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6
1015화
결국 지금 문제는 칼리토를 다시 찾아 두들겨 패야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기도 어려운 점이 상대가 칼리토란 게 걸림돌이었다.
재호의 경험상 대부분 문제는 대충 덮어 놓고 두들겨 패다 보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칼리토의 문제도 해결했었지만, 그는 지금 보는 것처럼 은밀하게 똥을 퍼질러 놓았다.
만약 다시 잡아 조져 버렸더니 또 어디서 파편의 파편이 튀어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프티머스가 바로 끝장내지 않은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기껏 화풀이만 하다 칼리토를 흡수한 플레이어는 냅다 죽여 버린 게 괘씸했다.
-크흠. 너무 오랜만에 날것 그대로의 마기를 봤더니 이성을 잃어버렸군. 미안하다.
프티머스의 목소리가 재호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답지 않게 사과를 하는 모습.
프티머스도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고 있었다.
“알면 이참에 좀 도와주시죠?”
재호는 칼리토를 찾는 일에 프티머스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기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프티머스니까 제법 괜찮은 탐지기 역할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크흠……. 알다시피 이번 일에 나는 힘을 너무 소모했다. 당분간 요양해야 하는 상황이지.
그건 이미 들은 이야기였다.
그냥 잠깐 대륙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날뛰었으니 힘든 게 당연하리라.
하지만 재호가 바라는 건 굳이 이 세계로 내려오는 게 아니었다.
“거기서 천과나 먹으면서 살펴봐 주면 될 거 같은데요?”
재호는 그게 뭐가 어렵나 싶었으나 당사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게… 지금은 어렵다.
“왜요?”
-내 몸이… 뭔가 이상하군.
“??”
그건 또 뭔 개 같은 소리일까?
-당장은 내게 일어나는 이 변화를 관조해 봐야 할 것 같다. 이것만 정리되면 반드시 그대를 도울 것이니 기다려라.
당장 곤란함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지… 아니면 정말로 프티머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심이 된다고 해서 천계에 콕 박힌 프티머스를 끄집어낼 순 없는 노릇.
게다가 상대가 천사라는 점이 재호의 과감한 행동을 억제했다.
악마면 몰라도 천사를 막 대하는 건 좀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나볼릭 교단의 한 불쌍한 천사가 떠오르려다 말았다.
“그럼 일단 이곳에서의 일은 끝난 건가?”
알드리온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불은 모두 진화되었으니 돌아가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알드리온 넌 어떻게 할 거야? 다시 떠나는 건가?”
재호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알드리온이 고개를 저었다.
“난 이곳에 남을 거다.”
“응? 남겠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인 탓에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은 칼리토가 거점으로 삼았던 장소지. 어쩌면 그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니 내가 지키고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맙긴 한데…….”
모두 떠나고 나면 이곳은 그 어떤 생명체도 없는 죽은 섬이 될 것이다.
그런 장소에서 홀로 외롭게 있으면…….
“설마 칼리토에게 내가 당할까 봐 걱정되는 거냐?”
“응?”
“그놈에게 잡혔던 건 기습을 당했기 때문이다. 가짜 모습에 속았기에 그랬던 것일 뿐, 이미 간파한 놈의 수단은 이제 내게 통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다시 맞붙는다면 모조리 도륙을 내 버릴 수도 있다.”
“…….”
위협적으로 손을 들어 보이며 늘어놓는 이야기에 재호는 말문이 막혔다.
별로 그런 걱정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본인이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하니 왠지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이게 아닌가?”
그제야 알드리온이 뭔가를 느끼곤 멈칫했다.
“흠흠. 아무튼 이곳에 남으려는 건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
다시 근엄한 목소리로 알드리온이 말을 이었다.
“이 섬에 대해 좀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이곳에 흐르는 기이한 힘은 도저히 모른 척하기 어렵다.”
“기이한 힘?”
“그래. 아직 무엇인진 잘 모르겠지만, 분명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지. 어쩌면 단순히 수인이 아니라 그 때문에 칼리토가 이곳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고.”
“그럼 그렇게 해. 혹시 특이사항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 주고.”
“물론이다.”
그렇게 아코아 섬 출장은 마무리가 되었다.
분명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큰 사건이지만, 그걸 체감하는 건 재호와 실제 칼리토의 피해자들을 제외하면 딱히 없었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딱히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손해만 본 사람들이 있긴 했다.
정작 당사자들이 별 감흥이 없을 뿐.
오히려 이곳에서 자신들이 해낸 위업에 뿌듯해했다.
[옵티마 교단 멸망]과연 이걸 위업이라고 해도 되는 건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던 일이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를 통해 퍼져 나갔다.
* * *
우람과 수인들은 아트리우스를 통해 위스트넌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들이 직접 배를 몰아 돌아가는 것도 당연히 가능했지만,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이 많은데다 혹여 칼리토가 또 습격할지도 몰랐기에 직접 보내 주었다.
그리고 간 김에 대충 모종을 심어 놓았던 천과수들의 상태도 전해 들었다.
그곳에도 엘리시아 꽃집들이 진출 중인데다 수인들에게도 주의를 부탁해 두었기에 천과수들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열매를 맺으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려는 모양.
이후 대륙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서루발 용왕과 잠시 만나 퀘스트 상황과 칼리토의 준동에 대해 전했다.
마지막 도 칼리토가 꿀꺽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사실까지.
“바다란 그런 법이지. 자유롭게 흐르고 출렁이며, 때로는 휘몰아치지만 결국 대양으로 보며 극히 일부일 뿐. 세상 또한 마찬가지일 테지.”
의외로 서루발 용왕은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어차피 그 칼리토라는 자는 그대의 적이지 않나?”
“어… 그렇죠?”
“그럼 파편 또한 결국 바다의 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지.”
정확히 말하면 어차피 네가 찾을 수밖에 없으니 그냥 기다리겠단 소리였다.
“저… 그럼 원래 퀘스트들은…….”
“…….”
“용왕님?”
“…….”
결과적으로 재호는 퀘스트만 날려 먹고 복귀했다.
그나마 얻은 거라면 칼리토와의 싸움에서 인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나서 주겠다는 확답 정도.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긴 했지만… 속이 내심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냐. 원래 귀찮다고 했던 거니까.’
이번에도 써먹은 정신승리를 곱씹었다.
다시 대륙으로 복귀했다.
복귀 장소는 페르마 대운하.
포세이돈의 축복으로 짭짤하게 변한 대운하의 일정 구역은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통제되었다.
미리 귓속말을 받은 전럭협 쪽에서 배들의 통행을 막았고 사람들은 그 횡포에 격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잠시 후, 수면에 소용돌이가 일어나더니 돌고래처럼 튀어나온 고잉헬호를 보곤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곳을 지나가고 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진 쉽게 상상이 되었다.
“확실히 좋긴 좋네.”
갑판 위의 재호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포세이돈에게 받은 것 중, 가장 만족스럽고 실용적인 축복이었다.
세계의 반대편을 찍고 위스트넌까지 다녀오는 데 고작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돌아온 재호에게 줄칸이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폐하. 옵티마 교단의 멸망이 사실입니까?”
“음? 벌써 소문이 퍼졌어?”
재호는 놀라 되물었다.
플레이어들도 아니고 NPC인 줄칸이 벌써 알고 있다는 건 놀라웠다.
“이미 대륙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대륙 전체에? 고작 어제 있었던 일이 그렇게 빨리 퍼질 수가 있나?”
게다가 표현도 좀 불편했다.
“어째 내가 작정하고 박살 낸 것 같은 느낌이잖아.”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었다.
애초에 옵티마 교단을 박살 내러 갔던 게 아니라 우람과 수인들을 구하러 갔을 뿐이었다.
그 일에 옵티마 교단이 연루되어 있었고.
따지고 보면 아코아 섬의 옵티마 교단은 그야말로 악의 세력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한때 대륙 최고의 교단이었던 곳이 재호의 손에 멸망했다고 하면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질 여지가 있었다.
분명 누군가는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지면 더 자극적으로 가공되기 마련이니까.”
“주변 바다가 피로 물들 정도로 잔혹한 현장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니, 그건 좀 심하네.”
“사실 폐하에 대한 온갖 소문들이야 허무맹랑한 것들이 많긴 합니다. 그래서 알 만한 사람들은 반 정도 걸러 해석하죠. 그러니 그런 소문이야 별 타격은 아닙니다.”
줄칸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문제는 이것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자들이 있단 겁니다.”
“따지면 그것도 늘 있던 일 아냐?”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을 악으로 규정해 성장 동력으로 삼는 이들.
지금까지 재호가 적대한 이들이 모두 그래 왔고, 소규모 집단에선 여전히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뭐가 달라?”
“옵티마의 분노를 짊어진 사도가 나타났답니다. 그리고 폐하를 향한 신의 복수를 천명했죠.”
“음? 갑자기?”
“갑자기라고 보긴 어렵지 않습니까? 옵티마 교단과 싸운 건 제법 오래되었으니.”
“그야 그렇긴 한데…….”
뭐, 옵티마 신 입장에선 대륙에서 가장 명망 높던 자신의 교단이 박살 났으니 분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재호가 지금까지 본 신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사적 감정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긴 했다.
“그런데 그 사도가 영지 하나를 쓸어버렸죠. 폐하의 이름을 이용해서.”
“?”
순간 재호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뭘 했다고?”
“말 그대로입니다. 대륙 남쪽의 한 자작령을 세상에서 지워 버렸답니다.”
“옵티마 사도가? 신이 그 정도로 화가 났다고?”
옵티마 교단을 지워 버린 주제에 할 말이 아니긴 했지만 분명 과한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신이 분노한 사례를 본 적이 없어 비교는 불가능했지만…….
“일단은 최대한 정보를 모으는 중입니다. 이 소식도 도착하시기 직전에 입수한 것이라 말입니다.”
“그럼 난 아나볼릭 교단을 찾아가 볼게.”
곧장 아나볼릭 교단으로 향해 스트로앤 교황을 찾은 재호.
하지만 그는 부재중이었다.
“교황은 루바트르 자작령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신의 이름을 빌린 임모탈리언으로 인해 대참사가 벌어졌고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로 했지요.”
“임모탈리언이에요?”
피게르 대주교의 말에 재호는 이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플레이어가 영지 하나를 박살 낼 정도라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트로앤 교황이 직접 움직였단 것에서 단서 하나를 얻은 것.
“이번 일이 옵티마 신의 뜻과는 관련이 없는 모양이군요?”
“교황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애로운 옵티마 신께서 그토록 잔혹한 사도를 허락하진 않으셨을 겁니다.”
“다행입니다.”
신에 대한 신뢰도는 잠시 미뤄 두더라도 이상한 일이란 생각은 재호도 하긴 했었으니까.
“허허… 대왕님께 전해 드릴 좋은 소식도 있어 교황도 무척 들떠 있었거늘……. 좋지 않은 소식을 먼저 전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좋은 소식이요? 갑자기 그쪽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하지만 주름진 얼굴로 의뭉스럽게 웃으며 피게르 대주교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교황이 돌아오면 직접 듣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를 풀어 감에 있어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기대감만 잔뜩 심어 준 채 피게르 대주교와의 만남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