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0
999화
정령탑주 캐스트.
바람의 정령왕 카르바르의 계약자.
그는 엘리시아 화원에 방문한 뒤 모종의 깨달음을 얻고는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 떠났다.
그 후 따로 소식을 들은 적은 없었다.
재호가 억지로 알자고 들면 알아낼 순 있었다.
계약한 정령왕들 중, 아무나 붙잡고 카르바르 쪽 근황을 물어보면 간단할 테니까.
하지만 딱히 관심을 두고 있진 않던 인물이기에 물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정령탑이 정령탑주 소식은 어떻게 알았대?”
재호가 정령탑주를 묻어 버린 거 아니냐며 한동안 재호를 향해 난리를 쳤던 게 정령탑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알시아라고 하면 이를 갈고 있었는데, 알로에올리오가 공병왕이 되었단 걸 안 뒤로는 더욱… 음…….
아무튼 정령탑에서 정령탑주의 근황을 알고 있단 건 의외였다.
그들에겐 한마디 언질도 없이 완벽하게 잠수해 버렸던 캐스트니까.
“정령탑에서 알아낸 건 아니고 소속 플레이어를 통해서 알게 된 모양이야.”
“그래? 근데 난 왜?”
재호의 물음에 알로에올리오의 표정이 묘해졌다.
“음? 왜 그래?”
그 이해 못 할 표정에 재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니. 너는 이미 알고 있을 줄 알았거든.”
“내가? 전혀! 이후로 소식을 주고받은 적은 없고 내가 굳이 알아보려고 한 적도 없어.”
“어……. 그게 아니라 지존우람 님 때문에. 네 아버지 아냐?”
“?”
지금 타이밍에 왜?
반가운 이름이지만, 지금 타이밍에 들으니 괜히 불안해지는 그 이름.
어쩐지 자신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커뮤니티에 소소하게 올라온 짤이 있거든. 탑주님이랑 지존우람 님이 같이 있는……. 정령탑의 누군가가 그걸 보고 NPC들한테 알린 모양이야.”
“어… 진심 전혀 몰랐어.”
“…아버지랑 연락 안 해?”
“연락은 하지. 그런데 기껏 부모님한테 연락해선 게임 이야기를 줄줄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건… 그렇네.”
재호는 부모님이 게임에서 뭘 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혹여 따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몰라, 굳이 나서서 뭔가를 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 두 사람은 알아서 뉴월드를 잘 즐기기도 했고.
“그런데 정말로 우리 부모님이랑 정령탑주님이 같이 있대? 혹시 합성 같은 건 아니고?”
“글쎄… 합성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이 같이 있는 짤은 확실히 있었어. 뭐, 내가 탑주님을 못 알아볼 리도 없고 너희 아버지도 외모가… 어……. 흠흠, 못 알아보긴 힘든 분이니까.”
혹여 패드립으로 변질될까 조심스럽게 표현한 알로에올리오.
그보다 재호는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대체 왜 아버지랑 정령탑주님이 같이 있지?”
재호가 알기로 우람은 위스트넌 아니면 바다를 여행 중이었다.
우람은 목표는 바다에 흩어진 수인들을 찾아 위스트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니까.
그런데 대륙에 있던 정령탑주가 바다 한복판에서 우람을 만나 함께 여행을 다닌다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었다.
“정령탑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이야기는 어쩌다 나온 거야?”
“그 사진 속에 두 분이 나란히 묶여 있더라고. 누군가에게 붙잡힌 게 아닐까 싶어.”
“??”
재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잡혔다고? 두 사람이? 하하, 말도 안 돼!”
그들이 누구던가?
정령탑주는 정령왕의 계약자인 만큼 최소 전설급 NPC로 누군가에게 쉽게 잡힐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람 역시 마찬가지.
우람 한 명만 놓고 보면 한참 약하지만, 우람의 주변에 누가 있는가를 보면 말이 달라졌다.
우람은 수인들과 함께 다니니까.
수인들은 엘프들의 평균 전투력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되는 존재들.
게다가 은혜와 함께 다니는 말칸트 대왕의 여동생 요세프도 있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대륙의 작은 왕국 정도는 쉽게 털어 버릴 수 있으리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령탑 쪽에서 소식을 받자마자 퀘스트도 떴어. 탑주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사를 해 보라고.”
“퀘스트까지?”
그리 말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확실히 뭔가 일이 생긴 모양.
당장 알로에올리오가 정보를 얻을 방법이 딱히 없다 보니 고민하다 결국 재호에게 말을 꺼낸 모양이었다.
우람이 나란히 있는 게 확인되었으니 말이다.
“알았어. 한번 연락해 보고 알려 줄게.”
“고마워!”
재호는 바로 우람에게 귓속말을 보내 보지만, 현재 접속 중이 아니었다.
이러면 로그아웃 후에 전화해 보는 수밖에.
‘아! 아니지. 오늘 출장일 아니던가?’
문득 날짜를 계산해 본 재호는 굳이 전화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 * *
알로에올리오에게 말했던 대로 재호는 독립했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함께 식사했으며, 우람의 헬스장도 종종 찾아가 운동을 하곤 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우람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무조건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운동을 빠트리지 않고 매일 하는 재호.
주로 가는 곳은 지금 사는 아파트 단지의 헬스장이었다.
하지만 최고급 아파트가 아닌 이상, 단지 내 헬스장의 퀄리티가 전문 헬스장만큼 좋을 순 없다.
대부분 관리가 잘 안 되거나 시설의 품질이 좋지 않은 등, 관리비를 고려해 적당한 수준에서 운영되는 게 당연한 일.
재호가 가는 헬스장도 딱 그런 수준이었다.
기구들은 많이 있지만, 전문 헬스장처럼 종류는 다양하지 않다.
관리도 엉망이라 삐걱대는 기구와 곳곳에 쌓인 먼지들.
뭐 입주민들이 무난하게 이용하기에 무리야 없겠지만, 전문가들이 보면 기함할 만한 상태.
하지만 재호가 입주한 뒤, 이곳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곳의 기본적인 기구를 가지고도 열심히 운동하는 재호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재호의 몸뚱이가 체계적인 운동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게 가능하기나 한가?
하지만 알고 보니 저런 평범한 기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뭐, 진실은 애초에 유전자부터가 타고난 것이지만…….
아무튼 그런 오해와 더불어 글로벌 스타인 재호가 매일 헬스장을 찾자 주민들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젊고 어린 남자 중엔 재호를 우상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만큼 재호를 따라 매일 운동을 하다 보니 헬스장은 매일 만원.
그래서 아파트 입주자 회의에서 결단을 내렸다.
헬스장 쪽 예산을 과감히 늘려 트레이너와 새로운 기구들을 도입하기로.
덕분에 그 어디에도 없는 최고급 헬스장으로 탈바꿈했고 재호는 늘 행복 쇠질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 헬스장의 특별 트레이너로 매주 한 번씩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어어- 왔냐-”
재호가 헬스장으로 들어서자 느긋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주인공.
바로 우람.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무조건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왔냐?”
“아, 뭐 물어볼 것도 있어서요.”
“응? 나한테?”
우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재호를 쳐다봤다.
당장 봤을 땐 곤란한 일에 처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혹시 어디 붙잡힌 상태예요?”
“뭐? 다짜고짜 그게 뭔 소리냐?”
“아는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왔었다고.”
재호는 미리 받아 놓은 우람과 정령탑주가 나란히 묶여 있는 스크린샷을 보여 주었다.
“아아, 그거? 에잉, 쯧!”
우람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또 누가 어느 틈에 찍었대?”
“어쨌든 합성은 아닌 모양이네요.”
“어어. 근데 딱히 문제라고 할 건 아니고. 내가 하는 일 알잖아? 수인 구출 작전의 일부지.”
우람은 별 문제 없다는 듯 말했다.
“이게 구출 작전이라고요?”
하지만 재호는 우람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려웠다.
초췌한 꼴이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아무 문제없어. 모든 건 작전의 일부니까.”
우람은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었다면 알로에올리오에게 퀘스트가 뜨진 않았을 것이다.
“아, 네네.”
하지만 재호는 더 묻지 않았다.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계속 캐물어 봐야 우람은 아마 말하지 않을 테니까.
특히나 내심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싶으면 더더욱.
“그런데 캐스트는 어떻게 만났어요?”
대신 재호는 다른 걸 물었다.
사실 그게 더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정령탑주와 함께 있는지.
“아, 그 영감? 당연히 항해하다 만났지. 무슨 배짱인지 몰라도 혼자 커다란 배에 올라선 망망대해를 떠다니더라고. 처음엔 난파선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확인하니 혼자라서 선원들을 다 죽이고 혼자 남은 살인마는 아닐까 싶었지.”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전투의 흔적은 볼 수 없었기에 오해는 금방 풀렸단다.
이 커다란 배를 가지고 먼 바다까지 나온 건 정령의 힘을 빌린 덕분이라는 설명도 들었고.
‘하긴. 바람의 정령왕 도움이면 배를 움직이는 것 정돈 얼마든지 가능하겠지.’
재호는 금방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럭저럭 배를 움직일 재주는 있는 모양이지만, 다른 쪽으론 준비도 어설픈데다 젬병이라 결국 우리 배에 태워 줬지.”
“…….”
그런데 우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재호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혹시 그 노인이 누군지는 알아요?”
“응? 누군데?”
역시나…….
짧게나마 만나보고 느낀 캐스트의 성격상, 자신의 정체를 구구절절 떠들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 우람이 모를 만도 했다.
“정령탑주예요, 정령탑주.”
“으잉? 정령탑주? 탑주면 높은 사람 아니냐?”
여전히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탑주라고 하니 대충 느낌은 이해한 우람.
“당연히 높은 사람이죠?”
“어허- 그런 사람이 왜 바다에서 표류 중이었대?”
“저도 뭐 그것까진…….”
“아무튼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나 야생의 수호자가 될 지존우람이야!”
“…….”
자기 닉네임을 큰 목소리로 당당히 소리치는 우람을 피해 재호는 도망쳤다.
우람의 헬스장에서야 그러려니 하지만, 굳이 이곳에서 저런 걸로 시선을 끌고 싶진 않았다.
* * *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재호는 슬슬 퇴근 중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어~ 아들~
“엄마. 퇴근했어요?”
-퇴근? 퇴근은 무슨. 오늘 연차 썼지.
“연차요? 무슨 일 있어요?”
-에휴, 일이라면 일이지. 나참 어이가 없어서.
전화 너머로 느껴지는 한심함 가득한 목소리에서 재호는 직감했다.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라고!
-네 아빠가 아주 사고를 거하게 쳤지 뭐니. 안 그래도 아침부터 그거 수습하느라 내내 게임 하다 이제 막 잠깐 쉬는 중이야.
“사고를 쳤다고요? 혹시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이미지랑 관련 있는 거예요?”
재호는 우람과 같이 포박당한 캐스트 이미지에 관해 물었고 ‘맞다.’란 답을 들었다.
-수인들이 집단으로 납치되었다는 한 섬으로 찾아갔는데, 거기가 영 수상하더라고. 그런데 네 아빠는 그냥 눈 뒤집혀서 그 영감이랑 냅다 뛰어들더니 감감무소식이지 뭐니. 뭐, 나중에 접속 종료하고 나서야 붙잡혔다는 건 알게 됐지만.
“그, 그래요?”
당황스러운 한편 놀랍기도 했다.
그럼 정말로 수인과 함께 움직인 우람을, 심지어 정령탑주도 있는 그 파티를 상대가 제압했다는 뜻인데…….
“대체 누구래요? 혹시 적대적인 수인 집단이라도 된대요?”
-아니, 인간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그 섬 자체가 이상하다네?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상한 경고창과 함께 갑자기 힘이 빠져 버렸다고.
“힘이 빠져……?”
그때부터 재호는 묘한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