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4
1003화
꽃템이 시든다?
그것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지금까지 꽃템을 수없이 만든 재호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관찰 대상 식물의 이름과 채집 레벨 및 상태를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눈길에는 관찰 대상 식물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대량의 성장 버프를 획득합니다.] [모든 식생에 강력한 생령 버프가 적용되어 병충해 및 가뭄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최초 관찰 시, 관찰 진행률이 70%로 상향됩니다.] [반경 10미터 내의 모든 식생은 관찰 진행률에 따라 당신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재호는 바로 버팔로와 알로에올리오의 꽃템을 확인했다.
[끔찍한 저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 중입니다.] [생기가 급속도로 소모됩니다.]굳이 이리저리 고민할 필요 없는 직관적인 알림.
재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모든 생물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거였구나.”
흡성 큐브의 효과는 단순히 사람과 같은 지적 생명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꽃 같은 식물도 영향이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 알림과 함께 꽃템에 일어나는 현상이, 눈앞의 잡초 하나 보이지 않는 황무지가 그 증거였다.
프스스…….
결국 2분 남짓 사이에 완전히 시들어 버린 꽃템.
그냥 내버려 두면 더 오래 살았을 테지만, 착용자를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주다 보니 이렇게 빨리 시들었다.
‘이 정도면 실전에서 써먹기 어려워.’
만약 재호가 온갖 비싼 재료와 이 악물고 전설 등급을 띄운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뚝딱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이 안쪽에 있을 적들의 규모나 전투력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설 꽃템을 수십 개를 만든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캐스트와 수인들을 언제까지 살려 둘지 알고 그렇게 느긋하게 만들고 있을까.
우람이야 죽으면 부활한다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으니 무작정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어떻게든 흡성 큐브만 손에 넣는다면 이 디버프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 있어.’
아무래도 바깥에서 압박해 들어가기보다는 안에서 먼저 흔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 내부로 아무 제약 없이 침투가 가능한 건 재호 단 한 명.
아무리 알로에올리오가 정령을 부릴 수 있다고 해도 잠입하려면 몸은 멀쩡히 움직여야 가능한 일.
“쯧. 이러면 많이 빡빡해지는데.”
오직 재호 홀로 진입해 흡성 큐브를 확보해야 뭘 하든 해 볼 수 있으니 갑갑한 게 당연했다.
그렇게 재호가 혀를 차는 그 순간.
“후후후…….”
수상한 웃음을 흘리는 버팔로.
“알시아. 너 잊은 거냐?”
“음? 뭘 잊어?”
“우리더러 따로 준비해 보라고 했었잖아.”
“준비라니? 뭘…… 아.”
출항 계획을 알리며 분명 그런 이야기를 하긴 했었다.
저주에 대비해 뭐든 준비해 보라고.
하지만 그건 기대보단 아무 생각 없이 상투적으로 한 말일 뿐이었다.
“밥 든든하게 먹고 와라!” 같은 것.
“어허, 우리 시바 길드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겨우 이 정도 난관에도 쩔쩔맬 줄 알았어?”
“??”
대체 저 맥락도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으으……. 이거 독한데?”
한편 디버프에 정통으로 노출되기 시작하자 곧장 반응을 보이는 알로에올리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확실히 정령을 소환하는 건 무리가 없어. 하지만 내 상태가 너무 별로라 전투가 벌어지면 그냥 허수아비가 될 거 같아.”
새삼 캐스트의 대단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정령만 믿고 뛰어들면 안 된다는 건 확인했으니 됐어.”
점점 더 재호 홀로 잠입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 같긴 하지만…….
“쯧쯧. 그렇게 허약해서 어디 써먹겠어?”
그런데 또 갑자기 잔뜩 허세를 부리는 버팔로.
“잠깐만. 너……?”
그제야 재호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너 왜 이렇게… 멀쩡해 보이냐?”
“말했잖아? 우리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크크크.”
“뭐? 정말로 저주에 면역이라고?”
재호는 진심으로 놀랐다.
못 미덥기로는 손에 꼽히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가 이 강력한 디버프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냈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워워- 일단 진정해. 근데 네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야.”
“다른 개념?”
“먼저 우리도 저주에 면역인 건 아냐. 지금 디버프에 효과를 체감 중이긴 해.”
“그럼?”
“하지만 바로……!”
[] [특수한 상황에서 당신의 레벨이 일시적으로 감소 시, 레벨 감소로 인해 발생한 모든 패널티의 효과가 70%만 적용됩니다.] [단, 레벨 감소 효과가 종료된 이후, 감소하였던 나머지 패널티 30%가 한 시간 동안 적용됩니다.]“이것이 바로 내가 비교적 멀쩡할 수 있는 이유지. 사실 정확한 디버프가 뭔지 몰라서 말을 안 했었는데, 우리도 미리 알았다면 알려 줬을 거야.”
아무리 완벽한 면역이 아니라 하더라도 엄청난 스킬이었다.
레벨 감소로 인해 능력치가 100 감소한다면 70만 감소하게 만들어 준다?
완전히 무력화되는 사람들에 비하면 버팔로는 아주 쾌적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재호가 흡성 큐브만 확보하면 그 부작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
“좋은데? 그런데 우리라는 걸 보니 다른 녀석들도 그 스킬이 있는 거야?”
“맞아.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거야.”
“대부분? 어디 학원이라도 있는 거야? 어떻게 이만한 스킬을 단체로 가질 수 있는 거야?”
척 보기에도 평범한 스킬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물론 사용 조건이 다소 까다롭긴 했다.
레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많아 봐야 얼마나 많을까?
지금처럼 흡성 큐브의 저주를 받거나 아니면 어쩌다 비슷한 패널티가 발생하는 던전에서나 쓸 법한…….
“어? 설마……?”
“흐흐흐. 그래. 그 설마다. 디노스 섬의 시련을 향한 우리의 뜨거운 집념이 만들어 낸 성취지.”
집념이라기보단 집착.
“너희 아직 디노스 섬 포기 못 했어?”
다른 의미로 경이로웠다.
“음? 포기라니. 거기만큼 스릴 넘치고 짜릿한 곳이 어디 있다고.”
“…….”
“한동안 우리도 평범한 플레이를 해 봤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았지. 자극이 없어! 우리의 몸은 이미 로그라이크에 중독되어 버린 거다!”
“그거 암만 봐도 도박 중독 같은데…….”
“도박이라니. 게임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야. 그리고 도박은 운이지만 이건 실력이지.”
도박 중독자도 딱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던가?
“뭐… 그래.”
어차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 답답한 상황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은 효과적인 스킬을 한 명도 아니라 단체로 가지고 있단 것.
덕분에 재호는 새로운 계획을 빠르게 세웠다.
“알로에올리오. 일단 너 먼저 복귀해.”
“나만? 괜찮겠어?”
“응. 나는 면역이란 걸 확인했으니 상관없어.”
혹여 재호도 지금의 흡성 큐브에 면역이 아닐 경우가 문제였지, 이젠 상관없었다.
“우리는 조금만 더 수색해 보고 복귀할게.”
돌아가기 전,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확인하고 싶었다.
바로 이곳에 숨은 자들의 정체.
흡성 큐브의 주인으로 추측되는 악마를 확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려면 더욱 깊숙하게 들어가야 할 테고 그만큼 위험성은 높아지니까.
게다가 괜히 깊숙하게 진입하면 상대에게 불필요한 경계심을 심어 줄 수도 있었다.
재호가 떠올린 작전을 실행하려면 심장부 경계는 최대한 느슨하게 만들어야 했다.
* * *
재호와 버팔로는 좀 더 안으로 진입했다.
최대한 주변 지리를 확인하는 한편, 도주하기도 좋은 길도 기억했다.
‘섬이라서 그런지 그리 복잡한 지형은 아니네.’
섬 크기 자체는 제법 큰 것 같았지만, 지면의 형태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만약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기본적으론 수가 많은 쪽이 유리하긴 할 테지.’
이 안에 얼마나 많은 적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아마 수인보다 질적으로 좋을 가능성은 희박하리라 예상했다.
단, 그 질적 차이가 성립되려면 흡성 큐브를 확실히 확보해야만 한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할 순 없지.’
재호는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적들의 도주 가능성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 있는 게 정말 옵티마 교단이라면 좀 골치 아파지는데…….’
그들이 위협적이라서가 아니었다.
옵티마 교단 전체를 하룻밤 사이에 추적도 불가능하게 이동시켜 버린 의문의 능력.
바로 그게 문제였다.
다 잡은 물고기를 허무하게 놓쳐 버릴 위험이 있었으니까.
‘그걸 최대한 막으려면 내가 내부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겠어.’
일단 재호가 생각한 작전은 크게 두 팀으로 움직였다.
방금 언급한 침투조와 외부에서 깎아 들어갈 포위조.
먼저 포위조는 침투조가 안으로 안전하게 진입하도록 외부에서 요란하게 시선을 끈다.
다만 이 넓은 섬 전체를 포위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그래서 지형을 좀 더 분석 후에 알로에올리오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
마침 그의 새로운 별명은 공병왕.
이런 황무지에서 공병이 해 줄 일은 아주 많고 중요했다.
그리고 외부에서 한바탕 농성을 벌이는 사이 침투조 재호가 안쪽으로 침투한다.
그리고 전투는 최대한 피하고 최대한 빠르게 흡성 큐브를 확보한다.
흡성 큐브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워진 포위조가 본격적으로 적들을 제압하고 나서는 동안, 재호도 날뛰며 본격적으로 시간을 끄는 것.
이게 계획이었다.
이 작전이 생각한 대로 흘러갈 확률이 얼마나 될까?
‘높지는 않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재호가 해 온 일 중, 미친 짓이란 소리를 듣지 않은 건 없었다.
이번 역시 수많은 미친 짓 중 하나일 뿐이다.
“좋아. 일단 우리도 돌아갈 준비를 하자. 더 들어가면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적은 전혀 안 보이네?”
“우리가 끌어내면 되지.”
적들을 끌어내기 위한 수작.
재호와 버팔로는 연기를 시작했다.
“으으윽…….”
“끄륽…….”
마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듯, 바닥에 풀썩 쓰러지는 둘.
그렇게 저주에 당한 척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당장 와서 끌고 가라는 듯이…….
……….
5분이 흘렀다.
“…헥…헥…… 이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냐?”
이미 연기를 시작하고 2분쯤부터 민망해졌던 버팔로가 슬쩍 물었다.
“…왜 반응이 없지?”
재호도 내심 당황하는 중이었다.
분명 상대는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건가? 하긴 스태미나가 완전히 빠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재호야 아무 효과도 없어서 체감이 안 되지만, 실제로 100% 탈진 상태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예상보다 더 길지도 몰랐다.
쒸익-쒸익-
그때, 마치 천식 환자처럼 숨을 헐떡이기 시작한 버팔로.
얼굴까지 새하얗게 질린 게…….
“야야,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아무리 답답해도 적당히 해. 그러면 더 의심한다고.”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는 건 고마웠지만 너무 과했다.
무슨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헐떡대는 건 지나치지 않은가?
“케헥…헥……! 여, 연기가 아니라… 지, 진짜 온 거 같은데?”
“뭐?”
“나… 난 면역이 아니라고.”
몇 초 전까지 잊고 있던 사실.
버팔로는 재호와 달리 완전 면역이 아니라 효과가 약하게 적용될 뿐이란 것!
번-쩍.
그리고 그 순간, 그리 높지 않은 머리 위에서 빛이 번쩍였다.
빛의 그물망이 그들을 가두려는 듯, 서서히 퍼져 나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들을 얕은 골짜기 사이로 확인했다.
이후 재호는 미련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어?”
그리고 버팔로는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물에 젖은 휴지처럼 푹 늘어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