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1
1000화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바로 탄보르 교황의 인간 여과기.
더 이전에는 무무만의 인간 여과기.
그리고 그 두 가지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흡성 큐브.
두 경우의 차이점은 탄보르 교황 쪽에선 흡성 큐브를 확인하진 못했단 점이었다.
그저 교황 암살에 이용된 것 아닐까 하는 심증만 있을 뿐, 흡성 큐브는 발견되지 않았었다.
즉, 그건 어딘가에 또 옮겨져 있을 것이란 점인데…….
‘하필 아버지 쪽에서 흡성 큐브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하필 이 타이밍에?
-아, 맞아. 예전에 재호 너 하고 같이 갔던 도박장 있지 않니. 거기 감옥 갔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라더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비슷한 알림이 뜬 거 같다고.
“!!”
그건 확실한 증거였다.
재호 또한 당시 알림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오염된 마나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캐릭터 레벨이 대폭 하락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할 뿐.
‘난 저주 면역이라 체감은 못 했지만, 아버지는 아니니까.’
순식간에 몸이 축 늘어지고 무력화되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던 강력한 효과.
‘아! 그러고 보니 수인은 멀쩡하지 않았나?’
당시에 동행했었던 수인 맘브는 흡성 큐브 효과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티나조차 무장해제 될 정도로 강한 저주였지만 수인인 그는 멀쩡했다.
‘그럼 더 이해가 안 되는데…….’
우람은 수인과 함께 쳐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도 당했다?
-이번에는 수인들도 힘을 못 썼대.
은혜의 말을 들은 재호는 심각해졌다.
흡성 큐브가 과거와 달리 더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무언가거나.
뭐, 둘 다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긴 했다.
“음… 어쨌든 그럼 해결은 잘 된 거예요?”
수습하느라 바빴다던 은혜.
뭔가 결실이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 주변 수색만 하다 다시 돌아 나왔지. 수인 애들도 당했는데 우리까지 잘못 들어가면 답도 없으니까. 일단은 섬을 수색하면서 최대한 정보를 모으는 중이었어.
역시나 우람과 달리 차분하게 접근하는 은혜.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었다.
“혹시 도움 필요해요?”
-어머나- 그러면 너무 좋지!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오거든.
재호의 호의를 은혜는 거절하지 않았다.
우람이 전력의 상당수를 끌고 우르르 달려든 탓에 여간 골치 아픈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 * *
재호는 우람을 추궁한 끝에 몇몇 좀 더 자세한 정보들을 얻었다.
큰 틀은 은혜가 말한 것과 같았다.
우람은 바다를 다니며 수인들을 구출 중이었고 이번 일도 같은 목적이었다는 것.
그런데 이번엔 처음부터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그럼 좀 더 조심하지…….’
아무튼 사전에 얻은 정보는 이러했다.
본래 해당 섬은 수인들이 제법 모여 살던 곳으로 주변의 다른 섬에도 소수의 수인이 흩어져 서로 교류하며 살던 곳이었다.
즉, 그 중심의 큰 섬은 수도 역할을 하던 곳.
이곳의 수인들은 드물게 독자적인 사회 체계를 구축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그곳의 수인들로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것.
또한 그곳에 건너간 다른 섬의 수인들도 돌아오지 못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게 그곳에 있다는 뜻.
그래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후 조사대를 파견했지만… 역시나 실패.
우람은 그 사건들에 얽힌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사연들을 듣곤 심장이 불타올랐다.
그래서 정령탑주와 의기투합해 야수처럼 냅다 돌진해 버린 것이다.
결과는 뭐…….
‘거긴 수인이 아니라 인간들이 장악한 상태라고 했지.’
인간의 외형을 한 확인되지 않은 종족이라면 또 몰라도, 수인이 인간에게 제압당했다는 건 믿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 섬은 수인들이 제일 많이 모인 곳이었다고 하니…….
‘하지만 흡성 큐브라면 가능하겠지.’
정말로 흡성 큐브가 수인들에게도 통하도록 개량이 되었다면 말이다.
어쩌면 무무만 사건 당시, 맘브를 통해 데이터를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의미심장한 건, 이 사건이 발생한 게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야.’
흡성 큐브와 관련이 있는 쪽으로 생각이 흐르자 자연히 떠오르는 옵티마 교단.
사라진 그들은 커뮤니티에 누군가 싸지른 글로 인해 어디론가 숨은 상태란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아직 대륙 어디에서도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인데, 애초에 대륙을 벗어나 외부로 나가 버렸기 때문이라면?
촤악-
재호는 를 펼쳐 문제의 섬 좌표를 살폈다.
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대륙 동남방 바다 끄트머리.
결국 이 지도를 구형으로 말았을 때, 거의 현 대륙의 반대편에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어째 위치가… 대륙보다는 리젤란 숲 반대편에 가까워 보이네.’
대칭 형태로 세 개의 초거대 대륙 사이에 위치한 것이다.
‘의미심장한데…….’
그 위치가 꽤 묘하다는 생각이 들면 지나친 과민반응일까?
어쨌든 재호는 우람과 은혜, 부모님을 돕기로 결정을 내렸다.
수상쩍은 것들은 직접 가서 확인해 보면 될 일.
고잉헬 호 선원들에게 조만간에 곧 출항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출항? 출항이라고?!
-으하하하! 이게 얼마 만이냐!
-약탈이다! 약탈이라고!!
쓸데없는 오해는 정정해 주지 않았다.
어차피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는 정신이 나간 집단이니까.
한편 이번에는 일성 플라워즈 팀원들 전부 동행하긴 어려웠다.
진아와 완식은 이스터디 신성국 일로 너무 정신이 없었다.
그 때문에 진행 중인 리그 경기도 종종 빠질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저는 가겠습니다.
-저도 될 듯요?
-하하하! 시.바 녀석들이 가는데 저도 가야죠!
사만다, 우현, 레드의 긍정적인 답변.
다키스트는 조금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바다야? 음… 그럼 나도 되긴 할 듯? 아마도?
“그 자신감 없는 답변은 뭐야?”
-아… 사실 나도 항해 중이라서. 너희 언제쯤 도착할지 알려 주면 맞춰서 갈 수 있을 거 같아.
“……?”
어딘지도 모르는 바다에서 시간에 맞춰 올 수 있다?
그게 가능한 경우는 딱 하나뿐이었다.
“너 혹시 트라이던트에 타고 있냐?”
-으응? 아, 아닌데?
포세이돈 교단 소속이 아니다 보니 일단은 되지도 않은 거짓말을 하는 모양인데, 이미 뻔히 그려졌다.
그래서 귓속말을 끝낸 뒤, 수민에게 슬쩍 물어봤다.
-다키스트 씨? 전부터 우리 배에 타고 같이 다니는 중이야. 상관없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예상 그대로의 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골드투스를 따라간 모양.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면서 저러는 걸 보면 참.
‘아무튼 대충 정리됐네.’
그럼 남은 건…….
“알시아! 우리 왔어!”
그런데 멤버를 정리하자마자 갑자기 우르르 나타난 버팔로와 다른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들.
“…왜 벌써 오는데?”
재호는 가장 앞에 선 버팔로에게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조만간이라며? 오늘 중으로 간다는 말 아냐?”
“…….”
보통 조만간이라고 하면 당일이란 생각은 잘 안 하지 않나 싶은 재호였지만, 금방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뭐,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무척 애매해질 수도 있는 표현이긴 하니까.
“미안한데 당장은 못 가. 먼저 준비할 게 좀 있어서.”
“그럼 우리도 따로 준비할 게 없을까?”
“너희? 음…….”
재호가 준비하려는 건 목적지 섬에 펼쳐진 강력한 저주.
그걸 극복할 방법을 준비해야 했다.
다만 그 저주의 실체를 확실히 아는 게 아니다 보니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챙길 생각이었다.
“너희도 저주에 효과 있을 만한 거 다 준비해 보는 게 좋겠네.”
일단 말은 그렇게 해 놓았다.
어쩌면 그들을 통해서 의외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 * *
완식은 재호에게 물었다.
되게 급한 상황 같은데 너무 느긋하게 준비하는 거 아니냐며.
그에 대해 재호는 답했다.
서두르다 지금 상황이 벌어진 거라고.
뭐, 그렇다고 해도 딱히 길지도 않았다.
딱 하루.
저주 쪽으로 특화된 여러 꽃을 선별해 포션과 임시로 쓸 꽃템들을 제작했다.
그리고 도마뱀 시티 쪽에서 고잉헬 호의 상태와 무장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출발 준비를 마쳤다.
‘오히려 바다까지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지.’
바다에 도착하면 바로 아트리우스를 이용해서 바로 휙 날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이번에 고잉헬 호를 개량했으니 사막은 금방 벗어날 수 있겠다.’
도마뱀 시티에서는 철도 공사에 맞춰 고잉헬 호도 개선을 진행했고 결과물을 낸 상태였다.
MK…∞…….
하도 개조해 댄 탓에 넘버링은 기억도 안 나는 현 버전.
어쨌든 지금 고잉헬 호엔 무한궤도 안쪽에 숨겨진 바퀴가 또 달려 있었다.
바로 철도 주행용 바퀴로 페르마 사막 내에서 빠른 이동을…….
“엥?”
갑작스러운 알림.
새로운 신상이라면 신앙 훈련소 쪽을 말하는 것인데…….
만든 지가 언젠데 왜 지금 갑자기 이럴까?
[포세이돈 신이 자신의 새로운 신상에 축복을 내립니다.]“?”
[신앙 훈련소의 신상과 인접한 대운하를 바닷물로 바뀝니다.]“???”
‘갑자기 왜?’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해 줄 거면 처음부터 해 주든가, 왜 한발 뒤늦게… 아니, 그보다 왜 주변을 바닷물로 만드는 건지 모를…….
“아!!”
그 순간, 재호는 깨달았다.
대운하의 물이 바닷물로 바뀐다는 건…….
‘아트리우스의 통로가 열린다는 뜻!’
고잉헬 호를 끌고 곧장 현장으로 향한 재호는 바로 알아보았다.
대운하에 가득 찬 물.
그런데 특정 구간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선을 그어져 있었다.
그곳이 축복을 받은 위치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저게 뭐냐?”
“물 색깔이 왜 저래?”
인근의 사람들 또한 갑자기 발생한 이상 현상을 모여서 구경 중이었다.
“알시아 대왕님!!”
그때, 고잉헬 호 아래에서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
고개를 내리니 스트로앤 교황이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파앗-
훌쩍 뛰어오르더니 갑판 위로 올라선 그가 다시 대운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포세이돈 님께서 큰 축복을 내려 주셨군요.”
“아, 알고 계시네요?”
“허허- 마침 훈련소를 살피던 중, 강력한 신의 힘이 포세이돈 님 신상에 깃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간 장고하시더니 드디어 선물을 주셨군요!”
“그래요?”
포세이돈이 뭘 선물로 줄지 지금까지 고민했다?
믿기 어려운 소리였다.
애초에 포세이돈은 교단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재호에게 퀘스트 하나조차 안 준 좀생이 신이지 않은가?
뭐, 축복 충전소에서 도움을 주긴 했지만… 솔직히 재호는 자신이 다 차린 밥상이라고 생각했다.
거기까지 가려고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가?
힘은 좀 썼을지 몰라도 재호만큼 바쁘게 뛰어다니고 돈을 쓰진 않았을 테니…….
“허허, 그 역시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하지만 살짝 말씀을 드리자면 포세이돈 님께서도 눈칫밥을 많이 드신다는 모양입니다.”
“신이… 눈칫밥이요?”
“아무래도 세계 각지에 포세이돈 님께서 직접 힘을 쓰다 보니 그렇습니다. 아마 오늘 축복도 제법 무리하셨을 겁니다.”
“…….”
그렇게 말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어림없지. 지금까지 내가 고생한 거에 비하면!’
그냥 감사를 표하기엔 포세이돈 교단에 시달리고 고생한 기간이 너무 길었다.
물론 그 이야기를 스트로앤 교황에겐 하지 않았다.
‘뭐, 어쨌든 잘 쓰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재호는 고잉헬 호를 대운하로 아래로 이끌었다.
‘아! 그러고 보니 기껏 작업한 철도용 바퀴는 쓸 일이 없어졌네.’
벌써부터 시무룩한 드워프와 고블린들의 얼굴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