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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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민완기가 보완하고 나섰다.
“좋은 생각입니다. 아예 종교인들끼리 모아 조를 편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종교활동 역시 조별로 하도록 정하면 더욱 좋을 테지요. 어차피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서라도 그룹 편성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는 말에 여백을 넣었다. 생각을 정리하듯 턱을 쓰다듬는다.
“일단 그렇게 만들어두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겁니다. 종교인들의 소모임이 있다고. 만약 첩자가 있다면 얼씨구나 좋다고 하겠지요. 사이비들의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가 ‘교회 빼앗기’잖습니까. 멀쩡한 신앙 공동체 안에 들어가서 동조자를 확보하고, 기존의 지도자를 쫓아내는 추잡한 방식 말입니다. 조장 급 인원들에게만 따로, 경계하라고 일러두면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겁니다.”
모르는 척 듣고 있지만 겨울이 이미 생각하고 있던 바의 하나였다. 경험했으니까. 한 번의 종말은, 미친 종교가 번진 탓에 공동체의 총체적인 붕괴로 막을 내렸던 적이 있다. 대역병이 신의 뜻이라던가. 모두 신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고, 일부러 감염을 퍼트렸다.
그런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언제나 광기 어린 종교의 출현을 경계해왔다. 이를 막을 방도 또한 골몰한 것이 많았다.
건전한 신앙인에게 힘을 주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아직 누가 건전한지 모르는 마당이다. 애당초 건전한 신앙인 자체가 의외로 찾기 힘들었다.
먼저 의견을 말하지 않은 것은, 두 사람에게 역할수행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조직 운영에 실제로 참가했다는 인식 자체가 하나의 동기부여다. 부장으로 선출된 직후이니만큼,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주는 편이 좋을 것이다.
“두 분 정말 훌륭하세요. 동감입니다. 뭔가를 할 때마다 사람을 새로 모으는 건 부적절한 일이죠. 조를 편성하되, 종교인들끼리 묶어주세요. 명부에 종교도 나와 있죠? 최악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조만 잘라낼 수도 있을 거예요. 조장 임명은 부장님들께 위임하겠습니다. 나중에 제게 알려주시면 돼요. 이런 걸 사후승인이라고 하던가요?”
겨울이 덧붙였다.
“그리고, 특별조를 하나 따로 만들어주세요.”
“특별조라고 하시면?”
질문은 민완기의 것이되 궁금하기는 두 사람 모두다. 겨울이 답한다.
“글쎄요, 일단 전투조라고 불러야 할까요? 무슨 일 있을 때 즉시 대응할 무력이 있다는 게……많은 걸 달라지게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동맹 내부적으로 말이죠.”
과시할 필요는 없다. 다른 조직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알게 될 테고, 지나친 과시는 전투조원들에 대한 쓸데없는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다.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작은 대장님은 생각보다 현명하시군요.”
“민부장님, 혹시 아첨하시는 건가요?”
농담에 가까운 겨울의 힐난. 민완기는 어깨를 으쓱인다. 사실이잖습니까. 장연철이 다시 초조해 보인다. 아무래도, 이런 면에선 좀 소심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아무튼, 전투조장은 예외적으로 제가 지정할게요. 바깥에 나가면 분대장을 겸해도 될 것 같고……. 다른 분들에겐, 제가 특별히 믿는 사람들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누굴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음……. 우선은 한 명.”
그러더니 소년이 이름을 크게 부른다.
“이유라 씨!”
“네! 네? 저요?”
거리를 두고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그 가운데 이름 불린 여인 혼자,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우물쭈물 일어섰다. 겨울이 방긋 웃으며 말해주었다.
“유라씨가 첫 번째 전투조장입니다!”
“예? 전투조장? 그게 뭔데요?”
“나중에 여기 두 부장님들이 설명해주실 거예요! 일단 제가 결정한 거라고만 알고 계세요! 아, 오실 필요는 없어요! 거기서 그냥 쉬고 계세요!”
“아니, 저기……대장님? 작은 대장님?”
당황하는 그녀를 멀리 둔 채 겨울은 원래의 대화로 돌아온다. 연철이 근심했다.
“괜찮겠습니까? 제 생각이긴 한데, 아무래도 유라씨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 뭐냐, 위험한 일에 자원한 걸 보면 용기는 있겠지만, 같이 다녀온 남자 분들 말씀으론 영 부족하다고 하던데요.”
“자질은 제가 만들어줄 거예요. 무엇보다 믿을만한 분이거든요. 이건 같이 뛰어본 소감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 네…….”
자질을 만들어주겠다는 말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었다. 영향력을 확대해 공동체 관리권한을 취득하면, 구성원이 획득한 경험치를 관리할 수도 있다. 겨울이 끌고 다니면 성장은 빠를 터. 이 바닥에서 흔히 버스 태워준다고 하는 짓이다. 그 효율을 높여줄 「교습」 기술도 보유한 마당이었다.
“그럼 마약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화제를 바꾸는 연철에게 겨울은 같은 질문을 돌려주었다.
“장 부장님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으세요?”
상대를 거듭 직위로 호칭하는 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다. 직위라는 건, 조직 내의 서열과 상호관계를 포함하니까.
침묵은 조금 길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답이 없는 문제다. 연철은 인상을 찌푸린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내는 의견도, 스스로 못미더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종교 문제처럼 조장님들에게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하는 것 외엔,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하는 방법 밖에 없겠네요. 그래봐야 땅에 파묻으면 그만이라 효과가 있을지…….”
이어 민완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소지품 검사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우리 조직에 의탁하는 건 저 살기 위함이고, 사유재산이 침해될 것 같으면 온갖 말이 다 나올 테니까요.”
“아니 누가 빼앗는답니까?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알려주면 되죠. 그리고 사유재산이라고 부를 게 남아있긴 한가요? 다들 빈털터리 신세인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투덜거리는 장연철에게 민완기가 침착하게 설명했다.
“물론 가진 게 없지요. 없어서 더한 겁니다. 일단 묻겠습니다. 깨끗한 옷 한 벌, 쓰지도 못할 달러 뭉치, 뚜껑 따지 않은 화장품, 새것으로 남아있는 면도칼이나 칫솔 따위를 열심히 감추는 모습들, 정말 한 번도 본적 없습니까?”
“어…….”
대답하지 못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민완기의 말이 이어졌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릴까요? 없으니까 더한 겁니다. 이건 내 거라고 필사적으로 아껴두는 사람들을 보세요. 남에게 알려지는 것조차 꺼려하지요. 훔쳐가거나 빼앗길까봐. 아무리 훌륭한 명분이 있어도 받아들이기 싫으면 불만이 생기고, 불만이 생기면 뒷말이 돌기 마련입니다. 사실 소지품을 검사하는 건 속셈이 따로 있다고들 떠들겠군요. 세 사람이 외치면 호랑이가 어흥 하는 법이에요.”
마지막에 호랑이 어흥이 나름 재치 있었다고 생각했나보다. 빙그레 웃으며 번갈아 보는데, 별로 재미없었다. 민완기는 정색하고 남은 생각을 풀었다.
“장 부장님. 우리 동맹은 이제 막 만들어진 조직이에요. 작은 대장님 개인에 대한 호감, 아니면 타산적인 기대감으로 뭉쳐져 있을 뿐,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고 신뢰고 없는 단계란 뜻입니다. 뭐 이런 일로 분해되기까지야 하겠습니까만,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되거든요.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첫 시작이 중요합니다.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연철이 곧바로 반박했다.
“민 부장님은 너무 부정적이십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네요. 마약이 퍼지고 나면 그 때야말로 진짜 대책이 없을 겁니다. 그에 비하면 개개인의 불만은 사소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정 싫으면 그냥 나가라고 하지요. 그 정도 판단도 불가능한 사람이라면 우리 조직에 필요 없습니다. 있을 자격도 없어요!”
자신이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서, 연철이 주위를 살폈다. 호기심과 불안 어린 시선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소리를 낮춰 다시 말했다.
“아까 작은 대장님은, 앞으로 우리 동맹이 다른 어떤 조직보다 살기 좋아질 거라고 하셨지만……엄밀히 말하면 그 말씀 틀렸습니다. 「겨울동맹」이 이미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우두머리가 착취자가 아니라 공급자인 조직이 또 어디 있나요? 조직의 수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는 조직은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진정하세요. 언성을 높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새 또 몰두하여 목소리가 강해지는 연철이었다. 겨울이 말과 손짓으로 진정시켰다. 연철은 얼굴을 붉히며 미안하다고 했으나, 기실 겨울은 그의 말이 제법 괜찮았다. 자기 칭찬이라서가 아니다. 감정으로 반박하는 사람은 자기 말을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그랬었지.’
자식을 팔아넘기면서 그걸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고 말했던 사람.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는 자식에게 진심으로 반론하는 부모는 진실로 꼴불견이었다.
믿음은 감정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연철은 지금 자기 말을 있는 그대로 믿고 있을 것이었다.
겨울은 속에 구르는 돌의 무게를 떨치며, 조용해진 두 사람을 격려했다.
“두 분 말씀 잘 들었어요. 입장 차이는 있어도 모두 진심 같아서 듣기 좋았네요. 열의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한 일인데요 뭐.”
부끄러움을 감추는 장연철, 턱을 쓰다듬는 민완기. 후자는 겨울의 의견을 묻는다.
“항상 말씀하시는 것처럼, 작은 대장님은 미군의 간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빨리 써먹고 싶어 하겠지요. 대장님이 자리를 자주 비우게 될 걸 생각하면 조직은 빠르게 안정시킬수록 좋습니다. 그러니 이 결정도 서둘러야겠지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럼 소지품 검사는 없는 걸로. 조장 되실 분들의 눈을 믿어보지요.”
연철이 신음했다. 민완기라고 표정이 밝진 않았다.
“자꾸 대안 없이 걱정만 하는 것 같아 면목 없습니다만, 조장들의 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조장을 가려내더라도, 결국 이런 경험 없는 평범한 사람들뿐이지요. 한꺼번에 많은 일을 맡기면 모든 일을 망쳐놓을 지도 모릅니다. 뭔가 다른 생각은 없으십니까?”
“있어요.”
가벼운 수긍. 물으면서도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던 모양이라, 민완기가 말없이 눈만 깜박거렸다. 장연철은 눈치를 살핀다. 겨울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 난리가 나기 전에도 마약은 국경을 넘어 다니지 않았나요?”
아아. 거의 동시에 이해한 두 사람의 감탄성. 말은 이어졌다.
“우리 동맹의 취지를 말씀드릴 때, 국적에 무관하게 받겠다고 하긴 했지만……언어장벽이 만만치 않잖아요? 합류할 사람들은 거의 다 한국인일 거라고 봐요. 즉 영향력 문제로 우리 동맹에 시비 걸어올 조직들은 다 한국계일 거란 뜻이죠. 그런데 제가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울 때, 가까운 깡패가 적이면 멀리 있는 강도와 친해지는 게 기본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약 파는 한국인의 경쟁자는 마약 파는 일본인과 마약 파는 중국인일 테니,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죠. 당신네 경쟁자들에 대해 아는 거 있느냐고.”
“하하하!”
민완기가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웃었다. 보는 눈이 바뀐 것을 느낀다. 대화를 듣지는 못해도 이쪽으로 주의는 기울이던 사람들은 분위기가 좋은 듯 하자 영문 모르고 덩달아 좋아했다. 예외도 있었다. 이유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쩔쩔 매는 중이다. 질문을 받아도 영문을 모르니 곤란하겠지.
“당장 저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중엔 분명 국적 다른 조직에서 온 사람도 있을 걸요? 「흑사회(허이셔후이)」건 「주길회(스미요시카이)」건 저랑 어떤 식으로든 인사를 해두고 싶지 않을까요?”
“어, 그런데 말입니다.”
연철이 머뭇거렸다.
“거기서 정보를 얻는다 쳐도 첩자를 걸러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요?”
“그건 기대 안 해요.”
“하면 무슨 말씀이신지…….”
“세계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던걸요. 전 마약 흘러나오는 구석을 찾아서 밟아놓을 생각인데요?”
연철의 입이 벌어졌다.
“당하기만 하는 삶은 지긋지긋해요.”
그렇다. 몸 있던 시절의 수동적이었던,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자신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트라우마다. 울컥 치미는 응어리와 해방감,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소년은 거침없이 말을 쏟았다.
“난 착하기만 한 사람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누구는 이걸 예방전쟁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맞나요? 내 사람들에게 팔 마약 가진 놈들을 싹 다 조져버리겠어요. 박살을 내버리겠다고요.”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았다. 어쨌든 입지는 가장 좋았으니까.
착한 사람이 착하게 남아있으려면, 경계를 확실히 긋는 편이 좋다.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으니까.
============================ 작품 후기 ============================
1. 퉁구스카는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우리의 가슴 속에, 마음에,
같이 살아가지 않아…
2. 이제 수요일…아니, 다음주…아니, 다음달까지 연재를 쉬면 되겠군요.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3. 독자여 독자여 추천을 누르라
누르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