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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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14)
만남을 끝낸 뒤, 겨울이 떠올린 것은 기술로서의 「역병면역」이었다. 선행조건이 워낙에 까다로워 획득한 적이 없으므로, 아는 바도 거의 없다. 실제로는 과연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가? 지적 보정이 알려주는 건 그것이 백신 개발의 핵심 열쇠라는 사실 뿐. 그러나 그쯤은 굳이 보정이 아니더라도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바보가 아닌 한 이름만 봐도 안다.
‘어쩌면 박태선 목사의 부분면역이 초기 단계의 「역병면역」일지도 몰라.’
겨울의 짐작이 맞다면 「역병면역」은 등급에 따라 대역병에 대한 내성을 단계적으로 부여하는 형식일 확률이 높았다. 즉 모겔론스 복합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병원체가 바로 등급별 면역의 대상인 것이다.
바꿔 말해, 「질병저항」과 「독성저항」을 거쳐 「역병면역」을 얻더라도, 수준을 어지간히 올려놓지 않고선 소용이 없을 거란 뜻이었다. 적어도 본인에게는, 물렸을 때 당장 괴물이 되느냐, 혹은 서서히 살이 썩어들어 가느냐의 차이일 따름. 감염된 후의 수명에도 영향은 있겠다. 정상이 아닌 몸으로나마 수십 년 이상을 살아남는 식으로.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입장이 다르다. 캠벨 소령이 언급한 생화학 작용제 개발. 이는 겨울에게도 낯선 대안이었다. 애초에 「역병면역」 자체가 무지의 영역이었으니, 면역이 무기로서도 가치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일 자체가 드물다. 이번 세계관이 그랬듯이, 면역은 언제나 멀리 있었고, 그때그때의 당면과제들을 해소하기에도 곧잘 한계에 부딪혔으므로.
곱씹던 겨울은 금방 납득했다.
‘하긴, 백신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방역전쟁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감염이 변종들의 개체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역병 확산 초기에 한정된 이야기지. 안전지역에서의 갑작스러운 감염 확산을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었는데…….’
지금처럼 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상황에선, 후방의 감염위협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만 해도 종말의 가능성이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 칠 터였다. 물론 그게 과연 0에 수렴할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허나 현실적인 결말이라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새롭게 깨닫는다. 면역의 수준이 곧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무기의 효율이라면? 완성된 「역병면역」은 말 그대로 종말을 끝낼 희망인 셈이다.
달리 말해, 박태선 목사의 부분면역을 기반으로 제작될 작용제는 위력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것이 겨울의 예상이었다. 변종들이 쉽게 적응은 못할지언정 크게 약화되지도 않으리라고.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또 다른 형태의 부분면역을 지닌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 백신과 무기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중국 본토에서 모겔론스의 원형을 확보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본인이 기술 강화로 「역병면역」을 획득하거나.
종말을 단숨에 끝낼 방법이 의외로 다양하다는 감상이 듦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겨울이었다.
무엇 하나 현실적인 게 없다.
이번이 스물일곱 번째 종말임에도, 부분면역자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이제야 겨우 알았다. 지나간 세계의 정부들이라고 왜 면역자를 찾지 않았겠는가. 겨울이 모르는 곳에서 탐색과 연구가 진행되었을 수는 있겠으나, 결국 공개되진 않았던 걸 보면 그만큼 희귀하다는 의미. 부분면역이 중복될 확률마저 고려하면 더더욱 어려워질 선택지다.
또한 어느 길을 고른들, 국가가 건재하다는 전제 하에서만 유효하다. 국가까진 아니더라도 연구기술과 생산력이 충분한 공동체가 남아있어야 한다. 이 얼마나 까다로운 조건인지.
스스로 「역병면역」을 얻기도 만만치 않다. 선행조건의 하나, 초인적 「질병저항」의 습득만 해도 요구되는 노력이 사회계열의 핵심인 「통찰」에 필적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소리. 난이도가 높은 반면 우선순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지라, 누적된 재능이익도 그만큼 차이가 났다.
이번 세계관에서 수명이 다하도록 노력한들, 유의미한 면역을 얻을 수 있을는지.
‘불가능하다면, 완성을 위해 대체 몇 번의 종말을 되풀이해야 하나.’
세계관 구성에서 악의가 느껴질 지경이다.
지금의 겨울은 스물여덟 번째의 「종말 이후」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솔직히, 지친다. 사후보험 담보대출이 걸려있는 입장에서, 죽으면 끝이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맥밀런 대통령의 정권이 기적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다음 종말에 걸긴 어려울 기대.
더불어 앤은 이 세계의 인연이었다. 겨울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던 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별빛 아이 외에도 마음을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싶다. 장미는 여전히 사후를 이어가야 할 이유지만, 가을에만 피는 꽃에 겨울이 기댈 순 없는 노릇.
여기에 이르는 긴 사색의 끝은 짧고 기운 빠진 웃음이었다.
그저 모르던 것 하나를 알았을 뿐이다. 이제 와서 새삼 암담해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종말이 성큼 다가온 것도 아니니, 잠시 심란하고 말 일이다.
이른 저녁, 겨울은 웨스트 지부장의 결정을 통보받았다.
“예상보다 무척 빠르네요.”
소감을 들은 지부장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런 건 늦출수록 비효율적이지요. 괜한 의심을 사기도 싫고. 또 우려하던 소요가 오늘 당장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고.”
성도회 거류구 검문소에서 만난 그는 생화학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알고 보니 검문소엔 옆건물과 연결된 비밀통로가 있었고, 통로를 지나면 곧바로 위생소독실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사무국 지부장쯤 되는 인물이 여기까지 직접 나오는 건가…….’
겨울은 함께 온 의무장교를 진정시켰다.
“대위.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요.”
“아, 예. 죄송합니다. 제가, 그,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조윤창 대위는 의사로선 일류지만, 전장의 군의관에게 요구되는 담대함은 조금 부족한 인물이었다. 늦은 오후, 국토안보부의 문장이 찍힌 서약서에 서명하고부터는 사지의 관절이 굳은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지금에 이르러선 식은땀을 흘리는 중.
“자료는 검토해봤어요?”
겨울의 물음에 대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일단 보기는 봤습니다만……아직은 뭐라고 말씀드릴 단계가 아닙니다. 환자들을 보고 나서도 최소 하루 이틀 정도는 더 주셔야 검증을 마칠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까지 말하고서 망설이던 그가,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놓았다.
“그래도 문서상의 내용만 놓고 보면 아귀가 안 맞는 부분은 없습니다. 실험 결과가 믿기지 않는 구석은 있으나, 거짓이 아니라면 거기에 해당되는 샘플이 실제로 있겠지요.”
“그런가요……. 시간이 더 걸려도 괜찮으니까 부담 가지지 말아요.”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대위는 긴장을 풀지 못하면서도 뜻밖의 의욕을 내비쳤다. 진석보다는 못할지라도 나름의 출세욕이 있는 사람이었다. 중대한 비밀을 알게 된 걸 본인이 선택받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인 모양. 아울러 모겔론스의 끝을 엿본다는 점에서도 고양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웨스트 지부장이 물었다.
“이제 들어가 볼까요?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끝내고 싶군요.”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겨울의 답을 들은 지부장은 비밀 출입구를 지키던 병사에게 손짓했다. 병사가 수중으로 손을 넣자, 안쪽 주머니에 신호기가 있었던지 문이 자동으로 개방되었다. 그 문은 책꽂이로 위장되어 있었으나,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폐쇄회로의 존재에서 위화감을 느낄 것이었다. 검문소에서 책을 읽을 사람도 없겠지만.
길쭉한 통로는 온통 파란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살균을 위한 자외선 조명 탓. 천장엔 스프링클러 외에도 소각제 방출용으로 보이는 관들이 관찰된다. 들어가기 전에 겨울과 조윤창 대위도 방호복을 입어야 했다. 웨스트 지부장은 만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설마 했던 혈액감염이 확인되었으니, 공기감염이라고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최소한 모겔론스 복합체를 구성하는 병원체 중 일부는 공기 중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더군요. 아주 희박한 확률이라고는 합니다만.”
그 후 위생소독실을 지나니 곧바로 밝은 색채의 연구실이 나타났다.
“닥터. 여긴 돌아오는 길에 들릅시다.”
지부장이 다시 조윤창 대위에게 건넨 말이었다. 교주와 신도들을 먼저 보자는 소리. 대위가 세로로 고갯짓했다.
“저는 어디를 먼저 가도 상관없습니다.”
그를 따로 움직이게 한다면 걸리는 시간이 줄기야 할 것이다. 검증은 샘플만 봐도 충분할 테니까. 그러나 그 사이에 다른 설득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었다. 웨스트 지부장은 의혹의 뿌리를 완전히 뽑을 작정으로 보였다.
조금 더 움직여서는 캠벨 소령과 재회했다. 한나절 만에 다시 만난 그는 겨울을 경례로 반기며 악동처럼 웃었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쾌활함이었다.
“오, 드디어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이 말씀하셨던 조 대위인가 보군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렴요.”
겨울의 말에 끄덕인 그는 조윤창 대위와 악수를 나누었다. 반가움에 티가 없어 어색하다. 겨울이 캠벨에게 물었다.
“박태선 목사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에 와있는 것 같진 않네요.”
“소령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전하긴 했는데, 기도회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에 기도회를?”
“예. 시도 때도 없지요. 감시를 맡은 장교가 불평하더군요. 매번 귀찮기 짝이 없다고. 음, 아예 그것부터 보시겠습니까? 울고 불며 소리 지르는 꼴들이 그럭저럭 괜찮은 구경거리입니다.”
구경거리라……. 튀는 어휘였다. 오전에도 눈치 챘으되, 캠벨 소령에겐 이 거류구에서 벌어진 일이 비극이라기보다 희극에 가까운 듯 했다. 그것도 경멸감을 담아 비웃으며 보는 희극.
겨울은 고개를 저었다. 광신의 현장을 보며 즐기는 취미는 없다. 또한 연구자의 인성을 지적할 입장도 아니었다. 그가 죄라도 저지를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타산이 있었다 한들, 웨스트 지부장은 겨울에게 큰 호의를 베푸는 중이었다.
“상태가 특별히 더 나빠서 따로 수용된 신도가 있다면 그쪽을 먼저 만나보고 싶네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안내해드리죠.”
캠벨 소령이 안내역으로 앞장섰다. 목적지가 다른 건물인지 실외로 나선다. 나서는 순간에 와 닿는 정적은, 밖에서 짐작하던 것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을씨년스러운 거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냉기가 흘렀다. 죽음의 공감각이었다.
사람이라곤 장갑복 차림의 중보병들이 보일 따름. 센츄리온 장갑복은 구상 단계에서 화생방 방호복을 겸하도록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동력선이 전신주에 연결되어 있고, 그들만의 특별한 무장도 존재했다. 전선에선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화염방사기. 그 외의 무장도 충실했으며, 바깥에서 보기 어려운 골목어귀엔 장갑차가 틀어박혀있었다. 길목마다 무인포탑이 배치된 징후까지 보인다. 폐쇄회로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보이지 않는 감시수단은 얼마나 더 마련되어 있을 것인가.
웨스트가 침묵을 깼다.
“저는 이 거류구에 들어설 때마다 핵실험장에 들어선 듯 한 착각을 느낍니다.”
“핵실험장이요?”
겨울의 반문에 끄덕이는 지부장. 증폭기를 거쳐 흘러나오는 음성엔 잡음이 끼어있었다.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화에 나온 적도 있지요. 핵폭탄의 살상력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거주지와 최대한 비슷하도록 건설한 유령 마을 말입니다.”
“……비슷하긴 하네요.”
갑자기 나온 감상이라기엔 의미심장하다. 내색은 안 해도, 표정 변화가 드문 지부장 역시 이곳이, 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이 탐탁찮은 것이다.
웨스트가 주의사항을 알렸다.
“신도들과의 대화에선 그들의 증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십시오. 어디까지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현상으로서, 종교적인 기적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들은 그래서 우리가 관찰을 하는 줄로 압니다. 특히 조 대위. 당신은 오전에 없었던 사람이니 따로 당부하겠습니다. 그들에게 남은 건 거짓된 희망밖에 없습니다. 3백 명이 넘는 환자들을 정신적으로라도 건강하게 관리할 유일한 방법입니다.”
조윤창 대위가 난감한 한숨을 내쉬었다.
“광신을 오히려 부추기라는 거로군요…….”
“맞습니다. 그런 면이 있지요. 우리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팍 교주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 죽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자신 없으면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아닙니다. 당부하신 말씀은 꼭 지키겠습니다.”
다 죽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말은, 겨울이 고민하기에, 신도들이 내분으로 죽고 죽이는 것만을 뜻하진 않을 것이었다. 더는 추가로 확보하지 못할 임상실험 대상자로서 신도들의 가치도 충분히 높으나, 정부 임장에선 부분면역자인 박태선 목사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그러므로 신도들이 목사에게 위해를 가하려 할 땐 군이 개입할 것이다.
‘박태선 목사가 불안해하는 건, 군과 정부를 믿지 못하니까 그런 거고…….’
텁! 캠벨이 장갑 낀 손뼉을 부딪혔다.
“도착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실ㅎ……환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보안장치에 카드를 긁은 그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외양은 평범한 회관이었으되, 창문은 커튼이 쳐져있고, 내부는 철저하게 폐쇄된 살풍경한 수용시설이었다. 경계를 서던 중보병 둘이 무게감 있는 경례를 올렸다.
지부장의 입회하에, 겨울은 아직 의식이 있는 신도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멀쩡할 땐 권사를 맡았다는 사람이었다.
“살이 이렇게 되었는데, 고통스럽지 않은가요?”
“아아, 이 스티그마(성흔) 말입니까?”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한 신도는 얼굴이 다 무너져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몰골이었다. 그러나 눈빛은 지극히 평온했다. 벌겋게 드러난 안면근육이 꿈틀 움직인다. 웃는 표정이었다.
“당연히……아픕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내리신 시련이니……아플수록 기쁩니다. 저는……제 몸이 너무나도……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는 겨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움찔. 곁에 있던 조윤창 대위가 물러났다. 무의식중에 권총을 찬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다가 멈춘다. 병든 신도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아, 안타깝……습니다. 한겨울 중령님 같은……훌륭한 분이……구원을 받지 못하시다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신 목사님께……은총을 간구하십시오. 흐으…….”
숨을 헐떡이는 그의 말엔 겨울에 대한 연민이 가득했다.
“고통을……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옛날의 수도자들은……죄를 씻고자……자신의 몸에 채찍질을……가하곤 했습니다. 저희 성도들의 병이……그 채찍질과 같은 것입니다. 원죄를 지고 태어나……더 많은 죄를 지으며 살아가는……우리네 사람들은……이렇게라도 속죄를 하지 않고선……천국의 문에 들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기름진 육체의 무게는 곧 죄의 무게이니……그 무게가……중령님을 지옥으로 떨어지게……만들 것입니다…….”
“…….”
그가 뻗은 손을 잡아주는 겨울. 병든 신도는 더욱 끔찍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 몇 사람과 더 대화를 나누었으나 부당한 실험이 가해졌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다만 겨울은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더 확인하고자 했다.
“여기에 황보 에스더라는 신도는 없습니까?”
질문을 받은 캠벨은 에스더? 하며 불쾌해하고는, 그 이름을 태블릿에 저장된 명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흔들리고, 이내 곤란한 표정으로 변한다.
“아, G-01번 환자. 중령님께서 아는 아이였다면 유감이군요. 며칠 전에 죽었습니다.”
“죽었다고요?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그는 강한 어조로 긍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