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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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조들 (3), 아타스카데로
군인에게는 식사도 명령이다.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이 때다 싶을 때 먹어둬야 한다. 2교대로 식사시간이 주어졌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겨울도 군말 없이 식사를 준비했다. 허기는 「배드 스테이터스」였다. 경험해본 적 없는 상황인 만큼,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칼로리만 채우면 된다.
뜯는 건 간소화된 전투식량(FSR)이었다. 겨울이 에너지 바를 꺼내는데, 참치와 마요네즈를 비비던 제프리 소위가 한 마디 했다.
“그거 말야, 생긴 게 꼭 똥을 뭉쳐놓은 것 같지 않아?”
군용 보존식량은 미관을 신경 쓰지 않는다. 에너지 바의 모양은, 어찌 보면 짓눌린 양갱 같았고, 달리 보면 덩어리 낀 대변처럼 보이기도 했다. 겨울이 에너지 바를 내려놨다. 제프리가 싱글벙글 웃었다.
“어때? 바퀴벌레의 복수다!”
“…….”
두려울 때 하는 농담은 베테랑의 증거다. 근데 이건 그냥 철이 없는 것 같다. 겨울은 한숨을 쉬며 샌드위치를 씹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짭짤한 소고기 맛이 났다.
식사는 대충이었다. 제프리가 물주머니(카멜 백)를 쭉쭉 빨면서 말했다.
“내가 보기엔 저거, 사람이 보낸 게 아니야. 일종의……그 뭐냐, 자동화된 송수신 장치? 그런 게 고장 난 거 아닐까? 방해전파도 그 탓이고.”
“그래도 무시할 순 없죠. 임무가 정찰이니까. 선행 임무부대의 흔적도 찾아야 하고.”
겨울의 대답에 제프리가 찜찜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공포영화 같은 데선, 저런 무전 받으면 꼭 죽더라.”
“…….”
헛소리다. 이 인간 정말로 철이 없는 건가?
식후, 통신병이 정체불명의 불특정다수와 교신을 시도했다.
“오싹하군요. 적어도 우리가 고장 난 기계를 상대하는 건 아닙니다.”
교신을 끝낸 통신병이 식은땀을 흘렸다.
“이쪽에서 송신할 때마다 반응이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메시지 송출이 중단되고, 방해전파가 강해집니다. 잠시 후 그쪽의 송출이 재개되는데, 제가 보낸 메시지가 새롭게 포함됩니다.”
“뭐야 그게.”
제프리 소위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겨울이 물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나요?”
“어, 음.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겨울이 고개를 끄덕이자, 통신병이 찜찜한 말을 꺼냈다.
“교신을 반복할수록 감도가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대상이 접근 중이란 의미에요?”
“말하자면, 뭐,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높아지는 감도는 줄어드는 거리를 증명한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겨울이 제안했다.
“차라리 잘 됐네요. 통신접촉을 유지하면서, 환영인사를 준비해두죠.”
제프리가 정문 바깥의 공터를 가리켰다.
“화력집결점은 저쯤이면 되겠지? 이쪽은 엄폐물도 있고.”
“괜찮네요.”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로비의 부비트랩을 바깥으로 옮겨놓는 작업이었다. 산탄지뢰(클레이모어)를 설치한 병사들이 도전선(導電線)을 끌고 왔다. 여기에 격발기를 물리면, 때맞춰 원격으로 터트릴 수 있다.
모든 공공시설이 그렇듯이, 공터 중심에는 국기게양대가 있었다. 제프리는 병사들에게 국기를 내리라고 지시했다. 불가피한 상황도 아닌데 성조기를 욕보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형식적인 절차였지만, 병사들은 불만 없이 수행했다. 성조기가 캘리포니아 공화국기와 함께 회수되었다. 제프리는 그것들을 잘 접어서 갈무리했다. 기념품이란다.
그동안 통신병은 지속적으로 교신을 시도했다.
“제가 보낸 메시지가 되돌아옵니다.”
긴장된 어조의 보고. 정체불명의 상대가 통신병의 말까지 복사해서 반복한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갈수록 잡음이 강해지고, 메시지 수신감도도 높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핸즈프리로도 수신이 가능해졌다. 시끄러울 지경이다. 제프리가 투덜거렸다.
“놀리는 거야, 아니면 진짜 귀신이야? 얼마나 접근했는지 알 수도 없고…….”
거리가 줄어든다는 건 확실하다. 남은 거리를 알 수 없어 불안한 것이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주차장 건너편, 울타리 너머의 가건물과 침엽수 사이로, 흐릿한 형상이 빠르게 지나갔다.
“뭔가 있습니다.”
적어도 인간은 아니었다. 겨울이 총을 겨누었다.
“뭐? 어디?”
삽시간에 소대 전체가 긴장했다. 엄폐물 위로 총구만 내밀고서, 전방을 살피는 병사들.
“어딘데?”
제프리의 초조한 목소리. 겨울이 거리를 가늠했다. 목측(目測)에 의한 거리측정은 「개인화기숙련」의 보정을 받는다.
“12시 방향, 거리 약 120미터, 왼쪽에서 두 번째 가건물 뒤에 숨어있습니다.”
서른 개 남짓한 총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겨울이 말한 방향을 겨누는 것이었다.
무전기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겨울은 무전기를 꺼버렸다. 어차피 정상 교신도 불가능하고, 소대원들 모두 모여 있는 마당이었다. 제프리와 병사들도 겨울을 본받았다.
표적은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자잘한 것들이 울타리를 넘어 기어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당황했다.
“……저거 어째 아기 같습니다?”
같은 게 아니라 아기였다. 정확하게는, 감염된 아기들. 겨울의 시력으로는 그것들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온 몸이 일그러져있다.
평범한 아기라면 울타리를 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들은 넘었다. 두 발로 서지도 못 하는 주제에, 강화된 힘으로 꾸역꾸역 넘어왔다. 난간 위에서 버둥거리다가, 뚝 떨어진다. 잔디로 이루어진 경사를 데굴데굴 내려왔다.
깨애애액- 깨애애액-
괴상한 울음소리. 아기가 울어도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새까만 아기들이 발발거리며 기었다. 속도는 의외로 빠르다. 다리 짧은 개가 달리는 것 같았다. 넓게 퍼져서 다가온다. 가분수의 머리를 좌우로 까닥거리면서, 변종 특유의 행동을 보였다. 따다다닥 부딪히는 이빨들.
“오, 지저스. 갈수록 태산이군.”
누군가의 중얼거림.
변종 아기들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표적이었다. 일단 크기가 작고,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뛸 때가 있다. 차량 아래로 기어 다니기도 했다.
배후에 도사린 건 아마도 새로운 특수변종. 그것도 겨울이 보지 못한 종류일 것이었다. 사실 아기들도 특수하다면 특수한 변종들이다. 마치 이쪽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테러리스트 새끼들. 애들을 내보내는 건 교전수칙 위반이야. 사격!”
생긴 게 아기라서 껄끄럽지만, 접근을 허용할 순 없었다. 제프리의 사격명령이 떨어졌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륵!
당장 기관총부터 불을 뿜는다. 요즘 미군이 소음기 보급에 열중하고 있어서, 지원화기인데도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겨울은 탄약을 아꼈다. 무릎쏴 자세. 정조준으로, 표적마다 정확하게 한 발씩 박는다. 그러고도 연사를 긁는 병사들보다 효율이 월등했다. 툭! 툭! 툭!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주차장과 공터 위에 붉은 피가 뿌려진다.
빠악! 머리에 총 맞은 아기가 공중제비를 돌았다.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고랑이 패였다.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퍼낸 것 같았다.
“젠장! 꿈자리 사납겠네!”
지원화기사수가 탄창을 갈았다. 부사수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갈고서, 게양대 근처의 변종 아기들을 겨냥했다. 드럼 탄창에는 200발이 들어있었다. 무차별 난사였다.
주차장을 넘어오면, 공터에서는 더 이상 엄폐물이 없었다. 사선에 들어온 변종 아기들이 갈려나간다. 투명한 분쇄기로 휘젓는 것 같았다. 찢어진 아기 하나가 풀밭에 떨어졌다. 몸 절반을 잃었다. 덜 여문 내장이 흘러나왔다. 한 번 꿈틀거리고, 축 늘어진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신이시여, 신이시여…….”
겨울 바로 옆에서 끝도 없이 신을 불러댔다.
사실 겨울에게도 싫은 경험이다. 다른 세계의 관전자들처럼, 이것을 유흥으로서의 혐오스러움으로 받아들일 순 없었다.
“클레이모어! 7번, 8번 격발!”
제프리의 단호한 외침. 한 병사가 격발기를 양 손에 들고 꽉 쥐었다.
땅이 흔들렸다. 산탄지뢰는 전방 120도에 볼 베어링 700개를 뿌린다. 살상범위를 중첩시켰으니, 1,400개의 쇠구슬이 교차했다. 비에 젖은 땅이 뿌옇게 일어났다.
과잉화력이었다. 맞으면 형체도 남지 않았다. 여덟 개 중 두 개를 터트렸을 뿐인데, 공터가 완전히 쓸려나갔다.
다들 조용해진 가운데 겨울 혼자 사격했다. 탄창 하나를 비우고도 모자라, 새로운 탄창을 또 비운다. 다들 소년 장교가 뭘 쏘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다.
“놓쳤네요.”
제프리가 물었다.
“뭘?”
“정신 팔려서 잊으셨군요. 우리가 맨 처음에 뭘 경계하고 있었죠?”
“……아차.”
딱. 제프리가 자기 방탄모를 쳤다. 그는 잠시 자신의 멍청함을 저주하는 것 같았다. 병사들도 같은 입장이다. 정체불명의 적이 달아나는 동안, 멀뚱히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니까. 끙끙 앓던 제프리가 우울하게 묻는 말.
“어떻게 생겼는지 봤어?”
“한쪽 다리만요. 관목과 가로수에 가려졌거든요.”
“맞혔어?”
“확실하게. 타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명중탄이 적어도 한 탄창은 넘어요.”
“그래.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훈장 받은 값 하는구나…….”
그는 겨울이 본 것에 대한 최대한의 설명을 요구했다. 처음에 보았던 실루엣과, 다리 한 쪽만으로도 대략적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결론은 역시 특수변종이었다.
“「그럼블」보다야 작다지만, 평범한 변종은 아니겠어.”
병사들의 엄호 하에 겨울과 제프리가 주차장 너머까지 진출했다. 놈의 흔적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핏자국과 풀 밟힌 자국은 아스팔트를 만나면서 끊겼다. 겨울이 지닌 4등급의 「추적」으로는 추가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전히 내리는 비가 문제였다. 핏자국이 이어지지 않았다. 흐려진 핏물이 고랑으로 흐를 뿐.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았다. 새로운 변종은 물리내성이 낮거나 없다.
“이 놈이 어디로 도망갔을까……. 시가지를 수색하긴 부담스러운데.”
실종된 선행부대원들도, 정체불명의 무전을 쫓아 시가지로 들어갔을지 모른다. 고민하는 제프리에게 겨울이 말했다.
“글쎄요. 당장은 수색이 불필요할 수도 있죠.”
“엥?”
설명 대신, 겨울은 무전기를 다시 켰다. 잡음이 흘렀다. 메시지가 송출되진 않았으나, 잡음의 강도가 대단하다. 놈이 한창 접근했을 때와 같거나,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 가만히 듣던 겨울이 확신을 얻는다.
“이 녀석은 아직 우리를 사냥하는 중이에요.”
쫓고 쫓기는 입장이 반대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늘어진 총구에서 빗물이 흐르는 시간.
“건방지게……누가 누굴 사냥해?”
제프리가 씨익 웃는다.
“쳐 맞고 도망간 주제에, 아직도 얼쩡거린단 말이지? 쫓아갈 필요 없어서 좋네.”
말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철조망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거칠게. 주변 모두가 한쪽을 바라보았다. 주립병원 격리병동 방향이었다. 유리창 깨지는 소음이 이어졌다. 놈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게 확실했다. 방해전파가 갑자기 약해졌기 때문이다.
“아 놔, 이 새키. 곱게 잡힐 생각을 안 하네.”
브리핑에 따르면, CDC가 격리병동에 수용한 감염변종은 1,200개체에 달한다. 그것들이 풀려나면 지옥도가 따로 없을 것이었다. 체력 이전에 탄약이 부족할 터. 겨울이 그의 걱정을 덜었다.
“괜찮아요. 구역마다 다 잠겨있다고 했잖아요.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직접 확인했고요. 개별 병실도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 병실이지 사실상 감방이었다. 열쇠 없인 열리지 않는다.
“어휴. 어쩔 수 없군. 좋아, 가보자고. 미궁으로.”
제프리는 어깨를 늘어뜨린 채, 그래도 앞장서서 걸었다.
겨울은 도중에 선행 임무부대의 차량을 뒤졌다. 소모한 만큼의 탄약을 보충할 수 있었다. 수류탄과 섬광탄 몇 발도 함께 얻었다.
============================ 작품 후기 ============================
1. 아타스카데로 주립병원은 터미네이터 2에서 사라 코너가 잡혀있던 페스카데로 정신병원의 모델이 된 곳입니다. 배경을 상상하시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네요.
2. 특수변종 및 강화변종이 너무 빨리 등장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 많습니다만…
어쩔 수 없어요. 상대가 천조국인걸요. 하하하.
3. 편당결제를 원하시는 독자분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다수의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상황입니다. 아마 익월 중에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책+전자책이 나오려면 그로부터 1~2개월이 추가로 소요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