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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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18)
멍하니 있던 앤이 다급하게 겨울을 붙잡았다. 두 번째 입맞춤은 먼저보다 거칠었다. 한쪽은 서투르고 다른 한쪽은 갈급했으므로. 그러나 서로를 느끼기엔 그것이 더 좋았다. 간헐적으로 멎었다가 몰아쉬며 떨리는 숨결이 겨울의 볼을 간지럽힌다. 여유를 잃은 앤에게선 헤이즐넛처럼 진한 사람의 맛이 났다. 생각은 무의미하다. 겨울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세상을 망각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겨울은 천천히 입맞춤을 끝냈다. 어느 주말의 한가로운 아침, 볕이 드는 침대의 마른 이불 위에서, 길고 깊었던 잠으로부터 조용히 깨어나듯이. 앤 이외의 모든 것들은 잠결에 듣는 새들의 지저귐처럼 돌아왔다. 겨울은 그녀를 가만히 밀어냈다.
“잠시만요, 앤.”
“……아?”
키스가 길어지면서 힘이 빠져있던 앤은, 겨울이 미는 대로 떨어져서는, 눈을 깜박이다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각에 몰두하느라 자기 자신마저 잊고 있었던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사고를 회복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채 다 지워지지 않은 혼란을 담아 겨울을 바라보았다.
“내가……. 내가, 뭔가 착각을 한 건 아니죠?”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겨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만 아직 해야 할 말이 남아있을 뿐이에요.”
“해야 할 말?”
의아해하는 앤 앞에서, 차분하게 숨을 고른 겨울은 느린 동작으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앤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린다. 크게 뜬 눈,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한 시선은 겨울이 내미는 반지에 고정되었다. 잠깐 동안은 숨도 못 쉬는 것 같았다.
겨울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실, 다른 반지를 마련할까 고민했었어요.”
이 반지는 본디 커트 리를 위해 준비되었던 소품이다. 테두리를 이루는 백금에 폭이 다른 순금을 겹쳐 배색(配色)이 강조되는 효과를 주고, 여기에 미려한 세공과 그 세공의 일부가 되도록 아주 작은 보석들을 흩어 놓은 명품. 남녀 무관하게 어울릴 심미적인 디자인이지만…….
“이런 건 성의를 담아 내가 직접 골라야만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신에게 가장 어울릴 만한 것으로.”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자신이 앤에게 청혼하게 될 것만은 확실하다고 믿었던 겨울이다. 고로 이 같은 망설임을 지난해 가을부터 심중에 두었다.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 봐도, 당신과 나 사이에 이보다 더 의미가 깊을 약혼반지는 없겠더라고요. 여기엔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이 담겨져 있으니까요. 우리는 아마 그 무렵부터 서로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거예요.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었지만요. 나도, 그리고 아마 당신도.”
숨죽여 듣는 앤의 눈이 빠르게 젖어들었다. 겨울은 상냥한 미소를 머금었다.
“당신은 내 첫사랑이에요.”
“…….”
“다시 말할게요. 당신을, 조안나 깁슨이라는 사람을 사랑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당신을 사랑하면서, 또 당신에게 사랑받으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어졌어요. 더 이상 기다리기도, 망설이기도 싫어요. 그런 마음으로 부탁할게요.”
마침내 이 순간이다.
“앤, 나랑 결혼해줄래요?”
겨울로서도 오래도록 참아왔던 말이었기에,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과를 이미 아는데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앤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물기 가득한 한 마디를 간신히 내뱉었다.
“……네.”
겨울이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약지의 첫마디에서 봄날의 태양이 아른거렸다. 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겨울을 숨 막히게 끌어안았다. 세 번째의 키스는 행복에 젖은 눈물의 맛이었다. 그 부드러운 소금기가, 겨울에겐 한없이 달게만 느껴졌다.
입술이 숨결과 더불어 떨어진 뒤에, 앤은 잠시 겨울에게 기대었다. 서있기도 힘든 사람처럼. 극도의 감정적 고양과 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이 그녀의 기력을 소진시킨 것이다. 와 닿는 체온은 평소 이상으로 뜨거웠다.
“어디 잠깐 앉는 게 어때요?”
앤의 허리를 잡아 길가의 벤치로 이끄는 겨울. 앞으로는 포토맥 강이 트여있고 위로는 벚꽃나무 그늘이 드리운 자리라 한가롭게 숨을 돌리기엔 안성맞춤인 장소다. 흐르는 강물, 잔잔한 물결마다 무수한 조각으로 부서져 반짝이는 햇빛이 아름답다. 한낮에 뿌려진 별무리였다. 조용한 가운데 비행기 엔진 소리가 지나간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강 건너의 국제공항은 예전처럼 혼잡한 장소가 아니었다.
한참 후에, 겨울은 앤의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미안해요.”
“……?”
“좀 더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당신이 기다려 온 시간들을 감안하면, 그 기다림을 일분일초라도 빠르게 끝내주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하죠.”
즉답한 앤이 겨울의 목에 팔을 두른다. 이어지는 몇 번의 짧은 키스. 그녀는 겨울의 이마에 이마를 맞댄 채로 웃으며 자그맣게 도리질 쳤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이제껏 겪어본 적 없는,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는걸. 겨울에겐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당신은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짐작도 못할 거예요.”
그러더니 입술을 살며시 깨무는 그녀. 뭔가를 고민하다가, 새롭게 운을 띄운다.
“그래도, 그래도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들어줄래요? 그게 무엇이든.”
“얼마든지요. 내게 가능한 일이라면.”
그것은 필시 겨울도 원하는 일일 것이다.
“……따라와요.”
앤은 겨울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핸들을 꽉 움켜쥔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그녀는, 겨울이 안전벨트를 채우는 소리를 듣곤 거칠게 기어를 넣어 가속페달을 밟았다.
머잖아 수사관으로서의 관록이 드러나는 운전으로 도착한 곳은 강변의 선착장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차에서 내릴 땐 겨울에게 큼직한 선글라스를 건네주었다. 오늘처럼 소중한 날을 수준 낮은 언론의 저렴한 가십거리로 만들긴 싫었을 터였다. 로비 데스크의 호텔 직원은 앤의 날카로운 어조와 숨 막히는 분위기 앞에서 당황한 눈치로 열쇠를 내주었다.
그렇게 들어간 객실에서, 겨울과 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췄다. 서로를 충분히, 모든 감각을 통해 탐닉하듯 음미했다. 잠깐씩 겨울이 주춤거릴 때가 있었으나, 말 그대로 잠깐이었고, 거부감 같은 건 묻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벨 소리가 울렸다. 앤의 전화기였다. 그녀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으나, 거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앤은 드물게 짜증 어린 표정으로 단말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FBI 국장, 어니스트 딘이었다.
하기야, 업무 시간에 자리를 비운 것이다.
결국 전화를 받는 앤. 겨울은 그녀의 눈빛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한 번 보았던, 바로 그 목마른 무표정이었으니까.
국장이 어디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기도 전에, 앤은 고저 없는 음성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저 지금 바쁩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뭐? 바쁘다니? 대체 무슨-」
삑.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한 그녀는, 단말기를 잡아 뜯다시피 배터리를 뽑더니 보지도 않고 한 쪽으로 던져버렸다. 단단하게 부딪혀 구르는 소리에도 개의치 않는다. 앤은 손끝으로 겨울을 밀어 침대에 앉히고, 그 앞에 서서 하나로 묶어 올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풀어헤쳤다. 후, 하고 양손으로 쓸어 넘긴 뒤에, 그녀가 갈망 어린 눈으로 겨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당신도 마찬가지겠죠?”
겨울은 조용히 끄덕였다.
#이미 읽은 메시지 (18)
「전국노예자랑 : 흐음. 채널이 갑자기 조용해졌네……. 이 병신들은 이번에도 음란함이 폭주해서 튕겨버린 거겠지.」
…….
「전국노예자랑 : 정상화는 아직인가?」
…….
「전국노예자랑 : 아니 이 옘병할 것들은 대체 얼마나 흥분했길래 여태껏 온라인으로 안 돌아와? 난 벌써 두 번이나 돌려 봤구만.」
…….
「전국노예자랑 : 어휴……. 이 성욕에 미친 마구니 새끼들. 이 새끼들은 분명 한겨울X트릭스터 동인지 보면서도 호에에엥 해버릴 거야.」
…….
「전국노예자랑 : 모르겠다. 별이나 주자…….」
…….
…….
[まつみん님이 별 442.99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전국노예자랑님이 별 1,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まつみん님이 별 707.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まつみん님이 별 1153.06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まつみん님이 별 0.81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まつみん님이 별 1995.63개를 선물하셨습니다.] [Владимир님이 별 10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붉은 10월님이 별 3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대머리47님이 별 1,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まつみん님이 별 77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Cthulu님이 별 1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에엑따 : 엌ㅋㅋㅋㅋㅋ 마츠밍ㅋㅋㅋㅋㅋ」
「똥댕댕이 : 마츠밍 정줄 놓음? ㅋㅋㅋ 별 주는 횟수 무엇?」
「마그나카르타 : 마츠밍 정신 차려 ㅠㅠ」
「마귀놀이 : 그 와중에 블라디미르 성님 별 10만개 실화냐…….」
「질소포장 : 이젠 놀랍지도 않다. 요전엔 한 번에 천칠백만 개를 쏜 양반인데.」
「엑윽보수 : 그때 존나 쩔었지 ㅋㅋㅋ 어지간한 B급 가입자 예치금보다 많은 돈을 한 큐에 벌어들이는 좆겨울의 위엄 ㅋㅋㅋㅋ 여러분, 외화는 이렇게 버는 겁니다 ㅋㅋㅋ 좆겨울 새끼 섹스 한 번으로 국위선양 ㅆㅅㅌㅊ인거 보소」
「대출금1억원 : 넌 왜 이 좋은 날에 자꾸 좆겨울 좆겨울 그러는 거냐?」
「まつみん : 그래요. 닥치세요.」
「붉은 10월 : ……?」
「믓시엘 : 응?」
「깜장고양이 : 야옹?」
「질소포장 : 뭐지? 텔레타이프 오류인가?」
「엑윽보수 : 아니, 잠깐만……. 지금 스시녀가 나한테 욕 한 거임? 리얼루다가? 개꿀잼 몰카 아니고? 사칭도 아니고? 그 마츠밍이? 욕을?」
「まつみん : 네.」
「엑윽보수 : 헐…….」
「まつみん : 한창 감동을 느끼고 있는데 더러운 심보로 재 뿌리지 말란 말예요. 우리 소중한 겨울 씨에게 매번 그토록 무례한 말버릇이라니! 이 못된 베충이!」
「엑윽보수 : …….」
「앱등이 : 베충잌ㅋㅋㅋㅋㅋ 응앜ㅋㅋㅋㅋㅋ 마츠밍 스겤ㅋㅋㅋㅋㅋ」
「헬잘알 : 우리 엑윽이 조용해지는 거 존나 웃기네 ㅋㅋㅋ」
「깜장고양이 : 서당 고양이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이 채널에 오래 있었던 마츠밍도 제법 훌륭해진 고양. 저 댕청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어 패치가 ㅆㅅㅌㅊ인 고양. 댕청한 댕댕이가 찌그러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즐거운 고양.」
「멈뭄미 : 거 듣는 댕댕이 기분 나쁘네…….」
「둠칫두둠칫 : 세상에. 동조선 최강의 존재가 서일본의 병신력마저 흡수해버렸어. 저걸 이제 누가 막을 수 있지? 우린 다 끝장이야. 인류에겐 꿈도 희망도 없어.」
「Nyarlathotep : 아아, 이것은 혼돈이라는 것이다.」
「엑윽보수 : 너네 다 닥쳐 씨발.」
…….
「붉은 10월 : 다들 너무 괴롭히지 마라. 저 엑윽이가 말은 저따위로 하지만, 이 채널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걸 보면 하던 게 있어서 그냥 습관적으로 싸가지가 없는 거임. 알고 보면 쟤도 한겨울의 코어 팬인 거지. 그렇지 않고선 진즉에 다른 중계채널로 갔어야 정상이라고 봄. 그동안 겁나 지루했잖음. 팬 아니면 그거 못 견뎠음. 난 뭐가 잘못됐는지 그게 지루하면서도 좋더라. 쟤도 아마 그럴 거야.」
「엑윽보수 : 아닌데? 틀렸는데?」
「깜장고양이 : 우웩인 고양. 시꺼먼 댕청이가 부끄러워해봤자 조금도 귀엽지 않은 고양.」
「엑윽보수 : 아 아니라고 병신년아.」
「붉은 10월 : 근데 진지하게, 지금 여기 있는 애들, 이제 다른 채널은 전혀 안 보지 않냐? 나만 그럼?」
「엑윽보수 : 아닌데? 너만 그러는데?」
「진한개 : 아니긴 뭘 아니야 ㅋㅋ 채팅 기록 검색해보니까 너 사후보험에서 유일하게 구독하는 채널이 여기라고 한 적도 있구만 ㅋㅋㅋㅋ」
「아침참이슬 : 븅신 ㅋㅋㅋ 구라도 멍청하면 못 침 ㅋㅋㅋ」
「엑윽보수 : ㅅㅂ 왜 남의 기록을 검색해보고 지랄임? 사생활침해 아님? 이거 고소 가능?」
「하드게이 : 이 녀석……오늘 따라 섹시한걸.」
「아침참이슬 : 10월 말이 맞는 게, 오늘 방송이 좋긴 좋았지만, 끝나니까 갑자기 무서워지더라.」
「BigBuffetBoy86 : 뭐가 무서운데?」
「아침참이슬 : 여러 가지. 한겨울이 중계 끊으면 어떡하나, 또 얘가 제로 그라운드 가서 죽으면 어떡하나, 더 이상 이 세계에 오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내가 한겨울의 삶에 너무 중독되어있다는 느낌이다.」
「아침참이슬 : 전에 누가 나한테 SALHAE꼴 날 거라고 했었는데」
「아침참이슬 : 농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된 듯」
「아침참이슬 : 요즘은 한겨울을 빼면 나한테 뭐가 남나 싶다니까? 접속하지 않을 때도 항상 여기서의 삶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음.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내가 한겨울인줄 알 때도 있음.」
「엑윽보수 : 님 병신임?」
「헬잘알 : 내가 저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공감이 간다.」
「엑윽보수 : 님도 병신임?」
「닉으로드립치지마라 : 알 만 하다. 원래의 삶에 뭐가 있어야 자기 자신이 유지가 되지.」
「엑윽보수 : 얼씨구.」
「まつみん : 전 겨울 씨가 세계관 공개를 해제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엑윽보수 : 뭔 개소리임?」
「まつみん : 아까 솔직히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겨울 씨가 조금 안쓰럽기도 했어요. 살짝살짝 멈칫거리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아마 전에 말했던 트라우마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우리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옷을 벗기가 얼마나 꺼려졌겠어요?」
「まつみん : 제 느낌이지만, 겨울 씨가 우리를 배려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