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0
1019화
칼리토의 힘을 얻은 지 고작 하루밖에 안 된 시점.
성기사 클래스에 충실했던 호그나이트가 새롭게 얻은 악마의 힘에 적응하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필요 없었다.
그냥 팔을 붕붕 휘두르면 눈앞의 모든 게 파괴되었고 손가락질 한 번이면 불타올랐다.
숙련도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호그나이트는 이렇게 게임이 재밌던 적이 없었다.
마치 신이 된 기분.
그 초월적인 힘에서 오는 쾌감!
‘이게 게임이고 이게 먼치킨이지!’
홀로 치트키 쓴 것 같은 짜릿함에 취한 호그나이트는 그렇게 첫날부터 브레이크가 망가진 채 폭주했다.
루바트르 자작령을 시작으로 여러 소규모 영지를 찾아다니며 힘을 마구 휘둘렀다.
이 절대적인 힘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쾌감을 만끽했다.
물론 무의미한 학살이라는 오명을 피하고자… 어쩌면 자신이 벌이는 행위의 정당성을 위해 나름의 변명도 준비했다.
“악마의 하수인인 알시아와 결탁한 죄인들은 목숨으로 죗값을 받아라!”
“정화의 불길로 이 땅에 뿌리 내린 마를 불태우겠다!”
악마의 힘을 얻어 아예 악마까지 되어 버린 주제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건 너무 뻔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그나이트는 애써 그런 사실은 덮어 두었다.
중요한 건 지금 남아 있는 이들 중, 옵티마 교단의 이름으로 복수를 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
옵티마 교단 부활의 선봉장이자 기수가 될 것이라 각오를 되새겼다.
설령 그 길이 고독하다 하더라도……라고 생각하지만 내심 모두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원하는 호그나이트였다.
‘알시아 그 자식만 잘난 게 아니라고.’
아니, 자신도 알시아와 같아지고 싶은 욕망을 품었다.
‘그놈은 늘 이런 사기를 치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겠지. 이기적인 새끼.’
지극히 편협한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고, 호그나이트 자신도 성기사 뽕에 취해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 그런 기억은 없었다.
‘아니다. 알시아는 게임사 쪽의 특혜를 받았다는 소문도 많잖아. 진짜 오롯이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건 나야. 그 자식은 사기꾼이고.’
점점 빙글빙글 돌아가는 망상.
“이것만 있다면 나도…….”
칼리토를 통해 얻은 이 압도적인 힘!
“이걸 지닌 이상 진정한 주인공은 다.”
뉴월드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이 세계의 질서를 세우리라!
그런 것치고 철저히 작고 만만한 영지들만 노리는 것 같지만…….
‘크흠. 이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야. 내가 비겁한 게 아니라.’
호그나이트는 절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자위했다.
그냥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텔레포트가 서툴러 그럴 뿐이라고…….
그리고 그저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지 않은가?
‘아! 악의 곁가지부터 차례로 처리해 나가는 과정으로 치자. 그게 더 그럴싸하니까. 다른 이유는 위엄이 없어.’
호그나이트도 이들이 실제로 알시아와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싸움에서 진실은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그가 악으로 규정한 영주는 죽고 없으니까.
콰르르르-
불타며 무너져 내리는 저택.
그리고 여기저기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오만하게 쳐다보던 호그나이트가 입을 열었다.
“옵티마 신의 자비로움이 너희를 구원했다! 악마와 손을 잡은 영주로부터 너희를 해방했으니, 살아나가 세상에 알려라! 알시아와 악마의 마수로부터 구해 준 구원자의 이름을! 난 호그나이트다!!”
그리 외친 후, 호그나이트가 또 한 번의 뿌듯함을 느끼며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려 했다.
덜컥-
하지만 텔레포트를 하려던 순간, 몸이 뭔가 잡힌 듯 덜컹거렸다.
[텔레포트가 불가능합니다.]“어?”
예상 못한 상황에 당황한 호그나이트가 재차 텔레포트를 시작하고자 했다.
[텔레포트가 불가능합니다.]하지만 이번 역시 마찬가지.
“뭐야? 이거 왜 이래?”
혹시 텔레포트를 너무 자주 쓰면서 발생한 문제인가 싶었다.
“왜긴 왜야? 이렇게 대놓고 날뛰는데 그냥 지켜보고 있을 줄 알았어?”
“?!!”
그 순간, 불길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부러질 듯 거칠게 돌아간 고개.
타오르는 저택의 정원 가운데 선 거구의 남자를 보자마자 호그나이트는 온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주변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있음에도 오한이 찾아온 듯, 긴장으로 떨리는 전신.
“알시아……!”
두 팔을 자연스레 늘어트리고 반듯하게 선 재호.
그 어디에서도 전투태세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호그나이트에겐 그 편안한 자세가 마치 태산처럼 느껴졌다.
아코아 섬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듯 만났을 땐 느끼지 못했던 압박감.
‘그, 그냥 플레이어일 뿐인데 이런 느낌이라고……?’
재호와 상대해 본 이들은 흔히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인간 자체의 강함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시스템조차 측정할 수 없는 괴물 같은 피지컬은 마치 야생의 포식자를 마주한 느낌이라고 말이다.
알시아의 그런 전투 기세에 대한 후기로 가장 유명한 글이 있었다.
알시아와 붙기 위해 뉴월드를 시작했던 현 세계 최고의 격투기 선수 바론 손.
바로 그가 자신의 SNS에 남겼던 글 ‘인간 황재호에 대한 감상’이 그러했다.
늘 재호를 도발하던 인간이 썼다기엔 논조가 너무 달라 논란이기도 했던 그 글.
뭐 결국 따지고 보면 ‘황재호의 적수는 오직 나. 나 정도 되는 전투 기계만이 그 실력을 정확히 볼 수 있다.’란 소리이긴 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그가 알시아와 맞붙은 기록은 없기에 신빙성 논란도 생겼지만… 어쨌든 전문가인 만큼 보는 게 남다를 거란 건 분명했다.
하지만 호그나이트는 그 모든 이야기에 콧방귀를 꼈었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후기들? 애초에 커뮤니티는 절반은 거짓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바론의 글? 그 머저리도 중년 여성-알시아의 어머니-에게 털린 겜알못일 뿐.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이야기가 사실임을 똑똑히 느꼈다.
자신이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는 것조차 순간 잊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 그, 그래! 내가 겁먹을 이유라곤 하나도 없어!’
한발 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호그나이트는 얼굴을 붉혔다.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쪼그라들었단 사실에 몰려든 수치심.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그는 더 가슴을 폈다.
그럴수록 두툼한 배가 앞으로 더 나올 뿐이었지만…….
“알시아! 무슨 낯짝으로 여기 나타난 거냐?! 악마에게 대륙을 넘기기 위한 전초 기지가 파괴되니 초조해진 거냐?!”
플레이를 녹화 중이기에 마치 대본을 읽듯 줄줄 뱉어 내는 호그나이트.
그 꼴은 영락없이 나쁜 짓 하다 걸려 변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
어처구니없단 얼굴로 쳐다보는 재호.
“크흠, 어, 어떠냐? 너로 인한 이 참상이? 네 욕심에 희생된 이 평범한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란 말이냐?! 말해 봐라! 이게 게임이라고 해서 그런 극악무도한 짓 정도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슈아아아-
그때 갑작스러운 돌풍에 호그나이트가 말을 멈췄다.
“뭐? 뭐야?!”
난데없는 현상에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방패를 꺼내 든 호그나이트.
목이 쑥 들어간 채 방패 뒤에 숨은 모습이 언뜻 거북이 같기도 했다.
그 상태로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며 주변을 살피던 그는 돌풍의 원인을 확인하곤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이게 무슨…….”
주변의 불길들이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재호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뭉쳐지며 점점 커질 것 같던 불길은 오히려 사그라들었고 종국엔 작은 불씨조차 모조리 빨아들인 후 소멸해 버렸다.
그 자리에 나타난 건 불로 이루어진 인간.
“감사합니다. 이그리그 님.”
-오호호- 천만에요. 그리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화르륵-
불길이 확 치솟더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재호는 호그나이트를 제대로 쳐다봤다.
“뭐… 뭘 봐?”
“그렇게 물으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질러 대는 미치광이를 잡는 데 이유가 필요할까?
“게다가 그 미치광이가 내 이름을 그렇게 팔아 댄다고 하니 가만있을 수는 없지.”
“무슨 소리야! 이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널 견제하기 위한 거야! 게다가 아코아 섬에서의 잔혹한 학살극은…… 헉?!”
하지만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후욱-
재호의 살벌한 얼굴이 확대되는 것 같다 싶은 순간, 반사적으로 방패를 세운 호그나이트.
그건 제대로 된 방어라기보다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움츠리는 행동에 가까웠다.
다행히 방패가 컸기에 얼떨결에 방어가 되었을 뿐.
꽈앙-!!
그런데 방패 위로 느껴지는 충격은 그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바로 앞에서 폭탄을 터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쿠당탕-
호그나이트는 엄청나게 늘어난 능력치가 우습게도 볼썽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당연히 대미지 자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방금 일격은 충격적이었다.
‘누, 눈으로 볼 수가 없었어!’
이 한 번의 충돌만으로 호그나이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재호와 싸운 상대들이 그토록 무력하게 졌는지 알 수 있었고, 왜 개판으로 찍은 능력치의 꽃집 사장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파앗-
이어 또 확대되며 코앞까지 도달한 재호.
이번에는 막지 못했다.
쾅!!
강철 투구를 주먹으로 때리는데 대포를 옆에서 쏜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제, 젠장! 반격을……!’
쾅- 쾅- 쾅-
하지만 가까이 붙은 재호를 떼어 내지 못하고 호그나이트는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칼리토의 힘으로 강화된 덕에 이렇게 얻어맞음에도 피해는 없었지만 멘탈은 점점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으아아악!”
괴성과 함께 힘을 끌어올린 호그나이트.
그와 동시에 사라졌던 악마의 뿔이 다시 솟아났고 두 손에 강대한 마기가 깃들었다.
그대로 칼을 부웅 휘두르자 마기로 인해 공간이 우그러들었다.
그리고 진하게 남는 마기의 잔상.
단순 휘두르기 같지만, 사실은 수많은 영지를 불태운 강력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재호에겐 닿지 않았다.
부웅- 부웅-
시원시원하게 헛스윙을 날려 대는 호그나이트의 몸을 재호가 열심히 때려 댔다.
“이 개자식아!!!”
잔뜩 독이 오른 호그나이트는 결국 나름대로 자신이 정해 놓았던 선을 넘었다.
그건 바로 저주.
악마의 저주까지 쓰는 건 성기사로서 마지막 자존심까지 포기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고 참아 왔었다.
정확히는 굳이 저주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 없었던 거지만…….
“뒤져!!!”
그의 손짓, 눈짓에 따라 발현되는 강력한 저주들.
그러나 재호에게 가장 의미 없는 것이 저주였다.
특히 악마가 사용하는 저주라면 더욱더.
[] [자연으로부터 사랑받는 당신! 자연계에 허락되지 않는 불순한 힘으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효과1 : 악마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저주 효과가 80% 감소합니다.] [효과2 : 저주로 인한 상태 이상에 면역이 됩니다.]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며 가해지는 주먹 찜질에 호그나이트는 점점 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왜! 왜 안 먹히는 거냐고!!’
점점 더 커지는 동작은 재호를 더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칼리토도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네. 이렇게 어설픈 사람한테 들어간 걸 보면.’
재호는 형편없는 호그나이트 실력은 보며 혀를 찼다.
가진 힘을 반의반도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그건 호그나이트 입장에선 무척 억울한 일이었다.
만약 그가 성기사로서 싸웠다면 이것보다 나았을 터였다.
하지만 악마가 되면서 봉인된 성기사 스킬들 대신 칼리토에게 얻은 온갖 권능을 부리고 있었으니…….
즉, 쉽게 말해 클래스 숙련도 이슈 직격으로 맞았다고 할 수 있었다.
멀쩡해도 재호를 상대로 이기긴 쉽지 않거늘, 미숙한 전투 방식으로 힘만 믿고 휘둘러 댄다?
100번 죽었다 깨어나도 재호를 상대론 이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