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7
1006화
지독한 저주로 가득한 영역에 진입한 공격대.
플레이어들은 곧장 온몸을 짓누르는 강력한 디버프를 체감했다.
대폭 하락한 능력치는 플레이어로선 두말할 것도 없이 치명적인 디버프였다.
스태미나야 시간을 두고 감소하기에 체감이 덜 된다지만, 초인이 되어 훨훨 날아다니던 사람들이 능력치를 상실했으니 말해 뭐할까.
특히 치명적인 건 플레이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스킬들의 봉인이었다.
레벨이 10으로 고정되어 버린 만큼 증발한 능력치, 즉 마나가 모자라서 스킬을 발동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효과를 본다면 패시브 스킬이나 칭호들 정도.
하지만 레벨 10짜리가 아무리 좋은 패시브나 칭호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비슷한 레벨의 적을 상대했을 때나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알시아도 아닌데.’
그래도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는 나름 사정이 나았다.
이유는 역시 버팔로가 가지고 있던 였다.
레벨을 담보로 도박을 즐기는 미친 중독자들의 스킬.
그건 곧 이런 상황에서의 자신감이자 용기이기도 했다.
“조져!!!”
“으아아악!!”
스태미나 저주에만 영향을 받는 수인들과 함께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하는 공격대.
그 흉흉한 기세에 호그나이트와 그의 동료들은 흠칫했다.
예상과 너무 달랐다.
“왜 저렇게 멀쩡해?”
“수인들도 멀쩡하잖아!! 그러면 우린…….”
당장 눈에 띄는 수인들의 위압적인 덩치.
그들은 수인들의 저런 기세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외부로 나온 적도 없는 그들이 뭘 알겠는가?
그저 무력화되어 잡힌 수인들의 모습을 통해 대충 플레이어와 비슷한 영향을 받겠거니 짐작만 했을 뿐.
그런데 아무리 봐도 멀쩡해 보였으니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수인이 얼마나 강한진 커뮤니티에 이미 널리 퍼진 상태니까.
그런데 좀 더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들을 더 무섭게 하는 건 수인이 아니었다.
“헙?! 저, 저 자식들 눈깔 왜 저래?!”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의 광기 어린 돌진!
거기서 느껴지는 인간이 아닌 것 같음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신기한 일이었다.
저 수인들 사이에 듬성듬성 섞인 인간에게서 더 큰 공포를 느낀다는 게…….
뭐, 결국 그만큼 미친놈처럼 보인다는 뜻.
“호, 호그나이트!”
다른 이들이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정말 이대로 접근을 기다리기만 해도 되는 건지.
“어어…….”
호그나이트는 머리가 복잡해져 아무런 말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이 남들 앞에서 소리를 뻥뻥 질러 대긴 했지만, 리더십이라곤 쥐뿔도 없는 그.
그럼에도 이번 작전을 앞두고 자신감이 넘쳤던 건 이 일대의 디버프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해당 디버프가 얼마나 지독한지 직접 확인하기도 했었다.
조금 전에도 그렇게 한 명을 잡아 오지 않았던가?
물론 예외적으로 알시아가 도망을 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알시아라서 가능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어쨌든 도망을 간 걸 보면 영향이 없는 건 아닐 테고.
그래서 지금 저렇게 무식하게 달려드는 상황에 더 충격을 받았다.
‘수인을 상대해야 한다고? 그리고 저 죽어도 죽지 않는 알시아의 광전사들까지?’
자신 안에 숨어 있던 겁쟁이 기질이 정신을 좀먹었다.
그 속마음이 얼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주변인들이 욕설을 뱉었다.
“빌어먹을!”
차라리 NPC들이 이 전장을 이끌었으면 나았을 것 같았다.
그냥 나가서 뒈지라고 하더라도 저 무능한 놈의 지시를 받는 것보다야…….
“뭣들 해! 이대로 보고만 있을 거야?!”
이대로 가만 지켜만 봐선 답도 없는 일.
곧 도심지로 진입할 텐데, 그전에 입구 막기라도 하는 게 현명했다.
파바밧-
호그나이트는 내버려 둔 채 일제히 튀어 나간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위치를 잡고 준비했다.
잠시 후, 그들을 향해 먼저 뛰어드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
“끼얏호!”
콰아앙!!
그들을 향해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이 쏘아졌다.
저주가 제대로 듣는다면 그냥 충격파에 스치기만 해도 죽어야 정상이지만…….
“으하하하! 겨우 그 정도로 죽을 거 같냐!”
상대는 피를 철철 흘리며 여전히 달려오고 있었다.
상태를 보니 치명적인 피해를 입긴 한 거 같은데…… 너무 무서웠다.
미친놈들 한 트럭에다 뒤쪽의 수인들까지.
콰과광!!
공격을 계속 퍼부었으나 기어코 최전방까지 도달해 힘겨루기가 시작되려는 찰나…….
“커헉!”
“끄으으…….”
툭 치자 힘없이 쓰러지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
“??”
기세보다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는 상대에 당황했다.
그리고 어느새 수인들은 진작 몸을 돌려 냅다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들의 동작이 미묘하게 굼뜬 걸 보면 디버프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
“쪼, 쫓아!!”
제일 뒤에서 넋을 놓고 있던 호그나이트가 그것을 포착하자마자 버럭 소리 질렀다.
그가 보기에 지금 저들은 전투할 수 없는 상태로만 보였다.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뭐해?! 쫓으라고!!”
도망치는 적의 뒤통수를 보자 용기가 가득 충전된 호그나이트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어어… 가, 가자!”
뭐, 다른 이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쫓긴 했지만…….
‘아… 저 새끼 말 듣는 게 맞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영 불안한데.’
하지만 도망가는 적을 그냥 보내긴 좀 그랬다.
게다가 최대한 많이 제압해 가져다 바치면 저 멍청한 호그나이트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대장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설령 죽여도 상관없었다.
엘프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수인 종족을 잡는다면 분명 경험치는 어마어마하게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 평야로 나오는 순간 그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쿠구구-
“어?”
“어어억?!”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콰르르르-!!
이어 그들이 디디고 섰던 땅이 무너져 내렸다.
깊이가 6m는 되어 보이는 싱크홀!
그 아래로 사람들이 우르르 추락했다.
“커헉! 뭐, 뭔데 이거?!”
“아악! 엉덩이 치워!!”
고작 이 정도에 그들이 죽진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땅이 왜 무너지지?
아래 지하 통로라도 있었던가?
아니, 애초에 딱 보기에도 톤 단위로 보이는 수인들은 멀쩡히 지나갔는데 왜 자기들이 지나갈 때 무너진단 말인가?
쿠구구구-
“헉?!”
하지만 생각은 거기까지.
무너진 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땅이 살아 있는 것처럼 요동치더니 그들 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빠, 빠져나가!!”
이대로 있다간 생매장당할 판.
그들은 앞다투어 위로 올라오려 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할수록 손발은 어지러워졌다.
그리고 어지러운 손발 수십 개가 엉키니 난장판 그 자체.
“아오! 꺼져! 넌 나보다 레벨도 낮잖아! 나중에 나오라고!”
“개자식아! 레벨이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치면 레벨 높은 놈들은 생매장 좀 당해도 오래 버틸 수 있잖아!!”
애초에 길드로 묶인 사이도 아냐, 원래 알던 사이도 아냐, 거대한 교단 내에서 알음알음 얼굴이나 이름 정도만 알던 사이.
그런 만큼 자신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협동심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호그나이트는 지금까지 보여 주지 않던 날랜 움직임으로 모두를 감탄시켰다.
“저 자식!! 갑옷까지 벗었어!!”
성기사의 갑옷 로망까지 포기한 채 탈출하려는 그 집념!
그리고 그걸 재빨리 본받은 자들은 더 위로 올라갔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점점 아래로 파묻혔다.
‘그런데… 이거 뭔가 이상한데?’
‘그냥 흙이 덮이는 수준이 아니잖아!’
사실 땅에 파묻힌다고 바로 죽진 않는다.
누군가의 외침대로 레벨이 높으면 그만큼 버틸 수 있는 시간도 길기에 파묻힌 채로 꾸역꾸역 흙을 파다 보면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뻥 뚫린 구덩이에서 흙이 계속 쏟아지는 게 이상했다.
게다가 그 흙들이 어째 자신들을 계속 아래로 밀어 넣는 느낌.
‘원래 생매장이란 게 이런 느낌인가?’
그런 경험을 해 본 적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그때, 무심코 고개를 아래로 돌린 몇몇 사람들이 이 기묘한 감각의 정체를 확인했다.
쿠드드-
그들의 다리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휘감는 흙더미들!
그것이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뭐, 뭐야 이거?!”
점점 아래로 끌려가는 그들.
단,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어푸… 푸! 자… 잠깐만!”
혼란한 와중에 지하 통로를 누군가 발견했다.
그리고 긴 통로 끝에 보이는 희미한 빛!
‘일단 저기로 가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이한 현상 속에서 더 머뭇거리다간 정말로 볼품없이 죽을 판.
탈출에 실패한 자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저 통로마저 무너지면 답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숨도 참고 달리다 보니 점점 가까워지는 빛.
탈출구였다!!
로그아웃을 시켜 주는.
* * *
알로에올리오는 전방에 어그로가 끌린 사이,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공병왕답게 빠른 속도로 뚫고 나아갔고, 아군이 퇴각하는 걸 확인하자마자 지반을 무너트렸다.
그 아래 빠진 자들에겐 대지의 정령이 ‘같이 놀자~’를 시전했고 결과는 지금과 같았다.
탈출하려는 자와 파묻힌 자들의 아비규환.
그리고 보란 듯이 노출해 놓은 탈출 구멍까지.
그곳을 통해 쏟아져 나온 적들은 저주 영역을 벗어난 수인들에게 꿀밤을 쾅쾅 맞곤 편히 잠들었다.
굳이 저주 영역에서 전투를 벌여 불필요한 피해를 볼 필요도 없이 차지한 승리.
아, 희생이 있긴 했지만… 어차피 미리 계획된 것이라 다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허- 우리 몰라? 큰물에서 놀던 사람들이야-”
“전문가다~ 이 말이야~”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들은 호기롭게 외쳤다.
디노스 섬에서 100, 200레벨 걸고 도박하던 미치광이들이 바로 그들.
고작 한 자릿수의 레벨을 잃는 것 정도론 아무런 감흥도 없었던 것이다.
“사, 살려 주세요!”
앞에서 두더지 잡기처럼 머리가 펑펑 찌그러지는 동료들의 모습에 남은 이들은 지렁이가 되어 기어 나왔다.
누군가에겐 고작이지만, 이들에겐 절대 놓을 수 없는 소중한 레벨.
“호호, 누가 죽이기라도 한대요?”
자연스럽게 이곳의 대표자가 된 은혜가 그들에게 말했다.
‘방금 앞에서 머리가 터져 죽은 건?’
그런 얼굴의 지렁이들.
“나오자마자 칼을 휘두르면 누구나 반사적으로 대응하겠지요?”
“헙?!”
그제야 지렁이가 되기로 한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사로잡은 소수에게 심문을 진행했다.
“내부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배후에 누가 있는지, 우두머리가 누군지 등등.”
하지만 그들 역시 아는 건 딱히 없었다.
그나마 고위 NPC들과 직접 교류하던 건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친 호그나이트뿐.
“호그나이트?”
“예예! 그놈이라면 뭔가 알 겁니다.”
“호그나이트가 누구지?”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제일 뚱뚱한 성기사입니다!!”
은혜가 수인들을 돌아보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좀 남다른 놈이 있긴 했다.”
“처음엔 우리 동족인 줄 알았지.”
그렇다면 그를 다시 잡아 봐야 할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죠. 그냥 재호가 말한 대로 계속하죠?”
은혜가 알로에올리오를 향해 말했다.
어차피 정보를 캐내려는 건 부차적인 것.
재호가 내부에 침투했고 이쪽에서 할 일은 재호로부터 적들을 시선을 돌리는 것이 목표였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
수인들이 살아남은 적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흠……. 하던 대로 하는 게 낫겠지.”
은혜는 덤덤한 반응에 잡힌 이들은 안도했다.
분위기로 봐선 살려 주려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은혜가 거친 바다에서 우람, 수인과 함께 해적들을 때려잡으며 게임을 해 왔단 걸 그들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