진석은 미적지근하게 반응했다. 겨울이 다시 망토를 보며 말했다.
“사정은 대충 알겠는데, 여기서까지 두르고 있을 이유는…….”
감정을 추스른 유라가 볼멘소리를 냈다.
“저도 이거 덥고 창피해서 싫어요. 기자들이랑 맥과이어 소령님 부하들이 자꾸 귀찮게 굴어서 어쩔 수 없이 끼고 다니는 거라고요. 그 사람들 좀 어떻게 해주시면 안 돼요?”
인상 찌푸리는 걸로 보아 평소부터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맥과이어 소령이라면 겨울에게도 익숙한 국방부 공보처 장교인데, 아직도 올레마에 있는 모양이었다. 겨울은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이래의 전환점이었던 민항기 파일럿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파라레스큐 출신 참전용사는 손자에게 주겠답시고 이상한 만화책에 사인을 받아갔었다.
‘그 만화책에서 유라를 그렇게 그린 이유가 있구나……’
공보처가 일부러 부추기는 게 틀림없다. 방역전쟁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역병을 지나치게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 이곳 종군기자 분들하고는 친분이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는데, 맥과이어 소령님은 소속이 달라서……. 그리고 그분도 따로 지시를 받고 계실 거예요.”
“그치만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서 되게 신경 쓰인다고요.”
“그래도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걸요?”
“아녜요. 그건 백퍼센트 비웃는 거예요! 요즘 그거 때문에 잠도 잘 안 온단 말예요.”
푸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는 수준이었다. 음, 알레한드로만 해도 호랑이 원더우먼을 말할 때 비웃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겨울은 납득했다. 본인이 느끼기는 많이 다르겠지.
몇 걸음 떨어져서 지켜보던 대위가 제동을 걸었다.
“리 소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태도는 장교답지 못하다. 품위를 지키도록.”
낮고 걸걸한 음성. 흠칫한 유라가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겨울은 대위를 응시했다. 다부진 체구와 구릿빛 얼굴, 커다란 눈과 두꺼운 눈썹, 입이 겨우 보일 만큼 빽빽한 수염이 인상적이다. 특이하게도 허리엔 길이가 일 미터를 넘는 본격적인 칼을 차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장식이나 의전용품은 아니었다. 겨울이 물었다.
“귀관은?”
“실례했습니다. 대위 바하다르 싱. 중대가 창설될 때부터 소령님의 참모로 배속되었습니다. 보직은 부중대장입니다. 뵙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아,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여러모로 부족하겠지만 많이 도와주세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유라나 다른 인원들의 분위기를 보건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한 말을 보면 한국어는 모르는 듯 하나, 겨울동맹 사람들에게 영어는 생존기술이었으니 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독립중대를 만들 때 자격요건도 있었을 듯 하고.
그나저나 부중대장이라. 대위씩이나 되는 사람을 앉혀놓은 걸 보면 역시 규모 확대를 염두에 둔 모양이었다. 애초에 독립중대라는 편제가 미군 입장에서 생소하다 보니, 상위 제대 창설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최소한 대대까지는 바라볼 수 있겠다.
“중대 주둔지에 오시는 대로 부대 현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많이 피곤하실 테니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내일부터 받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죠. 우선 보고부터 마치고 올게요.”
아까부터 열중쉬어 자세로 기다리는 두 병사가 있었다. 아직 말은 없었으나 용건은 뻔했다.
겨울은 아쉬워하는 이들을 다시 한 번 가볍게 포옹하는 것으로 재회를 일단락지었다. 더 좋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자들을 위한 연출이기도 했으므로 로저스 대령도 이해해주겠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끄는 것도 좋지 않을 것이었다.
“기지가 많이 커졌네요. 주둔 병력이 얼마나 되죠?”
안내역의 병사들은 겨울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했다. 한쪽은 처음부터 나무토막 같기도 했고.
“저희도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여기서 240사단이 재창설된 게 겨우 사흘 전의 일인데, 미편성 병력도 많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장교 분들 말씀을 듣기로는 실시간으로 합류하는 병력도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재창설이라고 하는걸 보니 전선이 붕괴했을 때 증발해버린 사단 중 하나를 부활시킨 듯 했다. 원래 해당 사단을 구성하고 있던 이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부대번호를 계승하는 것 자체로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그럼 혹시 로저스 대령님께서도 진급을 하셨다던가?”
“로저스 대령……? 사단장님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한 소령님께서 작전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그 분께서 대령이셨던가 보군요. 예, 지금은 소장이십니다.”
다른 병사가 거들었다.
“저희는 최근에 합류해서 그 분이 처음부터 소장이신 줄로 알았습니다.”
이어지는 병사들 간의 대화.
“뭐야. 그렇게 따지면 사단장님 진급 속도가 장난이 아니네? 임시계급이겠지?”
“임시계급이라도 엄청나지. 고급 지휘관이 부족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나 겨울에겐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단기간에 천만 이상으로 팽창한 미군 아닌가. 그것도 육군만 따져서 그렇다. 하급 장교들이야 어떻게든 육성하면 된다. 허나 그 위에 설 고급 장교들은 사정이 다르다. 전역한 장교들을 끌어들여도 태부족이었을 것이었다.
그걸 감안한들 로저스 대령의 진급이 이례적인 건 사실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이곳에 배치되기 전부터 준장 진급이 확정되어 있던 장군급 영관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계급은 대령일지언정, 일종의 적응기간으로서 사실상의 준장 대우를 받는.
사단본부는 예전에 거점으로 삼았던 그 건물이었으나, 주변으로 많이 확장된 모습이었다. 병사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내 고마웠어요.”
“저기, 소령님! 괜찮으시다면 사인 한 장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긴장한 사병은 상병 계급임에도 꽤나 어려 보였다. 장교들만큼이나 일반병들의 진급도 빠를 수밖에 없는 세계였다.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니까.
무엇보다 미국은 역병 이전에 이미 십대 사병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심지어는 중퇴하고서 부모의 동의를 받아 입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각지의 모병소에서 Teenagers, the U.S. Army Wants You 같은 현수막을 보기도 쉽다.
예전부터 능력만 있으면 십대에 상병을 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워낙 전쟁을 많이 치르는 국가였으니. 미군에게 인력부족은 결코 낯선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죄수를 군인으로 쓰지도 않았겠지.’
감옥 갈래, 군대 갈래? 형량 가벼운 죄수들이 실제로 이런 질문을 받던 때가 있었다. 심지어는 경찰조차도 그렇게 뽑았다고. 죄 짓는 놈들 심리는 죄 지어본 놈들이 잘 알 거라던가.
“이름이?”
수첩을 받은 겨울이 풀 네임을 물었다.
“티모시 린치입니다!”
사병은 뻣뻣한 와중에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주근깨 많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겨울의 서명 형태엔 사실 국방부 공보처의 지침이 반영되어 있었다. 성씨인 한(韓)을 한자로 넣어달라는 요청이었다. 누가 봐도 한자임을 알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대중에게 자주 노출될 이미지인 만큼, 동양권 출신임을 상기시키는 형태였으면 좋겠다는 것. 겨울은 이를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 나라가 분열되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느껴졌기에.
이런 사정은 서명을 받은 린치 상병의 기쁨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평소부터 소령님을 무척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내가 존경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한 소령님께 자격이 없으면 대체 누가 자격이 있습니까?”
“글쎄요. 대통령님은 어때요?”
“…….”
린치 상병이 쓸 데 없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난민이나 소수인종, 국제적인 물자지원 문제로 현 정권을 비난하는 세력도 맥밀런 대통령의 업적만큼은 부정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겨울이 두 사병에게 인사를 남겼다.
“이만 들어가 볼게요. 두 사람 다 수고해요.”
“Yes sir!”
문 안쪽은 군부대라기보다는 어느 회사의 분주한 업무시간 같은 풍경이었다. 서류와 통신장비, 작전지도 등으로 가득한 책상들과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장교 및 행정병들의 모습. 객실마다 벽을 터서 공간을 넓힌 것 같다. 사단장 집무실이 따로 구분되어 있진 않았다. 겨울은 가장 안쪽에 앉아있는 로저스 소장을 볼 수 있었다. 단독군장을 착용하고 무기를 휴대한 채로 업무를 보는 중. 말 그대로의 야전지휘소였다.
잠깐 지나가는 겨울은 일시적인 업무마비의 원인이었다. 계급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번 씩은 꼭 쳐다본다.
로저스 소장은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그 앞에 선 겨울은 약 5분을 기다렸다. 잠시 후 통신을 끝낸 로저스가 위성전화를 내려놓고 감정 없는 시선을 던졌다.
“왔나.”
“소령 한겨울,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
묵묵히 응시하던 소장이 말했다.
“작전에 대해서는 따로 보고할 필요 없다. 어지간한 건 다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비교적 늦게 투입된 데 반해 성과는 가장 좋더군. 훌륭했어.”
“감사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장군은 무기질적인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쓸 데 없는 것들을 뭐 하러 여기까지 끌고 왔나?”
이미 예상한 바다. 확실하게 하고자 되묻는 겨울.
“혹시 사형수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거기에 개 한 마리를 더해야겠지만.”
개는 조금 의외인데. 겨울은 장군을 바라보았다. 로저스 소장은 의자의 등받이가 어색해보일 만큼 곧은 정자세로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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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 破雷님 : @관련소식이 없어서 안했나 싶었는데 핵보복하긴했군요
A. 하긴 했습니다. 예정보다 빠른 시점에서 이루어졌고, 계획과 많이 다르긴 했지만요.
Q. 광악님 : uscgc eagle?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자료를 찾으시는 건가요? 신기할 정도네요
A. 영문 웹에는 한국 웹에 없는 많은 자료들이 있습니다. 그저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느냐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