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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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라멘토 (2)
이야기는 10분 남짓으로 끝났다. 어차피 곧 지역 사령부에 도착하고 나면 브리핑이 진행될 것이었다.
북상한 임무부대는 새크라멘토 서쪽의 또 다른 도시, 우드랜드 시가지로 접어들었다. 이곳에서도 아직 교전이 진행 중이었으나 강도는 대단치 못했다. 그러므로 도심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는 이미 미군의 통제 하에 들어와 있었다.
겨울이 보는 외부 관측화면에 옛 거주지의 풍경이 비쳐진다. 광역권에 인접한 주거도시인지라 도심까지도 주택가로 이루어져있었다. 곳곳에 요새화된 가옥과 휘날리는 성조기들이 보인다. 본격적인 전장인 새크라멘토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중간 거점을 확보하면서 착실하게 점령구역을 넓히고 있다는 소식.
특기할만한 사항이 있다면 도시에 낀 흙빛이다. 혹독한 여름과 메마른 하늘이 만난 결과다. 이따금씩 따가운 모래바람이 불 정도였다. 농무부 입장에선 복구비용 문제로 걱정이 태산이겠으나, 국방부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었다.
에반스 중위가 청했다.
“Sir. 잠시만 바람 좀 쐬도 되겠습니까?”
겨울은 그러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만 괜찮다면요.”
전투상황도 아닌데 차내에 꼭 갇혀있을 필요는 없지만, 열린 해치로 들어올 뜨거운 공기가 문제였다. 그러나 다른 참모들은 선선히 끄덕여주었다.
“상관없지요. 어차피 금방 도착할 텐데 말입니다.”
그들을 대변하는 싱 대위의 승낙이 에반스 중위의 구원이었다.
지휘장갑차의 상부 해치는 여럿이었다. 후방에 둘, 중앙 포탑에 하나, 운전석에 하나. 겨울도 하는 김에 해치를 열고 뜨끈한 장갑판에 걸터앉았다.
열기는 그리 괴롭지 않다. 「환경적응」의 수준을 꾸준히 강화시킨 덕분이었다. 환경에 의한 불이익을 완화하는 보정. 여기에도 천재의 영역이 있다. 지금으로 예를 들자면 타고난 온도 내성.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꼴로 더위나 추위를 잘 타지 않는 사람이 되는 셈이었다.
‘어차피 전투력은 한계에 도달했으니까. 굳이 올리려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관제인격은 겨울의 모든 상호작용을 평가한다. 여기엔 부대지휘도 포함된다. 즉 현 시점에서 시스템적인 경험은 충분히 쌓여있었다. 전투기술에서 미답의 영역을 개척할 수도 있을 만큼.
그러나 「개인화기숙련」으로 말하자면 고작 한 단계 뿐이었다. 기술등급이 높아질수록 기하급수적인 소모를 요구하는 건 보정 전반의 공통이다. 하물며 천재도 아니고 초인의 영역임에야.
초인적인 사격을 한 단계 강화하기 위하여 포기해야할 기회비용은 천재적인 「독도법」과 천재적인 「암기」 능력을 비롯해 인간의 한계까지 향상될 강화보정 수십 종의 총합이었다.
정도는 다를지언정 다른 모든 전투기술들이 그간 실질적인 한계점에 도달했다. 대개 인간의 한계 내지는 그 한계를 갓 벗어난 수준을 달성했다는 뜻.
따라서 겨울은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질서가 무너진 세상이었으면 모를까, 이제는 종류가 다른 강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작은 도시는 금세 뒤로 물러났다. 밭과 대형마트와 공장들이 뒤섞인 도시 북부를 지나, 지평선을 향해 곧게 뻗은 길을 질주한다. 조금씩 사막화되어가는 들판과 농경지들은 개척시대에 침식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위로 제트 엔진의 소음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지역사령부가 위치한 곳이 다름 아닌 새크라멘토 국제공항이었기 때문이다.
에반스 중위가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빙빙 도는 꼴들을 보니 활주로가 부족한가 봅니다.”
겨울도 마찬가지로 높은 고도를 본다. 아무리 봐도 민간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대형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동체엔 미 공군의 문장이 식별된다.
“확장을 할 틈이 없었겠죠. 75연대가 공항을 확보한 게 겨우 보름 전인데.”
75연대, 레인저의 원래 역할이 공항 같은 핵심시설을 먼저 점령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기지가 된 것은 그 이후일 테니, 아무리 애를 썼어도 증설엔 한계가 있었을 터였다. 애초에 콘크리트가 굳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이윽고 새크라멘토 강에 걸린 다리를 건너자 공항의 전모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들어가는 도로 양편으로 무수한 국기가 바람에 나부꼈다. 보기에 말끔하니 원래 있던 것들은 아니었다. 성조기 옆엔 국제연합기도 보인다.
검문소 앞에서 헌병대에서 일시정지를 요구했다. 위병장교가 겨울에게 경례했다.
“데이비드 임무부대, 확인했습니다. 차단진지를 지나면 선도 차량이 붙을 겁니다.”
그런데 겨울을 보는 위병장교의 표정이 조금 묘한 느낌이었다. 싫다기보다는, 긴장된 호의의 그늘에 기이한 두려움과 경계감이 자리 잡았다고 해야 할까?
겨울은 이 느낌을 막 떠나온 데이비스의 전진기지(FOB)에서도 접한 바 있었다. 역시 같은 헌병대로부터였다.
‘소식이 벌써 여기까지 전해졌나…….’
계기는 주웨이 소교에 대한 조치였다.
헌병대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겨울이 헌병 소위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협조요청, 혹은 그 이상이 들어오지 않았겠는가.
혹은 협조요청을 받은 뒤에야 사건을 파악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더 높았다. 헌병소위가 그 일을 반드시 보고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쪽이든 겨울의 당부와 정보국의 요청 사이에 무언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겨울이 직접 요청을 했든, 정보국이 겨울을 감시하고 있었든 헌병대 입장에선 거리낌이 생길 수밖에. 겨울이 군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인상을 주었어도 할 말은 없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으므로.
‘그래도……그게 최선이었지. 재산에 관한 건 헌병대가 어떻게 해주지 못할 일이고.’
위태로워 보이던 그녀를 위해서라도 변화는 확실한 편이 나았다.
선도 차량을 따르던 장갑차가 낯선 언어의 한복판을 통과했다. 미군과 완벽하게 동일한 장비를 사용하는 동맹군의 진영이었다. 길가에 있던 병사들이 겨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조금 지나서는 또 다른 동맹군의 진영이었다. 헌데 이번엔 장비 수준에서 차이가 났다. 인간의 몸에서 나는 악취도 맴돌았고. 주둔지 전체에서 빈곤의 색채가 묻어난다. 이쪽의 병사들은 명백히 지쳐있었다. 육체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저런 친구들을 보면 짠한 기분이 듭니다.”
어느덧 에반스의 맞은편으로 올라온 포스터 중위가 하는 말.
“망명정부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혹은 돈을 얼마나 쓰는가. 예산을 할당하는 분들 입장에서야 앞날을 대비하는 거라고 하겠지만, 당장 내일이 없을지도 모를 저치들은 어쩐답니까. 희생은 언제나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군인들의 몫이로군요.”
망명정부들은 돈이 있어도 쓰지 않는다. 병사들의 희생에 고마운 줄 모른다. 그런 논란이 현재진행형이었다. 난민에게 배타적인 성향의 언론들에겐 정말 좋은 소재였다.
정부를 떠나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긴 했다. 군인이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 누가 군인을 하라고 떠민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군인이 되었으면서 왜 본인의 의무에 생색을 내려고 하느냐는 이들.
징병제인 국가는 예외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별다른 말을 더하지 않는 사이에 우울한 풍경도 지나갔다. 격납고를 지나서 5분 남짓한 목적지는 공항 본관이었다. 정지한 선도 차량으로부터 헌병장교가 하차했다. 그는 장갑차 상판에서 뛰어내린 겨울과 밖으로 나온 참모들 앞에서 펼친 손으로 방향을 알렸다.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겨울과 참모들은 1층에 마련된 브리핑 룸으로 가도록 되어있다. 내부는 많은 인파로 번잡했다. 이제 막 항공편을 타고 온 증원 병력이 바닥에 줄지어 앉아있는 모습도 보인다.
브리핑 룸은 본디 어느 여행사가 사무실과 접수대로 썼을 법한 공간이었다.
겨울이 로저스 소장에게 경례했다. 그는 반원형으로 배열된 좌석을 비스듬히 마주보는 상석에 앉아있었다. 소장을 비롯해 먼저 와있던 전원이 겨울에게 답례했다.
“직접 보기는 오랜만이군.”
“예.”
“이쪽으로 앉지.”
감정이 결여된 음성. 앞줄, 가까운 자리를 권하는 소장에게선 반가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딱히 겨울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똑같이 대하는 사람이었다. 겨울은 변화가 없다는 점에 오히려 안심했다. 바뀌었으면 이유를 골몰했을 것이다.
조금 이른 도착이었으므로 참석자들 간에 자그마한 잡담이 흐른다. 겨울을 흘깃거리기도 했으나 다른 인원과 겨울 사이엔 간격이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의 자리다.
정물(靜物)처럼 지도를 보던 로저스 소장이 불현 듯 던지는 질문.
“한 소령. 스트릭랜드 소장님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가?”
“……Sir?”
“귀관의 안부를 물으시더군.”
스트릭랜드 소장? 잠시 기억을 더듬던 겨울을 향상된 「암기」 보정이 도왔다.
“혹시 반덴버그 공군기지 사령관이셨던 스트릭랜드 준장님과 같은 분이십니까?”
“그렇다. 지금은 공군 기동사령부(Mobility Command) 부사령관으로 영전하셨다.”
“…….”
선뜻 답하지 못하는 겨울. 그도 그럴 게, 안다고 하기가 애매했다. 메마른 나뭇가지 같던 준장은 최연소 전쟁영웅의 얼굴을 보겠다고 와서는 정말로 가만히 보기만 하다가 딸을 위해 싸인을 받아갔을 뿐이었으니. “싸인.” 딱 한 마디로 요구하던 과묵한 장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슷……하진 않은가.’
스트릭랜드 쪽은 정말 짧게 만났을 뿐이지만, 로저스의 과묵함과는 성질이 많이 달랐다.
“왜 대답이 없나?”
다시 묻는 로저스의 음성은 평온하다 싶을 만큼 고저가 없었다. 겨울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답변 드리기가 애매한 질문이어서 그만.”
“애매하다?”
“예. 전에 잠깐 뵌 일은 있지만 정말로 잠깐이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15분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아는 사이라기엔 많이 모자랍니다.”
“흠. 정확하게 언제였지?”
“제가 샌프란시스코로 배치될 때였습니다.”
“페어 스트라이크 작전 건으로?”
“예.”
“스트릭랜드 소장께서 귀관을 만난 것도 작전의 일환이었나?”
이쯤 되니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든다. 로저스 소장은 불필요해 보이는 일도 필요해서 하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캐묻는 이유가 무엇일까. 착석한 다른 임무부대장들도 자신들의 대화를 그치고 의아한 낯빛이 되어있었다.
당장은 로저스의 속을 알길이 없어, 겨울은 있는 그대로 답변했다.
“아닙니다. 그분께선 그냥 싸인을 받으러 오셨을 뿐입니다.”
“……싸인이라고?”
“따님께 줄 거라고 하셨습니다.”
큭. 시야 밖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급히 억누르는 기척. 그러나 로저스는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천천히 겨울을 뜯어보다가 확인하듯 말했다.
“보아하니 귀관은 알라모 1이 그분의 딸이라는 사실도 몰랐던 것 같군.”
“……예. 몰랐습니다.”
설마 군인일 줄이야. 알라모 1이라면 알라모 3, 펠레티어 대위의 편대장이었다.
“그런가.”
곱씹던 로저스 소장이 다시 한 번 끄덕였다.
“그런가. 우연의 일치인가. 귀관의 또 다른 배경은 아니었다는 뜻이군.”
“…….”
겨울은 이제야 겨우 로저스의 의도를 깨달았다. 헌병대에 있었던 일을 어느새 로저스 소장도 알고서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스트릭랜드 소장이야 알라모 편대장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새삼 안부를 전했을 뿐이었겠으나, 로저스 소장 입장에서는 공교롭게 느꼈을 법 했다.
좌중은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이들은 아직 경위를 모르는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면 독대하는 자리를 만드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던 겨울은, 어차피 번질 소문이라면 논란의 여지를 미리 없애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로저스는 충분히 유능한 인물이다.
그가 하는 말.
“귀관도 힘들겠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기회가 닿는다면.”
대화를 끝낸 소장은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늦는군. 회의 예정시각은 아직 아니었으되, 엄격한 지휘관의 성미엔 조금 일찍 도착해야 적절했다.
========== 작품 후기 ==========
#Q&A
Q. dhsde님 : @ 종말 이후 세계관을 클리어 하기 위해선 인간이 멸종할 확률만 낮추면 되는거니까 지성을 획득한 변종이 인간을 사육하거나 극소수 남은 인간을 굳이 몰살시키지 않고 방치하는 식으로 공존하는 엔딩이 가능한가요? 아니면 유료 디엘씨 사용자가 초과학패키지 같은걸로 변종을 제어해서 인간이나 변종이 공존하는 엔딩을 보는건 가능한가요?
A. 변종이 인간을 사육할 이유는 숙주 확보 뿐일 텐데, 변종의 번식력이 이미 인간보다 우월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공격을 멈출 이유도 없습니다. DLC를 이용한 변종 지배는 부분적으로 가능합니다.
Q. 14C2A58H2님 : 일반적으로 세균이나 곰팡이류는 대부분 어느정도 습기가있어야보존가능하듯 감염 복합체도 일반적인상황에선 오래못가는군요. 그리고 봉숭아물드는거처럼 상처없이 스며든다는거겠죠 @것보다 우리히어로 볓빛아이 언제 히로인 겨울군을 구출할것인가? 나쁜 악당들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가을겨울이를 구출하라
A. 아닙니다. 상처가 있어야 감염이 가능합니다. / 만약 그렇게 된다는 전제 하에, 별빛 아이가 과연 어디까지 악당이라고 판단할까요?
Q. 딸기우걱우걱님 : @어째서 자동샷건이죠? 우리에겐 역사깊은 더블배럴 샷건이 있습니다
A. 빠르고 작은 표적을 그걸로 상대하려면 보통 높은 실력이 아니어야 합니다. 총기 전문가들 중엔 샷건이 호신용으로 부적합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Q. KTH님 : @인류가 역병을 박멸하는게 먼저냐 역병이 진화해서 인류를 박멸하는게 먼저냐… 마치 게임중에 역병 주식회사 같은 느낌… / @변종의 변이성이 굉장한거 같은데 나중에 날개달리고 감염돌기를 사출하는 개체도 등장하면 인간은 이제 망할거 같군요 헬기나 비행기에 버드스트라크 해버리고 지상군은 비장갑병력에겐 울프팩처럼 일격이탈…여기에 체액도 산성으로 바뀌면 장갑병력도 녹아나겠네요
A. 예전에 다른 분께 답변드렸듯이, 내산성 코팅을 거친 장갑차량은 데들러의 폭발에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단, 모든 차량이 코팅을 받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긴 합니다.
비행개체의 경우 상대가 전투기와 헬기입니다. 특수변종으로 막 등장했을 땐 비행성능(?)이 아무래도 좋지 못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본격적인 공군을 상대로 효력을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다못해 대공포만 하나 갖다놔도 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버드 스트라이크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공미사일과 같은 수준의 가속 및 방향전환이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