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want to play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검은 연기를 토하며, 우렁차게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전차들을 본 반 브란델 연합군 기사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커다란 몬스터는 뭐야?”
“나, 나도 몰라!”
처음 본 괴물(?)에 기사들이 당황할 때였다.
뻐엉―! 펑!
돌진하던 전차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리고 포탑에서 튀어나온 산탄들이 수백 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던 반 브란델 연합군 기사들에게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크아아악!”
“으악!”
이히히힝!
전차 포격 5방에 수십 명의 인마가 운명을 달리했다.
살아남은 기사들은 이를 보고 경악했다.
도대체 어떤 무기를 사용했기에 수백 미터 거리에서 한 번에 기사 수십 명을 쓸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대마법사가 펼친 광역 공격 마법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어!’
여기서 퇴각하면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합군의 사기도 뚝 떨어질 터.
이를 알고 있던 팔라모스 백작령의 기사단장 오웬은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물러서지 마라! 여기서 물러나는 놈은 내 검이 용서하지 않겠다! 그리고 제일 먼저 괴물을 죽이는 자에게 10만 달란트를 주겠다!”
그의 외침에 호응해 팔라모스 백작령의 기사들이 곳곳에서 소리를 질렀다.
“돌격하라! 전신께서 우리를 보고 계신다!”
“괴물을 둘러싸서 죽여라!”
“대장장이 사도의 목을 베어 전신의 제단에 바치자!”
팔라모스 기사들의 고함에 용기를 얻었는지, 아니면 오웬이 제시한 금액이 두려움을 가렸는지.
연합군 기사들은 이를 악물며 괴물들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펑! 콰쾅! 쾅!
연달아 쏟아지는 포격이 돌진하는 연합군 기사들을 집어삼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괴물들의 불을 뿜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는 거였다.
악을 쓰며 접근한 기사들 중 일부가 괴물들을 향해 투창을 던지거나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차들은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튕겨냈다.
“뭐 이런…… 크헉!”
탕! 타탕! 탕!
전차 정면과 측면의 총안구가 열리며 탑승하고 있는 총병들이 연합군 기사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앗싸! 한 놈 명중!”
“어? 저놈은 뭐야? 머리통에 총알을 맞고도 안 죽잖아?”
“투구가 무지 튼튼한가 보지. 영주님이 주신 철갑탄을 써봐.”
옆에 있는 동료의 조언에 총병은 탄두가 붉게 칠해진 철갑탄을 꺼내 소총에 장전했다.
그리고 재차 방아쇠를 당기자, 앞서 헤드샷을 당하고도 견뎌냈던 팔라모스 백작령의 중장기사는 결국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빌어먹을!”
오웬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이를 갈았다.
아무리 덩치 큰 괴수라 해도 트롤이나 오우거처럼 포위해서 공격하면 처치할 수 있을 거라 봤는데, 기사들의 원거리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흥, 그런다고 포기할 줄 알고!”
원거리 공격이 먹히지 않으면 달라붙어서 두들길 수밖에.
이에 오웬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오러 익스퍼트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들이 흩어져 괴물들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본 그는 선두에 있는 괴물을 향해 돌진했다.
오웬은 서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자.
그가 내미는 창끝에는 오러가 선명하게 맺혀 있었다.
***
텅!
“어이쿠야, 이기 뭐고?”
선두의 보병 전차를 직접 운전하고 있던 몽세나 자작은 창날이 장갑을 뚫고 들어오자 화들짝 놀랐다.
“기사 놈 하나가 돌격해 와서 창으로 찔렀지 말입니다.”
관측 창을 통해 내다보니, 부러진 랜스를 내다 버린 화려한 갑옷을 걸친 중년의 기사가 분통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드는 모습이 보였다.
검에서 오러가 일렁이고 있었는데, 척 봐도 익스퍼트 상급 이상은 되어 보였다.
“뭐하노! 얼른 쏴라!”
“안 됩니다! 사각(死角)입니다!”
“그라면 돌진해서 깔아 뭉갰뿌라!”
쿠르르르릉!
전차가 달려들었지만, 중년 기사 오웬은 뛰어난 승마 솜씨로 이를 피해내며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각!
전차의 측면 장갑에 불꽃이 일며 길게 칼자국이 남았다.
괴물의 상처를 본 그는 입가에 미소를 씩 지었다.
“역시 오러를 먹인 공격은 통하는 군.”
자신의 공격이 먹힌다는 것을 안 오웬은 다시 한번 검에 자신의 오러를 잔뜩 주입했다.
그리고 다시 공격하려는 순간.
타탕! 탕! 탕!
“이크!”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탄을 피한 그가 다시 전차의 사각을 파고들며 공격을 가하려 할 때였다.
등 뒤로 심상찮은 살기가 느껴졌다.
‘뭐지?’
고개를 돌린 오웬은 눈앞으로 날아드는 물체를 피해 허리를 눕혔다.
부우웅!
투척용 도끼 같아 보이는 그것은 필리프가 만든 건스톡 워클럽.
황금빛의 성갑 알마포르테를 걸친 필리프가 말을 타고 맹렬히 돌진해와 오웬에게 특제 엘디리늄 합금으로 만든 건스톡을 내리친 것이었다.
“이 자식, 내 작품에 흠집 내지 마라!”
공격을 피해낸 오웬을 향해 필리프는 재차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 이번 공격에는 건스톡 워클럽에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쩌어어엉!
단순 무식하기 짝이 없는 내리치기 공격.
오러가 깃든 검으로 능숙하게 막아낸 오웬은 반격하려고 했지만, 필리프의 공격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검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힘에 밀린 그가 낙마하고 만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감히 오러 익스퍼트 상급 기사인 자신을 말에서 떨어트릴 수 있는 자가 서부에 있다니!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녀석 당했다는 수치심에 오웬은 냉큼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필리프를 향해 달려들려는 찰나, 그를 막아서는 자가 있었다.
필리프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기사였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네놈부터 목을…… 아, 아니!”
젊은 기사의 검에서 무려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치는 것을 본 오웬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소, 소드 마스터? 미, 믿을 수 없어! 우리 왕국에는 소드 마스터가 없는데…….”
“그건 당신 생각이고.”
서걱!
단칼에 오웬의 목을 날려버린 테리는 필리프에게 다가가 잔소리를 퍼부었다.
“영주님, 먼저 가시면 위험하잖습니까!”
“어쩔 수 없잖아. 형님이 위험했는걸.”
“그래도 그렇지요.”
“그리고 익스퍼트 상급 정도에게 당할 내가 아니라고.”
필리프는 정식 기사는 아니지만, 전투 경험이 상당했다.
그중에는 일 대 일은 아니지만 스펙터 로드 그뤼메에게도 이겨봤고, 무지막지하기 짝이 없는 마왕 샤루크의 한쪽 뿔을 부러트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익스퍼트 상급이라 해도 어느 정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난전 속에선 소드 마스터라도 당할 수 있는 법입니다.”
“알았어, 앞으로는 조심할 테니까 잔소리는 그만해.”
그렇게 말한 필리프는 보병 전차의 해치를 열고 빼꼼 고개를 내민 몽세나 자작에게 물었다.
“형님, 무사하십니까?”
“고맙데이, 덕분에 살았다.”
“전투가 끝난 뒤에 수리할 테니 형님 전차는 뒤로 빠지십쇼.”
그리 말한 필리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병 전차를 공격하던 적들이 어느새 물러서고 있었다.
필리프를 선두로 달려온 토벌군 소속 기사들이 어느새 다가온 것이다.
“테리, 지금의 여세를 몰아 적을 분쇄한다!”
“알겠습니다, 영주님!”
보병 전차를 앞세운 뒤, 필리프는 토벌군 기사단을 돌격시켰다.
평상시라면 숫자가 반 브란델 연합군 기사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이길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연합군 기사단이 보병 전차를 상대하느라 전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대형이 마구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역적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마라!”
“제, 제길, 퇴각해라!”
기세등등하게 돌진했던 반 브란델 연합군의 500여 기사들은 초전에 전력의 상당수를 잃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토벌군 기사들이 맹렬히 뒤쫓았다.
타탕! 탕! 탕!
“커억!”
“고개 숙여! 드래곤 브레스다!”
추격의 선두에 선 브란델 영지군 기사들은 리볼버를 난사하며 도주하는 적을 따라붙었다.
***
망원 아이템으로 연합군 기사단의 돌격을 보던 오귀스트 백작은 처음에는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브란델 놈들이 이상한 무기를 끌고 나온 듯했지만, 그 숫자는 겨우 다섯이었으니까.
‘그걸로 500명에 달하는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을라고.’
그러나 이런 그의 생각이 부서지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괴물들이 불을 뿜을 때마다 아군 기사들이 수십 명씩 쓰러지더니, 희생을 감수하고 벌인 근접전에서도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았기 때문.
겨우 오웬 기사단장이 유효 타격을 먹이는 듯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소드 마스터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어떻게 저 대장장이 녀석 진영에 소드 마스터까지 있단 말인가!
오귀스트가 핏기가 빠져 창백해진 얼굴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5분의 1로 줄어든 기사들이 돌아왔다.
겨우 퇴각해 온 이들도 심하게 부상당했거나 얼이 빠진 상태였다.
“적 기사들이 올 거다! 방패 수레와 창으로 진을 쳐라!”
“흩어지지 마라! 흩어지면 죽는다!”
오귀스트가 넋을 잃은 사이, 반 브란델 연합군의 영주들은 사색이 되어 부하들을 닦달했다.
방금 전까지 머릿수가 많다고 으스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합군이 허둥지둥 방진을 구축하는 사이, 필리프는 건스톡을 들어 아군 기사들과 보병 전차의 돌격을 정지시켰다.
이를 본 연합군에선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놈들이 왜 저러지?”
“그러게, 그대로 밀고 들어오면 될 텐데…….”
“헉! 이런 젠장! 다들 튀어!”
일부 눈치가 빠른 이들은 냅다 줄행랑을 놓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토벌군 진영에서 우렁찬 포성이 울리며 화포와 전차에서 쏜 24발의 포탄이 연합군 방진으로 떨어졌다.
콰직! 우지끈!
쿵― 콰아아아앙!
방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제일 먼저 선두의 방패 수레가 포탄에 맞아 산산조각 났고, 그다음에는 방진을 구성한 보병들을 향해 포탄이 날아왔다.
“끄악!”
“사, 사람 살려!”
쇠공이 한번 지나가면, 그 길을 따라 수십 명이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마치 거인의 망치에 맞은 듯 떨어져 나간 팔다리가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졌다.
그런데 쇠공 중에는 떨어진 후 화산처럼 터져 사방으로 파편을 날리는 놈들도 있었다.
이 위력은 일반 병사들뿐만 아니라 전투 경험이 많은 기사나 베테랑 용병들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으아아! 이러다 다 죽을 거야!”
“전열을 유지해! 이탈하는 놈은 베겠다!”
이대로 물러나면 끝장,
그걸 잘 알기에 반 브란델 연합군, 특히 팔라모스 영지 장교들은 포격에 놀라 탈주하는 병사들에게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르며 악착같이 버텼다.
집단전으로 가면 숫자가 많은 자신들에게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 듯했다.
“쯧, 제법 버티는군. 브란델 백작, 이제 어떻게 하겠소? 계속 포격을 퍼붓겠소?”
“아니요, 이제 마무리를 할 생각입니다.”
약속대로 1시간 내로 전투를 끝낼 생각이었던 필리프는 깃발 신호를 보내 포격을 중지시켰다.
충분히 타격을 주기도 했고, 포격을 계속하다간 과열된 화포가 망가질 수도 있었기에.
대신 보병 전차와 함께 남아 있던 총병들을 전진시켜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다.
“테리 경은 기사단을 이끌고 적의 퇴로를 막도록.”
“분부 받들겠습니다, 영주님.”
그런데 테리가 막 출발하려는 그때.
적군의 후방에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한 무리의 군세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뭐지? 적의 지원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