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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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55페이지, 캠프 로버츠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오늘도 낙관적인 멘트로 시작됐다.
「「그럼블 쇼크」로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의 방어선이 무너진 이후, 우리는 봉쇄선 이서지역 최후의 대도시들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때 이른 좌절이었습니다. 미국의 용감한 시민들은, 스스로 무장하고 거리와 건물들을 요새화했습니다. 여기에 살아남은 경찰과 군 병력도 합류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제때 탈출하지 못한 17만 명의 시민들이 안전한 거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장교숙소의 장점 중 하나는 방마다 배치된 TV였다. 나오는 건 뉴스와 재난방송 뿐이지만, 바깥소식을 제때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했다.
일찍 일어난 아침은 여유로웠다. 내 소속이 연방군이라서 그렇다. 난민 출신 파견장교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직 제대로 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의용소대가 완편 될 때 까진 보직도 불분명한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심지어 핵공격이 있었던 새크라멘토에서도 생존자들의 신호가 발견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공중에서 조감한 새크라멘토의 전경이 화면에 비춰졌다. 전문가 의견이 이어진다. 위력 약한 전술핵이 사용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핵폭발이 있었던 건 시가지 동쪽, 봉쇄선 방향으로 빠지는 길목들이었다. 생존자들의 거점은 폭심지에서 서쪽으로 15km 이상 이격되어 있었다. 시가지 중심의 수많은 건물들이 방사선을 막아주었을 법 했다. 그래봐야 낙진이 떨어졌겠지만.
지연된 죽음.
「보십시오. 시가지 곳곳에 성조기가 걸려있습니다.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이십니까? 저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저들을 버려선 안 될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상황에 애국심을 고취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앵커의 고양된 음성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봉쇄선 이서의 오염지역 수천개소에서 추정규모 80만의 시민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자공수를 위해 항공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여객기를 징발하여 수송기로 개조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크리스마스 연휴 전까지 일일 수송량 5천 톤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0만 이상의 시민들을 부양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화면 가득, 낙하산에 매달려 떨어지는 보급물자들이 비춰졌다.
「세계가 위태로운 이 순간에도, 미합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국가입니다.」
하늘을 가득 담는 앵글. TV 속의 세계는 언제나 밝았다.
#광대 (1), 캠프 로버츠
저널은 끝났지만, 방송은 식당에서도 볼 수 있었다. 미군 식당을 이용한 이래, 겨울은 천장에 걸린 TV가 꺼진 걸 본 적이 없다.
아침식사. 로버트 캡스턴 중위, 그리고 찰리 중대 간부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은 끼니마다 꼭 겨울을 기다린다. 물소위가 소외될까 걱정이란다. 병사들과 친하다곤 해도, 장교 체면이 있으니 간부들과 함께하는 게 낫다던가. 고깝게 여기는 타 간부들로부터 방패가 되어줄 수도 있다고. 배려가 깊다.
겨울은 저널 진행으로 보았던 것들을 떠올리고, 다들 어찌 생각하냐고 물었다.
“방송은 걸러서 들어야지. 그놈의 애국적 보도 관행 때문에…….”
캡스턴 중위는 신중했다. 정부담화는 물론이고, 공신력 있는 언론기관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 언론들은 국가에 불리한 보도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피어스 상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2차 대전 때부터 생긴 전통 아닙니까. 뭐 그땐 진짜 나쁜 새끼들이 적이었으니까 이해는 갑니다.”
소대장 중 한 명인 맥코이 소위가 끼어들었다.
“헬기로 수송하는 편이 더 확실할 텐데. 구출도 가능하고. 그치만 아무래도 숫자가 부족하겠죠. 정비성도 문제, 수송량도 문제, 소음 탓에 착륙지점으로 몰려들 잡것들도 문제, 엿같이 퍼먹는 연료는 더더욱 문제. 여러모로 문제투성입니다.”
제프리가 맞장구쳤다.
“맞아. 그렇다고 이대로 항공수송에만 매달리긴 좀 그렇지. 생존자들이 도시에 띄엄띄엄 분포하는 데, 낙하산 달고 떨어트려봐야 회수율이 얼마나 되겠어? 위험 지역에 떨어지면 포기해야지. 하긴 그러니 위에서도 하루 5천 톤씩 뿌리려고 하는 것일 테고. 돈지랄은 옛날부터 이 나라의 필살기 같은 거였잖아.”
확실히 그렇다. 제프리가 불평한다.
“전부터 그 짓 하느라 보급이 부족해. PX를 일주일에 이틀만 열어주다니. 원래는 그 반대잖아? 특히 술이 없는 게 치명적이야. 들어오는 족족 매진이니 원…….”
캡스턴 중위가 눈살을 찌푸린다.
“폐쇄되지 않는 걸 고맙게 생각해. 이 와중에 필수적이지도 않은 소티(Sortie : 항공기 비행 횟수)를 할당해주는 거니까. 상부에서 일선 부대들 사기유지에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뜻이다. 혹여 병사들 앞에서 불평 하는 일 없도록.”
“에휴. 알겠습니다.”
젊다 못해 어려보이기까지 하는 소대장은 투덜거리며 불만을 삭였다. 캡스턴 중위는 PX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 명색이 정식 장교인데……급여는 어떻게 받기로 했나?”
임관한 뒤로, 그는 겨울을 자네 또는 소위 하는 식으로 편하게 불렀다.
겨울이 소위가 되면서 받은 것들 중엔 연록색 현역 신분증과 급여통장, 카드도 있었다. 겨울은 급여카드를 받았다고 답했다.
“지급 기준은 O-1인가?”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요. 제 임관은 특수한 경우였고, 여러모로 갑작스럽게 진행됐으니까요. 그냥 매달 3천 달러 조금 안 되는 금액을 받게 된다고 들었을 뿐이죠.”
중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 그대로 기본급이고, 생명수당이나 피복수당, 특수임무수당 같은 것도 포함해야 할 텐데……시국이 이래서 자세한 설명이 없었던 모양이군. 내가 한 번 알아보지.”
“항상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고마워할 것 없네. 자네한테 진 빚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니까.”
하여간 고지식한 사람이다.
“혹시 현금이 필요하면 숙소의 ATM을 써요, 물소위. PX엔 없거든.”
피어스 상사가 조언했다.
“현금 쓸 일이 있을까요?”
소년이 묻자 상사는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아직 모르는가본데, 난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병사들이 있답디다. PX에서 뭔가 사서 바가지 씌워 판다더군요. 난민들이 의외로 돈 가진 게 많다고 하면서……어휴, 군인의 기본도 안 된 못난 놈들. 이 상황에 돈 모을 생각이나 하고…….”
그는 혀 한 번 차고 중위에게 물었다.
“상부에서도 이걸 알고 이용하려는 것 같지 않습니까?”
“확실치는 않습니다만……그런 거 같더군요. 난민 출신 장교 한정으로 계급에 따라 거래한도를 정하고, 수훈자 할인율을 따로 적용할 모양입니다.”
겨울은 납득했다.
“저 같은 난민 장교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거네요. 동기부여도 하고.”
“맞네.”
중위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겨울은 달가웠다. 좋은 정보다. 담당자가 누군진 몰라도, 머리를 제법 잘 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쾅! 따다다다닷!]
TV에서 폭음과 총성이 흘러나왔다. 신경 끄고 있는 사이에 화면이 바뀐 모양이다. 아래에 자막이 흘렀다.
“샌디에이고인가.”
제프리가 중얼거리는 소리. 보이는 것은 격전이었다. 멀리 리조트가 보이는 하얀 백사장. 이어지는 도로는 한 줄기 뿐이다. 좌우 폭 좁은 길. 해병대가 가느다란 사주(沙柱)를 봉쇄했다. 사주를 관통하는 도로와 파도치는 해변을 따라, 무서운 수의 감염변종들이 밀려들었다. 다수의 그럼블이 섞였다.
그러나 막강한 화력이 집중된 좁은 길목을 도저히 뚫지 못한다.
폭음에 한 꺼풀 거리가 씌워지고, 배경에 앵커의 목소리가 깔렸다.
「지금 보시는 것은 어제 오후에 있었던 제1해병원정군의 노스 아일랜드 방어전입니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이 전투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샌디에이고의 해군보급창과 할시 필드 공항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저긴 얼마나 갈까요?”
맥코이의 의문. 중위는 낙관적이다.
“오래 갈 거야. 들어가는 길이 도로 하나, 다리 하나뿐이라 지키기 좋지. 위에서도 필사적으로 지원할걸? 저곳마저 떨어지면 태평양에서 들어올 병력을 받을 곳이 없잖나. 샌디에이고 시민들을 구조할 거점도 필요하고. 바다로 탈출한 난민들은 저기서 보급을 받을 수 있겠지.”
피어스 상사가 한숨을 쉰다.
“그나저나 죽다 만 것들 숫자가 아직도 대단하군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변이된 인구가 엄청나다고 하잖습니까. 죽이고 또 죽이다보면 언젠가는 바닥이 보이겠죠.”
맥코이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상사는 여전히 찜찜한 표정이었다.
“이봐요, 소위님. 내 말은 그게 아닙니다. 감염변종도 뭔가 먹어야 힘이 날 거 아뇨. 저 많은 숫자가 아직도 팔팔하게 뛰어다니는 게 이상하다 그 뜻이지.”
그러자 맥코이가 낄낄 웃는다.
“공포영화 본 적 없으십니까? 좀비는 원래 굶어죽지 않아요.”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마칠 때 쯤, 관내 방송이 겨울을 찾았다.
「한 기어우르 소위는 09시 정각까지 작전과로 올 것. 반복한다. 한 기어우르…….」
“제 이름이지만 듣기 참 이상하네요.”
같이 앉은 사람들의 실소. 대대장이 겨울을 찾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파견장교의 지휘권이 대대장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이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별 일 아니길 바라네.”
캡스턴 중위는 끝까지 걱정이었다.
작전과에서 겨울을 기다리는 장교는 셋이었다. 수척한 얼굴의 대대장 하나, 대대 작전과장, 그리고 얼굴 낯선 대위 하나. 대위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겨울이 대대장을 향해 경례했다. 머리 반쯤 까진 대대장은, 게슴츠레한 눈에 겨울을 담는다.
“왔나.”
술 냄새. 테이블 위에, 반쯤 비어있는 독한 술 한 병. 아침부터 많이도 마셨다. 그는 초점이 맞지 않는지, 고개를 흔들어도 보고 미간을 찡그리기도 했다. 낯선 대위의 안색이 더욱 나빠진다. 그걸 본 대대장이 낮게 웃었다. 네가 어쩔 거냐는 식으로.
망해가는 세상이다. 일개 대대장이 난민 캠프 사령관을 겸하게 되었으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이었다. 그게 변명이 되진 않겠지만.
“편히 있게, 소위.”
열중쉬어. 겨울이 자세를 바꾸었다. 대대장이 낯선 대위를 소개한다.
“먼저 인사부터 하지. 이쪽은 닐스 맥과이어 대위. 공보과에서 나왔다네. 대위, 저쪽이 자네가 기다리던 한……한 뭐시기 소위일세.”
소년과 대위는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좋아. 그럼 소위, 자네를 부른 용건부터 말하지.”
그는 겨울에게 내려온 특별임무에 대해 설명했다.
“국방부에서 홍보 및 교육영상이 필요한 모양이야. 뭐, 별 것 없어. 산타 마리아로 가서, 거기 출몰한다는 괴물 몇 마리 멋지게 잡아주게. NG만 내지 않으면 금방 끝나겠지.”
산타 마리아는 캠프 로버츠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도시다. 그보다 훨씬 더 가까운 파소 로블레스가 가까스로 작전권인 걸 감안하면, 이동수단은 차량이 아닐 것이었다.
역시나 헬기지원이 있었다. 귀찮은 대대장 대신, 작전과장이 지도를 펼쳤다.
“작전은 익일 0600시를 기해 개시한다. 10분 전까지, 단독군장으로 중앙 연병장에 올 수 있도록. 시끄러운 헬기를 타고 도심까지 이동할 순 없으니, 이곳, 산타 마리아 동북쪽의 경작지에 착륙할 것이다. 예정시각은 0630시다. 레인저 1개 중대가 안전을 확보한 지역이므로 이 단계까지는 위험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지원 병력과 합류, 작전지역까지 도보로 7km 이동한다. 여기서 잠시 대기. 색적조가 목표물을 유인해오면, 귀관이 사냥한다. 이걸로 작전은 종료된다. 질문 있나?”
여기까지, 워낙 일방적인 통보였다.
군인이 원래 그런 직업이다. 겨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표물을 유인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사람이 하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소음을 만드는 드론을 쓸 계획이다.”
“가능합니까?”
“이미 수차례의 실험으로 검증했다. 감염변종들의 지능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
그 지능, 갈수록 높아지는데.
그래도 아직은 아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모겔론스」는 숙주를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할 것이었다.
소년을 관찰하던 공보장교. 한 마디 툭 던진다.
“같이 행동했던 병사들의 증언을 듣긴 했지만, 정말로 두려워하지 않는군.”
“할 수 있으니까요.”
“흠.”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혹시 제가 원하는 사람을 데려갈 수 있습니까?”
겨울이 묻자, 작전과장은 단호하게 잘랐다.
“불가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겨울 한 사람이었다.
겨울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부분 안전이 확보된 환경이라면, 동맹의 예비 소대원들에게 좋은 경험을 쌓게 해줄 수 있을 텐데.
그 뒤로 세부적인 내용 전달이 이어졌다.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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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휴즈님 : 추천을 누르면 4만년이 스킵된다는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벌써 4만년이 지나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