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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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3), 캠프 로버츠
「교습」의 효율은 대상이 적을수록 증가한다. 겨울이 주말에도 유라를 굴리는 이유였다. 육체와 정신 양면에서 한계를 시험하는 훈련들을, 그녀는 이 악물고 견뎌냈다.
지금은 사격훈련이다. 10미터 거리에 대형 표적 여덟 개가 줄지어 있었다. 각 표적마다 열 개씩 숫자가 적혀있다. 그 중에서 쏴야 할 것은 7의 배수. 이동 간 사격이고, 한 자리에서 3초 이상 머무르면 안 된다.
7의 배수, 7의 배수. 유라가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겨울이 스톱워치를 누르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야 이 개 같은 창녀야! 너 같은 갈보년은 태어난 게 잘못이야! 씨발, 왜 태어났어! 부모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아니면 너네 엄마도 창녀보지야?!”
중년 남성 한 명이 유라에게 붙어 온갖 욕설을 쏟아낸다. 거칠게 밀기도 했다. 유라가 입술을 깨문다. 타앙! 첫 사격은 빗나갔다. 곧바로 재사격, 재사격, 재사격. 3초가 지나기 전에 네 발을 쏘고 두 걸음 걸어 다시 조준한다. 흔들리는 조준선. 남자는 여전히 소리를 질렀다. 입 냄새가 지독하다. 유라는 혼란을 느꼈다. 42는 7의 배수가 맞던가? 열 오른 머리가 멍해서, 생각이 진행되지 않는다. 쐈다. 불확실한 여운을 남기고, 이동하는 그녀.
다음 표적이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표적 전체를 빠르게 훑었다.
19? 아냐. 25? 아냐. 63?……7 곱하기 9. 맞아. 쏴야지. 쐈나? 빗나갔어? 다시……아, 3초!
겨울은 그녀와 보폭 맞춰 이동하며 점수를 매겼다. 100점으로 시작해서 깎아가는 방식이었다. 빗나갈 때마다 감점. 3초 이상 정지 시 1초마다 감점. 잘못된 숫자를 쏴도 감점. 맞는 숫자를 쏘지 않아도 감점. 유라가 두 번째 표적을 통과했을 때, 점수는 79점까지 떨어졌다.
철컥. 탄이 바닥났다. 유라는 한 손으로 탄창을 빼내며, 다른 손으로 예비 탄창을 꺼냈다.
“앗!”
놓쳤다. 울상을 짓는 유라. 겨울은 5점을 깎았다. 허겁지겁 탄창을 줍는 그녀의 머리 위로, 입 냄새 심한 남자의 욕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경황없었던 그녀는, 결국 쏴야 할 숫자 두 개를 남겨놓고 다음 표적으로 뛰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 끝까지 처음 같았다면 최종점수는 0점이었을 것이다.
“47점이요?”
“네. 1분 19초에 47점. 잘 하셨어요.”
“하아…….”
유라는 얼굴을 감싸며 쪼그려 앉았다.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훌쩍. 손끝으로 눈물을 훔친다. 이제껏 갖은 욕을 퍼부었던 남자가 굉장히 미안해했다.
“어……미안해요, 유라 양. 본심은 아닌 거 알죠?”
“알아요. 힘들어서 그래요.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처음도 아니고.”
겨울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유라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묵묵히 받아들이는 그녀. 눈가를 꾹꾹 눌러 닦는다. 훈련을 돕던 중년인도, 눈치를 보다가 겨울 옆에 앉았다. 커흠, 흠! 헛기침을 한다. 겨울은 웃으며 주머니를 뒤졌다. 나온 것은 담배 한 갑. 아래를 툭 친 다음, 나이든 남자에게 내밀었다. 한숨 쉬며 한 대 뽑는 중년인. 그가 물자, 겨울이 불을 붙여주었다.
쓰읍-! 담배 끝이 눈에 띄게 타들어갔다. 중년 남자는 연기를 들이쉰 채 숨을 멈췄다가, 걱정스러울 지경이 되어서야 푸하 하고 내뱉었다. 그러더니 투덜거리는 말.
“담배 태울 수 있대서 좋다고 왔더니, 이거라도 없으면 못할 짓이구먼요. 욕을 잔뜩 준비하라기에 대체 무슨 일인가 했지……. 가장 힘든 사람은 유라 양이겠지만. 난 솔직히 유라 씨가 날 쏘면 어쩌나 무섭더라고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담배가 쭉쭉 없어진다. 겨울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조용한 시간이었다. 몇 분 지나 눈물 마른 유라가 물었다.
“이 연습은 왜 하는 거예요?”
직후, 유라가 덧붙였다.
“저기, 절대로 싫은 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총은 멀리서 맞추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녀가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방향이 바뀐 바람 탓에, 담배 연기를 잘못 마셔서 그렇다. 중년인이 머쓱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옮겼다.
부드러운 미소를 만들고, 겨울이 말했다.
“다급할 때 침착함과 판단력을 유지하는 훈련이에요. 유라 씨는 전투조장이잖아요. 소대가 편성되면 분대장이 되실 거고요. 실전에서 유라 씨가 혼란에 빠지면, 유라 씨뿐만 아니라 분대 전체가 위험해질 거예요. 그걸 예방하고 싶어서요.”
“그렇구나…….”
마른세수를 하는 유라. 그녀는 빨아서 돌려주겠다고 손수건을 챙기고, 기합을 넣으며 일어섰다. 양 뺨을 스스로 때린다. 짜악! 그리고 잠시 혼자서 아파했다. 아까와 다른 의미로 글썽거리는 눈동자 한 쌍. 중년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모르는 척 새침을 떼고, 유라가 말했다.
“더 열심히 할래요. 다음은 뭔가요?”
그녀는 열심히 뛰고 굴렀다. 사격훈련도 몇 번 더 반복되었다. 잘 견뎌낸다. 겨울이 「간파」한 그녀의 잠재력이기도 하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교습」의 영향으로 소모가 줄어든 영향이기도 하다.
땅거미가 질 무렵, 유라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겨울이 부축해주겠다고 했으나, 그녀가 거절했다. 주위에 약한 모습 보이기 싫다는 이유였다. 동맹원들보다는 다른 조직의 눈을 더 신경 쓰는 눈치다. 자신이 맡게 될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라, 뭔가 일이 생긴 모양인데요?”
한 발 앞서가던 중년인이 놀란 소리를 냈다.
「겨울동맹」의 근거지 가까이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편을 가르듯이 나누어 서서,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목청을 돋우는 중이다. 겨울이 유라를 중년인에게 맡겼다.
“천천히 오세요. 먼저 가볼게요.”
그가 가까워지자 분위기가 급변한다.
한쪽은 「겨울동맹」 사람들이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빠르게 밝아진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쪽은 「다물진흥회」 사람들이다. 겨울은 임화수와 같이 있던 어깨들을 알아봤다. 눈길 마주치자, 모두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술렁이며 물러나는 무리. 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여자와 아이, 노인들도 겁을 집어먹었다.
전투원이 아닌 사람들은 뭐 하러 왔지?
무리 사이에 끼어있던 두 명의 부장이 다가왔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대장. 그렇잖아도 사람을 보내려던 참이었는데…….”
장연철은 겨울을 무척이나 반겼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민완기도 태연한 척 하지만,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부장으로서 가장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학자가, 힘쓰는 덩치들 앞에 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두 부장 모두 책임감을 발휘한 셈이다.
겨울이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장연철이 뭐라고 대답하려는 찰나, 「다물진흥회」 쪽 가까운 자리에서 남자아이가 튀어나왔다.
“저 아저씨가 우리 몽이를 데려갔어!”
이제 열 살 쯤 되었을까. 작은 눈에 눈물과 미움이 가득했다. 아이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급하게 뛰어나왔다. 그녀는 아이를 감싸 안고, 겨울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뒤로 빠지려는 것을 겨울이 붙잡았다. 손길이 닿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어머니. 겨울은 안심하라는 의미로 곧장 손을 뗐다.
“잠시만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해를 끼치진 않을게요. 약속하죠.”
약속을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다만 겨울에게 거스를 수 없어서 못 박힌 듯 서있을 뿐. 소년에 대한 온갖 풍문을, 좋지 않은 쪽으로만 들은 것 같았다. 하기야 「다물진흥회」 사람이니까.
남자아이가 어머니 품에서 뛰쳐나왔다. 겨울이 한 쪽 무릎 꿇어 눈높이를 맞췄다.
“형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몽이가 뭐니? 혹시 강아지니?”
“강아지야! 엄마가 내 동생이라고 그랬어!”
무슨 일인지 감이 잡힌다. 겨울이 다시 물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몽이를 누가 데려갔다고?”
“저 아저씨!”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당혹스러운 표정의 한 남자가 있었다. 주위가 분분히 흩어졌다. 겨울이 남자에게 손짓했다.
“이쪽으로 와보세요.”
억울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남자. 겨울이 그의 이름을 확인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성함이 유재흥 씨……셨던가요?”
그러자 남자의 표정이 환해졌다.
“맞습니다, 작은 대장. 기억하시는군요.”
딱히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겨울동맹」 구성원들의 이름을 최대한 외우려고 노력했을 뿐. 좋은 리더십을 위한 과제의 하나였다. 어쨌든 그는 자기 좋은 쪽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겨울이 질문했다.
“묻겠는데, 이 아이의 강아지를 데려가셨나요?”
네, 아니오. 둘 중의 하나를 기대했건만, 장황한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아아, 사실은 말입니다, 이게 서로 좀 오해가 있어서 말이죠…….”
자기합리화가 필요한 사람은 말이 길어지는 법. 겨울은 인상을 찌푸리고 싶었지만, 최대한 인내했다. 그랬다간 훨씬 더 긴 변명이 붙을 것이었다.
“즉, 요약하면.”
끝까지 들은 겨울이 불필요한 부분을 쳐냈다.
“주인이 없는 줄 알고 데려간 거다, 이거네요?”
유재흥이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개 한 마리 돌아다니는데 주위에 사람은 없고 해서…….”
남자아이가 빽 소리 질렀다.
“거짓말! 몽이는 내가 데리고 있었어! 니가 빼앗아갔잖아! 이 나쁜 새끼야!”
“어허! 어른한테 새끼라니,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버럭 소리 지르는 유재흥. 삿대질을 어머니 쪽으로 돌린다.
“자식 교육 똑바로 시켜! 가정교육이 개판이니까 개 한 마리 제대로 간수 못해서 이 사단이 나는 거 아냐!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바깥에서 새고 그러는 거야. 알겠어?!”
「다물진흥회」쪽에서 불만의 웅성거림이 번졌다. 그러나 그 크기는 무척이나 작았다. 겨울이 그들의 누름돌이었다. 남자, 유재흥이 더욱 기세를 올렸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고 믿는 것 같았다. 겨울이 그의 삿대질을 붙잡았다.
“어? 작은 대장?”
폭주가 멎은 유재흥이 눈치를 본다. 겨울은 그의 손을 끌어내린 뒤, 여상한 낯으로 침착하게 물었다.
“다시 확인할게요. 재흥 씨가 강아지를 데려올 때, 주위에 사람은 없었던 거죠?”
“맞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 제가…….”
“거기까지. 지금부터는 최대한 간단하게 대답해주세요.”
재흥은 자기 말을 잘라놓자 불편해 보였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은 아이 어머니에게, 아드님 귀를 잠시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에 할 질문의 대답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어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추궁하려면.
“그럼 그 강아지는 어떻게 하셨어요?”
“어……저도 주인을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 아시잖습니까. 우리 사정이 다 변변치 못해서…….”
“짧게 해주세요.”
“……삶아 먹었습니다.”
작게 우물거리는 대답. 애완견이 잡아먹혔다는 말을 들으면 애가 얼마나 울부짖었을까. 아이 어머니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에게 강아지를 동생이라고 했을 정도니까, 어머니 쪽의 애착도 상당했을 것이다.
“유재흥씨. 스스로 한 말씀들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 아시죠?”
고개를 기울이는 겨울. 음성이 점점 낮아졌다.
“처음부터 말이 이상하잖아요. 강아지를 챙길 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재흥 씨를 지목한 건데요? 사정 모르는 아이가 무턱대고 지목해서 정말로 개 도둑일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개 도둑이라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그럼 거짓말쟁이라고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사기꾼? 어느 쪽이건 제가 도둑만큼이나 싫어하는 부류인데. 마음대로 골라보시죠.”
그러자 개 도둑이 답답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허리에 손을 얹고, 땅을 보며 한참동안 묵묵했다. 이윽고, 그가 한숨처럼 내뱉는 말.
“작은 대장님,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제가 뭘 잘못했죠?”
“우린 같은 편이잖아요!”
그는 속이 터진다고 가슴을 두드렸다.
“저 그렇게 멍청한 사람 아니에요. 적당히 둘러댔으니까 적당히 편들어주셔야지! 어? 양쪽 사람들 다 보는데 이게 뭡니까? 창피하게시리. 이러면 대장한테도 좋을 게 없어요!”
“저한테 나쁠 건 또 뭔가요?”
“같은 편 안 지켜주는 대장을 누가 따르겠어요? 예? 고작 개 한 마리, 이런 사소한 일로도 이렇게 몰아붙이면은, 나중에 정말 중요한 일에서 대장을 믿을 사람이 있긴 하겠느냐……뭐, 이런 말이에요-.”
그는 손을 딱딱 떨치며 열성적으로 떠들어댔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이 시국에 개를 키우는 게 말이나 됩니까?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 데 개먹이가 웬 말이에요 그래? 사람 나고 개 났지 개 나고 사람 났습니까? 멀쩡한 사람이 그 꼴을 어떻게 봐요? 그건 보는 사람들 다 욕보게 만드는 거예요. 그 꼴을 참아줘야 하니까!”
“…….”
“그래요. 제가 좀 잘못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이럴 땐 융통성 있게, 응? 여기까지가 내 사람이다, 확실하게 정해놓고 확실하게 챙겨줘야, 이야- 이 사람이 내 대장이구나! 하고 충성을 바치는 거지. 응? 안 그래요? 그러니까, 대장님, 저 사람들 대충 보내고 우리끼리 다시 이야기합시다. 예? 체면 떨어진다니까 그러네.”
“그만 하셔도 돼요.”
겨울이 그의 말을 막았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먹었다는 부분은 못 들었어도, 눈치가 있었다. 엄마가 왜 귀를 막았나. 주위 사람들의 표정은 왜 저런가.
아이와 어머니를 향해, 겨울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낮은 비명이 편을 가리지 않고 번져나갔다.
개의치 않았다. 겨울은 머리가 땅에 가깝도록 고개를 숙였다.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미치겠네, 와 진짜 미치겠네. 이렇게 중얼거리는 건 옆에 있는 유재흥이었다. 이러지 말라고, 체면 깎인다며 겨울을 일으키려 애썼다. 무의미한 노력이었다.
이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술렁이던 「다물진흥회」 쪽에서 남자 하나가 나섰다.
“큼, 거, 그만 됐으니 일어나 보쇼.”
겨울이 답했다.
“전 지금 「다물진흥회」가 아니라 몽이 어머니와 형에게 사과드리는 겁니다.”
“내가 몽이 아버지요.”
“…….”
겨울이 일어나 무릎을 털었다. 시선도 주지 않고, 원인제공자에게 던지는 말.
“유재흥 씨.”
“뭐, 뭡니까?”
“선택권을 드릴 게요.”
“선택권……이요?”
“네.”
이어지는 말은 주위의 모두가 확실하게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겨울동맹」을 나가시던가, 아니면 저한테 좀 맞으시던가. 둘 중에 하나 고르세요.”
두 눈을 꿈벅꿈벅, 제 귀를 의심하던 유재흥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생각 같아선 그냥 나가라고 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곧장 살해당하시겠죠. 그래서 선택지를 드리는 거예요. 고르세요. 10초 안에 안 고르시면, 동맹 나가신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아니, 잠깐! 잠깐만요! 대장! 작은 대장!”
대경실색한 개 도둑이 다급하게 매달렸으나, 겨울은 이미 손목시계를 보고 있었다. 장교가 되면서 PX에서 산 물건이다.
겨울의 말처럼, 동맹에서 추방되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었다. 이 꼴을 다른 조직들도 지켜보고 있었을 테니.
10초. 애초부터 짧은 시간이 체감으로는 더더욱 짧았다. 겨울이 시계에서 눈을 떼는 순간 유재흥은 비명으로 선택했다.
“맞겠습니다! 맞을게……!”
겨울이 곧바로 쳤다. 이빨과 함께 피가 튀었다.
최대한 보기 살벌하게 쳤다. 목적은 일벌백계다. 죽이려는 건 아니었으니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 진심으로 치면 일격에 사망한다. 적당히, 일주일 쯤 걷거나 먹기 힘들 정도가 좋다. 10등급 「근접전투」와 「통찰」의 연동은 최적의 강도와 횟수를 계산해주었다.
3분 정도 두들겨진 유재흥이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사, 사려주세여! 잘모해서여! 이제 안 그헐게여.”
후. 겨울은 숨을 돌렸다. 가슴 속 돌이 달아오르던 참이었다. 화를 내고 싶다. 그 욕구를 억누르며, 얼빠진 장연철을 향해 말했다.
“이 분 좀 데려가세요. 필요한 약이 있으면 나중에 따로 말씀해주시고요.”
“예? 아, 네!”
장연철이 황급히 달려왔다. 평소 장연철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 그리고 친해져서 이득 보고 싶은 사람들이 얼른 붙어 그를 도왔다.
겨울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지금껏 지켜본 유라는, 머뭇거리며 다가와서 겨울의 눈치를 봤다.
“아직 화나신 거 아니죠?”
“그렇게 보이나요?”
차분한 대답에 안심한 그녀가 방긋 웃었다.
“아까 무릎 꿇으실 때, 멋있었어요. 역시 작은 대장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 이상한 사람이 우리 편이니 뭐니 주워섬긴 건 신경 쓰지 마세요. 대장이 때려줄 때 속이 다 시원했거든요. 다들 마찬가지일걸요?”
“고마워요. 들어가서 쉬세요.”
그녀는 들어가면서 겨울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겨울이 저녁 바람을 맞으며 속을 식히고 있는데, 민완기가 나란히 섰다.
“욕보셨습니다.”
“아녜요. 한 번은 필요한 일이었어요. 이걸로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작은 대장님의 취임사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장 부장에게도 언질을 해두죠.”
잠시 뜸을 들이고서, 민완기가 말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겠습니다만, 저쪽과 우리가 상부상조한 셈이군요.”
개 도둑의 개 같은 소리 중에, 그래도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것이 있었다.
이 시국에 개를 기르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
그렇다. 아무나 키울 순 없다. 애완동물을 먹이는 건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므로 ‘몽이 가족’은 「다물진흥회」 내에서 서열이 높은 편이라고 봐야 한다.
거기에 몽이 아빠는 왜 마지막이 되어서야 나섰을까. 어머니는 훨씬 먼저 나왔는데.
‘억울한 피해자’ 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연출된 사건. 결국 「다물진흥회」도 내실을 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뜩이나 적대적인 겨울의 위상이 높아졌으니, 더더욱 절실했을 터.
유재흥은 미끼에 낚인 물고기였다. 물론 그 자신의 이기심이 원인이니 구제의 여지가 없다.
생각은 곧바로 「텔레타이프」 문자열이 되었다.
겨울이 평했다.
“재미없는 연극이었어요. 오늘 이후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주의하지요. 대장님이 워낙 잘 때려주셔서, 다들 스스로 자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아,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민완기가 담배를 물었다. 겨울이 불을 붙여주었다.
============================ 작품 후기 ============================
1. 상처에소금님이 군대에 가신다니까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없잖아요…
2. 쉬는 날이라고 작가가 정말 쉬는 건 아닙니다. 소설에 필요한 자료들을 축적하는 시간이거든요.
3. 작가에게 괴물작가라고 하시는 분들은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왜 괴물이죠?
손가락도 열 개, 발가락도 열 개, 다리도 열 개…평범한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인데…
앞으로는 인간작가라고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