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6
1025화
재호가 호그나이트를 잡기 위한 함정을 준비하는 동안, 호그나이트도 재호에게 치명타를 먹이기 위한 준비를 했다.
동시에 가디언 길드 또한 현실에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세 사람-혹은 단체-가 서로 하나로 엉켜 일을 꾸미는 상황.
하지만 딱 하나 재호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변수가 있었다.
바로 가디언 길드의 개입을 재호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가디언 길드 또한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번 움직임을 더욱 은밀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정령탑을 이용하려는 게 일견 부질없는 짓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호그나이트의 불만도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령탑을 끌어들이려는 건 정면충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과거 그런 식으로 시비를 걸었다 본전도 못 건졌던 전적이 있는 정령탑인데, 바보도 아니고 같은 걸 요구할 리가…….
오히려 가디언 길드의 분석 결과, 정령탑은 자신들의 능력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아마 시스템적으로 제한되었을 것이며, 그건 결국 재호를 밀어 주기 위한 월드와이드의 수작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가디언 길드는 가능성을 점쳤다.
정령탑의 진짜 힘인 정령 부대.
그들이 집단으로 엘리시아 화원에서 난동을 부리면…….
“?”
그 이야기를 들은 재호의 당황한 반응.
“바보들이야?”
가디언 길드는 첫 단추부터 완전히 엇나갔다.
재호는 그들의 개입을 모르고 있지 않았으니까.
가디언 길드는 원래부터 단단한 결속력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
공권력을 바탕으로 강제한 단합.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통제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가디언 길드.
그런 이들이 해외의 교민들을 강제로 끌어들인 상황이다.
아무리 철저한 감시를 한다고 해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당연한 일.
특히 이민자들은 더욱더.
물론 가디언 길드는 자신들이 완벽히 통제 중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사람인 이상 그 강압적인 방식에 반감이 없을 수 없었다.
결국 자신들의 실패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전혀 없거나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뜻.
그래서 재호 쪽으로 정보가 술술 새어 들어왔다.
그들 중엔 재호와 일성 플라워즈 팬들도 많았으니까.
심지어 가디언 길드 내 핵심 간부 중에도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혹시 유니폼에 사인 좀 해서 보내 줄 수 없냐는 은밀한 요구까지 하면서.
“근데 얘들은 이제 게임도 못하면서 왜 또 끼어드는 거지?”
재호는 어처구니없단 얼굴로 중얼거렸다.
뉴월드가 너무 하고 싶어서?
아니면 여전히 복수심으로 다른 이유로?
아무튼 지금까지 재호가 상대한 적 중, 최고로 추잡한 집착이었다.
“근데 얘들 진짜 바보 맞는 거 같은데.”
팀 연습실에서 만난 완식도 이야기를 듣더니 헛웃음을 흘렸다.
다른 팀원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
“정령들을 이용해 엘리시아 화원에서 난동을 부린다? 그게 가능하긴 한 거야?”
완식의 물음에 재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불가능하진 않지.”
보통의 경우라면 정령들을 동원해서 타격을 주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상위 정령과 계약한 경우라면 하위의 정령들 정도는 충분히 동원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꽃집을 운영하는 재호 입장에서 분명 치명적이었다.
“아마 그걸 기대한 거 같은데…….”
그건 재호와 정령계의 관계를 착각해도 한참 착각한 것이었다.
현재 재호는 정령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모든 정령이 재호만 보면 호감을 보였으니까.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가디언 길드의 수작이었다.
정령탑이 그 과격한 제안에 따를지도 의문이 들었다.
“정령탑을 데리고 다른 뭔가를 해 보려는 거면?”
완식이 재차 물었지만, 이번에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가디언 길드가 자기네 집안 단속도 못할 정도로 무능한데, 또 헛발질 하는 거라고 봐야지. 지금 정령탑은 엘리시아 화원의 상대가 절대 안 돼.”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능한 게 있고 불가능한 게 있는 법.
“그보다는 가디언 길드랑 호그나이트가 손을 잡았다는 게 신경 쓰이네. 하필 붙어먹어도 그 둘이 붙을 줄이야.”
“그 인간은 아예 막장으로 가려는 모양인데, 이참에 네가 먼저 터트려 버리는 건 어때?”
완식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가디언 길드는 뉴월드 플레이어로선 공공의 적이잖아. 근데 호그나이트가 그 공공의 적이랑 손을 잡았다? 그럼 지금 나오는 쓸데없는 논란들은 단번에 잠재울 수 있을 거 같은데?”
“당장 벌어진 이슈만 생각하면 그것도 나쁘진 않지.”
가디언 길드야 아무리 발악해도 게임을 직접 할 수 없는 이상, 행동엔 제약이 있다.
그러니 인게임에서 활동하는 호그나이트만 틀어막아도 치명적일 터.
“그런데 좀 아쉽잖아.”
“뭐가 아쉬워?”
“정보의 비대칭. 저쪽은 모르고 우리는 알고 있잖아. 그럼 속여 먹기 좋지. 함정까지 준비하는 상황에서 먼저 판을 흔들 필요는 없다고 봐.”
꼭 그게 아니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을 테고 말이다.
“아…… 그래. 네가 어떤 놈인지 잠시 잊고 있었네.”
완식은 이해했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령탑은 이대로 방치?”
“알리오올리오한테 이야기해 놓지 뭐.”
하지만 알로에올리오에게 이 정보를 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아니, 요청을…….
-알시아! 정령탑 좀 도와줄 수 없겠어? 거기 난리 났다는데.
그리고 그건 썩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 * *
정령탑이 의문의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았다.
그 피해는 생각보다 컸는데, 목적도 전략도 알 수 없고 죽음마저 무릅쓴 막무가내 공격이 계속 이어진 탓이었다.
정령탑에 깊은 원한을 가진 게 아니라면 도무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공격.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해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정령탑의 수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었다.
정령탑이 마탑과 비교해 그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지금 벌어진 참상은 너무 심했던 것이다.
-정령탑주를 알시아가 담가 버려서 그런 거잖아.
└최신 정보 업데이트 안 하냐? 정령탑주 그냥 멀쩡히 살아 있구먼. 놀러 다니느라 바쁘시단다.
-근데 정령탑주가 없어서 털린 게 사실이긴 함. 예전부터 정령탑의 80% 정도는 유일한 정령왕 계약자인 정령탑주한테서 나온다고 말이 많았거든.
└그럼 정령왕 둘이랑 계약한 알시아는 뭐냐ㄷㄷ
-흠… 타이밍 공교롭네. 하필 이렇게 어수선한 타이밍에 정령탑이 공격받는다? 흐음…….
└왜? 알시아가 한 거 같다고 말하고 싶어서?
└개소리지. 알시아가 뭐하러 정령탑을 공격함? 오히려 의심하자면 요즘 제일 유명한 또라이 호그나이트가 유력하지 않겠냐?
-호그나이트는 아닌 이유. 얘는 한참 늦게 중2병 온 아저씨임. 그리고 그런 애들 특징이 바로 고독한 나에 취한다는 것. 지금까지 호그나이트가 다른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 거 나온 적이 있냐? 혼자 난장판 피우고 다녔지.
└솔직히 알시아가 제일 의심되긴 하지. 실제로 알시아는 정령탑이랑 사이 안 좋잖아.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 본 재호는 가디언 길드의 수작질이 예상한 것처럼 단순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여론전을 일으킬 줄이야.’
물론 이게 당장 재호에게 타격이 있다거나 하진 않지만, 아주 살짝 거슬리게 하는 효과는 있었다.
‘아니다. 내가 가디언 길드라는 걸 알고 있어서 짜증 나는 건가? 그럼 몰랐다면 심드렁했을지도 모르는데? 가디언 길드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유출한 건가?’
예상 못한 일격을 당한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아프지는 않고…….
‘생각해 보면 가디언 길드가 한 일 중에 제일 위험한 건 진짜 암살자들 보낸 일이었지. 게임에서 하는 건 죄다 어설펐고.’
그럼 이번 일도 그 어설픈 작전 중 하나일까?
‘뭔가… 영 찝찝한데. 왜 굳이 정령탑을 공격했지?’
사실 재호가 혼란스러워하는 건 당연했다.
정령탑 공격은 가디언 길드 쪽에서도 의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령탑을 회유하려고 했지, 공격하려던 게 아니었다.
일이 틀어진 건 호그나이트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
게임 내 지휘관인 그를 가디언 길드는 제지할 수 없었다.
가디언 길드의 핵심 관계자들이 게임을 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
그들도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곤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반면 호그나이트 처지에서 보면 이번 일의 의도는 명확했다.
바로 재호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
정령탑 공격에서 자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상대인 재호는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 상황의 배후에 분명 호그나이트.
‘이 몸이 있을 거라고!’
대륙 각지를 휘저어 놓는 자신의 신출귀몰한 움직임에다 정령탑 습격까지.
그럼 자신이 황녀를 노릴 것이란 것도… 그리고 황녀의 안전에 신경 쓰는 것도 느슨해지리라.
‘천재적이야! 나보고 머리를 쓸 줄 모른다고? 웃기는 소리!!’
적도 속이고 아군도 속이는 이 완벽한 전략!
그리고 재호도 속였다.
재호는 호그나이트가 가디언 길드와 합의되지 않은 일을 벌였다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어쨌든 그로서는 이제 최종 목표에만 도달하는 것만 남은 상황.
마침 상황도 호그나이트에게 더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속보! 알시아 정령탑 도와주려고 출동! 이걸로 알시아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걸로 판명 났다!
└야… 이거 느낌 쎄한데? 알시아가 왜 움직임?
└도움 맞음……?
‘어그로가 먹혔다!’
그 글을 확인하고 곧장 게임에 접속한 호그나이트.
그가 선 곳은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였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구조물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 * *
재호는 엘리시아 화원을 벗어나 정령탑으로 향했다.
사실 도와주러 간 건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었다.
진짜 순수하게 도와주러 간 것.
‘생각해 보면 아리아오리브도 웃긴 애야.’
그가 재호에게 도움을 청한 건 손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대타를 부탁한 것이다.
함께 여행 중인 정령탑주 캐스트가 정령탑이 난리가 났는데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 것이 컸다.
어찌 보면 매정하기 그지없었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정도는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자신은 완벽하게 야인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문제는 정령탑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단 거지.’
그래서 알로에올리오가 생각하기에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강한 사람인 재호에게 부탁한 것이다.
제안은 썩 나쁘지 않았다.
정령탑의 관계가 껄끄럽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행위는 이들에게 빚을 하나 지워 두는 상황.
만약 이후에 정말로 알로에올리오가 새로운 정령탑주가 된다면 그의 권력에 힘을 실어 주기도 좋을 것 같았다.
단, 재호가 이 제안이 괜찮다고 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령탑 쪽 일의 배후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내가 여기 오면서 먹지 않고는 못 참을 떡밥이 완성됐지.’
지금까지 재호는 계속 루로아 황녀-로 변장한 다키스트- 옆에 붙어 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황녀는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였고 재호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바쁜 행보가 멈추진 않는다.
그 모습이 딱히 어색해 보이지도 않을 테고, 오늘은 본격적인 리허설 공연이 계획된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
‘여기서 빈둥거리며 저쪽에서 무슨 일이 지켜보기만 하면 돼.’
준비는 다 되었고 남은 건 그물에 물고기가 들어오냐 안 들어오냐만 지켜보면 되었다.
그렇게 기대를 잔뜩 품고 있을 때…….
-알시아 님!
악어새들이 모여 만든 길드 악어단.
그곳의 길마 랍이 귓속말을 보내 왔다.
-공연장을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범상치 않은 뱃살을 보면 목표물일지도 모릅니다!
그녀에게서 온 희소식에 재호는 씩 웃었다.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겠네.”
재호는 마침 정령탑에 또 나타난 습격자들을 보며 씩 웃었다.
-속보! 알시아 정령탑 털러 온 거 맞음!
그로 인해 작은 오해가 생겼다는 건 나중에 안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