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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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조들 (2), 아타스카데로
차창 밖의 하늘은 잿빛이다. 이따금씩 번뜩이는 뇌운(雷雲). 험비 안으로 빗방울이 들이쳤다. 위에 붙은 포탑 탓이었다. 그나마 선탑자인 겨울은 사정이 낫다. 포탑에 앉은 기관총 사수는, 이동하는 내내 비를 맞을 운명이었다.
파소 로블레스를 우회해 아타스카데로로 가는 길. 앞서 실종된 임무부대가 장애물을 치워두었어도, 40km를 가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도로 곳곳이 파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복된 항공폭격의 흔적이었다. 차량행렬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파헤쳐진 구간을 굼벵이처럼 타넘을 때였다. 우측 전방의 버려진 목장에서, 감염변종들이 주인 잃은 말들을 쫓고 있었다. 이쪽을 보더니 목표를 바꾼다. 누렇게 죽은 목초지를 가로질러, 두 팔 휘저으며 열심히들 달려왔다.
기관총 사수가 지붕을 두드린다.
“2시 방향, 거리 약 50, 일반 변종 열하나……아니, 열셋. 제압하겠습니다.”
그가 곧장 레버를 당겼다. 톱니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회전하는 포탑.
곧이어, 중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험비 세 대가 앞 다퉈 탄막을 뽑아냈다.
탄이 굵어서 소리도 굵다. 개인화기와는 격이 다르다. 달려오던 놈들이 퍽퍽 박살났다. 몸뚱이 부서진 곳에서 허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인간보다 강화된 신진대사의 증거였다. 차갑게 식은 공기 탓도 있겠지만.
「노이즈 컨트롤. 당소, 331 임무부대. 50구경 사격 중. 소음 지원 바람. 이상.」
무전기로부터 제프리 소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선임 장교로서 이번 임무부대의 책임을 맡은 그는, 겨울보다 후속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교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평선 너머 세 방향으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최근 뿌려진 노이즈 메이커의 작동이었다. 이것 덕분에 작전 중 소음 부담이 줄어들었다. 아니었다면, 중화기를 함부로 쓰긴 어려웠을 것이다.
제프리가 무전으로 사격 종료를 알렸다. 곧바로 사방이 조용해졌다.
“오, 젠장!”
운전병이 욕설을 뱉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변종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쿵!
사수가 쏠 틈은 없었다. 운전병이 냅다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유리창에 찍 피가 튀었다.
변종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진흙탕에서 뒹굴다 온 것처럼, 온몸이 흙과 낙엽 투성이었다. 그 몰골로 엎어져있으면 못 보는 것이 당연하다.
“꼭 위장이라도 한 것 같군요.”
투덜거리는 운전병의 말. 겨울은 굳이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 뒤로 도착할 때까지,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적지인 주립병원은 도시의 동쪽 외곽에 위치했다. 전체가 야트막한 능선으로 가려져,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는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부지는 굉장히 넓었다. 시설 전체를 이중 철조망으로 둘렀고, 교도소에서나 볼 법한 감시탑이 줄지어 서있었다.
사실 교도소가 맞았다. 사전에 제공된 정보에 의하면, 이곳은 범죄를 지은 정신질환자를 가둬두는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자를 격리하기에도 좋았다. CDC가 괜히 이곳을 지역 통제본부로 삼았던 게 아니다.
차량대열은 병원 동쪽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하차한 병력은 한 개 소대 가량. 전에 왔던 임무부대보다 숫자는 적지만, 전투 병력은 오히려 많은 편이고, 무엇보다 겨울이 끼어있었다. 병사들은 겨울이 한 개 중대급이라고 좋아했다. 지휘부의 평가는 그 이상이었다.
최종적으로 장비와 무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 제프리 소위가 인상을 썼다.
“무전기의 잡음이 굉장히 심하군. 전파방해가 있나?”
“브리핑 때 그런 정보는 없었습니다만.”
통신병이 난감해했다. 장거리 통신용으로 가져온 무전기가 무용지물이었다. 캠프는 물론 주변의 미군 거점 어디와도 연결이 불가능했다. 돌입하기 전 한 번 더 소음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수포로 돌아갔다. 정찰지원도 못 받게 생겼다. 브리핑 정보만으로 움직여야 했다.
겨울도 자신의 무전기를 점검해보았다. 가까이 있는 소대원들과의 교신도 원활하지 않았다. 기도비닉 유지를 위해 볼륨을 줄여야 했다. 이로써 무전을 알아듣긴 더욱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임무를 포기할 순 없었다. 제프리가 병력을 한 데 모았다.
“잘 들어. 이 병원은 감염자를 대량으로 가둬두던 곳이다. 브리핑에서는 격리시설이 멀쩡할 거라고 했지만, 믿지 마라. 선행 임무부대가 괜히 실종되었겠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움직이자. 절대로 흩어지지 말자고. 알겠지?”
짧고 낮은 대답들. 제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작전대로 킹 데이비드가 선도한다. 다들 행운을 빈다.”
킹 데이비드는 최근 겨울에게 붙은 별명 중 하나다. 그럼블을 잡는 모습이, 마치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 같더라는 것이다. 에이블 중대 코헨 병장의 소행으로 추정되었다.
겨울은 굳이 따지지 않았다.
병원 바깥은 이상할 정도로 적막했다. 창문 안쪽으로 변종 몇 마리가 움직이긴 했다. 그러나 쏘지 않았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는 지나치게 요란할 것이었다.
선행부대의 차량들은 남쪽 주차장에서 발견되었다. 여러 대의 트럭과 험비가 방치되어 있었다. 파괴되지도 않았고, 연료도 충분했다. 교전흔적은 전무했고, 시체도 없었다. 실린 물건도 없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상태 그대로인 것 같았다.
“하, 이놈들 다 어디로 갔지?”
제프리 소위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소대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진입한다. 텅 빈 로비에 스산한 바람이 돌았다. CDC 철수의 흔적인지 모든 것이 난장판이었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낙서가 있었다. 코가 긴 사람이 얼굴 내미는 그림과 함께 적혀있는 한 마디.
「Kilroy was here.」
“선행 임무부대에 킬로이라는 사람이 있었나요?”
겨울이 묻자 일순 긴장감이 무너졌다. 소대원들이 킥킥거리며 웃는다. 제프리 소위가 그들을 다그칠 때, 무전병이 대답한다.
“물소위님, 그거 그냥 낙섭니다. 뭐 선행부대의 누군가가 그렸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겨울은 고개를 갸웃 하고는 수색을 재개했다. 제프리 소위는 통신병과 1개 분대를 로비에 남겼다.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남기로 결정된 병사들이 장애물을 끌어 모았다. 진지를 구축하고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복도 곳곳에 볼록거울이 달려있었다. 사실상의 교도소답게,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이었다. 이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었다. 변종도 거울을 볼 수 있으니까.
당장 지금이 그런 경우였다. 복도가 꺾어지는 구간에서, 천장에 달린 거울을 통해, 변종 한 놈과 눈이 마주쳤다. 놈이 소리를 지르며 거울을 향해 달려왔다. 배회하던 다른 놈들도 그 뒤를 따랐다. 겨울은 주먹을 들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였다. 제프리 이하 소대원들이 벽으로 바싹 붙었다. 겨울 스스로도 벽에 붙어 자세를 낮췄다.
거울만 보고 맹목적으로 달려온 놈들은, 정작 모퉁이 이쪽에 쪼그린 소대 전체를 지나쳐버렸다. 거울 아래 우우 몰려서 펄쩍펄쩍 뛰고 있다. 겨울은 총에 대검을 결합하고, 변종들의 배후로 다가갔다. 뒤에 있는 놈부터, 갈비뼈를 피해서, 심장 있을 자리를 콱 찌른다.
털썩, 털썩. 시체가 겹겹이 쌓이는 소리. 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처럼, 겨울은 하나하나 침착하게 끝장을 냈다. 소대원 몇 명이 가세했다. 실수할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한 놈 당 두 명이 붙어서 마구 찔렀다.
“거 참 대담하십니다.”
찌르는 손맛에 질린 병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 뒤 복도 양쪽 방향으로 총을 겨누고 잠시 대기했다. 소란에 이끌려 새로 올 놈들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한 놈 뿐이었다. 겨울이 처리했다.
중요한 길목마다 병력을 남기면서 전진했다. 따르는 인원이 빠르게 감소했다. 퇴로 확보는 물론이고, 로비와 무전연락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서 교신 가능 거리가 더욱 줄어든 탓이었다.
교전은 잦았지만, 사소한 교전들 뿐이었다. 대신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놈의 바퀴는 왜 이렇게 많아?”
바닥에도, 벽에도, 천장에도 잔뜩 기어 다녔다. 다니면서 밟지 않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몸으로 올라오는 것들도 있었다. 벌레 싫어하는 병사들이 진저리를 쳤다. 제프리 소위가 그들을 나무랐지만, 잠시 후엔 그 자신이 펄쩍 뛰었다. 옷 속으로 한 마리 들어간 탓이었다. 꺼내달라고 작은 소리로 절규하는 그를 보고, 겨울이 손을 쓴다.
퍽!
벌레가 으깨진 부분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제프리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잘 생각해봐.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걸 어느 세월에 꺼내요?”
제프리는 겨울을 원망할 수 없었다. 소년은 바퀴가 붙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 위로 올라오는 것만 쳐낼 뿐.
‘생전부터 익숙한걸.’
가난했던 집, 잠자리에서 기어오르던 것들.
CDC가 약품창고로 쓰던 곳에도 선행 부대의 흔적은 없었다. 병사들이 혹시 모를 단서를 찾는 동안, 겨울은 항생제를 찾았다. 작은 병 하나 정도는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어쩌지?”
제프리가 낙담했다. 그는 더 이상의 병원 수색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격리병동이 열렸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아니었다. 이쪽에서 잠가놓은 상태 그대로였다.
생각보다 싱거웠고, 위협이랄 것도 없었다.
전환점은 무전으로 찾아왔다. 로비에 남겨둔 통신병이 보낸 전언이었다. 물론 직통연결은 아니었고, 길목마다 남겨둔 병력으로부터 중계를 받았다.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구조요청이 수신됐다니? 확실해?”
「저도 전달받은 거라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뭔가 이상하다고, 직접 들어보셔야 한다고 하더군요.」
“옘병.”
온 길을 되짚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병력이 다시 로비에 집결했다. 통신병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을 묻는 제프리에게, 통신병은 수화기를 내밀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순서는 겨울에게도 돌아왔다.
잡음은 여전히 심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분명히 사람의 음성이 섞여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다. 수십 명의 목소리가 끊어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서로 다른 통신을 뒤죽박죽으로 섞어놓은 것 같았다.
겨울이 말했다.
“왠지 같은 내용이 되풀이 되는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더 이상하지.”
제프리가 대답했다.
이건 경험해본 적 없는 사건이다. 「종말 이후」의 세계관에 새로운 요소가 추가된 모양이다. 겨울은 통신에 다시 귀기울여보았다.
「길목에서……교전…」 「你不……劝我……」 「부상자 다수……자력…출 불가……」 「……의……임무는 실패……」 「부……자 다수 발생……자…탈출 불가……」 「…타 로사……로 이동……」 「 ……救性命……反正我……去」 「…에서……교전……거점…어……」 「……逃到了……什么?」 「你不……劝我……」 「민간인……원……임무는 실패……」
“발신지를 찾을 수는 있나요?”
겨울이 묻자 통신병은 조금 난감한 기색이었다.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감도가 좋아지는 방향을 찾아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오래 걸릴 겁니다. 거리가 얼마나 될지도 확실하지 않고요.”
통신병은 시간소요를 경고했다.
제프리가 주저앉았다.
“일단 뭘 좀 먹고 생각하자. 배고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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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겜시스템 설명과 시청자 반응도 좋지만 스토리 전개에 조금 더 비중을 두었으면 좋겠네요.
A. 현실 배경의 이야기와 시청자 반응 모두 스토리 전개에 포함되는 내용입니다. 그냥 웃기려고 집어넣은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