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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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조국 (8)
“불행 중 다행이랄지, 유선망은 멀쩡히 살아있습니다.”
터커 요원이 스크린에 자료를 띄웠다. 백악관으로부터 새로 내려온 지침이었다.
“특히 비상대피시설의 응급라인은 독립된 통신망을 구성하고 있죠.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생긴 외부단자함을 찾으십시오. 여기, 붉은 원으로 강조된 부분에 넷 워리어 단말이나 노트북 같은 걸 연결하면 인터넷과 유선전화 접속이 가능할 겁니다. 또 전파방해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 거리가 가까울 경우엔 무선통신도 어느 정도……아, 이건 필요 없겠군요.”
그의 말처럼, 트릭스터를 상대로 실전을 뛰어본 겨울에겐 무의미한 사족이었다.
“백악관 사령실에선 도로교통카메라와 각 대피시설의 외부관찰용 카메라 등을 더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한계는 있겠지만 아예 없는 것보단 낫겠죠. 추가로 명령전달 및 상황보고에 공중전화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혹시라도 이동 중 전화가 울린다면 가급적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강제사항은 아닙니다.”
그리고 터커는 백악관 사령실의 번호, 군용 통신기를 연결하는 요령 등을 늘어놓았다. 전화상에서의 보고자 신원확인은 음성식별로 대신한다고. 백악관이 직접 통제하는 모든 병력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이것들 모두 미리 준비된 시스템인가요?”
그는 겨울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빠른 대응이 가능하겠습니까?”
하기야 트릭스터라는 괴물이 있는 걸 뻔히 아는 마당에, 무선장애대책이 전혀 없어도 이상할 노릇이었다. 터커는 캐비닛에서 꺼낸 접속 케이블을 겨울에게 건넸다.
“무운을 빕니다, 중령님.”
인사를 받은 겨울은 마지막으로 앤과 시선을 교환한 뒤 안전가옥을 나섰다.
호텔 로비의 풍경은 그새 많이 달라져있었다. 무장한 안전요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유사시 투숙객들을 보호할 수단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호텔의 명성이 높아지는 시대였다. 수사국이 여기에 안전가옥을 둔 이유를 알 만 하다.
정문을 통과하기도 전부터 먼 총성이 들려왔다. 투명한 문 너머로 수십 줄기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늘진 시가지가 보인다.
과연 이 혼란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을는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는 겨울. 챙겨 나온 축소형 군장엔 단 한 끼 분의 전투식량이 들어있을 뿐이다. 나머지 무게는 거의 대부분을 탄약류가 차지했다. 이렇듯 배분이 불균형한 것은 보급체계가 확실하게 갖춰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루 이틀쯤 끼니를 거르며 싸울지언정 탄약이 바닥나선 안 된다.
겨울은 안전가옥으로 온 길을 되돌아가, 처음의 사고현장, 방치된 방탄차량을 지나쳤다. 앤이 알려준 좌표는 내셔널 몰 중심부, 워싱턴 기념비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쪽으로는 링컨 기념관이, 동쪽 멀리로는 의사당의 백색 돔이 보이도록 탁 트여있는 공터. 백악관은 나무에 가려져 있었으나,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이 그쪽의 상황을 짐작하게 만들어주었다.
겨울은 반면형(半面形) 방독면을 벗었다. 아직은 독소가 퍼지는 징후가 없다.
건장한 흑인 남성이 다가왔다.
“한겨울 중령?”
재킷에 끼운 별 모양의 작은 배지만으로도 그의 소속을 알 수 있었으나, 겨울은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
“서두르고 싶지만, 신분증부터 보여주시겠습니까?”
을씨년스러운 주위를 둘러본 요원이 자신의 신분증을 내보였다. 시크릿 서비스, 제롬 M. 프랭클린. 끄덕인 겨울이 그에게 다가갔다. 바람결에 옷깃이 날린다.
“저격 우려가 있는데도 이런 장소를 고르셨군요.”
요원은 담담하게 답했다,
“지금은 위험하지 않은 장소가 없지요.”
곱씹어보니 그렇다. 관공서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고, 교차로마다 꽉 막힌 시가지 어딘가에서 접선하기도 곤란하다. 차라리 이곳 내셔널 몰처럼 사방이 트여있는 곳이 나을지도 모른다.
“먼저 이걸 받으십시오.”
프랭클린 요원이 PDA를 닮은 기기를 내밀었다.
“화이트 셀의 인증 및 피아식별모듈(IFF)입니다. 이미 중령의 지문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군사용품 특유의 투박함이 묻어나는 모양새다. 가동과 조작엔 각각 지문인식이 요구되었다. 인터페이스가 워낙 직관적이어서 조금만 만져보면 기능을 다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충 눌러보니 네트워크 확장성도 눈에 띈다. 어디든 연결하면 자동으로 반응하는 식이었다.
다만 기기 자체만으로는 기능상의 제약이 많았다.
요원이 설명했다.
“인근에 다른 화이트 셀 요원이 있다면 자동으로 식별이 진행됩니다.”
“유효거리가 많이 줄었겠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삼사십 미터 이내에선 확실하게 작동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방해전파에 대한 약간의 저항력이 있지요. 기존의 제식 식별장치와도 호환됩니다. 적어도 현재 백악관이 통제하는 병력으로부터 적으로 오인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최소한의 정보를 전달해두었고, 그쪽에도 연락을 담당한 요원들이 나가있으니 말입니다.”
삼사십 미터. 시가지 환경을 감안할 때 마냥 짧지만은 않은 거리다.
“다음. 이게 있으면 지휘서열을 정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주치는 순간 알 수 있으니까요. 정 무선 환경이 불안정하다면 유선망에 자주 연동시키십시오. 그때마다 각 대원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확인된 좌표가 갱신될 겁니다.”
또한 다른 대원들과 가까이에 있을 땐 자동으로 데이터 교환이 이루어진다고도 했다. 최신정보를 탐색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지휘서열이라. 겨울이 물었다.
“제 위로는 몇 명이나 있죠? 지역 책임자라든가.”
“현장인력 중에서는 많이 없습니다. 마주칠 확률은 낮겠죠.”
“그 정도인가요? 전 화이트 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데도요?”
“그건 기존의 요원들도 비슷합니다. 화이트 셀은 존재 자체가 기밀이었고, 백악관이나 셀 내부에 첩자가 있을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으며, 지휘체계가 마비되었을 땐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과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취지로 창설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시스템적으로 독립된 복원장치라고 해야겠군요. 무엇보다, 당신은 한겨울 중령이잖습니까.”
“…….”
당신은 한겨울 중령이잖습니까, 라니. 건조한 어조로 하는 말이라 이상하게 느껴진다.
“대통령께선 중령이 보여준 판단력을 높게 평가하십니다.”
“네크로톡신?”
“결정적이었죠. 당신을 투입하기로 하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전까진 의심의 여지가 있었다는 암시였다.
겨울은 받은 모듈을 군장 어깨끈에 결속하고, 선을 꽂아 무전기와 연결했다.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좀 더 작게 만들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나마 튼튼해 보이는 점은 좋았다. 정부 입장에서도 예산과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선 피신하실 계획이 없으십니까?”
D.C가 공격을 받고 있다. 도로는 막혔어도 하늘 길은 열려있다. 대통령은 왜 전용기로 이동하지 않는가. 이런 뜻으로 던진 겨울의 질문에, 경호국 요원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어째서? 지하벙커가 있다고 해도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벙커가 아무리 튼튼하다 한들, 백악관 자체가 점령당할 경우엔 시간을 벌 피신처 역할을 해줄 따름이다.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자칫 대통령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었다.
프랭클린 요원의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이 나타났다. 그것은 약간의 피로감이었다.
“첫째. 급박한 상황에서 잠깐이라도 지휘공백이 생겨선 안 되며, 둘째, 이 정도 음모를 꾸민 자들이 하늘을 비워두었을 거라 믿기 힘들고, 셋째, 대통령께서 말씀하시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여기서 더 떨어져선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위험을 각오하고서라도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그렇군요.”
겨울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께 전해주세요. 한겨울 중령은 네크로톡신에 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요원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시간을 아껴야 하니, 달리 중요한 용건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우리의 적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용무는 여기까지다. 이런 느낌으로 돌아서는 그를, 조금 당황하여 불러 세우는 겨울. 만난 뒤 고작 3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잠깐만요. 구체적인 지시는 아무 것도 없는 겁니까? 아무리 자율적인 판단을 중시한다지만…….”
“아직 이해를 못하셨군요.”
“…….”
“바로 거기서부터 익숙해지셔야 할 겁니다. 신께서 당신을 보우하시기를.”
이 말을 듣고서야 겨울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온전히 이해했다.
다양한 수단으로 접촉을 유지할 방침이라곤 했으나, 멀어지는 프랭클린 요원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막막해지는 게 사실이었다. 허나 애초에 이 막막함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을 뽑았을 것이었다. 가만히 머물면 그 자체로 기준미달이다.
아직 암막에 가려져있는 적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까. 그들이 실체를 드러내도록 강요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군부대나 다른 요원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후, 하고 숨을 내쉰 겨울이 행동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이십분 뒤.
임무수행의 가장 큰 난관은 분노하거나 겁에 질린 시민들이었다.
“도와주셔서, 윽, 감사합니다.”
조금 전까지 린치를 당하고 있던 화이트 셀 요원 하나가 겨울에게 헐떡거리며 감사를 표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부상의 정도가 심하다. 겨울은 한숨을 삼켰다. 그와 그의 동료는 본디 지역경찰 소속이었고, 지금도 그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둘 다 백인이라는 운 나쁜 공통점이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숫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곳 힐 이스트는 흑인들의 밀집 거주 지역이었다.
“시민 여러분!”
얼굴을 다 드러낸 겨울이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원을 향해 외쳤다.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집이나 대피시설로 돌아가!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다려주세요! 이런 무질서야말로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는 바입니다! 그들은 이 틈에 더욱 끔찍한 일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머뭇거리던 군중의 한 사람이 지연된 분노를 터트렸다.
“하지만! 경찰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다고요! 우린 부당한 공권력과! 뒈지다 만 시체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이에 나머지 사람들이 거칠게 호응했다. 맞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방독면을 쓰고 온갖 화기와 둔기로 무장했다. 방탄복이나 직접 만든 보호구를 입은 이들도 눈에 띈다. 이들이 당장 폭도로 돌변하면 겨울조차 감당하기 어렵겠다. 잘 모르는 입장에서 트릭스터를 죽이겠다고 설칠 법도 했다.
분노의 공명이 다시 커지기 전에, 겨울은 비어있는 한 손을 들어 그들의 주의를 모았다.
“저는!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높이는 목청에, 그래도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의 모습. 도로 양측 건물의 유리창 안쪽에선 스마트 폰을 든 손들과 엿보는 시선들이 나타났다.
겨울이 계속해서 외쳤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나중에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저는 그때 여러분을 돕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지금 저를 도와주지 않으시면! 그 나중이라는 게 아예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내일이 사라질지 모릅니다!”
“…….”
“돌아가십시오! 이 도시 어디에도 숨어있는 괴물은 없습니다! 복제된 신호가 뿌려지고 있을 뿐이며! 이 요원들은! 그 신호기를 찾아 파괴하는 중입니다! 정부의 발표는! 백인들을 먼저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아닙니다!”
군중이 입을 다물었으나 완전한 정적이 찾아오진 않았다. 거리마다 먼 메아리 같은 총성이 울렸으며, 누군가의 비명과 고함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엇갈리기도 했다.
대치한 채로 흐르는 시간은 1초가 1분처럼 늘어졌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겨울의 간청에 고민하거나 찌푸리거나 한숨을 쉬는 사람이 늘었다.
조용히 의견을 나누는 그들의 소리가 점차 한쪽으로 쏠리는 게 보였다. 어느 집단이든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었다. 여기서는 몸집이 크고 눈망울이 그렁그렁한 남성이다. 살이 많은 만큼 근육도 많았다. 이마의 주름은 가난하고 거친 세월에 찌든 흔적처럼 보였다.
마침내 다른 모두가 입을 다물게 되었을 때, 그가 투덜거린다.
“젠장.”
두꺼운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아무리 빡이 돌아도 한겨울 중령하고 싸울 순 없지…….”
마음이 급하지만, 겨울은 애써 차분하게 목례했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맥 빠진 몸짓으로 손을 흔들었다.
“감사는 됐고, 약속 꼭 지키쇼. 당신에게 실망하면 살 맛 겁나게 떨어질 것 같으니까.”
그의 말에, 썩 내키지 않는 분위기로나마 동조하는 나머지 사람들. 아마도 예전부터 행동을 함께해온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연락망을 유지하는 생존주의 단체들이 수도 없이 많은 시대였다.
군중은 뭔가 어색한 분위기로, 하나 둘씩 두서없이 돌아섰다.
시크릿 서비스 요원이 했던 말처럼, 대통령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역자들의 손에 무기화된 네크로톡신이 있음을 공표했다. 이 소식은, 전파가 무용지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신속하게 퍼졌다. 사람을 경유하는 모든 정보가 그렇듯이, 갈수록 왜곡과 오해가 더해지면서.
그 이후 도시의 무질서는 매분 매초마다 최악을 경신하고 있다.
겨울이 아직 깨어있는 요원에게 물었다.
“일어설 수 있겠어요?”
“예. 일단은……. 그냥 두고 가십시오. 해야 할 일이, 있잖습니까.”
이렇게 말하며, 상체를 힘겹게 세우고 뱉는 침이 묽은 핏빛이었다.
가까운 건물 그늘에 엄폐한 채 교전에 대비하던 다른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는 넷. 겨울과 가장 먼저 합류하게 된 이들이었다. 식별신호가 서로를 자석처럼 끌어당긴 덕분이다. 네 명의 요원들은 부상자를 중심으로 둥글게 꿇어앉아 사방을 경계했다. 차상급자가 겨울을 등진 채로 말한다.
“그래도 운이 좋았습니다.”
“산체스 하사.”
“당신께서 없으셨다면 결과는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이 친구들을 죽으라고 내버려두거나, 혹은 시민들에게 발포하거나. 어느 쪽이든 최악이었겠죠.”
산체스 하사. 산악사단 출신이라는 이 요원은 위장전역 후 워싱턴 D.C에 머문 지 벌써 반년 째라고 했다. 그가 냉정하게 말한다.
“가시죠. 죽을 목숨 살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장 가까운 방해전파 사이트까지 170미터 남았습니다.”
“…….”
짧게 고민한 겨울이 다친 경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잘 숨어있어요.”
작별을 고하고, 기다리는 요원들에게 살짝 끄덕여 보인다.
군중들에게 막혔던 이동이 재개됐다. 도로를 벗어난 차량 등의 장애물이 많다보니, 대원들의 이동은 조금 느린 달리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직선거리로 170미터. 길을 따라가면 300미터가 넘는다. 지체된 시간을 감안한 겨울이 산체스 하사에게 지시했다.
“내가 먼저, 가있을 테니, 혹시라도 교전이 벌어지면, 스스로 판단해서 지원해줘요.”
“……알겠습니다.”
뛰느라 거칠어진 호흡에 손상된 자존심의 얼룩이 묻어나는 대답이었으나, 지금은 사소한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겨울은 홀로 속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