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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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섬 (5)
“만약 중대장이 되면 계급은 지금이랑 같나요? 아니면 대위?”
궁금해하는 유라에게선 욕심이 엿보이지 않았다.
“직책진급을 하게 될 거예요.”
겨울의 대답. 유라는 의아해했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이야 독립중대라서 평범한 중대보다 격이 높은 거지만, 독립대대로 바뀐 다음에는 어쨌든 그 아래의 여러 중대 중 하나가 되는 건데……특별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제 말은, 그냥 중위 계급 그대로 중대장을 맡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드러내진 않았으되 이는 진석에 대한 배려였다. 유라 본인이 중대장이 되더라도 계급이 그대로라면, 진석과는 여전히 진급동기이므로 반감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암시. 진석이 느끼는 감정을 유라도 아는 것이다. 그러나 겨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뇨. 이 중대는 계속 격이 높아야 돼요.”
“어째서요?”
“아까 이유라 중위도 말했잖아요. 국적이 다양한 난민들과 같은 부대가 되면 잘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고.”
“네에, 그랬었죠…….”
“그러려면 사전에 잡음이 안 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선임중대장으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해두는 거죠. 다른 중대장들 입장에서 볼 때 피차 같은 계급이면 선후임의 차이를 미뤄두고 이런저런 시비가 걸리기 쉽지 않겠어요?”
물론 낮은 가능성이다. 그들의 처지가 처지이니. 허나 입장이 불리하여 조용히 넘어가더라도, 속에 품는 불만의 크기는 상대의 계급에 따라 달라질 것이었다. 「그래봤자 중위 주제에.」와 「어쩔 수 있나. 계급이 깡패지.」의 차이.
가뜩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겐 더더욱 그러하다.
타 국가의 난민 출신 장교들이 미군 고유의 정서를 체화했다면 많이 덜었을 걱정이었다. 하지만 복무기간이 채 일 년도 안 되는, 그저 필요에 의해 선발된 중위들에겐 걸기 어려운 기대일 것이다. 국방부가 본토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 출신 장교들, 그 중에서도 부모 세대의 언어에 익숙한 자원을 차출하여 보내준다면 도움이 되겠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없었다.
겨울이 말을 잇는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필요도 있어요.”
“만약의 경우요?”
“예를 들면 지휘관 유고(有故)시요.”
“…….”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그냥 예를 드는 것 뿐이니까. 여하간 내가 죽거나 다쳐서 지휘가 불가능하고, 덤으로 대대본부가 싹 증발하거나 통신이 두절된 상황이라면 선임중대장이 즉시 지휘권을 장악해야 돼요. 이땐 상하관계가 분명한 게 좋겠죠.”
“맞는 말씀이지만-”
납득한 유라가 한숨을 쉬었다.
“어렵네요……. 그래서는 작은 대장님의 계승자?……이건 어감이 좀 이상한데, 후임자? 2인자?……라는 인상이 강해질 것 같아요.”
겨울이 지휘하던 중대를 넘겨받는 셈이니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많을 터였다.
유라가 새롭게 제안했다.
“저랑 박진석 중위를 어떻게 같이 진급시켜주실 순 없나요?”
“같이?”
“네. 중대장 자리는 진석 씨한테 주시고, 저한테는 뭔가 다른 역할을……으음, 중대장에 비해 덜 중요해보이면서도, 일이 생기면 적당히 말리거나 화해시킬 수는 있을 만한 직위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거 없을까요?”
“글쎄요. 대대참모 인선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라서.”
싱 대위를 위시한 중대 참모진은 처음부터 대대지휘부 구성을 염두에 두고 나온 이들이었다. 그래도 본부에 자리를 마련한다면 아직 배속되지 않은 인사장교나 보급장교 정도지만, 행정직 경험이 없는 유라에게 적합할지 의문이었다. 직책진급을 주기도 애매하다.
하물며 독립대대는 포트 로버츠를 총괄해야 할 입장. 겨울이 곱씹어 보기에, 관리계통은 숙련된 사람에게 맡겨야 마땅했다. 위에서도 그런 인력을 파견할 터였고.
‘아예 중대를 분할해버릴까?’
노동인력이 줄어드는 부담을 감수하고 한국계로만 꽉 채운 중대 하나를 더 창설한다는 전제 하에, 원래 있던 중대의 병력을 나눠 미완편 중대 두 개로 만드는 방법도 검토해볼만 하겠다. 어차피 부대가 바로 전투에 투입될 일은 없을 것이므로.
물론 이러한 건의를 상부가 받아들이느냐, 그리고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걸로 진석의 승부욕이 누그러지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겨울이 느리게 끄덕였다.
“아무튼 의견 잘 들었어요. 이건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유라가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싫네요. 저희 땜에 고민하시는 게.”
“다 그런 거죠. 이만 가요. 우리 중대는 식사 전에 씻어야죠.”
시간을 확인하고 내려두었던 군장을 챙기는 겨울. 식당과 샤워시설이 여러 부대의 공용인지라 정해진 이용시간을 어기면 조금 곤란해진다. 장교쯤 되어 못 씻고 못 먹지야 않겠으나, 데면데면한 이들 사이에 끼어 어색할 상황은 피하는 게 좋다. 그들이 싫어하진 않을지라도.
‘놓치면 안 될 방송도 있고.’
오늘 오전에 공화당 대선후보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변죽만 올리고 끝날지, 아니면 무언가를 폭로할지. 기다리는 겨울은 후자를 점쳤다. 기대감을 너무 부풀려놔도 역효과인 것이다. 대선까지 공세를 이어가려면 시일이 필요하기도 했다.
나란히 걷던 유라가 문득 떠오른 것처럼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요 대장님.”
“네?”
“저 없을 때 소민이랑 선우 소위한테 무슨 일 있었나요?”
중대 내에서 실력과 상냥함을 겸비한 큰언니쯤으로 통하는 1소대장답게 묘한 기류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렇게 티가 나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겠지. 겨울은 하루하루 피폐해지는 두 소대장의 모습을 되새겼다. 진석이 이번 일로는 갈구지 않겠다던 말을 어긴 것도 아닌데, 평소 눈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꼴이 됐다.
겨울이 말이 없자 유라가 신중하게 덧붙였다.
“두 사람이 박진석 중위에게 주눅이 들어있거든요. 음, 원래도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도가 지나치다고 해야 하나……. 예전이랑 달리 저한테 상담도 안 하고요. 더 이상한 게 뭐냐면요, 박진석 중위는 사정을 아는 것 같거든요? 소민이를 볼 때마다 얼굴이 구겨진 종이처럼 되는 거 보면 화가 아주 단단히 나있는 건데……근데 괴롭히질 않아요! 물어봐도 피하기만 하고요.”
“…….”
“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네? 대장님. 선우 소위도 불쌍하지만, 소민이는 제가 거의 처음부터 데리고 다닌 앤데 저러는 거 보니까 되게 안쓰러워요.”
그렇잖아도 혹여 사고라도 날까 염려하던 참. 잠시 망설이던 겨울은 감추는 것 없이 들려주기로 결정했다. 정이 많은 유라라면 두 후임 소위를 한심하게 여길지언정 진석과의 사이에서 부드럽게 중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유라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서늘했다.
“ㅎ.”
“……저기, 이유라 중위?”
“네.”
“내가 이걸 말해준 건 두 사람이 잘못되지 않게끔 봐줬으면 해서예요. 부탁해도 되겠죠?”
“그럼요. 그 두……울에 대해 더는 걱정 안 하시게 해드릴게요.”
“그 말, 굉장히 중의적으로 들리는데요…….”
진석은 유라를 화도 못내는 호인이라는 식으로 평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생각을 다소 달리했을 것이었다.
웃음기 싹 빠진 유라가 마뜩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안심하셔도 돼요. 저까지 대장님을 속상하게 해드리진 않을 거니까요.”
“화 많이 났어요?”
“당연하죠.”
유라의 한숨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개념이 너무 없잖아요. 아무리 불안했어도 그렇지, 어디 감히 작은 대장님을 그런 식으로 간을 봐요? 선우 소위야 진석 씨가 키운 후배라서 저는 모르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지만, 소민이까지 같이 그랬다는 게 정말……화가 나고, 창피하고, 대장님한테 죄송하고 그렇네요.”
“왜 이유라 중위가 죄송해요.”
“제가 뽑았잖아요. 사람을 잘못 봤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별이를 시킬걸.”
인상 찌푸린 유라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조별과제 할 때 나 빼고 다 탈주했어도 이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았는데, 라고. 주둔지 앞에 이르기까지 걷는 내내 화를 삭인 유라가, 서로 갈라지기 직전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요…….”
겨울이 돌아보면, 살짝 어두운 유라가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는 중이다.
“대장님은 앞으로도 우리하고 같이 계시는 거죠?”
선우요셉과 천소민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겨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농담 아닌 농담을 곁들였다.
“안 떠나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세상이 끝날 때 까지는요.”
“큭. 뭐예요 그게.”
평소의 온도를 되찾은 유라가 맑게 웃는다.
그녀를 일별한 겨울은 숙소에 들러 군장을 풀고 위생용품을 챙겼다. 샤워장으로 가는 길에도 무기를 휴대하는 게 기본이었다. 다른 장교나 병사들도 권총 정도는 가지고 다니며, 샤워시설 내의 칸막이마다 아예 무기 보관함이 따로 있었다. 희박한 확률이나마 부대 내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즉각 쏴버리라는 배려였다.
그렇다보니 이게 마냥 농담 같지가 않다.
「엿보면 사살함 :(」
누군가 여성 사병용 샤워시설에 오늘 붙인 문구였다. 이를 보고 낄낄거리던 남성 사병중 하나가, 팔에 수건을 걸고 가벼운 차림으로 들어가는 여성 사병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보였다.
“숙녀 여러분! 나는 목숨을 걸고 엿보겠다!”
이에 여성 사병들이 중지를 세워 응수했다.
“Fu-ck you!”
“죽기 싫으면 좀 더 잘생긴 놈이랑 같이 와! 얼굴 보고 살려주지!”
나중에 외친 쪽은 허리에 찬 권총과 엉덩이를 한 번씩 두드려 보이고는 주먹을 쥐고 엄지를 아래로 꺾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피로에 찌들고 날카로웠던 병사들이었다.
간단히 씻고 식사까지 마친 겨울이 일부 참모들과의 간단한 담화를 거쳐 집무실로 이동했을 때, TV는 정각에서 10분 이른 방송을 앞두고 마지막 광고를 내보내는 중이었다.
잠시 후, 화면의 중앙에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전미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잠시 후 9시부터, 크레이머 스퀘어 호텔의 영빈관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에드거 크레이머의 기자회견이 진행됩니다. 크레이머 후보는 본인이 현 정권의 비밀스러운 치부를 알고 있으며 조만간 시민들에게 폭로할 것이라고 밝혀왔는데요, 대선이 56일 앞으로 다가온 오늘, 드디어 그 실체가 밝혀질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이번에도 의혹만 제기하고 끝내지는 않겠죠. 또 하나의 근거가 있다면 주최측에서 밝힌 진행 예정 시간입니다. 무려 두 시간이군요. 짧은 발표로 그치진 않을 듯 합니다. 본사에서는 후보 본인이 단상에 등장하는 대로 현장을 연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겨울은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기다렸다.
========== 작품 후기 ==========
#Q&A
Q. 언리미티드원님 : @딱 서로 섞어서 반 나누면 맞을 두 소대장이네요. / 마침 독립대대로 올라가면서 추가로 난민자원 받는다 치면… 그보다 레인저 아조씨들, 도발에 치킨게임으로 넘어가는건…
A. 그럼 진석이랑 유라를 반씩 잘라서…음…솔로몬 대왕님의 지혜가 이럴 땐 부적절하군요. / 동맹은 사실 지금도 규모에 비해 많은 병력을 뽑아낸 상태입니다. 인구 대비 병력이 비중이 높아요. / 레인저에게도 자부심이 있습니다. 🙂
Q. 류지아느님 : @12월 6일이 성적표 통지일인거 같네요 준비하시고 계신지…
A.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Qvex님께서 좋은 성적표를 가져오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카르피스님 : @겨울이 t.s가죠. 겨울왕국의 여왕이 되는겁니다. 여왕폐하 만세!
A. 겨울왕국은 안 됩니다. 엘사 폐하께선 위대하시기 때문입니다.
Q. LunarKarma님 : @음…완결이 가까운건가요…그럼 후속작도 기대할께요! 다들 납골당 더해달라고만하네요…
A. 감사합니다. 그런데 완결이 몇 개월 내에 날 정도로 가깝지는 않습니다. 제가 연재속도가 느려서 그렇기는 하지만요.
Q. 별빛진상님 : @ 풀 메탈 재킷 군가다!
A. 아닙니다. 헤헤. “너한테도 좋고 나한테도 좋다”는 부분이 같긴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군가입니다.
Q. NeoGGM님 : @나안성교본.. 이 아니라 납골당 3권은 도대체 언제쯤 나오는겁니까…
A. 공식 블로그에 12월 발매라고 떴더군요. 그런가봅니다.
Q. 구와아악님 : @근데 s등급 이하의 사용자들끼리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방침은 사후보장 초기부터 있었나요? 그렇다면 이유는 뭔가요? 하위등급 이용자들의 빠른 자살을 위해서인가요? /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관계의 결여 때문인거 같은데, 그럼 온라인 기능만 있으면 해결되는거 아닌가요. 지금 납골당 들어간 틀딱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해본 6,70년대 생일테니 별 문제도 없을텐데. 딱히 연산능력을 더 잡아먹을것 같지도 않고
A.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 그 이유를 확인해드리긴 곤란하네요. / 대체로 맞는 말씀이십니다.
Q. 벌레님 : @ ㄷ 3챕터 아니라는건… 아직남았구나 하고 기뻐하지 못해… 앞으로 2년더 주 2회 ~3회 연재 부탁드립니다
A. 2년은 너무 길어요…앞으로 1년 이내라고 보고 있네요.
Q. qgegegqe님 : @답변이 쌀브로 가득해…마비노기를 다시하고있는데 블랙서큐풀셋에 우산하고 베개를 장비했어요 후후
A. 마비노기를 왜 다시 시작하세요…넥슨 게임을…ㅠㅠ 저처럼 스팀으로 이주하세요. 고품격 게임들로 라이브러리가 풍성해집니다.
Q. Munin님 : @ 올해 납골당의 어린왕자를 접하게 되어 느끼는 이 행복과 즐거움에 감사드립니다. 작가님도 겨울이도 다른 독자분들도 행복하고 평온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시청자 담화는 슬슬 나올 타이밍이.가까워졌나요
A. 즐겁게 봐주시니 작가도 즐겁습니다. 모든 독자분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네. 이번 챕터가 끝나면 한 번 나올 것 같네요, 아마.
Q. 딸기우걱우걱님 : @미국이 방위선을 확정했으니 사실상 클리어라고 봐도 되는걸까여?
A. B등급 이하의 유저가 이 정도로 좋은 상황에 도달했던 적이 없습니다.
Q. fnlshsk님 : @옛날에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 1.특수변종 특히 그럼블같이 구조적으로 사람과 다른 변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 2.초반에는 시스템이 자주 나왔는데 요즘은 안나오나요 / 3.한겨울은 언제 고자탈출하나요….
A. 1. 일반적으로는 태아 단계에서 변이가 발생합니다. / 2. 네, 안 나옵니다. 저널이 안 나오는 것과는 다른 이유입니다. 물론 인터미션이 안 나오는 이유하고도 또 다릅니다. / 3. 그게 중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