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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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 뒤, 포트 로버츠 (5)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언행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딱히 그 사람들이 사악해서라기보다, 그냥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리 어려운가?
‘동정심을 품지 않기가 어렵지.’
겨울은 생각했다.
측은지심은 인간의 본성이며, 나보다 모자란 상대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에 대한 동정심은 또한 그 누군가가 나보다 부족하다는 인식이기도 하다.
착한 사람은 착해서 장애인을 차별하고, 악한 사람은 악해서 장애인을 차별한다.
장연철이 대표적이다. 그는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부른다. 이 호칭에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우정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녹아있다. 그 선의는 참으로 훌륭하다. 그러나 진정한 평등주의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장애인이 왜 니 친구냐고.
겨울이 강영순 노인에게 말했다.
“제가 같은 실수를 하면 지적해주세요. 무의식중에 실례를 저지를까봐 걱정스럽네요.”
곱게 늙은 노인이 웃으며 펜대를 움직인다.
「그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공자조차도 나이 칠십이 되어서야 모든 행동이 법도에 맞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작은 대장님께 성인의 노년을 기대하는 건 과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연철 부장님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이고요.」
장애인들을 편견으로 대하는 장연철에 대하여, 강 노인은 오히려 미안해하고 있었다.
장연철은 심성이 바른 사람이다. 편견을 지적하면 부끄러워하고 고치려고 할 것이며, 그를 존중한다면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노인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겨울에게 그의 편견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때 늙은 여인은 단 한 줄로 겨울을 설득했었다.
「편견의 그늘이 클수록, 거기에 숨기도 좋을 테니까요.」
장애인들은 겨울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자청했다. 이 일은 사람들의 경계심이 낮을수록 쉬워진다. 그러자면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들로 취급받는 편이 낫다…….
장애인들 스스로가 원하는 일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장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어 했다.
“사정을 알면 장 부장님도 나쁘게는 생각하지 않으실 거예요. 모순적이지만 이렇게 볼 수도 있어요. 편견으로 쌓은 잘못을 편견으로 갚고 있다고. 무엇보다, 우리가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장 부장님 말고도 많아요. 모두를 속이는 꼴인걸요. 단지 이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이고, 결과적으로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타협하는 거죠.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노인은 문자 대신 미소로 화답한다.
겨울은 강영순 노인에게서 넘겨받은 메모를 읽기 시작했다.
비밀스러운 내부감시는 장애인 중 한 사람, 이훈태의 역할이었는데, 다른 장애인들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서인지 동료의식이 강하다. 덕분에 겨울에게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갈수록 늘어난다.
동맹 내 종교 활동에 관한 부분은 조금 오래 읽었다. 신경 쓰이는 내용이 있었다. 일부 기독교인들의 소모임에서 있었던 한 예배의 기록이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살리고자 하십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살리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사람이야말로, 우리 곁에 머무는 주님의 의지가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 주님의 섭리 아닌 것이 없습니다. 창세의 순간부터 심판의 날까지, 모든 역사와 사건들이 주님의 계획안에 있음을 믿습니까? 그리하여 한겨울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사람의 아들이, 인간의 몸으로 오신 주님의 은총임을 믿습니까?」
「믿어야 합니다. 믿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기적으로 깨우쳐주셨습니다. 은총이 함께하지 않고서야 어찌 소년이 그 많은 위업을 이룩했겠습니까? 어찌 예언으로서 사람을 구하며, 어찌 가는 곳마다 새로운 기적이 일어나겠습니까? 그 일신이 실로 신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아들은 아직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아무도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있느냐, 그를 경배하러 왔노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우리는 선택 받을 사람들입니다…….」
현장에서 숨겨두고 적었는지 삐뚤빼뚤한 글씨들이었다. 기록자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했다. 눈물 흘리고, 환호하고, 갈채를 보내는 등.
소년이 고개를 젓는다.
“아무래도 제가 이슬람에 귀의하던가 해야겠네요.”
마주앉은 노인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종이 위에서 펜을 굴렸다.
「그들의 구세주가 되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농담은 그만 두세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걸요.”
실제로 그렇다. 종교적인 공동체는 보수화되기 쉽다. 모든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이 존재하기에, 그 이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성서무오설과 샤리아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종교공동체도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구세주 재림을 믿는 공동체에 걸기엔 어려운 기대였다.
그렇다고 메시아 행세가 쉬운 것도 아니다. 실천의 어려움보다는 마음의 거부감이 더 크다. 지키고 싶은 삶의 방식과 지나치게 거리가 멀었다.
노인이 수첩을 들어보였다.
「그리 말씀하실 수 있는 게 귀하의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들을 그냥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치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휩쓸릴까봐 걱정스럽군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동맹 안팎으로 당신께 경도되어있는 이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글쎄요……. 일단 기억해두기로 하죠. 먼저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도 있고요.”
일단 모임의 중심인물을 만나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자기 말을 정말로 믿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겨울의 이름을 팔아 이익과 영향력을 얻고 싶은 것인지. 어느 쪽인가에 따라 대처방안이 달라질 것이었다. 정 급하면 맞불을 놓을 수도 있고.
노인이 새로운 질문을 적었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요?」
겨울은 잠깐 생각하고서, 이름 모를 백지선의 편지와 두 부장의 의견차에 대해 노인에게 털어놓았다. 비밀스럽게 취급해야할 일이었으나, 그것이 단지 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 노인은 소년과 이미 더 큰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들어보니 어떠세요?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보시나요?”
질문을 받은 강영순 노인이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글을 적었다.
「저로서는 어느 쪽이 낫겠다고 말씀드리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조언을 드릴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격이 없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제가 6.25를 겪은 세대라서 그렇습니다.」
겨울이 고개를 기울이자, 노인이 몇 줄의 해명을 덧붙였다.
「저는 아직까지도 꿈속에서 전쟁을 봅니다. 뼛속까지 새겨진 두려움이지요. 요즘은 새로운 두려움이 더해졌습니다만, 새것이 옛것의 자리를 빼앗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그 악몽의 한 구석엔 중공군에 대한 공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입니다. 저는 중국인을 미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느끼지만, 제 꿈이 아직도 옛 전쟁에 사로잡혀있는 이상, 그 영향이 무의식에 반드시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즉 이번 일이 중국인들과 관련되어있는 만큼,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자신이 없다는 뜻이었다. 겨울이 부드러운 미소를 만들었다.
“제가 그걸 감안하고 들으면 되겠네요. 전 단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펜이 잠시 쉬었다. 노인은 바른 자세로 앉아 긴 숙고를 거쳤다. 이윽고 결심이 글 줄기가 되어 흐르기 시작한다.
「장연철 부장님의 선의에 많은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이유 불문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자는 데 반대하기가 면구스럽지만, 제겐 민완기 부장님의 의견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그들 가운데엔 과거부터 범죄를 일삼았던 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진 말라고 하였으나, 이번 일은 경우가 다릅니다. 제가 보기엔 그들의 죄가 아니라 죄로 인해 맺어진 원한관계가 문제입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삼합회 내에서 화승화와 수방방의 구성원들이 차별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가족을 인질 잡힌 셈이었으니, 삼합회 입장에서 얼마나 쓰기 편한 칼이었을까요? 그만큼 많은 피가 묻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동맹이 그들을 받아들이고 또 지켜준다면, 화승화와 수방방에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또한 동맹 사람들과 대장님에게도 원한을 품지 않을까요?」
겨울이 반론했다.
“그런 원한이라면 삼합회와 손잡았을 때 이미 시작되었을 걸요. 겨울동맹 때문에 다른 중국계 조직들이 삼합회를 어쩌지 못하고 있잖아요.”
강영순은 겨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을 적기 시작했다.
「그것도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제3자였다면, 백지선 일파를 받아들인 이후로는 원한의 당사자가 되는 셈이지요.」
「또한 그들 조직의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서도 우리와 원한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동맹의 삶이 더 좋아 보여서, 혹은 내부알력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해 이탈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테니까요. 단순히 싫어하거나 반감을 가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겨울이 그녀의 의견을 평했다.
“어떻게 보면 민완기 부장님의 반대의견과 같은 맥락이긴 한데, 그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면이 있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내용은 좀 더 고민해볼게요.”
노인이 온화하게 웃었다.
그 뒤, 겨울은 남아있는 메모를 꼼꼼하게 읽고, 그것들을 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쉬세요.”
소년은 노인에게 목례하고, 동맹의 본부 막사를 빠져나왔다.
해가 이미 지평을 넘어갔어도 공사현장은 여전히 분주했다. 여러 인사를 받으며, 겨울은 숙소로 향하는 내내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겨울동맹이 더 살기 좋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은 많았겠으나, 실제로 의탁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동맹이 한국인들의 터전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아말리아의 요청으로 들어온 무국적자는 겨우 다섯 명이었고. 따라서 국적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백지선 일파를 받아들이면 그 벽이 무너진다. 이것이 장연철의 주장이었고, 사실 겨울도 바라는 바였다. 다른 중국계 단체들은 당연히 이를 싫어할 것이다. 강영순 노인도 지적하지 않았나. 그들, 국적의 벽을 원한의 벽으로 대신하리라고.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최악의 경우, 연쇄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인들이 백지선 일파를 어떻게든 죽이려 할 가능성이 있었다. 어쩌면 거기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겨울에게도 경고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정면으로 싸움을 걸어올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나 겨울동맹을 겨냥한 불특정다수의 무차별 테러라면 어떨까?
문득 겨울은 리친젠을 만나러 갔던 때를 떠올렸다. 「생존감각」과 「전투감각」은 활이나 슬링 계통으로 추정되는 투사무기의 사선을 경고했었다. 가뜩이나 요즘 곳곳에서 진행되는 공사 때문에 무기 만들 재료 구하기가 쉬워진 상황.
‘이거, 쓸 수 있을지도.’
평범한 날붙이라면 모를까, 본격적인 투사무기는 미군부터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기지 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당연히 중국인들도 그것을 안다. 위험한 상황만 아니라면, 실제로 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험한 상황만 아니라면.
============================ 작품 후기 ============================
1. 연재를 하루 걸러서 죄송합니다. 글이 한 번 콱 막히더군요. 한 줄 넘기는데 열 시간 걸리고, 다시 반 페이지 채우는 데 다섯 시간 걸리더군요.
이게 다 작가를 싫어하는 나쁜 독자분들의 극심한 비난 때문입니다.
누군지는 스스로가 아실 겁니다. 작가더러 원빈 닮았다고 하셨던 분들, 찔리지 않으세요?
물론 원빈 안 닮았다고 하셨던 착한 독자분들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2.
Q. RGZ95님 : @ 친구보다 먼저 마감이 끝나서 기쁘신가봐요. 다음 연재분도 준비하셔야져 @.@
A. 네, 작가는 매일매일 마감인걸요. 하하하.
…?
이상하다. 이 소설은 분명히 주 3~5회 연재일 텐데…
Q. 도화원님 : @좀더 많은 동심을 원해요
A. 저도 그렇습니다. 동심을 쌓을 기회는 없는데 매일 같이 소모하기만 하니, 동심생명체인 작가로서는 죽음의 위기입니다…
Q. 로리가슬퍼해님 : 기침이 뭔가 복선인줄 알았는데 다 완치됐나 봐요ㅎㅎ
A. 나이가 있는데 감기가 너무 금방 나아도 이상하지 않을까요? 🙂
작가는 감기 한 번 걸리면 3개월 정도 갑니다.
Q. PAM님 : 뭐? 널널하다고? 마감이? 아마 몇달후 ‘아 내가 그때 왜 입털었을까. 마감은 이리도 고통스럽구나’라고 깨달을겁니다. 그나저나 영웅동맹인데 덩치좀 키워야하지 않겠습니까.
A.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작가에게는 매일매일이 마감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시간이 벌써 새벽 3시네요. 으아아아…
Q. 블라타르님 : 근데 흰콩님이 남자에여 여자에여?
A. 콩은 꽃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 식물입니다. 즉 흰콩님은 아마도…아니, 이건 명예훼손이 될 것 같네요.
Q. 케타로님 : @결심했습니다. 이제부터 될 수 있는한 매일 전편 추천을 꾹 하고 누르겠습니다. 이유요? 재밌게! 보고! 있으니까!
A. 결심했습니다. 이제부터 될 수 있는 한 오버워치를 매일 한 판씩 하겠습니다. 이유요? 재미있으니까!
…는 작가의 꿈입니다. 사놓고 4주째 못 하는 중이네요. 하하하.
Q. Qvex님 : @작가님 군만두 좋아하시나여?!
A. 당연히 좋아합니다. 어디 가둬놓고 주시는 건 더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