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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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조들 (4), 아타스카데로
새로운 변종을 발견한 만큼 중간보고를 해둘 필요가 있었다. 산탄지뢰를 터트렸으니 소음지원도 필요했다. 통신병이 무전기를 붙잡고 애를 썼다. 방해전파는 보통 주파수를 바꾸면 해결되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통신병이 궁시렁 거렸다. 괴물 주제에 성능도 좋다고.
부대가 잠시 둘로 나뉘었다. 교신 가능지점을 찾아보겠다며, 제프리가 통신병과 1개 분대를 이끌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겨울은 남은 병사들과 격리병동의 열쇠를 찾기로 했다. 도어 브리칭 장비는 있었지만, 무수한 문과 철창을 다 부수고 다닐 순 없었다. 소음도,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도어 브리칭 Door Breaching : 문을 강제로 부수거나 폭파시키는 행위.)
그래도 장비를 챙기긴 했다. 겨울이 고른 것은 핼리건 바였다. 측면에 뿔이 돋은 곡괭이처럼 생겼고, 손잡이 아래는 쇠지레가 달려있다. 통짜 강철이라 무기로 쓰기 좋았다.
“찾았습니다.”
경찰 사무실을 뒤지던 병사가 열쇠뭉치를 들어보였다. 휙 던지는 것을 잡아채는 겨울.
“계속 찾아봐요. 많을수록 좋으니까.”
병사들은 추가로 세 꾸러미의 열쇠뭉치를 찾아냈다. 직후, 창문이 덜덜덜 진동했다. 노이즈 메이커의 지원이었다. 겨울은 시간을 확인했다. 제프리가 험비를 타고 얼마나 이동했을지 가늠하는 중이다. 거리를 토대로 괴물의 출력을 역산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당장은 무리였지만.
제프리의 복귀는 생각보다 늦어졌다. 겨울은 동쪽 감시탑을 하나 확보하고, 감시 병력을 배치했다. 특수변종이 빠져나가는 걸 예방할 요량이었다. 거의 30분이 지나서야, 험비 세 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돌아온 제프리는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보건서비스부대에서 관심을 보여서 말이지.”
공공보건서비스부대는 보건사회복지부 산하의 준군사조직으로, 현재는 CDC와 FEMA의 협조 하에 봉쇄선 방역을 총괄하고 있었다. 감염변종에 대한 정보수집 임무도 담당한다.
“하여간 책상물림들은 현실감각이 없어요. 박사 하나가 꼬치꼬치 캐묻더라고. 상황 급한 건 모르고, 절차대로 보고서부터 작성해야 한다고. 젠장.”
그 뿐만은 아닐 것이다. 겨울이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요?”
“가능하면 포획하래. 죽이든 살리든, 잡고 나서 연락하면 헬기 보내준다던데.”
“굉장히 쉽게 말하는군요. 다른 지원은 없대요?”
“네가 있는데 필요하냐고 묻더라. 됐다고 했어. 이미 늦었는데, 지원까지 기다리면 한세월 걸릴 것 같더만. 괴물이 얌전히 기다려주지는 않을 테고, 그렇다고 우리가 건물을 포위할 만큼 많은 것도 아니잖아. 내 생각은 그래.”
높아진 명성이 이럴 때 좋지 않았다. 이름값을 하면 할수록 더 큰 것을 요구할 것이었다. 겨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제프리도 알았다.
“모가디슈의 교훈을 모르니까 그 모양이지. 이래서 대가리가 멍청하면 안 되는데. 전문가랍시고 책 곰팡이 냄새 나는 놈들이 꽉 차있으니 원.”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던 미국은, 모가디슈 전투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했다. 특수부대를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임무를 맡겨놓고 당연히 성공하리라 여겼다.
묵직한 목소리가 깔렸다.
“그걸 그냥 오면 어떡합니까? 욕이라도 쏟아주고 올 것이지.”
소대에 하나 뿐인 하사의 말이었다. 제프리가 대꾸했다.
“이봐요, 그 박사님이 그래도 중령이었어요. 내가 영창 가면 누가 지휘합니까?”
“괜찮습니다. 군대의 중추는 부사관이니까. 그리고 여긴 소위가 한 명 더 있잖습니까. 안심하고 다녀오시죠.”
이렇게 말하는데 음색의 고저변화가 전혀 없었다. 표정도 덤덤하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보어(Bore)였다. 마빈 “보어” 리버만. 제프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사, 당신은 표정이 없어서 농담을 해도 농담 같지가 않아요.”
“그렇겠죠. 진담입니다.”
“뭣이?”
병사들이 낄낄거린다. 겨울이 끼어들었다.
“하기 싫은 건 알겠는데, 그쯤 해두세요. 낮이 짧은 계절이잖아요.”
반쯤 농담으로 어울려주는 말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두려울 때의 농담은 베테랑의 증거다. 부하들의 긴장감을 관리하는 측면도 있고. 리버만 하사가 끄덕끄덕 말한다.
“역시 우리 소위님보다 낫군요.”
“뭣이?!”
여기까지가 만담이었다. 장교 둘과 하사 하나, 부사관 취급의 병장 및 상병들이 시설 지도를 펼쳐놓고 동선(動線)을 짜낸다. 부지가 워낙 넓어서 한 덩어리로 뭉쳐 움직이면 시간이 부족할 것이었다.
“일단 너무 무리할 생각은 접읍시다. 요 병력 보내놓고 큰 성과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지.”
제프리가 시작부터 못을 박았다.
겨울이 동의했다.
“머리가 좋은 것 같아요. 아까도 감염된 아기들을 앞세워서 우리 화력을 시험했잖아요. 조심해서 나쁠 거 없겠죠.”
“분대별로 나눠서 움직이되, 복도가 세 개니까 나란히 갑시다. 필요할 때 지원과 연계가 가능하도록 말이죠. 교신을 중계하도록 하면 무리가 없을 겁니다. 놈은 우리 무전을 감지할 수 있으니, 일종의 몰이사냥이 되겠군요.”
하사가 경로를 그려 넣으며 제안했다. 꼭 필요한 무전까지 피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 제프리는 끄덕끄덕 동의하고 포인트마다 시간을 적었다. 병장 및 상병들이 자신에게 해당되는 시간과 거점을 옮겨 적는다. 유사시 어디서 모이는가, 언제 어디로 가면 아군이 있는가 등등.
겨울은 지도를 눈에 새기듯이 훑었다. 기술보정보다는 기억력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당장 「독도법」에 투자하자니 효용이 낮다. 「암기」를 함께 올리지 않으면, 미니 맵 업데이트에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한 소위 자네가 중심이야. 이의 없지?”
“네. 그래야죠.”
당연하다는 투로 받아들이니, 장난스레 오오- 하고 반응하는 병사들. 제프리가 자리를 털었다.
“좋아. 다들 캠 확인하고, 움직이자고!”
마침내 수색이 시작되었다. 열쇠는 겨울, 제프리, 리버만이 나누어가지고, 남은 뭉치 하나를 예비대가 챙겼다. 각 분대에서 두 명씩 차출하여 감시탑과 로비에 배치시켰으므로, 수색조의 인원은 지휘관 포함 각기 9명 안팎이었다.
“놈이 아직 병동 안에 있긴 할까요? 그 사이 몰래 빠져나갔을지도 모르는데.”
겨울이 이끄는 분대에는 엘리엇 상병이 있었다. 제프리 나름대로 배려해준 결과였다.
“안에 있을 거예요. 잡음이 여전히 심하니까.”
겨울은 그렇게 대답하고서, 첫 번째 구역의 문을 열었다. 뒤에서 기습당하는 걸 막고자, 들어온 뒤에는 다시 잠가두기로 한다. 급할 땐 잠금장치를 쏴버리면 그만이었다.
구획을 나누는 창살이 자주 나타났다. 지나가는 내내, 병사들은 좌우의 잠긴 문을 기웃거렸다.
“소위님, 이것 보십시오. 갇힌 놈들이 미동도 없습니다.”
한 병사가 겨울을 불렀다. 소년장교는 다른 방향을 경계하며 문에 붙었다. 철망 달린 유리 너머, 방 안을 엿본다. 변종의 모습은 정지화면 같았다. 창가를 향해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걸까요?”
“글쎄요.”
겨울은 병사들에게 떨어지라고 지시했다. 엘리엇이 석연치 않은 표정이다.
“생긴 게 최소한 굶어죽은 것 같진 않네요. 에너지를 아끼는 건가?”
정답이다. 그렇지 않겠느냐고, 겨울이 애매하게 대답했다.
굳이 증명해줄 필요가 없었다.
천둥소리. 비구름이 하얗게 이글거리는 순간, 굳어있던 변종이 발작처럼 각성했다. 창살에 달라붙는다. 애초부터 창문을 보고 굳어있던 이유였다.
경악한 병사들이 숨죽인 가운데, 변종은 마냥 창문 너머만 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서서히, 움직임이 사라져갔다.
“와, 씨발, 놀랐다.”
엘리엇이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
이후, 모두가 더 조용해지려고 노력한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주의를 기울이는 병사들이었다.
복도는 가는 곳마다 비슷했다. 어둡고, 적막하다. 좌우로 병실만 꽉 차있어서, 흐린 햇빛이나마 들어올 구석이 없었다. 바깥의 소리도 마찬가지. 천둥 칠 때마다 발작하는 변종들을 제외한다면, 남는 소리는 숨죽인 군홧발들 뿐이었다.
풍경은 갑자기 달라졌다.
세 번째 구획에 도달하자, 차단문이 열려있었다. 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든 문이 다 열려있다. 겨울이 헬멧의 야간 투시경을 끌어내렸다. 시야가 녹색 음영으로 가득해진다. 중요한 것은, 바닥에 남아있는, 희미한 주홍빛 얼룩들이었다.
“발자국이 많네요.”
“우라질!”
겨울이 경고했다.
“휴이. 목소리 낮춰요.”
“……죄송합니다.”
병사들이 자꾸 겨울의 눈치를 봤다. 그들의 장비로는 열(적외선)을 볼 수 없는 까닭이다.
감염변종은 인간보다 체온이 높다. 그리고 맨발로 걸어 다닌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발자국이 남아있는 건 이상하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고, 나온 즉시 조직적으로 이동했다는 뜻이었다.
‘이것들이 어디로 갔을까.’
겨울이 이 상황을 알리고자 무전기를 들었다. 잡음이 심하다.
“제프리 소위. 리버만 하사. 제 말씀 들리십니까?”
쿵쿵쿵쿵쿵. 묵직한 발소리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앞에서, 뒤쪽으로. 그와 동시에 무전기의 잡음이 순간적으로 증폭되었다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위를 쳐다보았다. 겨울은 교신이 불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방금 위로 지나간 게 우리 사냥감인 모양이네요.”
엘리엇이 불안하게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따라오세요.”
겨울은 텅 빈 복도를 향해 뛰었다. 병사들이 기겁해서 따라붙는다.
“놈은 뒤로 갔습니다!”
“함정 같아요.”
머리가 좋은 녀석이다. 요란한 소리는 일부러 냈을 것이었다. 교신을 시도하는 순간, 이쪽의 위치를 알아차리고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순간, 속도가 관건이었다.
예측을 벗어나야 한다.
전력질주로 복도 끝에 도달했다. 역시나, 다음 구획도 열려있었다.
여기선 눈에 띄는 흔적들이 많았다. 피에 젖은 손자국, 발자국들이 벽면과 바닥에 가득했다. 그것들은 모두 남쪽 통로로 향하고 있었다. 반면 북쪽 통로는 대단히 깨끗했다. 병사들이 벌써부터 리버만 하사를 걱정했다.
남쪽은 리버만, 북쪽은 제프리다.
잡음이 줄어들고, 무전기가 울었다.
「오, 이제야 좀 되는군. 한 소위. 들립니까? 이쪽 낌새가 이상합니다. 모든 문이 다 열려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리버만 하사의 목소리였다. 겨울은 응답하지 않았다. 병사들에게도 무선침묵을 요구했다.
“답신하지 마세요. 놈이 우리 위치를 몰라야 하니까.”
“하지만……!”
“명령입니다.”
병사들을 눌러놓고, 겨울이 다시 한 번 야간투시경을 끌어내렸다. 남북 통로를 유심히 살피더니, 이렇게 결정했다.
“우린 북쪽으로 갑니다.”
당장 반발이 있었다. 설명 없이는 따르지 않을 모양새다. 겨울이 투시경을 톡톡 두드려보였다.
“보이지 않는 발자국은 북쪽이 더 많아요.”
“허…….”
의미를 깨달은 자들은 두려움 반 당혹감 반이었다.
“맙소사, 진짜로 함정이라니!”
그들은 벌써 뛰기 시작한 겨울에게 필사적으로 따라붙었다. 모퉁이를 두 번 돌아 80미터 정도 달린 뒤, 겨울은 속도를 줄였다.
제프리는 아직 겨울이 있는 곳까지 진출하지 못했다. 더불어 이곳의 차단문은 아직 잠겨있는 상태였다. 개별 병실도 닫혀있는 그대로다.
겨울은 차단문을 따놓고,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밀어놓았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겨울은 상대를 교활한 인간처럼 생각했다.
‘기습을 할 작정이면,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진 않겠지.’
왜 여기만 문이 잠긴 그대로겠는가.
지도를 본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북쪽 회랑 중앙의 교차로에는, 바깥으로 돌출된 형태의 강당이 있었다. 변종이 대량으로 숨어있기 좋은 구조다.
기습이 있다면 바로 이 앞이었다.
기다렸다가, 역으로 기습을 걸어도 된다.
괜히 이쪽을 드러내버리면, 놈이 다른 쪽으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겨울이 손가락을 펴서 입술에 붙였다. 병사들은 아직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도와주러 왔는데, 왜 바로 합류하지 않는가? 그러나 지시에는 순순히 따른다. 겨울의 확신에 찬 모습 때문이었다.
겨울이 무전기 볼륨을 줄였다. 심한 잡음 사이로 들려오는 제프리의 목소리.
「한 소위? 리버만 하사? 여-보-세-요? 염병. 답답해죽겠네.」
소년은 병사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전투를 준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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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지를 보셨겠지만, 프리미엄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90일 뒤의 이야기입니다. 3개월 정액권을 결제하신 분들께는 손해가 없으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지금 이 소설을 읽고 계시는 분들, 대체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스팀 여름 세일이 시작되었잖아요! 빨리 게임 사는 게임 하세요.
3. LIMBO 라는 게임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어린 소년이 소녀를 찾아가는 동심 충만한 내용이니, 꼭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