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want to play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테리를 앞장세운 일행이 대신전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끄에에엑!
키이이이이이!
“뭐야? 왜 이리 많이? 다들 어그로에 이끌려 나간 거 아냐?”
어디에 숨어 있었던지 대신전 주변에서 튀어나온 언데드의 숫자는 거의 천여 구에 달했다.
그러나 이곳에 온 이들은 하나 같이 강자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착실하게 언데드들을 해치워나갔다.
타타타탕!
서걱! 서거걱!
필리프와 앤디, 호위대들이 후방에서 샷건이나 리볼버로 언데드들을 저지하면, 필리프를 중심으로 테리, 시리아, 드레이크, 헨슨 등이 오러가 깃든 검으로 엔데드들을 마구 찌르거나 베어 넘겼다.
물론 두 성녀들도 놀고 있지 않았다.
아군을 향해 축복을 내리거나, 접근하는 언데드들에게 성수를 뿌리며 정화시켰으니까.
이에 약 10분 만에 필리프 일행은 몰려나온 언데드들을 모두 소멸시켰다.
“모두 해치운 건가?”
테리가 검에 묻은 시커먼 피를 털어내며 말하자 필리프가 황급히 만류했다.
“어? 그거 클리셰라고.”
“클리셰가 뭡니까?”
“그런 게 있어. 괜히 말했다가 재수 없는 거.”
적당히 얼버무린 필리프는 일행을 데리고 대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경건해야 할 신전의 정원에도 언데드들이 있었는데, 그 생김새가 심상치 않았다.
6개의 팔다리에 곤충처럼 온몸이 각질에 덮여 있는 놈과, 5미터가 넘는 팔다리를 지닌 놈, 그리고 입으로 독안개를 내뿜거나 온몸으로 가시를 쏘는 놈 등등 수십 마리의 변이체들이었다.
‘씁, 게임으로 치면 중간 보스들인가?’
키에에에엑!
필리프 일행을 발견한 변이체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조심해, 시리아!”
“헹, 걱정마, 달링. 이 정도 쯤은 간단하다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친 시리아가 놈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퍼억!
“꺄아아악!”
하지만 긴 팔다리를 채찍처럼 휘두른 변이체의 공격에 맞고 뒤로 튕겨 나왔다.
“시리아, 괜찮나?”
“큭, 영주님~! 저 녀석들 꽤 강한 것 같아요.”
“그래도 주의해서 상대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군.”
필리프의 말대로, 테리와 드레이크, 헨슨 등이 시리아처럼 방심하지 않고 변이체들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타타타탕!
앤디를 비롯한 호위대도 후방에서 아군을 지원했다.
변이체들은 앞서 상대한 언데드들보다 확실히 강했다.
오러가 깃든 검에 맞아도 쉽게 죽지 않았고, 변칙적인 공격과 이능으로 허를 찔렀기 때문.
그러나 이곳에 있는 이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프릴 산맥에서 다양한 몬스터와 마수들을 상대로 경험치를 쌓은 베테랑들.
방심하지 않고 변이체들의 빈틈을 파고들어 하나씩 착실하게 죽여나갔다.
독안개나 가시 같은 것은 마린과 리베르타가 영능으로 중화시키거나 막아냈다.
키에에에엑!
케에엑!
그렇게 수십 마리의 변이체들을 해치운 그들은 대신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깨진 창문과 난장판이 된 집기들 사이에 덩치가 3미터에 달하는 듀라한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앞서 상대했던 변이체들보다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이상 강해 보였다.
‘뭐지? 최종 보스인가?’
필리프가 그리 생각하며 경계 태세를 취할 때, 듀라한이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본인은 듀라한 로드. 네놈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아르트리아 왕국군이 신성 결계 구축 작전을 진행하고 있을 때, 세바스티안이 지휘하는 붉은 방패 기사단은 후방의 보병들과 함께 언데드가 다른 지방으로 흘러들어가는 걸 막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는 언데드가 아닌 인간들도 있었다.
“그러니까 언데드를 피해 숲을 가로질러 탈출했다고?”
“그렇습니다, 기사 나리.”
세바스티안은 초췌한 몰골의 유민들을 살펴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상처 입은 자들이 많군.”
“도중에 고블린 무리와 마주쳐서 싸우느라…….”
“고블린이 아니라 언데드 아닌가?”
세바스티안의 물음에 유민들의 리더는 펄쩍 뛰었다.
“아닙니다! 언데드에게 공격받았다면 저희가 뿌리치고 도망칠 수 있었겠습니까?”
유민 리더의 말대로 고블린은 언데드보다 더 약한 몬스터였다.
“흑마법사나 마족들이 고의로 너희를 놓아줬을 수도 있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유민 리더가 부정했지만, 세바스티안은 그의 말을 무시했다.
상황이 흉흉해지자, 연락관으로 파견나와 있던 아르트리아 왕국군 기사가 만류하고 나섰다.
“일단 구금한 후에 지켜보는 게 어떻습니까? 진짜로 언데드에 물렸다면, 언데드가 될 테고, 변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성녀님들께 정화해달라고 요청하면 되잖습니까?”
“지금 이런 자들이 한둘이 아니잖나. 그들을 모아두다가 저지선이 뚫리기라도 하면 귀관이 책임질 텐가?”
“그, 그건…….”
버벅댄 기사가 다시 만류하려 했지만, 그전에 세바스티안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이미 포위망을 갖추고 있던 붉은 방패 기사단이 유민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꺄아악! 살려줘요!”
“난 언데드에게 물리지 않았다고!”
순식간에 수십 명의 유민 무리를 학살한 붉은 방패 기사단원들은 시신을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밀어 넣고는 곧바로 기름을 부어 불을 질렀다.
이를 지켜본 아르트리아 왕국군 기사는 이를 갈았다.
“당신들, 어떻게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나!”
“지금은 한 명이라도 문제 될 만한 놈은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거 모르나? 그리고 어차피 반역자들을 따르던 것들 아닌가. 언데드가 아니라도 죽었을 놈들이야.”
“닥쳐! 민간인을 함부로 죽여놓고 뭐가 잘났다고 큰 소리야!”
기사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세바스티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 뻔뻔한 태도에 질려버린 기사는 학을 때며 떠나버렸다. 붉은 방패 기사단의 만행을 사령부에 고발하기 위함이었다.
***
다음날, 세바스티안은 토벌군 사령부로 소환을 당했다.
유인 작전으로 자리를 비운 국왕과 마르켈 백작을 대신해 후방을 책임지고 있던 마르테즈 후작은 엄하게 세바스티안을 질책했다.
“언데드를 차단하라고 했지, 언제 감염 의심자를 잡아 죽여도 된다고 했던가?”
“저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차단을 실행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죄 없는 민간인을 죽이나?”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신께서 판단하실 문제입니다.”
“그 신께서 자네들을 지옥에 떨어트린다고 하시면?”
“그럼 기꺼이 웃으며 지옥에 들어가겠습니다.”
‘하여튼 광신도들이란!’
세바스티안의 대꾸에 어이가 없었던 마르테즈 후작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 분노한 표정으로 처결을 내렸다.
“세바스티안 부단장, 그대와 붉은 방패 기사단원들에게 근신을 명하네. 그대들의 행동이 옳았는지 그릇되었는지는 작전이 끝난 후에 다시 논의될 것이야.”
“차라리 언데드와의 싸움에 투입시켜 주십시오.”
유인 작전이 계획될 때부터 세바스티안은 붉은 방패 기사단도 전투에 투입시켜 달라고 했다.
그러나 유인보다 언데드 섬멸에 집중하다 작전을 어그러트릴 수 있다는 필리프의 강한 주장에 후방으로 돌렸는데, 잘 한 결정인 것 같았다.
“불가하네. 처결에 따르지 않겠다면 군율로 다스리겠네.”
마르테즈 후작과 한동안 눈싸움을 하던 세바스티안은 결국 근신 처벌을 받아들이고 물러났다.
하지만 속내는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는 그에게 근신을 통보받은 붉은 방패 기사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여튼 라테라니아 대륙 놈들은 물러 터졌다니까.”
“맞습니다, 마족과 싸워 본 적이 없으니 저런 거지요. 놈들이 얼마나 교활하고 악랄한지 모르고 있는 겁니다.”
세바스티안의 말에 붉은 방패 기사단원들이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마족이나 그 수족들을 상대로 싸울 때 결코 이해나 동정심을 품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마족을 죽이는 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분란만 자초한다고 믿은 것이다.
‘데미안 드 마르텔을 보면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검성이라 불릴 정도로 위대한 영웅이었지만, 한때의 실수로 노망난 늙은이가 되어버렸지.’
검성은 어린 마족들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풀어줬다가, 많은 이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다 그녀의 아들 클로드가 마족 잡종 계집애를 감싸다가 격분한 자들에게 살해당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검성은 금기를 깨고 아들을 부활시켰다가 신벌을 받고 대륙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애초에 마족 것들에게 알량한 동정심을 느끼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지.”
“클로드 단장은 개심하여 다행입니다.”
“모친의 몰락을 보았으니 당연하지.”
금기를 깬 모친과 그로 인해 되살아 난 자신의 원죄를 씻기 위함인지, 클로드는 마족과의 싸움에 누구보다 맹렬히 임했다.
그래서 붉은 방패 기사단의 단장이 될 수 있었지만, 세바스티안은 그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운 건 아니었다.
‘취조한다는 핑계로 마족 포로를 죽이지 않고, 마족에게 현혹된 것이라며 마족의 노예로 살던 인간이나 엘프도 처단하지 않곤 했지.’
생각해보면 이번에 라테라이나 대륙으로 파견을 보낸 일도 수상했다.
자신을 비롯해 마족 토벌에 가장 열성적인 단원들로 마왕 추격조를 꾸렸던 것이다.
‘가장 믿을 만한 이들을 보내는 거라고 했었지. 하지만 그게 기사단 내의 강경파를 축출하려는 의도였다면?’
그리 생각하니 갑자기 마왕 샤루크가 라테라이나 대륙에 온 것도 수상하고, 놈이 자신들의 추적을 번번이 따돌린 것도 이상했다.
혹시 마왕과 단장이 은밀히 손을 잡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무래도 본부로 돌아가면 제대로 조사해 봐야겠어.’
세바스티안과 그를 따르는 단원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붉은 방패 기사단은 마르텔이 사라진 후 조직이 많이 강경하게 바뀌었다.
마치 지구의 탈레반이나 후기의 십자군들처럼 포용과 이해보다 일단 죽이고 보는 광신도들이 주류가 된 것이다.
“그나저나 근신이면 이번 작전이 끝날 때까지 빈둥거리고 있어야 하는 건가?”
“마족 놈들과 화끈하게 맞붙어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이렇게 투덜거리고 있던 세바스티안과 붉은 방패 기사단원들에게 솔깃할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부단장님, 아르트리아 병사들이 떠드는 걸 들었는데, 브레트아라는 영지에 마족이 출현했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예, 아무래도 아르트리아 왕국군의 유인 작전에 언데드들이 심하게 휘둘리고 있으니 마족이 직접 통솔하려고 나선 모양입니다.”
세바스티안은 바로 지도를 펼쳤다.
현재 그들이 있는 야전 사령부에서 브레트아는 그리 멀지 않았다.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면 하루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
“출전 준비를 해라.”
“하지만 우리는 근신 처분 중입니다만?”
“상관없다. 아르트리아 왕국군에서 우릴 제대로 써주지 않으니, 그들을 떠나서 단독 행동을 하면 그만이야.”
문제의 마족을 잡으면 마왕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터.
이에 세바스티안은 곧장 탈퇴서를 사령부에 날린 후, 단원들을 이끌고 브레트아로 내달렸다.
이 소식을 들은 마르테즈 후작은 펄쩍 뛰었다.
“이 망할 놈들! 군율을 뭐로 아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