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1
1020화
재호와 호그나이트의 전투.
워낙 갑자기 벌어진 상황인데다 예고라 할 만한 것도 하나 없었기에 아무도 모를 이 싸움.
호그나이트는 괜히 싸움에 앞서 오그라드는 헛소리를 해 댄 게 아니었다.
후에 자신이 올릴 영상에서 그럴싸하게 편집해 넣을 생각이었으니까.
그걸 본 알시아가 반박 영상을 올린다?
그렇게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전투가 자신의 승리로 끝이 난다면 알시아도 쪽팔려 침묵할 터였다.
하지만 전투 흐름은 기대와 달랐으며 영상으로 어떻게 해 보려던 계획조차 어긋나고 있었다.
호그나이트 본인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대, 대박……!’
아무리 작은 영지라 하더라도 플레이어 한두 명은 섞여 있는 법.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고 호그나이트를 피해 도망가다 무너진 잔해에 깔린 뒤, 줄곧 죽은 척 숨죽이고 있었다.
이렇게 버티다 호그나이트가 사라진 뒤에 도망치려던 것이다.
혹시나 걸릴까 싶어 회복 포션도 함부로 꺼내지 않고 있었는데, 때마침 재호가 등장했다.
그리곤 이 웅장해지는 싸움을 코앞에서 구경하는 특혜를 얻었다.
시야가 좀 답답하긴 하지만.
개인 방송은 하지 않고 해 본 적도 없어 라이브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녹화는 눌러 놓았다.
“흐흐흐…….”
벌써 커뮤니티 100 추천 글에 올라간 기분이 들었다.
흠칫-
왠지 모를 소름에 호그나이트가 움찔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재호의 일격이 또 한 번 호그나이트를 때렸다.
“큭!”
온몸을 휘감는 위기감.
그는 다시금 텔레포트를 사용해 보려 했으나 이번 역시 가로막혔다.
‘젠장! 왜 이러는 거야!!’
지금까지 잘 되던 텔레포트가 갑자기 되지 않는 상황.
다른 점이라면 눈앞에 재호가 있다는 것 하나였다.
‘저 자식이 뭔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아마 마법의 사용을 저지하는 카운터 스킬이나 아이템을 챙겨 온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런 게 절대 흔하지는 않지만, 재호 정도 되는 플레이어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텔레포트를 막는 건 재호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서 초호화 마법사 전력이 이 일대에서 발생하는 모든 마나 전이를 얼린 상태였다.
적탑, 황탑의 탑주들과 각 마탑 소속 마법사들의 합동 마법이 만들어 낸 강력한 결계.
언뜻 호그나이트를 잡기 위해 너무 과한 노력을 기울인 것 같기도 했으나 모자란 것보단 과한 게 나은 법.
안일하게 대응하다 어이없이 결계가 뚫리고 놓쳐 버린다면 두고두고 아쉬운 결정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다행히 효과를 보았다.
우웅-우웅-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에 뤼니오르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끄응……. 살 떨리는 마력이로군.’
처음엔 재호를 도울지 결계에 힘을 보탤지 고민을 했었지만, 방금 또 한 번 결계를 때린 강대한 마력 덕분에 후자가 옳은 결정임을 확인했다.
당장 가까운 곳의 한 마법사가 반동으로 크게 휘청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왕의 조언을 따르길 잘했군. 이건 고작 임모탈리언 한 명이 지니고 있을 힘이 아니야.’
다행이라면 상대가 힘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 못한 것인지 무척 투박하다는 것.
만약 이만한 힘을 정교하게 다룰 수 있었다면 결계를 뚫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터였다.
‘아니면 지금처럼 무식하게 계속 힘 대 힘으로 충돌을 반복해서 일으켜도 가능할 테지.’
하지만 그건 재호가 계속 방해하고 있기에 불가능했다.
‘허나…….’
제압을 목적으로 하는 전투.
이렇게 강한 적을 상대로는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아직은 재호가 잘 싸우고 있긴 하지만…….
‘쉽진 않아 보이는군.’
재호의 판단에 따라 제압이 어려울 땐 제거하기로 이야기해 두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과 달리 진전은 없는 전투.
“으음?”
그런데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역시 제압은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재호가 본격적으로 무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극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찌 되어 먹은 것인지 계속 두들겨 맞는데도 호그나이트의 모습은 멀쩡했다.
“허어… 저런……!”
아무래도 타이밍을 잡아 결계는 포기하고 재호에게 힘을 보태 줘야 할 듯싶었다.
이대로 결계만 유지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바보 같은 짓이 될 판이었다.
반대편에서 결계를 유지 중일 황탑주 오클랜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내가 나서면 그 또한 눈치껏 나설 터. 우리 두 사람이 기습하면…….’
그때 전장에서 발생한 또 한 번의 변화.
“허업?!”
뤼니오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탄성을 토해 내며 후들거리려는 두 다리에 힘을 다시 주었다.
* * *
전투에 집중하지 못한 채 재호에게 두들겨 맞고만 있는 호그나이트.
아주 튼튼한 샌드백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싸울 순 없는 일.
‘일단 제압을 목적으로 내가 먼저 뛰어들긴 했는데…….’
재호가 아직 무기를 꺼내 들지 않은 건 제압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재호의 주먹질도 평범한 주먹질이 아니었다.
재호의 주력 공격으로 대표되는 건 모종삽과 화염창.
이 두 무기의 존재감 탓에 가려지는 것이 바로 이었다.
라는 세트 아이템으로 다른 두 개와 묶인 이 너클은 방어구 혹은 다른 무기 사용을 위한 보조 아이템 정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엄연히 공격 장비로, 무려 말칸트에게 선물 받은 것이었다.
그걸로 두들겨 패는데도 손맛이 없단 것은 호그나이트의 맷집이 상상 이상이라는 뜻.
‘골치 아픈데. 교황님이라도 같이 왔더라면…….’
워낙 급하게 움직이느라 아나볼릭 교단에 미처 알리지 못했다.
호그나이트가 텔레포트로 언제 휙 사라질지 몰랐으니 말이다.
아니, 곧장 출발해서 왔는데도 영지는 초토화에 호그나이트는 떠날 참이었던 걸 보면 확실히 늦었을 것이다.
‘좋아. 제압은 포기하고 일단 기라도 확실히 죽여 놓자.’
결국 재호는 목표를 바꾸었다.
호그나이트의 맷집이 비정상적으로 강하긴 하지만, 작정하고 때리기 시작하면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일 먼저 만일을 대비해 지금까지 쌓아 둔 의 중첩을 터트렸다.
주먹으로 잔뜩 두들겨 놓았기에 상당한 위력의 폭발이 일어났지만…….
‘멀쩡해 보이네?’
물론 스킬이 제 위력을 내지 못한 탓도 있었다.
[악마가 대상일 경우, 위력이 감소합니다.]‘성기사라고 떠들어 대더니.’
뭐, 머리에서 뿔이 자라 나온 시점에서 이미 악마로 보이긴 했다.
‘악마가 상대라면…….’
화염창의 위력도 푹 죽을 테니 크게 재미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막상 모종삽이나 다른 신성력을 이용한 공격도 시도해 보니 결과가 모호했다.
‘설마 꼴에 성기사였다고 신성력에도 저항하는 거야?’
맷집도 좋아, 마기와 신성력에 동시에 상당한 저항력을 보여…….
‘망할. 괴물이 따로 없네.’
사실 재호가 그렇게 억울해할 필요는 없었다.
호그나이트의 강력한 저주들 또한 재호에게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즉, 서로가 서로에게 성가신 상대였다.
이런 식으로 세월아 네월아 두들겨 패다 보면 결국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호의 공격력은 분명 레벨이나 능력치 수준에 맞지 않게 대단히 높았으며 어지간해선 지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을 만큼 집중력이나 체력도 뛰어났으니까.
단, 상대가 최소한의 게임 센스 정도는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엉망진창이지만 점점 칼리토의 힘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질 테고, 그럴수록 재호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비단 이번 전투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다음에 만날 때도, 그다음에 만날 때도 매번 이런 식으로 싸우게 된다면?
‘지렁이라도 진화하겠지.’
불현듯 재호는 스트로앤 교황이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왜 아나볼릭이 그 희한한 스킬을 줬는지도…….
‘튼튼한 샌드백이니 힘으로 터트려 버리라는 거지?’
솔직히 정말로 이걸 예상하고 준 것일지는 모르겠다.
그냥 편한 쪽으로 대충 생각하고 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스킬인 게 사실이었고 실전 검증도 필요했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보일지…….
[] [신 아나볼릭의 힘이 당신의 육신에 깃들어 전투의 화신이 됩니다.] [당신의 모든 행위는 신 아나볼릭의 이름과 함께 기록됩니다.] [화신으로 변신 시, 지능, 민첩, 마나 능력치가 레벨에 따른 최소 상승량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집니다.] [사라진 능력치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만큼 힘과 체력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아나볼릭 거인이 소환되어 당신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합니다. 거인의 공격은 당신이 시도하는 공격의 두 배 위력을 냅니다.]화아아-
재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
그 소리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둥- 둥- 둥-
북소리인지 뭔지 모를 은은한 리듬이 일정하게 울리며 비트도 만들었다.
그리고 재호의 능력치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lv.323 알시아] [정령화장(후계 등급)] [힘 : 1,268] [지능 : 739] [민첩 : 1,101] [체력 : 1,120] [마나 : 961]기존 재호의 능력치 현황.
[스킬을 유지되는 동안 지능, 민첩, 마나 능력치가 322로 감소합니다.]세 개의 능력치가 감소했다.
동시에 온몸의 관절과 근육에서 뻐근한 느낌도 들었다.
‘지능이나 마나야 그렇다고 치고 민첩은 체감이 좀 되네.’
민첩이 뚝 떨어진 탓에 움직임은 분명 기존보다 둔해지긴 할 터였다.
하지만 애초에 재호의 피지컬은 능력치를 초월한 타고난 영역.
레벨 1 때부터 엘프를 상대로 생존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민첩성이 뛰어났으니 능력치가 감소한 게 큰 장애는 아니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스킬에서 중요한 건 증가하는 힘과 체력 수치였다.
[힘 능력치가 4,021로 증가합니다.] [체력 능력치가 3,873으로 증가합니다.]정신 나갈 것 같은 능력치 상승 폭!
꽈아악-
뻐근함 대신 옹골차게 들어찬 에너지가 근육을 꽉 조였다.
두 손을 가볍게 쥐어 보자 무한한 자신감이 손아귀에서 느껴졌다.
그건 바로 세상 그 어떤 것이라도 두 주먹으로 부술 것 같은 자신감!
실제로 재호의 근육도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더 커진 상태로 완식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다시 말해 아주 흉악한… 아니, 끔찍한 모습이 되었다는 뜻.
“헙?!”
달라진 재호의 모습을 본 호그나이트는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시스템과 상관없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벌크업 된 황재호.
그건 더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우스갯소리처럼 하던 재호와 고릴라의 비교.
아마 지금 재호를 보면 고릴라도 두 팔이 후들거릴 것이라 확신했다.
비틀-
급기야 크게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 말 듯한 호그나이트를 본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디버프도 있나?’
스킬 설명에는 딱히 다른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눈에 띄는 반응을 보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아! 혹시 신성력이 너무 강해서 이번엔 반응이 오는 건가? 잘됐네.’
그렇게 오해를 한 재호는 다시 싸움을 준비했다.
덜덜덜-
공포로 물든 호그나이트의 두 눈동자.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재호의 뒤에 금빛으로 빛나는 근육질 신의 형상이 압도적 존재감을 내고 있다는 걸…….
그 눈에 띄는 효과 따위는 관심도 가지 않을 정도로 재호의 모습은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