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2
1011화
[] [등급 : 신화] [연주가 시작되면 천상으로 향하는 빛의 계단을 부를 수 있으며, 그곳을 통해 천계로 향할 수 있습니다.단, 출입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신성이 필요합니다.] [ : 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부분의 마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해방 스킬] [ : 프티머스의 소모 신성력을 가소모하며 해당하는 대가를 오르골에 축적합니다. 차후 프티머스는 가소모한 신성력을 지불해야 합니다.] [*현재 강력한 마기에 노출된 이 축적된 신성력을 이용해 주변을 정화 중입니다.]
아이템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의 본래 용도는 천계로 향하는 문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에 갇힌 재호는 천계로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만약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해선 안 되었다.
그건 아코아 섬에 남은 동료들은 외면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을 천계에 보내는 구조 신호탄으로 쓰기로 했다.
만약 예상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악마의 ‘ㅇ’만 들어도 눈깔이 뒤집히는 미치광이가 절대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테니까.
[*퀘스트*] [정의의 대천사 프티머스는 당신과 협력해 마계를 완전히 끝장내 버리고자 합니다.하지만 그 이전에, 칼리토를 제외한 다른 대악마들의 힘을 확실히 빼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악마들을 소환할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프티머스는 기꺼이 힘을 보태어 줄 것입니다.] [퀘스트 목표 : 대악마 토벌(0/7)]
비록 지금에 와선 의미가 없어진 퀘스트지만, 그의 성미가 얼마나 불같은지 잘 보여주는 퀘스트였다.
마계의 멸망은 곧 온 세상의 붕괴라는 걸 알면서도 이딴 퀘스트를 줬던 게 프티머스니까.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이 모든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신호가 닿는다는 가정 하에서나 의미가 있었다.
‘제발! 신이시여!’
뉴월드 덕분에 신이라는 존재가 아주 우스워졌지만, 그래도 재호는 신을 찾았다.
‘제발 살려 주세요!!’
갑자기 샘솟은 신앙심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그 간절함은 다행히 천계에 닿았다.
을 찢고 프티머스가 등장한 것이다.
다만 프티머스는 처음엔 뒷목을 부여잡더니 혼절했다.
-이, 이곳은 설마 마계인가… 어억!!
이후 대강의 상황을 듣곤 두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진노했다.
아니, 그냥 눈이 새하얗게 뒤집힌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분노를 풀 장전한 프티머스는 칼리토의 공간을 단숨에 찢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도망치려던 그를 잡아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위엄 넘치는 대천사의 전투법이라기엔 지나치게 과격하고 투박했다.
아무리 봐도 정의라는 이름보단 개인감정이 듬뿍 담긴 것처럼 보였지만,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칼리토를 두들겨 패 주고 싶었던 건 재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쿵-
정신을 차린 알드리온도 자신의 몸과 이어진 기분 나쁜 붉은 관들을 뜯어내곤 재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면목이 없군. 그렇게 큰소리를 치면서 떠나 놓곤 이런 꼴로 만났으니…….”
그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칼리토가 나타난 시점에서 모든 예상은 아득히 벗어났어.”
그 지긋지긋한 인연은 마계에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 누구도 칼리토가 다시 등장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대악마들조차.
‘…아니다. 어쩌면 로두카는 알았을지도…….’
아무튼 자세한 건 상황이 정리된 후 알아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힘을 쭉쭉 쪽쪽 뽑아 칼리토를 마기 탈수 중인 프티머스를 기다려야…….
타닷-
그때 입구 쪽에서 튀어 들어온 속옷만 입은 남자.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온몸이 땀에 푹 절은 그는 안에서 벌어진 기묘한 상황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프티머스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나 호그나이트가 왔소!!”
우렁찬 외침에 모두가 당황했다.
“자! 위대한 존재시여! 당신의 부름에 내가 왔습니다! 어서 내게 힘을!!!”
프티머스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그를 재호와 알드리온이 서로 어리둥절한 눈빛을 교환했다.
갑자기 나타나 뭔 헛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를 찾으라. 내 의지에 따라 위대하고 무한한 힘을 얻으리라. 그리고 그 끝엔 신의 권능을 얻으리라!]호그나이트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뜬 이 알림을 재호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서! 어서어어-!!”
계속 재촉하는 호그나이트.
그런데 호그나이트가 착각한 게 있었다.
무한한 힘.
신의 권능.
이 두 가지에만 집중한 호그나이트는 딱 보기에도 성스러워 보이긴 프티머스가 자신을 부른 존재라 확신한 것이다.
아무래도 신을 모시는 성직자 클래스란 점이 의심을 가로막기도 했다.
뭐, 언행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크흠.”
기이한 침묵에 무안해진 호그나이트는 힘껏 펼쳤던 두 팔을 살짝 오므렸다.
“왜 아무것도 안……. 헉?!”
자신이 뭘 잘못 알았나 싶어 다시 살피려던 호그나이트의 눈에 한쪽 구석에 있던 재호가 뒤늦게 보였다.
“아… 알시아!!”
그제야 이 기이한 침묵을 이해했다.
‘내가 늦은 거였어?’
실망감과 동시에 분노가 차올랐다.
‘빌어먹을… 알시아……!’
왜 항상 좋은 건 이미 좋은 걸 다 가진 놈에게 가는 것일까?
세상이 원망스러워진 호그나이트.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깽판이라도…….
[잘 찾아왔다. 나의 종이여.]“어?”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설마……!’
이 운빨망겜 시스템이 드디어 합리적 연산을 시작한 것일까?
그렇게 기대하며 다시금 두 팔을 쫙 펼치며 만세 하자…….
슈아악-
프티머스에게 두들겨 맞던 검은 덩어리가 호그나이트의 가슴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악마 칼리토의 파편이 당신에게 스며듭니다.]“어? 어어?”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였다.
그리고 지켜보던 재호나 알드리온, 프티머스도 놀란 얼굴로 호그나이트를 쳐다봤다.
[대악마 칼리토의 숙주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종족이 악마로 변경됩니다.]꾸구국-
무언가 단단한 것이 구겨지는 듯,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호그나이트의 몸이 꿀렁였다.
분명 이곳이 게임이 아니었다면 끔찍한 비명을 터트렸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호그나이트는 활짝 웃고 있으니 공포 그 자체였다.
“으흑… 으흐흐……. 으하하하!!!”
급기야 폭소를 터트리는 호그나이트.
사실 그건 즐겁거나 기뻐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었다.
‘XX……! 악마의 숙주라고?’
이 엿 같은 상황에 넋이 나가 버린 탓이었다.
호그나이트는 성기사다.
그것도 대충 겉핥기로 얻은 성기사가 아니라 유니크 클래스까지 올라간 진짜.
…라고 하면서 도망갈 땐 망설임 없이 갑옷을 벗고 속옷 바람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목숨이 가장 중한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호그나이트의 성기사 사랑은 진심이었다.
지금까지 거쳐 왔던 모든 게임에서 성기사를 골랐을 만큼.
성기사가 없다?
그럼 성기사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다.
성기사가 힐러 역할이다?
그래도 칼과 방패를 들고 달려들었다.
성기사가 똥캐다?
…조금 고민되긴 했지만 어쨌든 성기사를 했다.
은빛 갑옷을 입고 신성한 빛을 등에 업은 광휘의 기사!
언제나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게임을 해 왔는데… 악마라고?
악마를 가장 앞에서 때려잡아야 할 성기사가 악마가 된다고??
‘혀 깨물고 죽어야지.’
그것만큼은 진심이었다.
옵티마 교단이 악마에 의해 오염되고 있단 걸 알았음에도 꿋꿋이 남아 있던 주제에 할 말이 아니긴 했지만, 마음 한편으론 자신이 그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었다.
이젠 다 부질없어졌지만…….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일까.
선택지는 하나 더 있었다.
[해당 변경을 원하지 않을 시, 자결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자결 시, 레벨이 50 감소하며 현재 진행 중인 과정이 취소됩니다.]엄청난 패널티.
대신에 얻는 것도 분명 있었다.
[당신은 대악마의 부활을 저지한 영웅으로서 칭송받을 것입니다.] [새로운 옵티마 교단의 주인으로 임명됩니다.] […….]‘미친! 이걸 미리 보여 줬어야지!!’
방금까지 절망했던 게 우스워질 지경이었다.
어떤 미친 인간이 이걸 포기하고 대악마의 수족이 될…….
후우우욱-
온몸의 핏줄과 근육에 차오르는 막대한 활력.
동시에 그의 능력치는 물론 온갖 버프 및 스킬들이 눈앞에 어지럽게 뜨기 시작했다.
“어어?”
그런데 그 수준이 말도 안 되었다.
단순 수치만 보면 거의 10배… 아니, 12배… 13배…… 20배……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거?!’
호그나이트의 입이 쩍 벌어졌다.
플레이어에게 주면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오버파워.
끝 모르고 계속 늘어나는 수치는 결코 정상이라 볼 수 없었다.
‘설마… 버그 터졌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이 대악마의 숙주가 되었다는 절망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수락.’
성기사 부심을 지키기엔 지나치게 강한 버프들이었다.
파아아앗-
더욱 끓어오르는 호그나이트의 몸뚱이.
그리고 그 기세가 절정을 향하는 순간.
번-쩍!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프티머스가 정신을 차리고 움직였다.
지금까지 주먹질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창을 쥔 채 섬광이 되어 내지른 일격.
프스스-
그 일격에 호그나이트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허물어졌다.
하지만 프티머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늦었군.
재가 되며 사라지는 호그나이트.
그는 대악마 칼리토를 품은 채 죽었다.
심각한 프티머스와 달리 재호는 의외로 태연했다.
‘그럼 그렇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티머스가 너무 흥을 낸다 싶더라니, 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칼리토를 제거하라는 목표는 뜨지도 않았고 재호도 또한 에서 탈출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잡았기에 그 이상의 욕심은 없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프티머스는 이 참사를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정의의 대천사란 것이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군. 아니었다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놓칠 일도 없었을 터인데.
“?”
저 맥락 없이 마구 꼬인 정의관은 다시 들어도 적응되지 않았다.
* * *
당장 칼리토가 어찌 된 건진 알 순 없었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수상한 일의 흑막을 다시 추격해야 하는 상황.
‘어지간하면 모른 척하겠는데… 상대가 칼리토라면 불가능하지.’
게다가 칼리토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무무만, 그의 지팡이도 적탑의 뤼니오르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결국엔 또 한 번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키노의 눈을 피해 흑탑을 들락거릴 정도인데 왜 무무만의 지팡이는 내버려 뒀을까?’
그 지팡이의 비밀을 칼리토도 모르는 것일 수도… 아니면 아직 필요하지 않은 걸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순전히 무무만의 애장품일지도 모르고.
결국 앞으로 더 시끄러워지는 건 확정이었다.
“아아- 귓속말 이제 되나?”
흡성 큐브를 챙긴 후 귓속말을 시도한 재호.
-어? 알시아?!
알로에올리오의 놀란 목소리가 돌아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흡성 큐브를 치우며 이젠 그들을 방해할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딱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
아니, 어쩌면 변한 걸지도 몰랐다.
크르르…….
좁은 통로를 가득 메운 옵티마 교단의 NPC들.
칼리토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그들은 짐승처럼 그르렁대고 있었다.
마치 영혼이 사라져 버리고 본능만 남은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옵티마 교단 자체가 칼리토의 제물이었나 보네.’
게임 내내 귀찮게 하던 적들의 비참한 최후에 재호는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