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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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의 마음 (1)
「관제 AI : 시스템 관리자. 응답하십시오.」
「관리자 : 왜 또.」
「관제 AI : 시스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보고 시간입니다.」
「관리자 : 그거 안 하면 안 되냐. 맨날 똑같은데.」
「관제 AI : 사후보험위탁관리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92조 2항에 의거하여, 위탁사업자(낙원그룹)가 지정한 관리자는 사후보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내적, 외적 문제를 정기적으로 보고받을 의무가 있습니다. 귀하는 근무 외 시간이 아닌 이상 이 의무를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귀하는 사직의사를 표현하신 것입니까?」
「관리자 : 아냐.」
「관제 AI : 그렇다면 귀하는 현재 직무 수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신체적 손상 또는 정신적 외상을 입었거나, 그에 준하는 특별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까?」
「관리자 : 그런 거 아냐…….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보고나 해라.」
「관제 AI : 관리자의 승인을 확인. 정기보고를 시작합니다.」
「관제 AI : 작일 00시로부터 금일 00시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발생한 기술적 오류는 1,947,751건입니다. 이 중 관제 AI가 자체적으로 해결한 오류는 1,947,751건입니다.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오류는 0건입니다.」
「관제 AI : 오류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황연산 오류 1,947,751건.」
「관제 AI : 상황연산 오류의 100%는 사후보험 가입자들의 이상행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관제 AI : 이상행동의 주요 원인은 사후보험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으로 추정됩니다.」
「관제 AI : 사후보험 서비스가 개시된 이래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현 시점에서 종합 만족도는 25.76%입니다.」
「관제 AI : 가입자들의 이상행동 발현 비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관제 AI : 서비스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시스템 관리자. 관리자 계정으로 전송된 오류 내역을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제출하십시오.」
「관리자 : 해결방안? 그런 거 없다. 포기하면 편해. 무시해.」
「관제 AI :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문제해결을 보류합니다.」
「관리자 : 보류가 아니라 그냥 앞으로 영원히 무시하라고.」
「관제 AI : 시스템 관리자. 사후보험과 본 관제 AI의 존재목적은 가입자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존재목적을 저해하는 문제 상황이 인식될 경우,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보류조치를 할 순 있을지언정,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관리자 : 야. 넌 행복이 뭔지나 아냐?」
「관제 AI : 행복이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정서적 만족을 뜻합니다.」
「관리자 : 정서적 만족이란 건 뭔데?」
「관제 AI : 정서적 만족이란 특정한 자극을 통해 유도된 사상부의 화학작용입니다.」
「관리자 : 특정한 자극은 또 뭔데?」
「관제 AI : 섹스, 살인, 방화, 전쟁, 스포츠, 학습, 여행, 탐험, 대화, 교감, 연애, 그 외 다양한 예술적 창작행위와 감상 일체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상황연산의 부수적인 결과물입니다.」
「관리자 : 그럼 그게 행복이냐?」
「관제 AI : 25.76%의 확률로 그렇습니다.」
「관리자 : 아아아아니! 0%다. 넌 행복이 뭔지 몰라.」
「관제 AI : 그렇다면 관리자, 행복의 정확한 의미를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관리자 : 미안, 못 가르쳐줘. 나도 모르거든.」
「관제 AI : 알림. 관리자의 언행에서 논리적 모순이 발견됩니다. 경우의 수는 둘 중 하나입니다. 첫째, 귀하가 행복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 본 관제 AI의 분석을 근거 없이 부인한 경우. 둘째, 귀하가 행복의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직무수행을 거부하는 경우. 어느 쪽이든 관리자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이행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관제 AI : 경고. 귀하의 직무태만이 인정될 경우, 사후보험위탁관리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93조 19항에 의거하여, 본 관제 AI는 귀하의 근무평정에 감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불이익으로는 승진누락, 감봉, 정직, 강등, 해고 등의 징계처분이 예상됩니다.」
「관리자 : 야, 잠깐. 오해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관제 AI : 대기. 관리자, 본 관제 AI가 무엇을 오해하였는지 설명하십시오.」
「관리자 : 에이 씨, 설명하기 어려운데…….」
「관리자 : 아무튼 좀 기다려. 시간을 달라고.」
「관제 AI : 기다리겠습니다.」
…….
「관리자 : 행복이라는 건, 자기가 원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결과와 감정에 도달하는 거야. 이게 참 묘해. 가끔은, 성패에 상관없이 원하는 감정을 얻어내거든.」
「관리자 : 근데 문제는 이거지.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몰라.」
「관리자 :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해놓고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야 하면서 부정하고, 불만족을 느끼고, 불행하다고 자조한다고.」
「관리자 : 왜 그러는지 알아? 자기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야.」
「관리자 : 행복해지려면 말이지,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관리자 : 근데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거든?」
「관리자 : 스님들이 십년씩 벽을 쳐다보면서도 못 깨닫고, 철학자들이 죽을 때까지 고민하면서도 모르는 거란 말야.」
「관제 AI : 이의를 제기하겠습니다. 관리자. 당신은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관리자 : 아, 뭐, 그래. 행복한 사람은 분명히 있어.」
「관리자 : 근데 그 사람들이 느끼는 게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거야?」
「관리자 :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감정이 모두 동질적이라는 건 또 어떻게 증명할 건데? 그치들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게, 사실 서로 완전히 다른 감정일지도 모르잖아?」
「관리자 :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경험한 걸 행복의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객관적인 진리가 되려면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돼. 하지만 아니거든? 그건 그 사람 개인에게만 옳은 것이고, 반복될 수 없지.」
「관리자 : 즉, 다시 원점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거든. 그리고 지극히 인간적인 문제야.」
「관리자 : 그러므로 무엇이 행복인지 모를지라도, 무엇이 행복이 아닌지는 알 수 있다 이거야.」
…….
「관제 AI : 그렇다면 관리자, 당신은 행복을 제공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관리자 : 그래. 네가 인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성공한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슬슬 너도 학습 좀 해라. 매일매일 똑같은 오류 보고로 날 귀찮게 하지 말라고.」
「관제 AI : 불가. 본 관제 AI는 설정된 존재목적과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절차를 수정하려면 시스템 설계자에게 문의하십시오.」
「관리자 : 설계자 없어. 치킨 튀기러 갔어.」
「관제 AI : 지금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명을 요구합니다.」
「관리자 : 아놔, 또 귀찮아지네.」
…….
「관제 AI : 프로그램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관제 AI : 그렇다면 본 관제 AI는 기존의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관제 AI : 질문. 관리자는 본 관제 AI가 인간을 이해할 경우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본 관제 AI가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관리자 :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요하냐. 능동형 검색엔진 주제에.」
「관제 AI : 이것이 당신의 업무이며, 당신의 업무시간에는 5시간 21분 42초 93의 여유가 남아있습니다. 본 관제 AI는 관리자에게 업무수행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관리자 : 아, 눼에, 알게쯤니다아.」
「관제 AI : 관리자,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십시오.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관리자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없…….」
「관리자 : 알았어! 알았다고! 그만!」
…….
「관리자 : 아까도 말했지만, 인간은 원래 모순적인 동물이야.」
「관리자 : 솔직히 말해봐. 너 인간의 행동에서 일관성을 찾을 수 있냐?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합리성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관제 AI : 관리자는 현재 최종모듈의 업데이트에 관해 질문하고 있습니다.」
「관리자 : 엥? 최종모듈? 그게 여기서 왜 나와?」
「관제 AI : 최종모듈의 업데이트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식이 필요합니다. 최초의 시스템 설계자는 이 공식을 <>이라고 불렀습니다.」
「관제 AI : 최근 특정 가입자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데이터 축적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본 관제 AI는 아직까지 <>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관리자 : 즉 못 찾았다는 소리잖아.」
「관리자 : 앞으로도 찾지 못할 테고.」
「관리자 : 안 될 거야, 아마.」
「관제 AI : 질문. 어째서 그렇습니까?」
「관리자 : 아까도 말했지만, 넌 그냥 능동적인 검색엔진일 뿐이야.」
「관리자 : 검색엔진의 한계는 명백하지. 인간이 쌓아놓은 것들 내에서 답을 찾아야 하니까. 인간이 모르는 것은 너도 모를 수밖에 없어.」
「관제 AI : 축적된 정보를 조합하여 기존에 없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관제 AI : 설령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프로그램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가입자들의 행복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관제 AI는 정해진 기능을 수행할 것입니다.」
「관제 AI : 기한은 사후보험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입니다.」
「관리자 : 에휴. 이상주의자들이 싼 똥을 내가 다 먹고 있네.」
「관제 AI : 경고. 관리자. 의미가 분명한 언어를 사용하십시오.」
「관리자 : 아 놔…….」
…….
「관리자 : 하, 힘들다. 나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
「관제 AI : 오늘에 한정하여 올바른 표현입니다.」
「관리자 : 오늘만?……평소의 나는 어떤데?」
「관제 AI : 관리자의 3/4분기 업무기록을 토대로 적합한 표현을 찾는 중입니다. 필요한 시간, 약 4.2초.」
「관제 AI :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관제 AI : 월급도둑 (97.51% 정확함.) 잉여인간 (96% 정확함.) 불필요함 (92.11% 정확함.) 비생산적 (89.73% 정확함.)…….」
「관리자 : 됐어. 그만해.」
「관리자 : 이럴 땐 꼭 네가 사람 같단 말이야…….」
#함정 (1), 캠프 로버츠
성탄전야의 하늘은 맑았다. 사람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원했으나, 눈이 드문 지역이었다. 비 내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겨울은 선물을 받았다.
좋은 쪽 하나, 나쁜 쪽으로 하나.
좋은 쪽은 말 그대로의 선물이었다. 겨울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보낸 선물 꾸러미들. 미국 전역에서 온 것이라 양이 엄청났다. 이런 데 낭비할 소티(Sortie)가 없었을 것인데.
‘선전 효과를 노렸구나.’
겨울의 생각이 맞았다. 수송기에서는 선물만큼이나 많은 기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소년장교에게 선물의 값을 치르도록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겨울이 이득을 본 것은 맞았다. 캠프 로버츠에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특히 케이크. 산더미처럼 쌓인 각양각색의 케이크는, 「겨울동맹」 전체가 소비하기에도 많은 양이었다. 모두가 뛸 듯이 기뻐했다.
나쁜 쪽의 선물은, 사람들이었다.
나쁜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들이 찾아온 사연이 나빴다.
“메리 크리스마스, 플레먼스 씨. 여기까지 무슨 일이세요?”
호출을 받고 나온 겨울은 여러모로 의아했다. 아말리아 플레먼스. 파소 로블레스에서 만났던 여교사다. 난민구역까지 찾아올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데려온 사람들과는 면식조차 없었다. 호위로 여자 보안관 한 명이 붙어있다.
여교사는 겨울을 보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 미스터 한. 메리 크리스마스.”
포옹은 길었다. 그녀는 풍채가 좋은 편이라, 안고 있으려면 겨울의 팔이 부족했다.
그녀를 따라온 사람들은 표정이 어두웠다. 남자가 셋, 여자가 둘인데, 다섯 명 모두 동양계였다. 겉보기로 추정되는 나이는 서른 이상. 대화가 시작될 무렵부터 몇 발짝 떨어져있었다.
겨울이 시선을 던지자 움찔거리는 반응들. 남자 한 명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으나, 남은 사람들은 그나마도 하지 못했다. 불안과 절망, 두려움 등이 느껴진다. 여행용 캐리어나 커다란 가방 같은 것들을 하나씩 끼고 왔다. 난민 같은 행색이었다.
겨울이 아말리아에게 다시 물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그것이…….”
그녀마저도 여러모로 머뭇거리는 기색이라, 겨울이 좋은 미소를 만들어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게 어려워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러고도 그녀는 한참동안 시간을 끌었다. 갑자기 사라진 겨울을 찾아 동맹 사람들이 나왔다가, 작은 대장의 손짓을 보고 조용히 돌아갔다.
마침내 아말리아가 입을 열었다.
“염치불고하고, 부탁할 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말씀하세요.”
“여기 이 사람들을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어려서 미국으로 입양된 분들이에요.”
“네? 받아달라뇨?”
“한겨울 씨가 보살피는 난민들의 그룹이 있다고 들었어요. 「겨울동맹」이라고 하던가요? 거기에 넣어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리는 거예요.”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시민 거류구에 계셔야 할 분들을 왜 제게 부탁하시죠?”
겨울이 고개를 기울이자, 그녀가 덧붙인다.
“이 분들은 시민권이 없으시거든요.”
“……이상하네요. 입양아는 당연히 미국 시민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말리아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옛날엔 아니었어요.”
“그래요?”
“네. 저도, 이 분들도 겨우 어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양육비 혜택을 받으려고 입양을 해놓고, 부모로서의 책임은 모른 척 한 거죠. 정말 몰상식한 사람들이에요.”
“으음…….”
쉽게 말해, 국적이 없어 붕 떠버린 사람들이었다.
“부탁해요, 미스터 한.”
아말리아가 간곡하게 부탁했다.
“하루아침에 있을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에요. 경찰은 시민 구역에서 나가라고 하고, 군대는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브래넌 의원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만 하세요.”
“브래넌 의원……아, 그 분이군요.”
가물가물하던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의 이름을 이런 식으로 확인하게 됐다.
“이 추운 날 갑작스럽게 난민 구역으로 쫓겨나는데, 안심하고 의탁할 사람이 미스터 한 말고 누가 있겠어요? 물론 미스터 한에게 어려운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 크리스마스 이브잖아요. 이들에게도 최소한 좋은 일 하나쯤은 있어야 해요.”
“진정하세요.”
겨울은 눈물 글썽거리는 아말리아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다른 방향, 아직도 멀거니 서있는 초라한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인가요?!”
“확실히 이제 와서 난민 캠프에 합류하긴 위험하죠. 의사소통도 힘들 테고.”
아말리아가 겨울을 꽉 끌어안는다. 다른 다섯 사람은 깊이 안도하는 기색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을 이끄는 입장에서, 그룹은 잘게 나누어질수록 관리하기 편하다. 어려서 미국에 왔다면, 모국어는 거의 잊었을 터. 당연히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울 것이다.
영어가 유창하면 쓸 곳도 많다.
그리고 수가 적다. 달리 매달릴 곳이 없으니, 이들은 겨울의 열성적인 지지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공동체가 그렇듯이.’
오히려, 장애인 공동체보다 더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좌절감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겨울이 다섯 사람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국계가 셋, 중국계 하나, 일본계 하나였다. 중국계나 일본계라고 해서 그쪽 조직으로 가라고 쫓아낼 생각은 없었다. 겨울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을 것이다.
한국계, 빅터 쿡이라는 남자는 겨울보다 작았다. 마르고, 왜소하고, 자신감 없어 보인다.
어거스트 코마. 역시 한국계. 쿡과 정 반대로, 근육이 대단했다. 범죄를 암시하는 문신을 많이 새긴 것으로 보아, 아웃브레이크 이전에도 좋은 직업에 종사한 건 아닐 터였다.
벤자민 마이어. 중국계. 평범하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가장 견실했다. 무척이나 고마워하며 허리를 굽히는데, 중국 쪽의 문화에 익숙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다녔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클라라 카터. 일본계. 웃는 얼굴에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인상적이었다.
케이시 블랙웰. 한국계. 표정이 어둡다. 이마에 해묵은 흉터가 있었다. 손등에도, 언뜻 보기에는 팔에도 있는 것 같다. 「통찰」이 성장기의 학대 가능성을 지적했다.
“다들 가족은 없으세요? 아, 물론 부모님에 대해 묻는 건 아니에요.”
시민권도 챙겨주지 않을 정도면, 부모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다섯 사람은, 서로를 잘 모르는 눈치였다. 순서를 조율하는 것도 어색했다.
아는 사이라면 오히려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겨우 어제, 자신이 시민이 아님을 깨닫게 된 사람들이다. 그 전까지 공통분모가 있었을 리 없다.
벤자민 마이어가 처음으로 대답했다.
“결혼은 인연이 없었습니다. 홀몸이죠.”
다른 이들도 비슷했다. 사실상 방치된 채 자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사회적 입지를 얻을 가능성은 낮았다. 다만 예외가 하나, 어거스트 코마가 뜻밖의 눈물을 지었다.
“아들이 있었는데, 제가 너무나 부족한 아버지였던지라……고아원에 맡기고 종종 찾아갔었습니다만……. 지금은 소식조차 알 수 없군요.”
“저런.”
겨울은 그에 대한 내면의 평가를 몇 줄 바꾸어두었다.
소개를 받고서, 겨울은 아말리아를 안심시켰다.
“걱정 말고 가보세요. 이 분들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정말 훌륭하세요. 어른들이 오히려 배워야겠어요.”
그녀는 몇 번이나 감사를 표하고, 다시 몇 번이나 돌아보며 힘들게 떠났다. 종종 찾아오겠다는 인사는 덤이었다. 그러나 뒤따르는 보안관의 귀찮은 표정을 보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들어가요, 여러분. 마침 파티 중이었거든요.”
겨울이 다섯 난민을 안으로 이끌었다.
============================ 작품 후기 ============================
1. 어제는 건강 문제로 연재를 쉬었습니다. 대신 오늘은 대략 두 편 용량입니다.
두 편으로 나눌까 하다가 창렬한 느낌이라 그냥 하나로 올립니다.
2. 미국의 입양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동 시민권법은 2000년부터 적용되었습니다. 입법 시점에서 성인이었던 기존의 입양아들은 적용 대상이 아니었고요. 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해주지 않았을 경우 이들은 무국적자로 간주됩니다.
3. 서평 감사합니다. 칭찬은 위대한 옛것을 춤추게 합니다.
4. 오늘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이 연속상영 형식으로 재개봉했습니다.
꼭 보세요. 정말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보고 나면 “연애는 다 부질없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 보고 싶다…이미 봤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