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0
1009화
이그리그도 상황을 인지한 것인지 평소와는 분위기도, 모습도 달랐다.
작정하고 전투를 각오하고 나선 모습.
-차원의 뒤틀린 틈이로군요. 이곳 전체에 남은 은은한 탐욕의 기운은…….
“죽은 줄 알았던 놈이 갑자기 튀어나왔더라고요.”
-칼리토.
이그리그 또한 바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재호보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군요. 불완전한 존재예요.
이그리그는 화염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칼리토를 쳐다보았다.
-할 일도 없는 모양이군, 정령왕. 체면도 버리고 이런 곳까지 뛰어들다니.
칼리토의 빈정거림에 이그리그는 콧방귀 꼈다.
-제 탐욕에 잡아먹혔으면 얌전히 소멸할 것이지, 끝까지 미련을 남겨 세상의 혼란을 유도하는군요.
-크크크…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내가 다른 감상이라도 느낄 줄 아는가?
쿠우우-
주변 공간이 굉음을 일으키며 이그리그를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서 이그리그 또한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곳은 나의 세계. 그 오만함을 믿고 이곳에 뛰어든 걸 후회하게 해 주마.
콰아앙-!!
다시 시작된 칼리토의 공격.
연쇄 폭발 후 거기에서 파생된 수많은 투사체가 알드리온과 이그리그를 노렸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젠 아예 공간이 뒤틀리며 이그리그의 힘을 억제했다.
순수한 힘으로만 치면 이그리그가 정상이 아닌 칼리토에 비하면 훨씬 강할 것이다.
칼리토가 자신의 공간이라는 에서 알드리온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던 것만 봐도 정상이 아님은 바로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정령왕까지 합류한 지금, 칼리토를 압도하고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의 특수함이 그 격차를 다시 대폭 좁혔다.
‘왠지 이그리그를 소환한 탓에 칼리토의 강함이 재조정 된 것 같기도 하고.’
방금까지 볼 수 없던 공격이 등장한 걸 보면 밸런스 재조정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재호가 이그리그의 소환으로 기대한 건 무력이 아니었다.
콰앙…….
또 한 번의 폭발.
그러나 그 폭발은 새로운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거센 불길은 이그리그의 의지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다.
이 장소의 통제권은 칼리토에게 있지만, 화염의 통제권은 더 상위 존재인 이그리그에게 있어서 벌어진 현상.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발생한 에너지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그리그가 지워 버린 화염은 고스란히 이그리그의 권능이 되어 칼리토를 다시 노렸으니까.
‘이런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계속 일으켜야 해.’
재호가 생각한 계획은 이 공간 전체를 찢어 버리는 것.
여러 적의 머리, 뱃속, 목구멍 등등, 몸 안에서 대폭발을 일으킨 경험이 있었기에 세울 수 있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이그리그에게 전했다.
-한번 해 볼까요?
콰르르르-
더욱 세차게 타오르는 불길.
-감히!!
자신의 영역이 다른 존재의 힘에 잠식당하기 시작하자 칼리토가 분노했다.
연기처럼 일렁이던 형체는 화염에 지지 않으려는 듯,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그리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알드리온과 충돌했다.
후욱-
꾸우웅-!
알드리온이 크게 휘청이며 신음을 토했다.
“알시아! 이대로는 안 된다! 놈의 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놈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단 말이다!”
답답하다는 듯 소리치는 알드리온.
그러며 칼리토를 다시 한번 찢어냈지만 역시 재생되는 상대.
“일단 버텨 봐! 어디 있는지 모를 핵을 찾아 여길 다 뒤지는 것보단 이게 나아!”
게다가 애초에 알드리온도 못 찾은 걸 자신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무리 싸우느라 바빴다 하더라도…….
콰앙-!!
그때 또 한 번 공격을 당해 형편없이 바닥을 구르는 알드리온을 향해 칼리토가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격렬하게 치고받는 알드리온과 칼리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폭발 에너지를 칼리토가 이용할 수 없도록 빨아들이는 이그리그.
“흠…….”
그리고 그 모든 걸 한걸음 떨어진 채 가만히 구경하는 재호…….
-이대로 계속 지켜만 보려고? 뭐라도 해야 하지 않아?
어느새 나타난 꼰대가 우려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 언제까지 정령왕 소환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징징이 역시 재호에게 재촉했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방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뭐가?
재호에게 주어진 퀘스트.
칼리토를 제거하란 게 아니라 재호더러 살아남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알드리온도 처음엔 이 공간을 유지하는 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금 말이 바뀌었다.
“핵을 찾으면 칼리토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다고 말했지.”
-음? 그게 어쨌단 거야?
언뜻 말꼬리 잡기로밖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가 단서가 될 수 있으며, 재호는 그 미묘한 차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알드리온이 하는 말이 바뀌었고 퀘스트는 칼리토의 소멸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
그렇게 자그마한 의심의 싹이 나니 재호는 지금 전투 상황도 달리 보였다.
“칼리토가 아까보다 더 기세가 오른 것 같지 않아?”
연기처럼 일렁이는 칼리토의 움직임은 누가 보더라도 훨씬 적극적이었다.
또한 알드리온의 반응을 보면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위력 또한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게다가 아까와 달리 지금은 육탄 공격이 대부분.
형체가 불분명한 존재의 공격을 육탄 공격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지금 알드리온과 이그리그 님을 동시에 상대하는데도 아까보다 더 강해진 거 같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냥 이렇게 떠들 시간에 알드리온이 말한 대로 핵을 찾는 게 낫겠어.
“아직 할 말 남았거든?”
꼰대와 징징이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재호는 징징이를 노려봤다.
“너 왜 여기 있냐?”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난장판에 징징이가 내 옆에 있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거든.”
그리 말하며 재호는 징징이를 향해 냅다 주먹을 휘둘렀다.
스르르-
신기루처럼 사라진 징징이는 반대편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쳤어? 갑자기 무슨 짓이야?
꼰대의 외침에 대한 대답은 역시나 주먹질.
“분명 이곳에 들어왔을 땐 너희 둘 다 없었어. 그런데 둘 다 어디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걸까?”
동시에 재호는 과거로 기억을 되감았다.
과 비슷했던 과 마크베이의 초대를 받아서 갔던 신의 영역.
그때도 두 정령은 없었다.
지금과 완전히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비교 대상으론 삼을 순 있지 않을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녀석들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재수가 뚝뚝 떨어지거든.”
-…….
두 정령이 입을 쩍 벌린 채 재호를 쳐다봤다.
마치 미치광이를 보는 듯한 반응.
‘안대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꼰대나 징징이는 안대로 참 거짓을 확인할 수 없었다.
뭐, 그와 상관없이 이미 마음은 완전히 돌아서긴 했다.
‘다만 문제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단 건데.’
과연 소환된 이그리그는 진짜일까?
혹시 그마저도 가짜라면?
‘일단 무시하고 부딪혀 보자.’
재호는 몸을 움직여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목표는 알드리온.
“!”
재호는 녀석의 등이 순간 움찔하는 걸 느꼈다.
마치 재호가 정령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은 것처럼…….
하지만 이 난장판 속에서 그 대화를 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꼰대, 징징이와 의식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단 건 내 추측이 정답일 가능성이 크단 거고.’
“알시아! 뭐하는 거냐!!”
알드리온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재호를 보며 소리쳤다.
“왜 긴장하는데?”
알드리온이라면 재호가 자신을 향해 달려든다고 해서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자신과 합공을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파앗-
재호가 날카롭게 파고들자 알드리온은 팔을 붕 휘두르며 재호를 저지하고자 했다.
그 한 번의 행동으로 모든 건 끝이 났다.
“이 얍삽한 자식.”
재호는 평소엔 쓸 일이 없던 온갖 옵션을 꺼내 들어 힘을 집중했다.
먼저 를 벗어 의 활성화.
[ : 연속 착용 시간당, 무게에 영향을 받는 모든 능력치가 1%씩 누적됩니다. 착용 해제 시, 5분간 누적된 모든 능력치가 적용됩니다. (극히 낮은 확률로 버프 두 배 적용)]이어 을 착용 후, 쇠사슬도 끊어 냈다.
[ : 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글러브의 쇠사슬을 끊을 시, 5분간 공격력이 1.5배 증가합니다. (5분 경과 후, 쇠사슬은 다시 연결됩니다.)]또한 끔찍한 패널티 탓에 쓰지 못하던 강력한 아이템이었다.
[ : 이 반지를 착용하면 모든 공격력이 20% 증가하나, 체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공격력을 극한까지 활성화한 뒤, 엘보로 신성력도 첨가했다.
알드리온이 가짜란 걸 확신했기에 거침없었다.
[로 을 선택하였습니다.] [신성 공격력이 추가됩니다.]그 상태로 알드리온의 향해 모종삽을 찔러 넣었다.
화악-
그러자 알드리온의 실체가 사라지더니 반대편에 모습을 드러냈다.
징징이가 보여 줬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계속해서 자신이 알드리온이 아니란 것을 증명해 주는 상대.
“미친 것이냐! 정신 차려라, 알시아!!”
“이미 다 들통났으니 연기는 그쯤 해.”
-이 멍청아! 적당히 좀 하라고!!
그때 다시 나타난 꼰대가 말을 보탰다.
-네가 싸움 뛰어드니까 징징이도 사라졌잖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우리가 진짜라는 거 믿겠어?!
꼰대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으나 재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야 알겠네요. 알시아! 우리는 지금까지 교활한 칼리토에게 속았던 거예요!
반면 이그리그는 깨달았다는 듯 외쳤다.
“웃기는 소리. 속을 줄 알아?”
-…알시아?
“날 믿게 만들고 싶으면 빡세게 태우라고!! 아까부터 적당히 힘쓰는 거 모를 줄 알아?!”
-…….
활활 타오르는 탓에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이그리그가 크게 동요하고 있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 사각에서 오는 공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후우욱-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정체불명의 공격을 간신히 피한 재호.
“알시아! 진정해라!!”
알드리온은 여전히 재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따라붙는다 싶으면 계속 형체가 사라지고 멀어지길 반복.
결국 재호는 사사의 머리털을 꺼냈다.
[ : 자신의 모든 능력치를 고스란히 복제한 분신은 만들어 냅니다. 분신은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만, 자신이 직접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아예 양각으로 포위하려는 속셈이었지만…….
‘어? 잠깐만.’
재호는 문득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자신의 분신을 쳐다봤다.
공교롭게도 마침 재호를 쳐다보는 분신과 눈이 딱 마주쳤고…….
‘저 자식은 믿어도 되나?’
재호가 소환한 이그리그까지 가짜라면 분신 또한 얼마든지 가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째 저 기분 나쁜 면상은 무시무시한 음모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젠장, 믿을 놈 하나 없네.’
하지만 그 순간, 재호는 보았다.
콰악-!
지금까지 칼리토라고 생각했던 안개 같은 존재가 알드리온을 거의 집어삼킬 듯이 커져 단단히 옭아매는 걸.
꼭 자신이 잡고 있을 테니 공격하라는 듯이 말이다.
“그럼 저게…….”
지금까지 계속 속고 있던 것이라면 당연히 적이라고 생각했던 저 존재가 사실 아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기가 살아 날뛰기 시작한 것도 의미심장했다.
“설마 네가 알드리온이니?”
재호의 물음에 그 존재가 꿀렁였다.
왠지 긍정 대답 같아 보이는 건 그저 그렇게 믿고 싶어서일지…….
“찔러 보면 알겠지.”
재호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접근했고, 마침내 모종삽으로 알드리온의 가슴팍에 일격을 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