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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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21페이지, 캠프 로버츠
식량이 떨어져 가는데,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구호헬기를 보낸 건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구호가 필요한 곳은 많고 항공기는 부족했다. 차량을 통한 보급은 위험과 손실 가능성이 너무 높아 보류되었다. 아직 연락은 닿는 모양이지만, 미국 정부가 캘리포니아 일대의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재고가 충분치 않았던 위생용구는 일찌감치 바닥났다. 사람들의 마음씀씀이가 더욱 더러워졌다.
계절은 늦가을에 접어들고 있었다. 캠프 로버츠는 월동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난방대책도 필요했고, 식량이나 물자도 충분하지 않았다.
캠프 내 난민들도 지원자를 받아 필요한 것들을 구하러 나가기로 했다. 기지 사령관이 난민 대표들을 불러다가 의견을 모았다. 울타리 바깥을 배회하는 살아있는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으므로, 지원대상 또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아야 공정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은 사람만 아니라면 누구든 살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동기는 물론 공정함이 아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죽음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을 뿐이겠지만, 사령관이 허락했다. 그런 이유로 미성년자나 노약자에게도 지원자격이 주어졌다. 아이와 노인을 돌보던 문명의 울타리는 사람들의 합의에 의해 사라졌다.
캠프에 합류한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인력관리를 담당했다. 배급표는 임무 지원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었으므로, 혹여 식량이 부족해진다면 가만히 있는 사람은 굶어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나가기를 거부하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굶어죽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차피 죽기는 매한가진데, 그래도 저 밖에서 산채로 뜯어 먹혀 죽는 것보다는 안전한 곳에서 아사(餓死)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보는 모양이다. 식량부족이 그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군도 이들에게 참가를 종용하지 않았다. 작전 중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함께하는 미군에게도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플레이어의 선택 : 물자조달 임무를 받아들인다.」
나는 달랐다. 영양 부족으로 기진하게 된다면, 식량부족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죽게 될 수도 있다. 그 전에 발버둥 쳐보고 싶었다.
모집소에 가서 자원하겠다고 했더니, 마침 사무실에 있던 장교 중 하나가 날 도로 끌고 나왔다. 로버트 캡스턴 중위. 미군 장교들 가운데 온건한 편에 속한다. 그가 말하길, 중간 관리자 가운데 소속이 따로 없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던가. 미성년자라서 소외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굶어죽지 않을 만큼 배급표를 챙겨줄 테니 재고하라고도 했다.
「AI 도움말 (통찰 4등급) :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공동체의 안정성 상향보정. 온건성향 미군 장교들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음. 공동체 내 플레이어의 영향력 증대. 플레이어의 지도력에 상향보정. 거절할 경우 플레이어의 의지, 매력, 지도력에 상향보정.」
「플레이어의 선택 : 그래도 물자조달 임무에 자원한다.」
그에게 호의는 고맙지만 그래도 나가고 싶다고 거절했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있고 싶지 않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캡스턴 중위는 아연한 표정이었으나 나를 억지로 붙잡진 않았다. 그저 살아서 돌아오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좋은 사람은 어느 때라도 있다. 이런 시기에도 중위 같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스럽다.
#물자조달, 캠프 로버츠
이런 설정이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의 상황은 영상과 저널을 통해 제공되는데, 설정된 국적과 성별, 나이, 직업, 특성, 시작지점 설정에 따라 달라지곤 했다. 동일한 조건으로 재시작하더라도 완전히 같은 내용이 반복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번 죽고 번번이 재시작하면서도 저널을 눈여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독백 형식으로 제공되는 저널은 플레이어의 상황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저널을 진행하는 가상인격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플레이어의 성향을 파악하여 보다 정교해진다.
소년에게 저널 보기가 지루한 일은 아니었다. 독백은 나레이션으로 깔릴 뿐, 실제로는 가상현실로서 체험하게 된다. 다만 플레이어가 말과 행동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결과를 일방적으로 느낄 뿐. 비유하자면, 4D 영화의 궁극적인 발전형이라 하겠다.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벽빛 하늘 아래, 누렇게 변색된 백색 텐트와 우중충한 군용 텐트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캠프의 규모는 도시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플레이어에게만 보이는 홀로그램 안내를 따라 임무를 찾아가는데, 가까운 곳에서 둔탁하고 낮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이 게임을 처음 할 땐 영문을 몰랐다. 지금은 소리만 들어도 안다. 사람을 날붙이로 콱 찌르는 소리였다. 배를 움켜쥔 중년인을 앞에 두고, 챙그랑- 칼을 떨어트린 여자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소년을 발견한다. 흠칫. 굳어있기도 잠시, 소년을 경계하며 죽어가는 남자로부터 배급표를 빼앗아 달아난다. 소년은 찌푸린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보기만 했다. 이 게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번 죽어가며 이벤트를 진행해봐서 아는데, 저 여자는 조직의 말단에 불과하다. 추궁하겠다고 따라가면 해당 조직의 행동대를 전부 상대해야 했다.
사람은 찌르는 부위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 소년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필연적인 경험이었다. 저 울타리 밖의 적들, 감염변종도 모체는 인간이다. 찌르는 감각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가상현실 세계관 「종말 이후(Day after apocalypse)」에서, 악한 성향의 인간은 감염변종보다 더 큰 위협이었다. 성향이 선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에 몰리면 살인을 저지른다. 결국 사람을 죽이지 않고서는 진행이 불가능한 세계관이다.
증강현실 홀로그램으로 「시청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77건. 로그를 확인하세요.」 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아까부터 깜박거리던 알림이다. 내키지 않았지만, 소년은 메시지 로그를 열었다. 시스템 로그와 일반 메시지 로그, 시청자 메시지 로그 등으로 구분된 반투명 윈도우가 떠올랐다. 시청자 메시지는 방송 공개 게임에서만 활성화된다. 탭을 조절하자 색상 다양한 문자열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도도한공쮸♡ : 오빠 저 여자 왜 안 쫓아감?」
「SALHAE : 쫓아가서 죽여! 너는 SALHAE한다, 고로 존재한다! 여자는 하반신만 있으면 돼! 죽이고 범하는 것이 바로 남자의 길! 누가 진짜 남자냐? 니가 바로 진짜 남자! 얼마나 진짜? 존나게 진짜! 너는 10점 만점에 12점인 진짜 사나이! 고민은 여자나 하는 거야! 망설일 것 없어! 저질러버려!」
「ㄹㅇㅇㅈ : 씨발 위엣놈 미친 새낔ㅋㅋㅋㅋㅋ 방송 진행자 나이를 보고 말해라」
「캐쉬미어 : 사후보험 적용 대상자는 가상현실 연령제한 없지 않음?」
「반닼홈 : ㄹㅇㅇㅈ 씹선비질 오지구요- 캐쉬미어는 아는 척 오지구요- 오지면 오지명?」
「려권내라우 : 오지명이라니, 그게 언젯적 사람인데…반닼 노인인증…할배, 꼬추 서요?」
「금수저 : 어휴 천민새끼들」
확 깬다. 공개방송이 처음인 소년으로서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른 로그 창을 닫았다가, 몇 번 망설인 끝에 다시 창을 열어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넣었다. 가상현실의 「텔레타이프」 모듈은 사용자의 생각을 순간적으로 문장화하며, 언어의 차이가 있을 경우 자동으로 번역한다. 그러므로 생각과 입력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한겨울 : 사전에 공지한 것처럼 훈수는 받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고운 말을 써주세요.」
그러고는 창을 얼른 닫았다. 도착한 메시지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보였으나 그 내용을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심한 거부감과 불쾌감이 들까. 소년은 오한을 느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슴 속의 돌이 굴러다녔다. 여기저기 부딪혀서 꽤나 아프다. 애써 무시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따를 수 있는 임무 표시는 여럿이었다. 선택에 따라 앞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러나 정한 바가 있었으므로 망설이지 않는다. 목적지에는 차량 행렬이 대기하고 있었다. 소년이 생전에 보았던 미군과 사뭇 달랐다. 시대적 배경이 지난 시대, 21세기 초엽인지라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 생물학적 재해로 인한 인류멸종은,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세기 중반의 지구를 배경으로 삼으면, 아무래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용자의 잠재의식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관제 AI가 차량의 이름을 표시해주었다. 행렬 앞뒤로 기관총이 탑재된 사륜구동 차량(험비)들이, 중간에는 군용이라 특이한 형상의 트럭들이 줄지어 있었다. 기름도 조달하려는지 위장색이 칠해진 군용 탱크로리(M978A2) 두 대가 정 가운데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차량 주변은 엄격히 통제되어 있었다. 혹시나 난민들이 차량을 탈취하려고 시도할까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소년은 얌전히 줄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지원자들은 몸수색을 받은 뒤 방탄복과 방독면, 더플 백을 하나씩 지급받았다. 무기는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 나눠준다고, 몸수색을 담당한 상사가 기계처럼 반복했다.
순서가 돌아오자 껌을 우물거리던 흑인 상사는 상당히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작아! 이런 녀석도 지원을 받나?”
“강제가 아니니까요.”
옆에서 병장이 대꾸했다. 상사는 낯설지만 병장과는 안면이 있었다. 그는 힐끔 곁눈질하더니 말을 이었다.
“로보캅 중위님이 좋게 보는 녀석입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자원했다더군요.”
“그걸 어떻게 믿어?”
“소속 조직이 없습니다. 영어도 곧잘 하고, 최근에는 일본어나 중국어도 몇 마디씩 주워섬기는 것 같더군요. 지원자들 통제할 때 쓸모가 있을 겁니다.”
로보캅은 로버트 캡스턴의 별명이었다. 이름과 성의 앞부분만 따로 읽으면 발음이 비슷하다는 게 이유였다.
일본어와 중국어 운운하는 것은 소년이 경험치를 투자해 습득한 기술을 이른다. 원래 알고 있던 게 아니라, 시스템 보정으로 작동하는 번역기에 가깝다. 사회성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종말 이후」에서 언어는 굉장히 중요한 생존기술이었다.
상사가 묻는다.
“너 몇 살이나 먹었지?”
역시나, 잠재의식과 상황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인터페이스, 관제 AI의 도움말이 홀로그램으로 출력되었다. 상황에 맞는 대사나 키워드, 힌트 따위를 보여주는데, 이는 플레이어의 지적 능력(지력)과 「통찰」, 「간파」, 「기만」 등 리더십 계열 기술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단순히 설정상의 나이를 보여줄 뿐이다. 거짓을 말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소년은 솔직하게 답했다.
“열일곱입니다.”
“열일곱? 젠장, 열둘이 아니고? 동양인들은 겉만 봐선 나이를 모르겠다니까.” 그렇게 투덜거린 상사가 몸수색 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텁텁. 대강 짚는 손길에 걸리는 게 없음을 확인한 일병은 소년에게도 앞서 지나간 사람들과 같은 방탄복과 방독면, 더플백을 안겨주었다. 전염병이 공기로 전파된다는 증거는 없지만, 되지 않는다는 증거도 없다. 상사는 특별한 지시가 없는 이상 임무 중 방독면을 벗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통과하고 나서 통제에 따라 가설 막사로 들어간다. 미군 병사들이 지원자들을 순서대로 자리에 앉혔다. 국적에 따라 분류하는지 근처는 태반이 한국 출신이다. 수군거리는 말들이 모두 한국어였다. 개중 몇은 소년에게 인사를 건넸다. 내키지 않았으나 답례했다. 무시해서 좋을 것이 없다.
자리가 꽉 차기를 기다려, 단상에 오른 로버트 캡스턴 중위가 병사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프로젝터가 백색 스크린에 빛을 쏘았다. 나타난 것은 지도였다. 중위는 아래를 쭉 둘러보더니, 통역으로 삼을 몇 명의 난민을 앞으로 불러냈다.
“호명된 분들은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통역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년을 비롯해 불려온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마이크에 대고 딱딱 손가락을 부딪쳐 주의를 모으고는, 펼쳐놓은 지도를 토대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우리가 향할 산 미구엘 카운티의 지도입니다. 보시다시피 그리 큰 마을은 아니지요. 원래 인구가 3,300명쯤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우선 1차 목표는 마을에 딱 하나 있는 주유소입니다.”
그가 가리킨 주유소는 101번 국도에서 마을로 빠지는 길목 교차로에 바로 위치하고 있었다.
“대열은 여기서 정지할 겁니다. 탱크로리를 채우면서 여러분을 기다릴 계획이죠. 여러분은 두 개 조로 나누어 물자를 확보하러 가시게 됩니다. 첫 번째 목표는 주유소 남쪽으로 두 블록 가면 있는 교회입니다. 대피령이 발령되었을 때 임시 대피소로 쓰였으니 상당한 물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목적지는 좀 멀긴 한데, 북쪽으로 네 블록을 올라가면 여기 14번가 중심부에 식당과 제분소가 있어요. 식량을 가장 확실하게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니 위험부담을 감수할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서, 그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들으신 대로 제분소 쪽으로 가는 게 좀 더 위험합니다. 여러분은 이번 임무에 용감하게 자원하신 분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묻고 싶습니다. 제분소 쪽으로 가기를 희망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손을 들어주십시오.”
소년은 이 말을 그대로 통역한 뒤 곧바로 손을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말해놓고 스스로 손을 든 것처럼 보였다. 캡스턴 중위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이채롭게 소년을 바라본다. 호감도 상향보정 로그가 여러 번 표시되었는데, 미군 쪽이 더 우호적이었다. 그 가운데 불변보정이 하나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엇 상병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수치불명의 친애 호감도 상승보정. 수치불명의 친애 호감도 상승불변보정.」
인간관계는 가변적이다. 한 번 친했다고 천년만년 계속 친한 게 아니다. 따라서 호감도는 시간이 경과하거나 또는 적대적인 사건에 의해 감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변보정은 다르다. 이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감소하지 않는다.
수치를 알 수 없는 것은 「통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얼마 안 되겠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더 없습니까?”
브리핑을 하던 캡스턴 중위가 물었으나 다들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용감하다고 추켜세워 주긴 했지만, 사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몸을 사리며 배급표만 받아가려는 경우였기 때문이다. 중위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약간의 체념도 엿보였다.
물자보급에 난민들을 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캠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보니 미군에서 많은 수를 차출하기 어려웠다. 둘째, 위험한 일에 미군을 앞세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난민들이 보다 적극적이기를 바라기는 어려웠다.
“질문 있습니다.”
소년이 손을 들자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이 가방에 담아올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습니다. 트럭으로 제분소 앞까지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알면서 묻는 질문이었다. 어차피 나올 질문이라 진행을 빠르게 하려면 직접 묻는 편이 나았다. 캡스턴 중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뒤 프로젝터를 다루는 병사에게 지시했다. 위성사진을 띄우라고.
“좋은 질문입니다. 그렇잖아도 말씀드리려던 바였으니, 다들 주목해주십시오. 이것은 소개가 이루어지기 전의 미구엘 카운티를 찍은 위성사진입니다. 교차로마다 멈춰있는 차량들이 보이십니까? 소개령이 내려졌을 때 신호 무시하고 운전하다가 추돌 사고를 일으킨 차량들이지요. 다른 지역에서 온 차량들도 있고요. 여러분에게는 무전기가 지급될 겁니다. 만약 이 차량들을 어떻게든 치워낸다면, 무전을 주시면 됩니다. 수송트럭이 그 위치까지 이동할 테니까요. 하지만 장애물을 치우려는 행동이 감염변종의 이목을 끌 것 같다면, 그냥 개인 단위로 식량을 확보하는 편이 더 안전할 겁니다. 판단은 저희가 할 테니 통제에만 따라주시면 됩니다.”
그 뒤로 사소한 몇 번의 질문이 나왔다. 가장 쓸모없었던 질문은 어느 중국인의 것이었는데, 참여한 사람들에게 배급표가 얼마나 나오느냐는 내용이었다. 캡스턴 중위는 맥 빠지는 표정을 지었으나, 여느 때처럼 성실하게 답변했다.
“기본 사흘 분을 지급합니다만, 여러분 개개인의 태도와 성과에 비례하여 보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의 내용이 퀘스트 정보에 반영되었다. 동행한 미군의 평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수 있음. 사실 애매한 부분이었다. 평가를 담당하는 병사 또는 장교의 속성에 인종차별 같은 거라도 끼어있다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성을 우선하는 가상현실 세계관이 대개 이런 식이었다.
“더 이상의 질문이 없다면, 각 조별로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도상연습에 참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위험한 임무인 만큼 지도를 충분히 숙지하여 현장에서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셔야 불의의 사고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해산.”
캡스턴 중위가 단상에서 내려온 이후, 부사관급 상병 이상이 전면에 나서서 지원자들을 통제했다. 도상연습(圖上練習)이란 말 그대로 지도를 놓고 하는 훈련이며, 작전지역을 숙지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논의하는 과정이다. 플레이어에게 이 도상연습은 미니맵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술 「독도법」이나 지력이 높은 캐릭터는 완전한 미니맵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엔 부실하고 오차가 존재하며 여기저기 빈 공간이 있는 미니맵을 확보하게 된다.
제분소로 가겠다고 지원한 것이 소년뿐이었으므로 나머지는 추첨으로 뽑았다. 뽑힌 사람들은 예외 없이 죽을상을 짓고 있었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과정이었지만,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산 미구엘 카운티의 규모가 워낙 작았기 때문이다. 난이도로 따지면 도입부(튜토리얼)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어려우면 곤란하다.
#Intermission, 인물 설정에 대한 조언
플레이어의 캐릭터 설정은 다양한 면에서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시작국가에 따라 인종과 국적, 성별에 따른 차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을 감수할 경우 경험치 획득에 상승보정을 얻게 됩니다.
미성년자는 능력치에 일정비율의 하향보정이 작용하는 대신 경험치 획득에 상승보정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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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주 3~5회 연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