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5
1004화
섬 안쪽에서 빠져나온 재호는 바로 고잉헬호로 복귀했다.
“음? 혼자 왔어?”
먼저 복귀했던 알로에올리오가 재호에게 물었다.
“버팔로는 안으로 침투했어.”
“아, 그래?”
알로에올리오는 놀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첫인상이랑 다르게… 정말 다르게 대단한 사람이네.”
서슴없이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버팔로의 모습에 감탄한 알로에올리오.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게 대신 죽겠답시고 나서던 그가 미친 것 같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그 의지를 인정하고 존경을 보낼 만하다고 생각되었으니까.
“확실히 브이튜브에서 보이는 건 전부가 아니구나. 다시 봤어.”
그는 새삼스럽다는 듯,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들을 돌아봤다.
“어어- 뭐, 그렇지.”
굳이 자세한 건 이야기해 주지 않았…….
“음? 버팔로는? 부활이 안 된 걸 보니 죽진 않은 모양인데…….”
“에이, 설마 뒤지란다고 정말 뒤졌을까?”
이번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들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크흠. 일단 저쪽에 남아서 내부 정보를 모으기로 했어.”
“그래? 그런데 귓속말도 안 되는데? 이러면 정보를 어떻게 얻어?”
그들의 의문에 재호는 모른 척 배에 올랐다.
“일단 돌아가자. 작전을 짜고 본격적인 싸움을 준비해야 하니까.”
“그래? 드디어 한바탕 하는 건가?”
그 한마디에 버팔로를 향한 의문은 바로 접은 그들이 들뜬 얼굴로 승선했다.
고잉헬호가 출항했음에도 사건사고 없이 너무 잠잠해 지루하던 참이었으니…….
“그런데 적들은 확인했어?”
알로에올리오가 재호를 뒤따라오며 물었다.
“응. 확인했지.”
마지막 순간 재호와 버팔로를 잡으려던 그 빛의 그물.
사실 그것만 봐선 확정 지을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몇몇 사람들의 실루엣을 보긴 했지만 역시 분명하진 않았다.
그러나 딱 한 명.
저 멀리서 갑자기 멧돼지처럼 흙먼지 휘날리며 달려오던 한 사람을 봤다.
덩치도 커다란 게 얼마나 잘 보이던지…….
덕분에 그가 입은 갑옷의 디자인도 똑똑히 확인했다.
“100% 옵티마 교단이야.”
대륙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자들.
그들이 이곳 아코아 섬에 숨어 있다는 게 확정되었다.
* * *
옵티마 교단, 정확히는 옵티마 교황청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납치되듯 옮겨져 온 아코아 섬.
하지만 정작 이곳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왔는지 전혀 몰랐다.
고풍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산함이 느껴지는 구조물들.
그리고 이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복식의 옵티마 사제와 성기사들.
이 낯선 곳에서 새 출발을 준비 중인 그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함께 딸려 온 소수의 플레이어가 저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왜 아무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거지?”
“그러니까……. 여기 온 뒤로 분위기 살벌하지 않냐?”
“리얼. 난 요즘 게임 접속할 때마다 공포 게임 하는 기분 들더라.”
주변 환경이 일순간에 달라졌는데 NPC들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었다는 듯 행동했다.
심지어 이상한 신까지 모시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옵티마 신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당장 근처에 있는 신상만 봐도…….
“전혀 신처럼 보이지도 않잖아.”
팔다리를 지닌 인간형이긴 하지만, 머리에 왕관처럼 자란 뿔이나 지나칠 정도로 색기 넘치는 중성적인 외모는 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불경스러웠다.
그런데 모든 사제나 성기사 NPC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걸 숭배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오직 플레이어들뿐.
물론 관련 퀘스트가 뜨긴 했다.
하지만 그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주 제한적이었다.
[대주교 포르퐁을 도와 위대한 존재의 강림을 실현하라.]뜬구름 잡는 소리 그 자체.
결국 요약하자면 의문은 품지 말고 포르퐁 대주교에게 복종하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위대한 존재의 강림?
옵티마 신이면 옵티마 신이라고 말할 텐데,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게 무척 불안했다.
누가 봐도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이지 않는가.
“처음엔 선택받은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물린 것 같단 말이지.”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옵티마 교단의 대륙 내 이미지는 개판 나는 중이었다.
그걸 단순히 알시아 때문이라고 할 순 없었다.
실제로 옵티마 교단의 행보는 사람들의 눈을 의심하게 할 만한 것들이 꽤 많았으니까.
그러다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교황 암살 사건이었다.
그 배후에 악마가 있다는 것, 옵티마 교단의 석연치 않은 해명 등등.
모든 것이 옵티마 교단에 불리하게 작용했으며 지금까지 대륙에 남아 있었더라면 재기 불능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뭐, 결과야 닥쳐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곤 하지만… 그냥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내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대륙에 남아있던 옵티마 교단은 전부 이스터디로 흡수됐다더라.”
“나도 들었어. 이스터디 신성국 요즘 잘나간다며?”
이들도 전부 전 옵티마 교단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던 이들이었다.
옵티마 교단이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무한 신뢰와 충성을 보였던 자들.
아무리 그래도 옵티마 교단 정도 되는 곳이 하루아침에 망하기야 할까?
그렇게 믿고 베팅했지만, 지금 상황이 되니 그때와 같은 믿음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말해 지금 이 장소와 주변의 사람들이 예전의 옵티마 교단이 맞긴 한 건지도 의문이 드는 판이었으니 말이다.
“젠장. 우리도 진작 그쪽에 붙어야 했나? 괜히 이쪽 라인 탄 거 같기도 한데.”
“무슨……. 우린 아예 기회도 없이 끌려왔잖아.”
거기에 그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게 또 하나 있었다.
포르퐁 대주교가 임모탈리언, 즉 플레이어들의 관리 책임자로 임명한 사람.
닉네임 호그나이트.
이 문제의 인간은 같은 플레이어인데도 NPC들이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즉, 포르퐁 대주교를 향해 광신도 같은 절대적 믿음을 보인다는 것.
“그 자식은 아주 심취한 거 같더라. 자기가 무슨 비밀 결사대의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굴더라고.”
“그러니까. 솔직히 호그나이트 그놈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불안하지도 않았을 거야.”
실력이 떨어지는데 감투를 차지해서?
아니, 오히려 실력으론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옵티마 교단 소속 성기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레벨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리고 이곳으로 건너온 플레이어 중에서도 가장 강한 건 확실했다.
그런데 가진 실력에 비해서 조용했던 과거의 호그나이트.
그런데 여기로 온 뒤로는 갑자기 뭔가에 홀린 듯 완전히 맛이 가 버렸다.
“옵티마 교단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이며 난 그걸 위해 헌신할 것이다. 나야말로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런 창피한 소리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 것이다.
극소수의 선택받은 플레이어들.
그중에서도 또 한 번 선택받은 그들의 리더.
그것이 바로 나!
속된 말로 뽕을 거하게 맞은 것.
단, 그 정도의 뽕을 어디서 맞은 건진 아무도 몰랐다.
추측하기로 호그나이트의 머릿속 논리 연산이 제멋대로 작동한 것 아닐까 싶을 뿐.
그런데 그 자부심을 주체하지 못해 커뮤니티에 쓸데없는 글까지 써 갈겼었다.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옵티마 교단 어그로 글의 주인공이 바로 호그나이트인 것이다.
그렇게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비밀스레 추진되던 이곳의 일이 어이없게 새어 나갔다.
그 이후, 외부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침입해서 잠깐 난리가 나기도 하지 않았던가?
과연 호그나이트의 글이 그 사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침입자가 다른 이도 아닌 알시아의 아버지인 지존우람이라는데?
“알시아한테 걸린 거라고 봐야지. 빌어먹을 호그나이트!”
웃긴 일이었다.
정작 자신들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상대방은 알고 쳐들어왔으니 말이다.
이러다 조만간에 알시아가 나타날지도 모를…….
“야야야! 그 소식 들었냐?!”
그때, 방금 접속하자마자 나타난 다른 플레이어 한 명이 요란하게 나타났다.
“알시아 움직였대!”
“음? 알시아가 움직여?”
방금 알시아 이야기를 하던 그들이기에 크게 움찔했다.
“오늘 고잉헬호 움직였단다. 이거 우리 노린 거 아냐?”
“고, 고잉헬호는 배잖아. 배가 움직였는데 왜 우리를 노려?”
자신들이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걸 몰랐기에 고잉헬호의 출항이 자신들과 연관이 있단 확신은 하지 못하는 그들.
“그런데 타이밍이 묘하잖아. 알시아의 아버지를 우리가 붙잡아 둔 상태잖아. 패륜아가 아니라면 가만있겠어? 일단 눈깔 뒤집고 달려들겠지.”
“으음…….”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신경 쓰였다.
“그런데 잠깐만……. 고잉헬호가 움직인 게 우리랑 관련이 있다면… 우리 지금 바다에 있다는 거야?”
“어? 그러고 보니 지존우람도 대륙이 아니라 바다 쪽에서 활동하지 않았나?”
그렇게 몰랐던 정보를 하나 얻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바다 한가운데, 즉 섬에 있다!
“아… 뭔가 엿 같은 상황에 빠진 거 같은데…….”
점점 더 커지는 불안함.
고잉헬호의 목적지 중, 불바다로 변하지 않은 곳은 없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아닌 곳도 있긴 하겠지만, 똥줄이 뻐근해지기 시작한 입장에선 나쁜 경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안함에 불을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봐! 내가 엄청난 일을 해냈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나타난 호그나이트.
“이 몸이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맥락도 없이 뱉어 내는 자기 자랑.
“흐흐흐… 다들 들으면 깜짝 놀랄 거다. 우리의 땅에 알시아가 나타났다고!”
“뭐…뭐라고?!”
“아아, 하지만 걱정들 하지 말라고. 그 유명한 알시아는 내가 처리했다고!”
“처리해……? 네가?”
“물론! 날 보더니 아예 뒤도 보지 않고 부리나케 도망치던데?!”
“…정말 알시아가 맞긴 해?”
이미 알시아가 이곳에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던 그들.
그런데 막상 호그나이트의 이야기를 들으니 믿기 어려웠다.
아니, 호그나이트가 말해서 믿기 어려웠다.
그를 보고 알시아가 도망갔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한편으론 현재 외부 활동이 허락된 유일한 플레이어가 호그나이트란 걸 생각하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닐 터.
“크크, 다들 알잖아? 알시아 그 자식의 가짜 근육과는 비교도 안 되는 나의 진짜! 실전 압축 근육! 놈도 진짜는 알아본 거지.”
그는 자신의 우람한 팔뚝을 자랑하면 말했다.
그보다 더 우람한 복부에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머무르는 건 전혀 모르는 모양.
‘어쨌든 알시아가 나타나긴 한 모양이군.’
‘자기를 보고 도망갔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렇게 정리한 사람들은 다시 심각해졌다.
“일이 터지긴 터지려는 모양인데.”
“호그나이트. 다른 NPC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는 건 없었어?”
“응? 딱히 말 없었는데?”
그저 알시아가 자신을 보고 도망쳤단 사실을 자랑하려고 급히 여기로 왔을 뿐이었다.
“…제기랄.”
누군가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춘 채 욕설을 뱉었다.
NPC들과 직접 소통하는 유일한 인간이 저 멍청한 놈이라니…….
“하하하! 말했잖아! 뭐가 걱정이냐? 내가 알시아는 쫓아냈다니까?”
“…….”
대답할 가치도 없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놈 동료를 붙잡았으니 우리 쪽이 훨씬 유리하다고.”
“음? 동료?”
그건 어쩌면 쓸 만한 정보일지도.
“그러면 뭐해. 어차피 그걸 우리가 이용할 순 없잖아.”
“……그렇지. 어차피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데.”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감옥이나 다름없는 이곳에 갇힌 그들.
사태가 점점 급박하게 흘러가는 느낌인데도 자신들은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하나 없음이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NPC들이 이해해 준 것일까?
그들에게 새로운 명령이 하달되었다.
“……XX.”
그들은 깨달았다.
이 빌어먹을 NPC 놈들이 언젠가 이런 일을 벌이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은 지금을 대비한 보험인 것이다.
결국 옵티마 교단이 대륙에서 하던 짓의 연장선이었다.
교단 내의 핵심 전력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플레이어들을 희생양으로 내던지는 짓.
바로 그걸 위해 자신들을 끌고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