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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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초대 (3)
공식적으로 확정된 내용이라면 연락도 다른 방식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준주 수립은 연방정부가 관할할 일 아닌가. 예정지역 선정도 마찬가지. 연방 상원의원이라면 모를까, 캘리포니아 주 의회 상원의원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직접적으로는.
브래넌의 대답은 일단 겨울의 예상범위 내였다.
“현재로선 주 의회에서 검토 중입니다. 나와 행동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있지요.”
“…….”
“궁금하다는 표정이로군요. 권한도 없는 사람의 제안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기도 하고……. 당론이라는 것은 때로 지역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중령.”
“아.”
연방 의회 쪽과 얼마든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암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아무리 당연한 이야기라도, 수준 높은 「통찰」이 반드시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겨울에게 낯설다고 판단되는 분야에서는. 말하자면 시스템적으로 구현된, 있을 법한 실수인 셈. 겨울의 사격에서도 빗나가는 탄환은 존재한다.
“난민들의 준주라는 것은, 전반적인 정책의 흐름상 군정청의 다음 수순에 해당하지요. 난민행정의 최종 단계이자 궁극적 지향점이라 해도 무방하겠군요.”
부연하는 브래넌.
“따라서 실제 준주 수립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남아있다고 봐야 합니다. 뭐, 노골적으로 말해 한 중령은 아직 군인으로서의 쓸모가 더 크지 않겠습니까. 정치인으로선 십년 뒤의 중령도 충분히 젊어요……. 깨지지 않을 최연소 기록으로서 당장 데뷔하는 것도 꼭 나쁘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대중은 그런 걸 좋아하니까요. 라며, 의원이 악동 같은 표정을 지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메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위스콘신 등의 일부 주는 만18세부터 완전한 피선거권을 부여하지만, 실제로 십대의 주지사나 법무장관, 상하원 의원 등이 등장한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터였다. 깨지지 않을 최연소 기록이란 바로 그런 뜻이었다.
‘이 맥락에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사전공작을 벌일 시간이 충분하다는 의미인가?’
떠오르는 건 로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주웨이의 목소리였다.
겨울은 우선 간결히 동조했다.
“저도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행정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인력도 부족하다. 군 인력이 완전히 철수할 경우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을 것이었다.
“역시 그렇지요?”
의원이 끄덕였다. 이쪽의 자연스러운 수긍이 의외인 듯 한 기색을 내비치고서. 숨기려는 찰나의 변화였으나, 겨울이 놓치기엔 선명했다. 의원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는 아쉽지 않겠습니까? 가능하다면 손을 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기정사실을 만들어놓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이를테면……. 원하는 지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해놓는다거나.”
“부동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토지든, 건물이든, 그 외의 자산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적어도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저기는 사실상 한겨울 중령과 그가 보호하는……혹은 보증하는 사람들의 거리다……쯤으로 인식될 수준이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 인식이 선행되면 인정받기도 수월해집니다.”
“즉, 의원님께선 그걸 도와주시겠다고……?”
“난민법인……겨울동맹이라고 부르던가요? 보통은 별명이 더 유명하던데. 아무튼 그곳의 난민지도자로서 당신이 우리 쪽에서 제시하는 로드맵에 동의하신다면, 그렇습니다. 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한 뒤엔 한결 수월하겠지요.”
거의 확정적인 표현으로 미루어, 처음의 뉘앙스와는 달리 브래넌에게 동조하는 의원의 수가 상당한 모양이었다. 겨울은 주 의회에서 이런 계획을 추진할 이유가 무엇일지 궁리해보았다. 보정 이전에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자금이었다.
“필요하신 건 자금입니까?”
“그것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브래넌이 웃는다.
“아까 여기 안사람이 말했듯이, 우리 주정부는 한동안 푼돈도 아쉬울 처지라서요. 애당초 관할 지역에 투자를 유치하는 건 나 같은 정치인의 사명이자 숙명이지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오염지역 3개주는 오랫동안 재정적 시련을 겪을 것이다.
겨울은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난민지도자 지원예산을 염두에 두신 거라면……. 자세한 논의는 예산안이 결정된 이후로 미루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법안은 일찍이 입법예고에 돌입했을지언정, 예산안은 표류에 표류를 거듭하는 중이었다. 대통령의 퇴임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려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한 이후, 빨라도 내년 초나 되어야 할 것이었다.
‘게다가 함부로 쓸 수 있는 돈도 아니야.’
주어질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겨울동맹에 속한 난민들의 주거, 식량, 피복, 난방, 의료 서비스 등의 값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인구 이상으로 난민지도자의 성과에 비례하여 책정될 예산이기에, 동맹의 규모를 한정적으로 유지한다면 가용자금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건 겨울의 구상과 어긋난다.
브래넌이 한쪽 손을 들어보였다.
“지금 중령이 뭘 걱정하는지 압니다. 염려 말아요. 그 예산은 어디까지나 지급불능시의 보험 역할일 뿐이고, 실제 재원은 다른 방식으로 마련하게 될 테니.”
“다른 방식이라 하심은…….”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겨울동맹 차원의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겁니다. 동맹의 이름으로 고용될 난민 노동자들의 급여를 담보로 설정해서 말입니다. 아직 그런 사례가 없다 뿐이지, 금지규정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우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변형된 거래계약이군요.”
“정답. 이 계약에서 겨울동맹은 명목상의 소유주로서, 실제로는 대출을 상환하는 노동자들이 권리를 행사하게 됩니다. 자기 명의로 집이나 사업장을 소유하지 못하는 난민들에게도 매력적인 거래가 될 테지요. 추후 진짜 소유가 가능해졌을 때 명의를 양도한다는 조항만 있다면요. 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나와 내 동료들의 또 다른 역할입니다.”
취업비자도, 영주권도, 시민권도 없는 난민들은 정상적인 계약을 맺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법적 행위를 대신하는 것이 바로 단체로서의 난민법인이다. 가령 근로계약의 경우, 각 법인마다 고유의 고용 쿼터가 할당되고, 이 범위 내에서 집단계약이 이루어지는 식으로.
브래넌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난민들 입장에선 장점밖에 없습니다. 우선 대출 이율에서 우대를 받지요. 개개인의 신용보다는 겨울동맹의 신용이 더 높잖습니까. 노동자 개인에게는 노동능력을 상실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동맹은 그 노동자의 빈자리를 다른 노동자로 채우면 그만이니까요. 적어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시각으로는 그렇습니다.”
여기에 먼저 언급된 난민지도자 지원예산의 존재도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환이 기대되는 거래대상이었다.
“더불어 이 거래에서 난민법인에 적용되는 세제혜택도 장점입니다. 소득세 면제. 취득세와 보유세 감면. 기타 등등……. 뭐, 이건 말씀 안 드려도 잘 알고 계시지요?”
“네.”
겨울도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연방세법상 겨울동맹의 법적 지위는 이중적이었다.
첫째, 비영리단체는 아니지만 독점적으로 공익에 관한 이해관계를 지니는 단체(4947(a)(1)).
둘째, 행정명령에 의거하여 국가안보를 위한 인적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난민 조직.
전자는 예전부터 있던 항목이고, 후자는 대역병 확산 이후에 신설된 조항이라 들었다. 어느 쪽이든 면세 및 감세의 대상이다.
“다음으로, 중령의 동맹은 정치자금을 기부받기에 좋은 창구가 되어줄 수 있겠지요.”
“음…….”
겨울이 생각에 잠겨있는데, 「통찰」이 기억 속의 키워드 하나를 발굴해냈다.
‘텍사스 도넛 협회? 아……. 이 기지가 도시화 될 때, 상점가를 만드는 데 각지의 한인 단체들이 직간접적인 도움을 줬다고 했었지. 기부금이나 설비, 노하우 같은…….’
의도는 알겠다.
“한국계 시민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브래넌이 긍정했다.
“비단 한국계만이 아니지요. 동맹엔 중국인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장차 국적 무관하게 받아들이는 게 한 중령의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장 201독립대대만 해도 중국계 중대가 편성될 예정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하하. 당신과 연대하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얻는 홍보효과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익입니다. 우리 당에 대한 중국계 시민들의 반감을 상당히 누그러뜨려 주겠지요.”
“하지만……그건 이곳 캘리포니아의 이익은 아니네요. 당론은 지역을 넘어선다고 하셨어도……. 아까 말씀하신 자금 마련 이외에, 의원님이나 캘리포니아 주 당국이 무엇을 더 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왜, 너무 일방적으로 좋은 이야기 같습니까?”
“그렇다기보다……저는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만한 전문성이 부족합니다. 실무를 맡을 사람을 같이 데려오라고 하셨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의심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혹시 호의를 가장한 함정이 아닐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가. 경계하며 몸을 사리는 겨울에게, 주 상원의원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이해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결국은 다시 돈이에요, 돈.”
“…….”
“아까 말한 방식으로 난민인구를 도시에 정착시키면, 시에서는 자산매각에 의한 직접적인 이익 외에도 추가적인 조세수입이 발생하지요. 준주가 분리되기 전까지는요. 그 많은 건물들을 빈 상태로 방치해봐야 과거의 디트로이트 꼴밖에 더 나겠느냐 이 말입니다.”
과거의 디트로이트, 라.
겨울이 아는 한, 역병 이전의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열악한 도시로 손꼽혔다. 수도와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경찰서도 얼마 없으며,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골목마다 악취가 가득했던 곳. 버려진 건물들이 워낙 많은지라 정부가 서부 이재민들의 재정착 지역 중 하나로 선정했던 도시.
‘새로 건물을 짓지 않아도 수십만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었지.’
여기 포트 로버츠에선 그런 곳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잔류를 원한 시민들이 있었다.
현재는 다르다. 이재민 재정착 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황폐하던 옛 도심이 전성기의 화려함을 되찾아가는 상황. 언론에서도 그 풍경을 자주 송출한다. 현 정권의 업적으로서.
「그리스의 섬」 계획에 관한 해명 회견에서 대통령 자신도 말하지 않았던가. 빈부격차는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고. 그땐 가능할 법도 하다고 여겼었다. 종말이 다가오는 세계. 어차피 잃을 게 별로 없었던 사람들과, 잃을 게 너무 많았던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었으니.
어떤 가능성이, 연상을 거듭하던 겨울의 뇌리를 스쳤다.
“의원님께선 이재민들의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시는 겁니까?”
“상당수……까지는 몰라도,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사람들은 있겠지요.”
“…….”
가만히 바라보던 브래넌이 빙그레 웃음 지었다.
“하기야, 한 중령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처지가 아니었겠습니다.”
“그러…네요.”
여유가 없었다. 주어진 업무와 벌어진 사건이 무엇 하나 녹록하지 않았으므로. 경험도 없었다. 지나간 어느 때의 종말이 이재민들의 귀환을 허락했겠는가.
“그러네요.”
겨울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도시와 마을을 되찾았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최소 수 개월 내지 최대 연 단위의 시간이 들어가겠죠. 만약을 대비한 소독 과정까지 감안하면 더 길어지겠고요. 그걸 기다리기보다 재정착 지역에 눌러앉기를 택하는 사람이 많겠군요. 이쪽에 보유한 자산은……소정의 대가를 받고 팔아치워 버리고요.”
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새로이 일궈놓은 터전과, 거기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그리고 비용. 재정착 사업은 이재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이기도 했다. 여기서 다시 이주를 지원한다면 그동안 재정착 사업에 쏟아 부은 재원을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즉 연방정부는 이재민들의 귀향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이 없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한 거지.’
자연재해에 대한 연방재난관리청의 보상은 재건축, 주택 수리, 거주지 건설, 주택 임대료 지원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진행하도록 되어있으며, 본디 전액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관련 예산이 바닥난 지 오래일 터.
브래넌의 말.
“그래도 돌아올 사람들은 돌아옵니다. 재정착은 예산이 빠듯한 사업이었고, 실패로 끝난 동네도 많으니까요.”
“…….”
“캘리포니아는 예전의 화려함을 되찾기 어려울 겁니다. 태평양 연안의 무역시장이 소멸한 지금, 그나마 선택과 집중으로 키워볼 만한 도시는 샌디에이고가 첫 번째지요. 연방정부 입장에선 결코 포기하지 못할 해군기지니까. 거기서 파생되는 고용만으로도 도시기능 유지를 위한 최저한의 인구와 경제력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겨울은 의혹을 느꼈다. 기실 들기야 아까부터 조금씩 들던 위화감이었다.
판촉이 지나치게 담백하지 않은가?
자신의 아쉬움을 감추고 상대의 아쉬움을 찾는 것이 거래와 협상의 기본이다. 그리 친하지 않은 주 상원의원의 솔직한 토로는 과잉친절 이상의 부자연스러움이었다.
‘나를 만나려 한 다른 이유가 있나?’
단순히 겨울에 대한 호감이 많아서……라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다. 어쨌든 대놓고 물어볼 순 없는 의문인지라, 잠자코 내색하지 않으려는 겨울.
「간파」가 잠잠한 것이 반드시 투명한 의도를 증명하진 않는다. 상대의 기량에 따라, 보정이 잡아내지 못하는 불투명함도 있는 까닭. 대표적으로 채드윅 팀장이 그러했다.
일단 조건 자체만 따져보면 좋은 거래였다. 양측이 얻을 이익도 확실하다. 디트로이트를 언급한 시점에서, 브래넌 의원과 그 계파는 치안 등의 도시 관리비용 절감을 높이 평가하는 듯 했다. 또한 인구가 있어야 시장도 형성된다. 상식적으로, 시장의 규모는 클수록 좋다.
복구사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아주 싼값에 이용한다는 장점도 있었다.
주 상원의원이 겨울의 사색을 끊었다.
“무슨 생각이 그리 깊으십니까?”
“……계약에 앞서 가격을 합의하기가 까다롭겠구나, 싶어서요.”
“맞습니다. 현재로선 시세라는 게 없는 상황이니.”
“음…….”
“뭐, 부담 느끼지 마십시오. 처음에 밝혔듯이, 오늘 중령을 초대한 건 개괄적인 로드맵에서 양해를 구해두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앞으로 이런 거래를 하자, 정도의 의사타진인 거지요. 어차피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려면 현장답사와 감정을 빼놓을 수 없어요. 실무자를 데려왔어도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었을 거란 말입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네요.”
어느 유능한 투기꾼을 데려왔어도, 말만 듣고 무언가를 결정하진 못했을 터.
‘그 밖의 위험부담이 존재한다면…….’
이 모든 거래가 성사된 뒤에, 시일이 흘러 정작 그 영역을 준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허나 동맹 명의의 소유권만 남아있으면 그래도 본전 이상을 찾을 듯하다.
돌아가서 상의를 해봐야 할 테지만.
그런데 이런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누가 있으려나? 겨울은 가장 먼저 민완기부터 떠올렸으나, 아무리 그라도 만능과는 거리가 멀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백산호라니.
“그래서, 결론적으로 어떻습니까?”
질문을 받은 겨울은 긍정적으로 되물었다.
“제가 여쭙고 싶네요.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하. 그럼 동맹 관계자들에게 사정을 전달하시고, 현장에 파견할 사람을 선별해두십시오. 금명간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겠습니다. 아, 사전에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해두는 것도 괜찮겠군요.”
“알겠습니다.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겨울은 독립대대 구성원들 가운데에서도 희망자가 있으리라 예상했다. 기실 브래넌 의원이 노동자들의 급여를 담보 삼자고 했으나, 동맹 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는 집단은 대대의 간부와 병사들이었다.
전 독립중대원들만이 아니라 장차 창설될 나머지 중대원들까지 끌어들인다면, 독립대대 내에서 동원하는 자금만 한 해에 천만 달러를 훌쩍 넘길 수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니 현 시점의 미국이 지출하는 막대한 군비가 새삼스럽게 실감된다. 아무리 증강된 규모로 편성할 예정이라지만, 인건비를 포함하여 겨우 한 개 독립대대의 유지비가 연간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이다.
해군 함대의 주둔만으로 도시의 기본적인 기능이 유지될 거라던 말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증언이었다.
‘어쩌면 연방정부에서도 병사들에게 비슷한 계약을 권할 가능성이 있겠는데.’
공보처가 전쟁채권 판매에 목을 매는 이유를 알 만 하다. 그들이 보는 겨울의 금전적 가치가 얼마나 될는지에 대해서도.
“달리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일어날까 합니다.”
차분한 겨울의 말에, 브래넌이 그래요, 하고 배웅하겠다고 나섰다.
문 밖에 이르러 그가 넌지시 말했다.
“한겨울 중령은 참 듣던 그대로의 사람이로군요.”
“……네?”
겨울의 조금 늦은 반응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 상원의원.
“개의치 마십시오. 그냥 좋았다는 뜻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그는 미소로 겨울에게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