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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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시드는 계절 (8)
폭군은 연둣빛으로 흐드러진 화원에서 가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곳은 농밀한 장미향으로 가득했으며, 그동안 오직 한 사람만이 거닐 수 있었다.
녹색 장미는 본디 이 세상에 없던 것이다. 가을 또한 회장의 세상에 없었던 부류였다.
“아…….”
익숙한 목소리, 놀라움이 담긴 탄성. 이를 들은 고건철은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뱀 같은 사내가 주인에게 목례했다. 얼굴에 멍이 남아있다. 그 뒤엔 비현실적인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아름다운 계절이 있었다. 녹색 배경에 붉은 옷을 입은 한가을의 존재감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스스로 선물한, 혹은 강요한 의상인데도 불구하고, 고건철은 그 강렬함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위화감을 느낀다. 저 여자에겐 부드러움이 어울렸다.
‘내 느낌이 아닌 듯 하여 거부하려 했건만…….’
가을이 아끼는 옷은 겨울의 선물이었고, 녹색이었다. 그래서 폭군은 녹색에 대한 선호가 몸뚱이에 각인된 겨울의 흔적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그가 가을에게 느끼는 비경제적인 감정과 같이. 그러나 이젠 그런 의심조차도 시들해졌다. 정확하게는, 의심할 기운이 없다.
그저 한가을과 상성이 좋은 색채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어떤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으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더 이상 번민하기가 힘에 겨워서. 비합리적이기도 하고.
특수비서는 회장의 불편함을 감지하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왕을 대하듯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적막한 공간에 남겨진 가을은 조용한 걸음으로 폭군에게 다가왔다. 어쩐지 방향(芳香)이 짙어지는 느낌. 거리가 사라졌으나 침묵은 그대로였다. 고건철은 혀를 소화시킨 기분이었다. 속에서 울화가 치민다. 가을이 아니라 쓸 데 없는 짓을 해버린 부하를 향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피고용인의 책임은 곧 고용인의 책임. 그것이 고건철의 원칙이었다.
다행히 대화의 물꼬를 가을이 터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뜻밖이네요. 저를 더는 부르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예의바른 인사에 풍성한 머리카락이 어깨 앞으로 쏟아져 내렸다.
잠시 홀려있던 고건철이 늦지 않게 긍정한다.
“그랬지. 네게 들인 수고를 매몰비용으로 처리하려 했었지.”
쉽게 말해 거래를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이 만남이 오랜만인 것이다.
“마음이 바뀌셨나 봐요.”
“처음부터 바뀐 적이 없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바꿀 수가 없었다고 해도 옳겠고.”
“……그런가요.”
가을은 회장의 솔직한 태도에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회장은 항상 경제성을 추구했다. 감춰봐야 무의미한 상대였다.
“우선 사과하지. 내 비서가 널 곤란하게 만들었더군.”
“괜찮습니다.”
“원망스럽진 않나?”
“아뇨.”
“어째서?”
“회장님의 지시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지?”
“그런 식의 거래를 싫어하실 테니까요.”
이는 정확하게 고건철의 사고방식이었다.
‘나는 그런 식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폭군은 만족감과 불쾌감을 함께 느꼈다.
‘천박한 것.’
다시 한 번, 측근을 향한 분노였다. 이는 자신을 향한 분노이기도 했다.
회장이 의도적으로 관심을 끄고 있는 사이 특수비서 강영일은 가을을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러면 거래에 응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하지만 그것은 충성스러운 핑계였다. 이 유능한 사디스트는 가학적 취향으로 아름다운 것을 짓밟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고자 고건철의 그늘 아래 있는 것이니까.
교활해서 쓸모가 많은 도구는 폭군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회장님의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격노한 뒤에 고건철이 답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른다고 정당한 거래가 되는 게 아니다!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까지도 정당해야 한단 말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차라리 칼을 들이대고 강간을 했겠지! 어떤 반발이라도, 어떤 처벌이라도 무마할 능력이 있으니까! 내가 왜 세금을 내는 것 같나!”
내야 하는 세금은 반드시 내고, 낼 수 있는 세금은 찾아서 내라. 혜성그룹의 회계 지침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국가에 대가를 지불하는 가장 정당한 경로였기에.
같은 맥락이다. 폭군은 인간을 경멸하지만, 상품으로서, 그리고 거래주체로서는 존중한다. 가장 어리석고 무가치한 인간에게도 스스로를 팔아넘기고 자멸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협박은 없다. 물론 이는 폭군의 기준. 겨울과 처지가 같은 아이들의 구명, 그리고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의 치료를 대가로 선택을 요구했던 것은 가을의 입장에선 협박이었으되 고건철에게는 정상적인 거래였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았고, 그는 돈을 지불할 뿐이었다. 그 어린 것들은 어차피 죽을 운명 아니었던가.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특수비서가 회장의 사죄를 구했다. 교활함이 곧 쓸모인 인간이었으므로 폭군은 이쯤에서 분노를 거두었다. 모르는 척은 가증스럽지만, 이 세상에 신뢰해도 좋을 인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칼에 피가 묻었으면 칼자루를 쥔 사람의 잘못이다. 관리 소홀도 마찬가지.
사람이 사람에게 무관심한 이 시대는 사람 잡아먹는 짐승에게 실로 살기 좋은 세상이었다.
간신은 자신의 연기에 도취되었을 터였다. 어리석음을 가장하여 섬기는 이에게 우월함을 느끼도록 해준 것에 대한 만족. 아직은 그것을 버릴 때가 아니다.
가을의 말이 회장을 일깨운다.
“그동안 많이 여위셨네요.”
그리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더하는 염려들.
“식사는 제대로 하시나요? 잠은 잘 주무시고요?”
딱! 늙은 소년이 못마땅한 기색으로 지팡이를 찍었다.
“콜록……크흠. 대체 어느 쪽을 걱정하는 것이냐?”
“회장님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어주시겠어요?”
“웃기는군.”
고건철이 앞장섰다.
“조금 걷지. 식사를 준비해두라고 일러 놨다.”
따악, 딱. 티타늄 샤프트가 돌바닥에 부딪히는 신경질적인 소리. 불면증과 식이장애로 쇠약해진 육체는 지팡이 없인 걷기도 힘들었다.
주치의는 식이장애의 원인을 스트레스라고 진단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확인하려는 강박증이라고. 굶어서, 가장 원초적인 생존욕구를 억눌러서, 그만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한 충동이라며. 회장은 그 설명을 쉽게 납득했다. 예전처럼 두들겨 맞을까봐 떨고 있던 주치의는 폭군이 분노하지 않자 얼이 빠진 사람처럼 굴었다.
‘그까짓 것, 이 몸뚱이의 복제체를 만들면 그만이야.’
복제체 이식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예전의 몸뚱이, 과거의 고건철만 아니면 된다.
다만 예비 육체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지금 상태로 견뎌야 할 것이다. 뇌를 사후보험으로 보존하고 싶진 않았다.
거기에 일말의 거부감이 더해진다. 그때가 되어 가을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원래 동생이 지녔던 육체는 폐기되는 셈인데.
고건철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보상을 해주겠다.”
“네?”
“네가 겪은 부당한 대우들에 대해 보상금을 지불하겠단 말이다. 당연히 받았어야 할 급여와 네가 수령한 차액의 백배를 주지. 지난 일을 잊기엔 충분할 거다.”
“……금액이 너무 많지 않은가요?”
질문을 받은 고건철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필요할 텐데?”
“제 사정과는 무관한 문제입니다.”
“네 기준에 바르지 않은 대가는 받지 않겠다는 말인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기분이 상하실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큰돈을 주시는 데엔 다른 이유가 있으실 테니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 할 순 없어요.”
“그래? 네 양육자금 대출 전액을 상환하기에 충분한 금액일거다. 그럼 아직 살아있는 동생을 챙기고도 약간의 여유가 남겠지. 한겨울 그 녀석에게 송금을 해줘도 괜찮을 만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찾아갈 염치도 생기겠지.”
가을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회장을 바라본다. 그러나 거기엔 여전히 미움이 없었다. 한때는 미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예전에 했던 그 말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었다. 그 모습이 회장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그렇잖아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거래였건만.
‘나로서 남아있겠다. 죽은 동생을 위해, 녀석이 기억하는 자신을 지키고 싶다…….’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고건철은 문득 궁금해진다. 한겨울 그 머저리도 같은 마음일까?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다만, 이건 나와 너의 거래와는 무관한 사안이다. 안 믿겨진다면 날 위해서라도 받아라. 네가 납득하든 말든 내가 치러야 할 대가를 지불해야겠으니.”
회장이 되뇌었다. 감히 내게 빚을 지우려 들지 마라. 그것도 고작 이따위 문제로.
“……알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로써 거래는 더욱 어려워졌다. 고건철은 지금의 육체에 대한 물리현실에서의 배타적 이용권을 포기할 마음이 없고, 입장이 변치 않을 가을은 경제적으로 숨통이 트인 까닭.
그러나 당연한 일이었다. 폭군에겐 일말의 유감도 없었다. 가을의 일터가 혜성의 계열사이니 폭군은 그녀의 고용주다. 거래와는 정말로, 정말로 무관한 의무가 아니겠는가.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드물기도 하다. 낙원그룹마저 손에 넣은 지금, 이 나라 경제의 절반 이상이 폭군의 영토이며 보다 적은 나머지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고로 그의 초대는 가을에게 업무의 연장이었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계속 걷던 중 서로 다른 향기가 겹쳐졌다. 정확한 시간에 나타난 급사들이 테이블을 준비했다. 순백의 테이블 위에 은빛 식기들이 반짝인다. 인간의 모든 식사가 물리적이었던 과거의 기준으로도 호화스럽기 짝이 없는 만찬이었다.
“앉아라.”
시중을 받는 가을의 안색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런 식사는 처음이네요.”
그 그늘은 회장이 기대했던 상품가치였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기괴하고, 상품가치를 말하자면 희소하다.
“들지.”
폭군은 상대를 기다리지 않았다. 뵈프 타르타르를 젓가락으로 휘젓는다. 뭉쳐진 소고기 육회가 풀어지며 깨진 노른자가 뒤섞였다. 가벼운 후추와 버터 향이 났다. 흐트러진 생육을 바삭한 빵에 올려 크게 한 입 씹는다. 와작, 와작. 식초와 소금이 어우러진 상큼한 짠맛을 고기의 고소하게 아작거리는 질감이 뒤따랐다. 아주 연한 스테이크의 부드러운 속살 맛에 가깝다. 씹을 때마다 육즙이 풍부했다. 꿀꺽 삼키고서, 폭군은 있어야 할 반응을 기다렸다.
메슥거림은 없었다.
“흥.”
오히려 평소보다 강렬한 구토감이 치밀어야 정상 아닌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고건철은 느려진 속도로 식사를 재개했다.
“안 먹으면 쓰레기다.”
그가 시선도 주지 않고 던지는 말. 들은 가을은 가냘프게 한숨짓는다. 무릎 위에 두었던 손들이 이제야 식탁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식생활은 가상현실에서도 빈곤했다. 그녀는 현실에서 먹고 가상현실에선 굶었다. 현실에서의 식사는 매양 에너지 팩이다. 구매목록에 그 흔한 라면조차도 없었다.
이 시대에 라면만 먹는다, 라는 말은 물리현실에서의 식사를 뜻하지 않았다. 육체가 요구하는 열량을 에너지 팩으로 채우고 가상현실에서는 라면을 먹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이 시대의 한국인들이 누리는 최소한의 식도락이었다.
가상의 모든 식사가 물리현실보다 저렴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싸지만은 않다. 부유함의 상징이 된 물리적 식사의 값이 치솟으면서 가상의 음식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 덕분. 저렴함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면 된다. 요식업계는 전기신호에 불과한 음식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았다. 재현된 맛에 대한 지적 재산권이었다.
이는 사후에도 마찬가지였다. F등급의 가난뱅이들은 여전히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죽고 난 뒤에도 스스로 만들어 먹는 수밖에. 역시 허상에 불과한 허기를 달래기 위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현대 한국인들의 소득 대비 식비는 과거에 비해 조금도 낮지 않다. 정부는 세계 최저 수준의 비만율을 성공적인 복지의 증거로 삼는다.
그래서 가을의 소극적인 식사가 더욱 이채롭다. 거짓 슬픔일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회장을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린 원동력 중 하나가 욕망을 보는 안목이었기에.
전채가 치워질 때 가을이 물었다.
“오늘 저를 부르신 건, 그저 식사를 위해서였나요?”
“일단은.”
“다른 이유는 뭔가요?”
“다 먹고 말하지.”
먹기 불편해질 테니.
그러나 결국 많은 음식이 남았다. 수월한 식사가 오랜만인 폭군은 많이 먹어선 안 되었고, 가을은 처음부터 식욕을 보이지 않았다. 일찌감치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그녀는 고건철 회장의 식사가 끝나기까지 묵묵히 가다리고 있었다.
“이제 말씀해주시겠어요?”
식기를 놓은 회장이 가을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도 볼 때마다 시야가 훅 끌려들어간다.
“거래와는 별개인, 하지만 연관은 있는 제안을 하나 하겠다.”
“어떤…….”
“오늘부터 내 곁에서 일해라.”
쇠약해진 탓에, 그리고 간만의 식사 때문에 밀려드는 졸음을 쫓으며, 또한 불규칙한 심박에 가빠진 숨을 진정시킨 회장이 열병 걸린 환자처럼 말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아직 사람 사는 세상을 모른다. 아니라고 하고 싶겠지, 허나 나와 같은 높이에서 본 적은 없을 거다. 그러니 직접 보여주마. 도덕이니 규범이니 하는 것들이 실은 이익 추구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공공의 선이란 공공의 이익일 뿐이며, 사회는 그 이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에 불과하다. 그리고 죄는 다수의 이익을 빼앗는 소수의 이익이지. 그래서 죄를 짓는 병신들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무슨 말씀을…….”
“너는 이익이 무엇인지 아느냐?”
“…….”
“이익은 욕망을 채워주는 모든 것이다. 돈, 쾌락, 그 밖에 욕망을 채워주는 다른 요소들.”
가만히 응시하는 가을에게 고건철이 비틀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므로, 사람의 모든 것은 항상 더 큰 이익 앞에서 무의미해진다. 그것을 세간에선 진보라고 부르지. 보다 큰 이익에 맞게 규범과 시스템을 갱신하는 과정 말이다.”
이제 가을은 회장의 뜻을 깨달았다.
“회장님과 같은 세상을 보면 제 마음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래. 너를 망설이게 만드는 게 바로 그런 무가치한 규범들 아니냐.”
사랑 없는 육체관계. 그리고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 가을이 고개를 저었다.
“제 마음이 바뀌는 일은 없을 거예요.”
“경험해보지도 않고 예언하는 건가?”
“세상이 어떻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저하곤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바르지 않은 일을 피하기보다 겨울이 절망할 일을 피하는 것이다. 둘 사이엔 공통분모가 있지만, 같다고 할 순 없다.
“그래서, 거절하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고건철을 향해, 가을은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었다.
“제안은 받아들이겠습니다.”
“왜지?”
“지금의 회장님껜 간병인이 필요해보이니까요.”
결국 이 몸뚱이인가. 폭군은 코웃음을 쳤다.
========== 작품 후기 ==========
#차이
지난회 후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격려 말씀을 주셨습니다.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격려를 넘어서 해당 의견을 제시한 분들을 비난하는 내용도 많이 보였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예상을 했어야 하는 건데…경솔했군요.
이 일로 마음 상하셨을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상을 남겼을 뿐인데 비난을 받은 셈이니까요.
전에도 몇 번 말씀드렸듯이 의견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비난을 받는 건 바르지 않습니다.
#독자의 영역
작가에게 작가의 영역이 있듯이 독자에겐 독자의 영역이 있습니다.
감상과 의견을 제시하는 건 독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다만 여러 차례의 답변으로 작가가 작가로서의 입장을 확정한 문제에 대해 동일한 의견을 반복해서 개진하는 것은 강요로 보이기 쉽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의견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마세요.
예컨대 1화에 “현실 파트는 불필요하니 빼고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라고 달아주신 분이 계셨죠. 그것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는 그냥 읽는 사람이 판단하게 두세요. 나는 이렇게 느꼈다, 는 감상만 남겨놔도 사람들이 충분히 참고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느꼈으니 앞으로는 고쳐서 써라, 라는 의견도 곤란합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렇게 느끼는 것 같으니 고쳐서 쓰는 게 어떨까요? 라는 제안은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악감정이 들어간 의견은 더 이상 의견이 아닙니다. 표현하려는 것이 의견보다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Q&A – 오늘은 3개만 골라서 하겠습니다. 🙂
Q. 네모모서리님 : @(전략) 작가님은 세상이 (중략)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려면 이같이 선한 초인의 선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전작 주인공의 말버릇처럼 변화를 긍정하는 다수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양자 모두 필요하겠지만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람의 세상은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이고, 변화를 긍정한다는 것은 변화를 꾀하는 누군가를 다른 사람들이 긍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Q. 냐르님 : @사실 불필요한 댓글이지만 현실파트가 이 소설의 여러맥락과 결말로 가는 복선에 대한 전개등에서 너무나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사실 현실파트가 말도안되는 댓글들로 인해 줄어들은건 아닌지? 오히려 생각해봅니다…(후략)
A. 현실 파트, 특히 댓글을 축소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원래의 구상은 좀 더 자주,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형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초반에 그랬었죠. 하지만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을 수용하여 하나의 에피소드를 끝내고서 한꺼번에 몰아넣는 형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즉 제가 문제가 된 의견을 무시한 게 아닙니다.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받아들인 거죠. 그 뒤에도 같은 의견이 들어와서 곤란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한 회가 통째로 채팅인게 슬프다는 의견이 보이네요.
더 이상은 수용할 수 없으니 난처한 일입니다.
Q. 교역마차님 :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우주정거장에 있을 우주비행사들은 어찌 됬나요. 교대하고 보급받고 해야할텐데.
A. 앞으로 언급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구상으로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로켓 발사시설이 위치한 반덴버그 기지가 아직 미군의 손에 남아있고, 휴스턴도 멀쩡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당장 쓸 만 한 우주발사체가 없어서 러시아의 신세를 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만, 군사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굳이 탄도탄이 아니더라도 핵전쟁에 대비해 위성발사용으로 비축해놓은 예비 발사체가 많거든요. 하려고만 하면 우주정거장에 대한 보급은 어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