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3
1022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게시글을 누른 호그나이트.
“이, 이게 무슨…….”
영상의 섬네일만 봐도 언제 찍힌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요즘 호그나이트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이유? 이 영상에서 보듯 진짜 쪽도 못 쓰고 참교육 당했기 때문임. 사실상 알시아 피해서 도망 다니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그런데 호그나이트 자기가 신의 사도니 뭐니 떠들고 다니지 않았음? 그런데 이 영상만 봐선 신이 아니라 악마 같냐?
└뿔 달린 천사일 수도?
└뉴월드가 아무리 상식 파괴 게임이라지만 그건 아니다. 게다가 기운 뿜어내는 꼬라지 봐라. 저게 어딜 봐서 신성력이냐? 오히려 황재호가 신의 사도지.
최대한 숨겼던 자신의 악마화 모습.
그것이 영상에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자신만 찍혔다면 뭐라고든 억지 핑계라도 댈 텐데, 댓글에 적힌 것처럼 알시아와 너무 적나라하게 비교되었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이, 일단 내 영상부터 다시 내리자!’
그는 자신이 올렸던 영상 페이지로 돌아갔다.
지금 저런 영상이 뜬 판에 자신의 영상이 뒤늦게 공개된다면 비웃음밖에 못 들을 테니까.
하지만 야속하게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집중하는 이번 사태에서 비밀이란 존재하기 어려웠다.
-야! 내가 개웃긴 영상 가져옴ㅋㅋ 호그나이트 지 혼자 뽕 차서 헛소리하는데 참교육 영상이랑 비교해 봐라.
└어? 지워졌는데?
└아씨;; 못 봤는데!
└걱정ㄴㄴ 혹시 몰라서 내가 다운로드 해 놓음ㅋㅋ
마지막 댓글을 보는 순간, 호그나이트는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정성 들여 만든 영상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얘 뭐하는 놈임? 뉴월드 성인겜 아니었음? 중2병이 왜 저 나이에 오냐?
└뭘 모르네. 게임 하는 놈들이 중2병 오는 건 나이랑 상관없음.
└근데 저건 좀 심하지 않냐? 자기 입으로 신의 사도라고 글 썼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은 했는데ㅋㅋ;;
└좀 과하긴 한 듯. 다른 것보다 다짜고짜 알시아랑 싸우려 드는 것부터 제정신 아닌 거 같네.
-정보) 저 자식 옵티마 교단에 끌려갔던 플레이어 중 하나임. 나도 같이 끌려갔던 처지라 잘 아는데, NPC들이 이용해 먹기 좋다고 쟤 대장 시켜줌. 무능한 리더는 적보다 위험하단 게 무슨 뜻인지 그때 뼈저리게 느낌.
└ㅋㅋㅋ무슨 소수 정예니 어쩌니 하지 않았었음? 옵티마 교단의 소수 정예 수준…….
└그 글 싸지른 것도 저놈임.
└아 진짜?ㅋㅋㅋㅋ
-야, 같이 갔다는 놈들 썰 좀 풀어 줘 봐. 쟤 대체 뭐 믿고 저렇게 까부는 거임? 지금 하는 짓도 결국 황재호 피해서 도망 다니는 걸로밖에 안 보이는데.
└뭘 믿는지는 우리도 모름. 그냥 옵티마 교단에서도 주둥이만 떠들던 놈이었음. 그러다 막판에 도망갔고. 근데 다음 날 바로 대륙에 튀어나온 거 보면 도망가다 잡혀 죽은 듯.
└ㅋㅋㅋ지금 하는 짓이랑 비슷한 거 같네.
└아, 그리고 거기서 전멸하기 직전에 이상한 알림 하나 뜨긴 했었음.
옵티마 교단에 끌려갔던 몇 사람들이 아코아 섬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
또한 마지막에 의문의 목소리가 등장했던 것도.
-이건 가정인데, 호그나이트 저놈이 갑자기 변한 건 분명한데, 어쩌면 그때 뭔가를 얻은 거 같음. 그때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NPC들도 갑자기 싹 정신 나가더니 좀비가 되어 버렸거든.
└좀비? 그럼 악마 맞나 보네.
-근데 다른 사람 개인 게임 정보를 너무 막 푸는 거 아님? 다들 즐기는 방식은 다른 법인데 존중해 주는 게 좋을 듯.
└호그나이트니?
“젠장!!”
단번에 간파당한 호그나이트는 얼른 글을 삭제하곤 키보드를 쾅 내리쳤다.
모두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다.
“대체 왜…….”
이기적이고 양아치 짓을 일삼는 건 알시아인데 왜 내가?
그저 알시아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없었다.
이미 알시아는 슈퍼스타로서 모두의 사랑을 받으니까.
‘빛과 그림자 같은 거지.’
불현듯 그렇게 생각하니 호그나이트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거 같았다.
적당히 라이벌 느낌도 드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등신이냐? 이딴 걸로 혼자 만족하게?’
세상은 잘못되었다.
자신은 빛이 되어야 했다.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림자 속으로 들어왔을 뿐이다.
“그래… 그런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야만…….
뚜루루루-
그때, 비디오폰 울리는 소리에 그가 정신을 차렸다.
언제부터 울렸는지도 몰랐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소리가 나고 있었다.
“젠장! 이 시간에 누군데!!”
오후 다섯 시.
딱히 화가 날 시간은 아니었다.
“누구세요!”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화면 너머의 사람을 향해 물었다.
-닉네임 호그나이트. 본명 다니엘 저우. 나이 32세.
흠칫-
소름이 쫙 돋아났다.
다짜고짜 개인 정보를 늘어놓으니 이유 모를 공포가 몰려왔다.
“무, 무슨 소립니까?”
최대한 떨림을 감춰 보려고 하지만, 화면 속 남자의 눈엔 이미 확신이 들어차 있는 게 보였다.
-괜한 눈치 싸움은 그만두지. 해코지하려고 온 게 아니라 널 도우러 온 것이니.
“누구기에 다짜고짜 그런…….”
-가디언 길드다.
“???”
순간 호그나이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 상대는 이미 박멸되고 완전히 사라진 뉴월드의 망령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 * *
제국을 방문한 재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젠트르노 황태자와 의논을 나누었다.
어느 순간부터 제국의 대소사를 직접 나서서 해결 중인 젠트르노 황태자.
그리고 옆에는 루로아 황녀도 자리를 잡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국도 호그나이트에 대한 정보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대응에 나선 상태였다.
하지만 제국이 제아무리 대륙 전체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는 법.
그렇기에 이번 엘리시아 화원과의 논의는 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이번 사태와 깊게 연루된 당사자였으니…….
“희대의 악인이 나타났군요.”
플레이어 중 손꼽히는 악명을 보유한 재호로선 조금 민망한 이야기.
“그자가 만행을 저지르며 그 책임을 대왕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군요.”
“그렇다곤 하는데… 아마 바보가 아닌 이상 호그나이트의 행동엔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겠죠.”
다른 경우라면 평소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에 반감이 있는 자들이 동조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호그나이트가 혼자 무슨 망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설득력을 얻을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재호가 악명이 높다고 하지만, 사실 그만큼 악명을 쌓을 정도로 악랄한 짓을 한 적은 없었다.
호그나이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누군가 동조하는 순간, 학살자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마탑 쪽에서 사람을 보내 올 겁니다. 그들이 알아낸 정보와 기술을 제국을 통해 유통하면 호그나이트 추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자가 일으키는 혼란이 생각보다 커 제국에서도 심각하게 보는 중이었습니다.”
변방의 작은 영지나 마을들만 노리는 철저하게 비겁한 악인.
“그 역겨운 자를 결코 편히 잠들지 못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의 신랄한 비판은 곧 제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선언한 것.
“대왕.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때, 조용히 자리만 채우고 있던 루로아 황녀가 입을 열었다.
“음? 누님께선 혹시 무언가를 보신 겁니까?”
젠트르노 황태자가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그녀의 능력에 무언가 위험이 감지된 것은 아닐지…….
“악어가족의 콘서트가 준비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예상 못한 이야기에 젠트르노 황태자가 당황했다.
“황녀님?”
재호도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이 심각한 상황에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루로아 황녀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어차피 호그나이트는 아무리 날뛴다고 한들 제국이 본격적으로 나선 이상 곧 제압될 것이다.
하지만 악어가족 콘서트는 어쩌면 두 번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귀중한 행사.
“제국 콘서트도 준비만 잔뜩 하다 열리지 않았어요. 그러니 더 놓칠 수 없어요. 이게 흔히 오는 일이 아니란 걸 대왕은 잘 아시죠?”
“그, 그렇죠.”
재호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답했다.
게임 내 사정도 있고 악어가족의 현실 스케줄도 많다 보니 일정에 변동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제국이라고 한들 탑 아이돌의 현실 일정보다 중요할 순 없는 일.
루로아 황녀가 저토록 안달이 난 것도 이해할 순 있었다.
“…그런데 황녀님이 악어가족 일정을 어떻게 아신 겁니까?”
문득 재호는 악어가족 콘서트 이야기가 최근에 나왔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그걸 루로아 황녀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악어새를 통해 소식을 들었어요.”
“…….”
그럴싸하면서 이상한 일이었다.
조용히 준비 중인 콘서트 계획을 악어새는 또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일정이 잡히면 꼭 참석할게요.”
“뭐, 그러시리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말씀드리려고도 했고요.”
재호는 숨기려고 했던 게 아님을 밝히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하… 아무래도 그것 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젠트르노 황태자는 무언가 눈치를 챘다는 듯, 루로아 황녀를 흘겨보았다.
“누님은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다. 대륙에 희대의 미치광이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죠.”
“설마 몰래 가려는 건 아니죠?”
재호는 기겁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안 될 것도 없죠.”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굉장히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호그나이트로 인한 위험이 아니라 황제의 분노가…….
“그, 그렇게까지 위험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줄칸에겐 콘서트를 정상 진행해도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루로아 황녀의 상황이 개입되니 느낌이 확 달랐다.
‘진짜 위험하게 느껴지는데.’
“뭘 그리 걱정하나요? 그 전에 호그나이트를 처리하면 될 일 아닌가요?”
“그으…렇죠?”
그게 제일 깔끔하긴 하다만, 플레이어인 탓에 죽인다고 끝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속에 숨은 칼리토는 또 어떻고.
“대신 제가 도울게요.”
“네? 황녀님이 직접 나선다고요?”
그건 더 위험했다.
“설마 현장으로 직접 나가시겠다는 건 아니죠?”
“이 저주를 활용하려면 제가 스스로 위험에 노출되어야만 해요. 임모탈리언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근처에 나타나는 건 알 수 있죠. 또는 저를 미끼로 호그나이트를 유인할 수도 있을 테고.”
“으음…….”
가만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용할 만한 요소가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꽤 솔깃했다.
최근 호그나이트의 패턴은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
제국과 마탑이 연합해 제대로 된 추격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고…….
‘함정을 파서 완전히 옭아맬 수 있다면 오히려 좋지 않나?’
“저… 누님.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때 젠트르노 황태자가 말리고 나섰다.
호그나이트가 하는 짓이 치졸하기 짝이 없지만, 그 강함은 진짜라고 했다.
그런 장소에 황족이 가는 건 안 될 말이었다.
“아버지께서 절대 허락할 리가 없습니다. 괜히 몰래 시도했다간…….”
“아니, 난 꼭 가야만 해요.”
루로아 황녀의 눈이 의지를 담아 맑게 반짝였다.
“악어가족을 위해서……!”
“…….”
다시 보니 약간 미친 사람 눈 같기도 했다.
“대, 대왕……!”
젠트르노 황태자가 간절한 표정으로 재호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재호가 침묵하는 게 영 불안한 눈치였다.
내심 저 만만치 않은 미치광이라면 갑자기 예상과 다른 짓을 할지도 모른다 싶었으니…….
스윽-
재호의 눈이 젠트르노 황태자를 향했다.
그 눈빛이 미묘하게 루로아 황녀와 비슷했다.
즉,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