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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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초대 (7)
호텔에 숙박하는 전쟁영웅은 겨울 혼자만이 아니었다. 명예훈장 수훈자로 내정된 55인의 1차 집결지가 바로 이곳 라스베이거스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겨울이었으므로, 진입로에 운집한 환영인파는 한동안 흩어질 줄을 몰랐다.
라스베이거스 시 당국에서는, 아마도 공보처의 요청사항이었겠지만, 외부에 스피커를 마련하여 진입하는 영웅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업적을 소개해주었다. 일종의 퍼레이드나 마찬가지였다. 소위 영웅들의 중대의 순방은 지역 민심을 위무하는 수단이었다.
“사람들에겐 이 도시가 자랑하는 그 어떤 쇼보다도 화려한 행사로 기억에 남겠군요.”
창가에 선 겨울의 등 뒤에서 앤이 하는 말.
“사실 순서를 정하느라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저분들을 들러리로 만들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시민들에겐 당신의 도착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서 알렸죠. 협조를 당부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요……. 지금 보니 결과가 나쁘지 않네요.”
겨울을 환영하던 그 창피한 비행선도 잠시 치워둔 상태였다.
“겨울, 당신을 위해서도 잘 된 일이에요.”
“그러게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반감을 살 뻔 했네요.”
“이제부터 함께할 행사가 많을 테니, 기회가 닿을 때마다 친분을 다져두는 게 좋아요. 살아서 명예훈장을 받은 사람들인 만큼 알아두면 훗날 반드시 도움이 될 거예요.”
사병도 사병이지만, 장교는 장차 군의 중추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다. 명예훈장 이상의 표창경력은 존재하지 않는 까닭이었다. 평가항목 중 하나가 항상 만점이면 도리어 진급을 안 하기가 어렵다. 사실 난민 출신인 겨울에게도 어느 정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예전엔 대위가 내 진급 상한이라고 생각했었지.’
그건 과거의 종말들을 곱씹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이제껏 겪어온 그 어느 미국과도 다르다. 다소 어둡고 불안한 요소들이 존재하긴 하나, 현실적으로 상정 가능한 최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어떤 의미로는 겨울이 자신의 경험에 갇혀있었던 셈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상징적인 인사는 얼마든지 있어왔다. 최초의 흑인 장성, 최초의 여성 장성, 최초의 소수종교 장성 등.
희망 섞인 관측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저 상징으로 끝날 것인가,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는 겨울이 하기 나름에 달렸다.
인맥관리가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혹시 이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라는 건 없어요?”
경계할 바가 많은 겨울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앤이 공교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침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녀가 곧바로 한 사람의 이름을 읊었다.
“상사 라울 F. 엘즈워스. 2기병연대 3대대 「강철」 중대 소속으로, 모겔론스 사태 초기 유럽방면의 감염확산을 지연시킬 목적에서 진행된 희망 수호(Uphold hope) 작전에 참여. 암스테르담 철수 당시 헌신적인 활약으로 고립된 아군을 구조하여 수훈십자장을 받았어요.”
굳이 부대 명을 언급하는 것으로 미루어, 현재 대중적으로도 꽤나 알려진 부대인 듯 했다. 하기야 명예훈장 수훈자를 배출할 정도로 싸워온 부대라면 유명할 법도 하다.
두문자가 I(Iron)이니 연대 전체에선 아홉 번째 중대일 것이다.
앤이 설명한다.
“2기병연대가 본토에서 재편성을 거친 뒤에는 명백한 해방 작전에 투입되었고……. 예의 그 핵공격으로 인해 보급체계가 마비된 시점에서, 연료가 바닥난 장갑차를 버리고 안전지역까지 117킬로미터를 걸어서 철수했어요. 1개 소대에 해당하는 병력을 수습하면서요. 이걸로 명예훈장 수훈이 확정되었죠. 정확히 말하자면, 1차적으로는 십자장을 받았다가 추후 상향조정이 결정된 경우지만요.”
“이야기만 들어선 흠 잡을 곳이 없는 훌륭한 군인인데, 뭐가 문제에요?”
“종교적 신념이요.”
“…….”
“그는 후기성도교회(LDS)……그러니까 모르몬교의 원리주의 분파를 믿는데, LDS 주류 교단에서는 예전부터 이단으로 취급하던 곳이에요. 우리 연방수사국에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던 단체죠. 꽤나……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향을 공유하는 집단이었거든요.”
“공격적이라는 건 테러 단체였다는 뜻인가요?”
“그럴 우려가 있었다, 정도가 맞겠네요. 종교단체들이 성서에서 언급된 재앙을 대비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여긴 요새화된 근거지와 사병집단까지 만들었어요. 내부적으로는 연방정부로부터 유타 주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돌더군요.”
“……곤란한 사람들이네요.”
그러나 근거가 아예 없는 논리는 아니었다. 유타 주는 처음부터 후기성도교회가 개척한 땅이었는데, 연방정부와 전쟁까지 벌인 끝에 협상을 통해 미국에 흡수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당성은 딱 그 정도로 그쳤다.
‘일개 이단 분파가 후기성도교회 전체를 대변할 자격은 없지.’
겨울의 시각으로는 또 다른 광신도들일 뿐이었다.
앤이 곤란하다는 말에 동의했다.
“요즘은 교리에 따라 일부다처제를 합법화해야한다는 주장으로 교인과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는 중인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요. 그들과 AOC, 그리고 CPC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다는 거죠.”
“AOC? CPC?”
“아. 겨울은 남부의 골칫덩어리들을 잘 모르겠군요. AOC는 미국 성전 기사단, CPC는 그리스도의 민병대를 뜻해요.”
“아……. 들어본 기억이 나네요.”
겨울에게 세례를 권했던 가톨릭 군종장교와의 대화에서 언급된 단체들이었다. 각종 혐오범죄의 온상으로서, 교황청이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던가.
본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신을 찾을수록 비뚤어진 신앙이 되게 마련이다. 자신의 죄의식을 신에게 떠넘기는 탓이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믿음이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진정한 종교와 거리가 멀다.
이런 사람들조차 사랑해주는 것이 전능자로서의 신이겠지만.
가슴 속 돌 구르는 소리가 심할 때면, 겨울에게도 가끔은 신적인 존재를 믿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한숨을 쉬는 앤.
“그들의 협력관계를 우리는 불경스러운 연합(Blasphemous league)이라고 불러요.”
불경스러운 연합이라. 겨울은 내심 갸우뚱 했다.
“교파가 다른데도 통하는 면이 있나 봐요?”
“어디든 중국계에 대한 증오가 존재하거든요.”
“…….”
앤이 중얼거렸다. 제너럴 양의 비디오가 발견될 때마다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하고.
“엘즈워스 상사 자체는 인종차별주의자도 아니고 과격한 성향도 없어요. 하지만 믿음만은 아주 독실하죠. 애초에 목숨을 도외시한 용기 자체가 믿음에서 나왔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주요 감시대상이에요. 겨울도 주의해둘 필요가 있어요. 만약 그가 당신에게 접근한다면, 그 배경엔 외부에서 비롯된 어떤 안 좋은 목적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요컨대, 모르는 아저씨 따라가지 말라는 거죠?”
풋. 겨울의 농담에 실소를 터트리는 앤. 직후 짐짓 엄한 표정을 짓는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갑자기 농담을 하고 그래요.”
“FBI가 주목하고 있다면 심각한 걱정거리는 아니잖아요. 내가 그 사람에게 속아서 스스로 위험한 곳을 찾는다면 모를까.”
“그래도 조심하란 말예요.”
“알았어요. 걱정 안 하도록 행동할게요. 그보다, 그 밖에 다른 주의사항은 없어요?”
고민하던 앤이 고개를 저었다.
“그 외엔 없네요. 명예훈장을 아무나 받는 건 아닌데다, 누구든 기본적인 감ㅅ……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걸요. 비단 연방수사국만이 아니에요. 이번 행사의 보안은 국토안보부가 총괄하고 그 외의 다른 기관들이 협력하는 형식이라서요. 그저 내부에서의 테러를 주의할 따름이에요.”
창가에서 떨어진 겨울이 소파에 앉아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특별히 가까이할 사람을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요?”
“글쎄요. 어차피 알아서 손해 볼 사람은 없는 만큼……원래 안면이 있던 사람들부터 더 친분을 쌓아두는 게 어때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교유가 넓어질 거예요.”
“안면이 있던 사람?”
의아해하는 겨울에게, 나란히 앉은 앤이 가까운 어깨를 살짝 으쓱여보였다.
“우선 75연대의 레이 에머트 대령이 있겠네요.”
“아, 그분이…….”
에머트 대령은 산타 마가리타에서 만났던 레인저 중대장이다.
‘당시엔 대위였지.’
위험을 무릅쓰고 샌프란시스코 인근까지 험프백을 추적했다더니, 결국 그 공로를 인정받은 모양이다. 그 결과 험프백의 능력이 밝혀진 거라면 명예훈장을 주고도 남을 법한 전공이었다. 방역전쟁의 전략 구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테니까.
애당초 중대병력만 이끌고 오염지역을 수백 킬로미터씩 횡단한 것부터가 초인적인 업적이다.
마지막으로 소식을 들었을 땐 중령이더니, 그새 다시 대령으로 진급했다. 불과 1년 만에 대위에서 대령까지. 겨울만큼은 아니어도 무시무시한 진급속도였고, 그럴 만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다. 내년엔 별을 달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별 같은 사람들은 어두운 시대일수록 빛을 발한다. 어둠이 그 별빛을 삼킬 정도만 아니라면.
앤의 말이 이어졌다.
“그 외에 동일 연대 수색대의 조지 팔머 대위, 육군특전대의 태너 롱 소령도 겨울과 아는 사이라고 들었어요. 내가 본 기록이 맞다면 윈저(Windsor) 근교의 목장에서 잠시 합류했을 텐데, 기억해요?”
“그럼요. 얼마 안 지난 일이잖아요.”
대답을 듣고 묘한 표정을 짓는 앤.
“가만 보면 겨울은 기억력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어지간해선 잘 안 잊거든요.”
이건 「암기」 보정 이전의 문제였다. 한 번 본 사람이면 이름은 가끔 잊더라도 그 인상만은 잊지 않는다. 그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또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느꼈는지.
팔머 대위는 전역해서 아내와 함께 목장을 꾸리는 게 꿈이라고 했었다. 롱 소령은 딸이 자신을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었고.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도 신기하네……. 아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가?’
겨울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납득했다.
프레벤티브 스캘핑은 그만큼 위험하면서도 중요한 작전이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군을 구함과 동시에 적의 지휘체계를 파괴하는 임무였잖은가.
“일단은 이 정도네요.”
앤이 소매를 젖혀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만찬까지 앞으로 30분 쯤 남았는데, 뭔가 하고 싶은 건 없나요?”
이제 막 도착한 영웅들이 첫 일정을 준비하기까지 주어진 여유. 겨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딱히……. 나가봐야 앤이랑 이렇게 있지도 못하는데요.”
겨울이 창가에 서있을 때 앤이 거리를 두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성능 좋은 카메라에 찍힐 가능성이 있으니. 가까운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간 일단 경호 문제에서부터 잡음이 생길 것이었다.
앤은 기쁘면서도 심란한 얼굴이 되었다.
“말은 고맙지만, 나 때문에 갇혀있지 말아요. 당신은 개전 이래 지금껏 난민구역과 전선을 오갈 뿐이었잖아요. 그것도 가장 위험한 장소만 골라서……. 안전지역의 평화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번 여정에서 남는 시간이라면 1분, 1초가 아쉬울 것 같은데…….”
“괜찮아요. 난 이렇게 있는 게 더 좋거든요.”
“…….”
겨울은 말이 없어진 앤의 손을 잡고, 눈 마주칠 때마다 미소 지으며 30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