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69)
00068
=========================================================================
#세븐스 캘리포니아, 캠프 로버츠 (5)
새벽이 소년을 깨웠다.
텐트 입구로부터, 어둑한 쪽빛 하늘이 가늘게 새어 들어온다. 아직 눈 뜰 때가 아닌데. 겨울은 무거운 팔을 움직여 총부터 잡았다. 탄창 결합을 확인한 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신체기능이 완전히 깨어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가 필요했다. 연 이틀간 육체적 소모가 지나치게 격렬했고, 수면은 취하지 않아, 그만큼 많은 「피로」가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잠들어있는 시간은 조건설정 자동진행이었다. 깨어졌다면 이유가 있을 터. 겨울은 정신적인 고단함을 느꼈다. 이 세계관의 겨울이 꿈을 꿀 때, 그 안의 겨울도 휴식을 취한다. 다른 세계의 관객들을 신경 쓰지 않고, 홀로 오롯이 향유하는 고요한 어둠.
전장에서 과유불급은 의미가 없다. 겨울은 일단 같은 텐트 내의 병사들을 깨웠다. 물론 수마에 사로잡힌 병사들은 아무래도 일어나기가 힘겹다.
“어으……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무장해요.”
상태가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겨울은 비로소 「생존감각」의 둔한 경고를 감지할 수 있었다. 신경 말단이 간헐적으로 저려오는 감각. 아직 활성화 정도가 낮지만, 무언가 위협이 있다는 건 분명했다.
‘치명적인 수준은 아닌가본데.’
정작 캠프 로버츠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으나, 천재의 영역에 접어든 「생존감각」이면 자다가 비명횡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피로로 인해 반응이 지연되었으므로,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겠다.
겨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두 눈 동그래진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자신을 일깨운다. 소년 장교에 대한 그들의 신뢰는 이제 미신의 영역에 근접했다.
빡!
……그렇다고 방탄으로 자기 머리를 치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 잠과 자신을 동시에 후려친 병사는, 잠시 엎드려서 무정물 흉내를 냈다. 겨울이 다가가서 어깨를 붙잡는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어쨌든 그도 곧 준비되었다.
동숙하던 하사 한 명과 간부급 병사들은 행동이 빨랐다. 별다른 지시 없이도 중대 전체에 상황을 전파한다. 기상! 기상! 반복되는 외침이 축축한 바람을 타고 산울림으로 번졌다. 타 중대 숙영지에서도 무슨 일인가 나와 보는 병사들이 생긴다. 그들의 얼굴이 불안감에 물든다. 야습을 겪은 뒤 고작 하루 지난 시점이었다.
결국 겨울은 의도치 않게 연대급 병력을 다 깨우고 말았다. 옅은 안개 위로 싸락비 뿌려지는 가운데, 우의를 입은 병사들이 어수선하게 주위를 살핀다. 자기들이 일어난 이유를 몰라 더 초조한 모습들이었다.
그 사이에 겨울은 통신병을 불러 초병들과 교신하게 했다. 숙영지 경계선이 안전한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조기기상의 발원지를 찾아온 중대장이 겨울에게 묻는다.
“대체 무슨 일인가?”
막상 질문을 받으니 답할 말이 마땅찮다.
“뭐라고 말씀을 드리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에셔 대위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그냥 꿈자리가 사나웠던 건 아니고?”
여기엔 대답할 필요 없었다. 안개 저편의 총성이 설명을 대신했으니까. 겨울은 인상을 찌푸렸다. 귀에 꽂은 리시버에서 갑작스럽게 무전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연대, 대대, 중대 채널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인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총성이 다시 터졌다. 흩어지는 점사, 이어지는 연사. 「전투감각」이 총성의 방위와 대략적인 거리를 잡아냈다. 다만 거리는 조금 부정확했는데, 안개 탓이었다. 높은 습도는 소리가 확산되는 범위를 크게 넓힌다.
에셔 대위가 즉각적으로 명령을 쏟아낸다. 경계선을 강화할 병력, 숙영지를 지킬 병력, 현장으로 출동할 병력을 순식간에 분할한다.
겨울은 출동하는 쪽이었다. 이동은 차량으로 이루어졌다.
현장에 도착한 겨울은, 이미 교전이 종료된 것을 확인했다. 숙영지 경계 부근에 변종 시체들이 드문드문 흩어져있었다. 많은 수는 아니다. 병사들이 하나하나 확인사살을 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노이즈 메이커의 소음 지원이 시끄럽다. 적어도 세 방향에서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았다.
‘체계적인 공격이 아닌가?’
겨울이 전투 흔적을 살폈다. 대응이 늦었으면 위험했겠으나, 먼저 겪었던 야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다만 실종자가 있었다. 변종들이 침입한 구간에 배치되었던 경계조 두 명이 사라진 것. 이쪽 방면을 담당한 중대장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가라앉았다. 캠프 오비스포에서 온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짓이겨지는 표정이었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왜 또 이런 일이…….”
그는 기름기 찌든 얼굴에 마른세수를 하더니, 통신병을 불러 대대본부에 무전을 넣었다. 실종자 수색의 허가를 얻는 것이었다. 겨울이 그에게 청했다.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자네가?”
초면이지만 겨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낯선 중대장은 짧게 고민하고 느리게 끄덕였다. 소속이 다른 장교에게 신세를 지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감을 보이지 않는다. 자존심 같은 게 남아있을 리 없다. 그런 걸 내보일 상대도 아니고.
대대본부는 겨울의 가세를 쉽게 허락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순번을 교대했던 병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겨울은 실종자들이 걸었을 순찰로를 살짝 비껴서 걸었다.
내리는 비로 물러진 땅에는 많은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풀에 가려졌으나, 4등급 「추적」을 지닌 겨울에게 그 정도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만 너무 많아서 문제. 시간대별로 겹쳐진 병사들의 군홧발만으로도 충분히 지저분한데, 그 위에 경계를 넘어온 변종들의 자취가 더해졌다. 죽은 것들 중 발을 질질 끄는 녀석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죽죽 밀어서 뭉개진 자국이 수두룩했다.
‘조금 부족한가…….’
「통찰」은 전문가 수준 이상의 「추적」을 권고했다.
경험 자원을 쓰자니 계륵 같은 기술이다. 물론 있으면 도움은 된다.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할 때, 동물의 흔적을 포착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강점이니까.
그러나 그 능력을 쓸 기회는 제한적이다. 사냥으로 식량을 조달해야 할 만큼 종말이 진행된 상황도 아니거니와, 지금 같은 사건이 자주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익혔던 횟수 자체가 적다. 「탤런트 어드밴티지」가 낮아, 효율이 떨어진다.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변종의 등장과, 그에 따른 난이도 상승을 감안하여, 겨울은 좀 더 효용성 높은 기술에 투자하고 싶었다.
연 이틀에 걸쳐 획득한 경험치가 상당하다. 전투를 통해 얻은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끼친 영향 평가로 더 많은 보상을 얻었다.
이 정도면 「무브먼트」를 초인의 영역으로 넣을 수도 있겠는데.
허나, 나중에 구할 열 사람이 지금 구할 한 사람을 대신하진 못하는 법이다. 어차피 가상의 인격, 가상의 생명이지만, 거짓된 세계에서나마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삶의 방식이라도 지키는 편이 낫다.
겨울은 아쉬움을 접고 「추적」을 밀었다.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증강현실로 제공되는 정보가 질적으로 달라졌다.
“이쪽으로.”
겨울이 손짓하자, 소대가 대형을 짜서 몇 걸음 뒤를 따라온다. 일정 간격을 두고 3개 소대가 산개한 채 신중하게 전진했다.
민간인 보호가 우선이었으므로, 이 이상 병력을 투입하는 것도 곤란하다.
비 내리는 새벽 숲길은 음울한 느낌이었다. 나무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낙엽 위로 묵직하게 떨어져, 타악기 같은 소리로 병사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겨울로서도 소음 많은 환경이 좋지만은 않다. 숲에 무언가 있다면 그것의 소음도 눅눅해질 테니.
비오는 날 소리가 쉽게 번진다고 해도, 빗방울 소리와 작거나 비슷하면 의미가 없다.
게다가 이따금씩 노이즈 메이커가 요란했다. 숙영지 방어 대책이다.
수색은 희미한 샛길을 따라 이어졌다. 낮아지는 산기슭. 호변이 가까워지면서, 안개가 점차 짙어진다. 종래에는 가시거리가 30미터까지 축소된다.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안개 속에 흐릿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가끔 소스라치는 병사는, 그 그림자를 변종으로 착각하는 부류였다.
이런 환경에서는 열을 보는 야시경도 쓸모가 없다. 안개가 열까지 집어삼키는 까닭이다. 변종이 낙엽 속에 누웠을 가능성을 경계하느라, 겨울이라도 빠르게 전진하기 힘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겨울이 주먹을 들었다.
병사들이 무릎쏴 자세로 주변을 경계했다.
농밀한 안개가 흔들릴 때, 잠깐이었지만, 겨울은 바닥에 누운 두 인간의 형상을 목격했다.
시체는 아무래도 미끼인 것 같았다.
물 냄새 짙은 대기에 두 가지 냄새가 있었다. 하나는 피비린내. 그리고 남은 하나는,
‘씻지 않는 것의 악취.’
시큼하면서도 역한 냄새가 난다.
이 악취는 일반적인 변종의 썩은 내와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면역 거부반응을 극복했다면 「구울」 밖에 없다. 겨울이 무전기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전방에 실종자 시신 발견. 둘 다 죽었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구울 무리가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나무 위에 있을지도 모르니 경계하세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병사 몇 명이 나무 둥치에서 멀어지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한 소대장과 통신병이 본부에 현재 상황을 보고한다. 초병이 모두 죽었기 때문인지, 표정이 굉장히 나빠졌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바람 갈라지는 소리. 겨울이 반사적으로 사격했다.
티잉-!
정체불명의 투사체가 불꽃을 튀기며 부러진다. 두 조각으로 쪼개져, 휙휙 돌더니, 낙엽 속으로 푹 들어갔다. 근처에 있던 병사가 기겁을 했다. 겨울이 손짓을 보낸다. 뭔지 알아보라는 의미. 병사가 포복으로 움직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낙엽더미를 더듬었다.
이윽고 그 손에 손잡이가 잡힌다. 병사가 다들 보라고 들어보였다.
반 토막 난 식칼이었다.
무전을 치다 굳은 소대장이, 당혹스럽게 중얼거린다.
“변종이 무기를 써?”
적잖은 동요가 번진다. 영장류가 대개 기초적인 도구를 쓰긴 하지만, 그래서 인간의 몸을 훔친 변종에게도 그럴 능력이 있겠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버려진 도시에서 주워온 모양이다.
이후 수십 개의 칼이 추가로 날아왔다. 일부는 겨울이 요격했으나, 조건이 나빴다. 안개를 뚫고 가까운 거리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이었으므로.
짐승의 으르렁거림, 포효, 빠르게 뛰는 발소리 등이 어지럽게 들려왔다.
긴장한 병사들이 닥치는 대로 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던지거나 했다.
그러나 조준 없는 사격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비슷한 환경이었던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북베트남군 한 명을 죽이는데 2만 발 이상의 총탄을 썼다는 통계가 있다. 하물며 상대는 인간보다 강인한 변종, 그것도 강화종인 구울이었다.
수류탄도 마찬가지. 유효범위가 아무리 넓어도, 굴곡 있는 지형과 나무가 많은 환경 때문에 살상효과가 많이 줄어들었다.
역시나, 그것을 비웃듯이, 괴물이 일부러 내는 소리는 그침이 없었다.
‘이쪽의 탄약을 소진시키려는 수작일까? 이상하게 머리가 좋은데……설마 베타 구울?’
저쪽의 숫자를 잘 모르겠다. 들리는 소리를 기초로 제공되는 「통찰」이 있었으나, 떼 지어 사냥하는 짐승은 대부분 역할을 구분할 줄 안다.
이래서는 능력만 믿고 함부로 나서기도 어렵다.
다른 세계의 생물처럼 꾸물거리는 안개를 보다가, 겨울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소대장님.”
“음?”
“유탄 사수가 조명탄을 가지고 있나요?”
미군 보병소대는 분대 별로 6연발 유탄발사기(M32)를 하나씩 지급받고, 그 외에도 소총 아래에 액세서리로 다는 단발 유탄발사기도 존재한다. 유탄발사기로 쏠 수 있는 탄종은 의외로 다양하며, 그 중엔 조명탄도 있었다.
다만 크기가 작아 본격적으로 쓰긴 어렵다. 소대장도 그 점을 지적한다.
“조명탄은 왜? 그거 신호용이야. 누구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본진에는 무전으로 연락하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었다. 겨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말 그대로 조명으로 쓸 겁니다.”
말하면서 안개를 가리킨다.
“아직 주위는 어두운 편이에요. 안개는 짙고요. 밝은 광원이 생기면 안개에 변종의 윤곽, 혹은 그림자가 생기지 않을까요? 그 때를 노려서 일제사격으로 죽여 버리죠.”
“그래봐야 한 발당 겨우 7초 타는데……. 차라리 지원을 요청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거야말로 저것들이 원하는 바라면 어쩌려고요?”
“응?”
“실종자를 미끼로 우리를 유인하고, 우리를 미끼로 더 많은 병력을 끌어내고, 그렇게 생긴 빈틈으로 파고들려는 함정일지도 모르잖아요?”
소대장이 당황했다. 겨울이 그를 설득했다.
“물론 가능성은 낮아요. 하지만 0이 아니라는 게 중요하죠. 숙영지엔 민간인 수천 명이 있잖아요. 대대장님도 엊그제 한 번 당한 경험이 있으시니까, 조금이라도 위험한 모험은 하지 않으실 걸요? 민간인 수천 명을 책임 져야 하는데요. 차라리 유해를 포기하라고 하시겠죠.”
결국 소대장은 겨울에게 동의했다. 조명탄을 쏜 다음, 전진하여 엄폐물을 확보하면서 사격을 가하고, 유해를 확보하기로 합의를 본다.
유탄사수들이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탄창을 비우고 새로 장전하는 작업이었다. 소총과 달리 낱개 단위로 일일이 넣어줘야 한다. 백색, 녹색, 적색의 조명탄은 본래 각각의 용도가 따로 있지만, 지금은 구분하지 않는다. 어차피 땅에 쏴서 박을 것이었다.
기다시피 해서 가까이 모인 유탄사수들에게, 겨울이 방위와 거리를 지정해주었다.
“내가 신호하면……한 명씩 시차를 두고, 이쪽부터 저쪽까지 세 발씩 끊어서 쏴요. 거리는 20, 40, 60에 맞춰주고요. 장애물이 많은 환경이니까요.”
조명탄 터지는 위치가 입체적이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쏴요!”
투투퉁!
겨울은 조명탄이 날아가는 도중에 이미 다섯 목표를 포착했다. 안개에 비친 그림자가 해시계처럼 회전할 때, 그 중심을 조준선으로 빠르게 잡아내며, 한 호흡에 방아쇠를 다섯 번 당긴다.
‘한 놈 놓쳤나.’
비명이 길게 이어진다. 맞긴 맞았는데 죽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겨울은 이미 뛰고 있었고, 어긋난 조명과 나무 그림자 사이에서 날뛰는 것들의 실루엣을 모조리 쏴 갈겼다.
둘 이상 겹쳐진 그림자의 중심을 쏘면, 여지없이 괴성과 고통스러운 포효가 뒤따른다. 각 조명탄의 색이 달라서 더욱 효과적이었다. 병사들도 의외로 쉽게 맞추는 중이다.
7초에 10미터 이상 나아가며 탄창 한 개 반을 비웠다.
“다음!”
또 한 차례, 조명탄 사격이 가해졌다. 삼색으로 발광하는 안개 속에서, 사거리를 확보한 인간은 강력한 화력으로 변종들을 압도했다.
세 번째가 되자 전진한 병사들이 드디어 시신을 확보했다. 변이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사이, 나머지 병력은 숫자가 줄어든 구울 무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냈다.
그것들이 내지르는 비명, 달음박질치는 짐승의 발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해냈어!”
소대장이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한다. 겨울이 시체를 확보한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시신은 괜찮은가요?”
중의적인 의미였다. 결손부위가 없느냐는 질문이기도 하고, 감염되지는 않았는가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분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처음부터 미끼로 쓰려고 한 모양인데……솔직히 소름끼칩니다. 더 이상 예전의 멍청하던 변종들이 아니로군요.”
“어쩔 수 없죠. 우리가 적응하는 수밖에.”
겨울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시신을 회수하여 복귀하는 사이, 태양은 안개 너머로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대대장은, 안개가 제법 지워지고서야 부대 전체의 출발을 지시했다. 캠프 로버츠까지는 약 20km. 어제, 같은 거리를 쪼개진 오후로 주파한 걸 감안하면, 별 일 없을 경우 캠프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너무 긴 시간 집중하고 있었다. 겨울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시점. 남은 여정이 조용하기를 바란다. 소년은 험비 창틀을 팔꿈치로 누르며,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 작품 후기 ============================
1. 지난회에서 사용된 ‘장해’라는 단어는 오타가 아닙니다. 신체 장애로 인한 보험이나 연금 적용을 할 때 기준이 되는게 ‘장해등급분류표’거든요. 장애 및 결손의 정도에 따라 장해율을 계산해서 지급률에 반영하는 식입니다.
2. 어제도 출판사와 미팅을 했습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2-1.
편집장님 : 납골당의 어린 왕자를 처음 추천해주신 게 어느 여성 작가분이었어요.
작가 : 와.
편집장님 : 그런데 제목에 어린 왕자가 들어가는 거예요. 남자 작가분들은 이런 제목 잘 안 쓰시거든요.
작가 : 그렇군요.
편집장님 : 그래서 전 이 소설이 BL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작가 : …?!
편집장님 : 읽어보고 생각과 달라서 좀 당황했습니다. 하하하.
2-2.
편집장님 : 만약 소설을 낸다면, 혹시 부록 같은 건 생각해두셨나요?
작가 : 네. 미 육군 생존교범을 드릴까 해서 직접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이라 저작권 문제가 없으니까요.
편집장님 : 어? 그거 우리 출판사에서 곧 정식으로 출간하는데요?
작가 : …?!
작가 : (그럼 그동안의 내 노력은…으아아아아…)
2-3.
편집장님 : 저희 출판사는 돈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작가 : 네, 돈이 안 되더라도 꿋꿋이 밀고 나가기로 유명한 용자 출판사라고 들었습니다.
편집장님 : 하하하. 예를 들면 ○○○○○○○은 지금까지 ○○○○부도 안 팔렸어요. – 편집장님의 요청으로 책 제목과 판매부수를 블라인드 처리합니다. 🙂 (2016.08.02)
작가 : …?!
편집장님 :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사장님이 돈이 많으시거든요!
작가 : …?!
3.
Q. silentrabbit님 : @’생전에’ 란 단어를 사용한 건 겨울은 현재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봐야 하는 건가요?
A. 뇌만 남았을지언정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조차도, 사회적 인식, 제도, 문화에 따라 죽은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점이었습니다.
겨울은 그런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으므로 스스로를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겨울이 상품으로 취급되었던 구간도 같은 맥락입니다.
즉 인간존중은 인간의 역할이다…가 되겠습니다.
해놓고 보니 당연한 말이군요. 당연한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위대한 옛것은 오늘도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테켈-리-리 테켈-리-리
Q. 어진광대님 : @서비스 점검때마다 주던 쿠폰으로 깔짝깔짝보던거 짜증나서 90일 질렀습니다 따…딱히 납골당 때문은 아니라구요
A. 제가 밤을 새워가며 글을 쓰긴 했습니다만….따, 딱히 어진광대님 읽으라고 쓴 건 아니랍니다.
이 시간까지 깨어있으니 정신이 혼미하네요. 어제는 두 시간 잤는데. 하하.
Q. 야카루비타 : @프리미엄 가셨으면 좋겠따. 작가님이 돈 많이 벌어서 치킨 많이 사먹으면 좋겠다…
A. 어제 뵈었던 편집장님도 프리미엄을 강력하게 권하셨습니다만, 이미 내린 결정이니 번복하지 않겠습니다.
치킨은 뭐…먹고 싶긴 하네요.
Q. 감자껍질님 : @제르미스님 아 무료겜… 그래도 어마어마하십니다 그려. 여러분 지금 문명5 할인중입니다! 팔십프로던가 구십프로던가! 모두들 문명하세요! 작가님은 … 🙂
A. 작가님은….다음은 왜 생략하시는 건가요? 저도 문명 좋아해요.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문명 1부터 했단 말입니다.
엉엉.
Q. 도화원님 : @울지마세요! 작가님. 당신의 시간으로 수천명의 기쁨을 만드셨습니다!
A. 그냥 수천 명의 기쁨을 제물로 삼아 저 혼자 기쁘고 싶습니다!
저는 엄청나게 사악한 작가거든요.
얼마나 사악하냐면…
흠…
다리가 열 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