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7
1026화
-호그나이트! 알시아야! 네 말대로 알시아가 여기 나타났어!!
-넌 어디 있어?! 빨리 와서 잡으면 돼!!
-우릴 해방해 줘! 알시아만 잡으면 가디언 길드가 놓아준댔다고!!
-호그나이트!!! 빨리! 네가 없으면 알시아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
-으아아악! 살려 줘!!
호그나이트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귓속말들.
하지만 본격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아우성을 계속 들어 줄 생각은 없었다.
‘싹 다 차단.’
어차피 그 하루살이 같은 놈들은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가디언 길드에게 이용당하는 입장일 뿐.
유일하게 이용당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인 만큼, 역시 저들을 이용할 권리 또한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호그나이트도 잘 몰랐다.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저 과몰입한 아저씨일 뿐.
즉, 개소리에 불과했다.
시끄럽던 귓속말이 사라지고 찾아온 고요.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 고요는 점점 사라져 갔다.
점점 많아지는 인파.
아마 악어가족의 콘서트가 가까워지면서 팬들이나 장사꾼들이 모여든 것 아닐까 싶었다.
‘저곳에…….’
멀지 않은 곳에 악어가족의 콘서트 리허설이 열릴 거대한 건축물이 보였다.
악어가족이 시작한 가상현실 콘서트가 생각보다 반향도 컸던 탓에 관심을 보이는 가수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음유시인 쪽 클래스로 자신의 본업과 게임 속 직업을 일치시켜 즐기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악어가족이 보여 준 건 그런 것과는 궤가 달랐다.
현실과는 다른 제법 새로운 공연 연출이나 평소 자신이 불가능한 퍼포먼스를 게임 능력치나 스킬을 통해 극복하는 등등.
게다가 수입도 현실 못지않게 좋다는 점도 장점.
그런 것들이 다른 탑가수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제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한들 뉴월드에서 냅다 공연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려면 장소 제공부터 시작해 수많은 관계자의 준비와 협력이 필요한데, 그런 걸 NPC들을 통해 얻을 순 없었다.
이 세계의 원주민인 NPC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래서 엘리시아 화원과 미네랄워터가 공연장 건설에 투자했다.
향후 이 공연장은 미네랄워터 소속 가수들뿐 아니라 다른 가수들도 찾는 뉴월드 유일이자 최고의 공연장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 날 것이다. 알시아! 네놈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주마!’
호그나이트는 이를 꽉 물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악어가족에겐 미안하지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테니까.’
스스로도 믿지 못할 다짐을 하며 인파 속으로 스며든 호그나이트.
공연장 주변 경계는 그리 꼼꼼하지 않았다.
아마 그만큼 이곳이 안전한 장소라는 믿음이 있어서일 터.
‘건방진 놈.’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죄다 아니꼽게 보고 있는 게 자신이란 걸 모르지 않지만…….
‘음?!’
그때 호그나이트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파가 저절로 쫙 갈라지니 안 보기도 어려웠다.
두 명의 기사와 한 명의 시종과 함께 걸음을 옮기는 한 사람.
‘황녀!!’
안에 들어가서 황녀를 어떻게 찾을지, 또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이었건만 저절로 해결되었다.
이대로 은밀히 뒤를 밟기만 하면…….
-멈춰라.
묵묵히 있던 칼리토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뭐야? 이번엔 또 왜?’
저절로 튀어나오는 짜증.
이 짜증 나는 악마놈은 필요할 땐 조용하고 자신이 뭔가를 해 보려고 하면 제멋대로 간섭하곤 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
-이 근처에서 마계와 이어진 길이 느껴지는군.
‘여기에 마계와 이어진 포탈이 있으니 당연한 거지! 뜬금없는 소리 할 거면 그냥 계속 조용히 해 줬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잘되었다. 마계로 가자.
‘…뭐?’
이 자식은 왜 또 이 지랄일까?
자신이 기획한 이 멋진 작전의 하이라이트가 코앞까지 왔는데, 갑자기 머리를 돌리라고?
‘헛소리하지 마.’
그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짓이었다.
지금 코앞에 황녀가 지나갔다.
하늘이… 아니, 시스템이 점지해 준 이 완벽한 기회를 날려 보내는 건 말도 안 되었다.
‘이번 일만 하고 마계로 가 주지.’
거기까지 말한 뒤, 호그나이트는 루로아 황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당신의 레벨이 50 감소합니다.]또 시작된 레벨 협박.
하지만 이번만큼은 호그나이트도 물러나지 않았다.
[당신의 레벨이 50 감소합니다.]총합 100이 감소했다.
솔직히 두려운 패널티였다.
만약 기분이 상한 칼리토가 레벨을 복구해 주지 않는다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레벨이 떨어진다고 해서 문제도 아니지.’
몇 차례 이런 협박을 받아 본 호그나이트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레벨이 하락한다고 한들, 여전히 칼리토의 강력한 권능은 남아 있다는 사실!
칼리토의 권능이 남아 있는 이상, 레벨은 그리 중요한 능력치가 아니었다.
그 모든 걸 초월한 것이 바로 이 힘이니까!
‘그러니 일단은 내 작전을 끝낸다!’
타탓-
민첩함이 떨어지는 성기사 클래스인데도 불구하고 제법 은밀하게 공연장 안으로 진입한 호그나이트.
‘저쪽인가?’
루로아 황녀가 이동한 방향을 추측하며 뒤쫓았다.
다행히 내부에선 다른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추격이 어렵진 않았다.
‘이쪽인가?’
점점 더 안으로 진입할수록 커지는 음악 소리.
이윽고 무대가 그리 멀지 않은 관객석 가운데로 빠져나왔다.
무대 위엔 열심히 합을 맞추는 중인 악어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가능하면 저들은 건드리지 않기로 한 상황.
그래서 금방 관심을 끊고 루로아 황녀를 찾았다.
‘저ㅤㄱㅣㅆ다!’
관객석 가운데 앉아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호위 기사들은 경계심을 풀고 무대를 지켜보는 상황.
‘흥. 황녀의 호위라는 놈들이 엉망이군.’
파앗-
단숨에 거리를 좁힌 후, 한쪽 팔을 쭉 뻗었다.
호위 기사들이 놀란 표정만 보일 뿐, 반응 못하는 게 똑똑히 보였다.
완벽한 무방비!
그대로 황녀를 향해 칼리토의 새빨간 힘이 뱀처럼 쏘아져 나갔다.
저 조그마한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리지 않을까 싶은 그 순간…….
우드득-
갑자기 황녀의 고개가 부러질 듯 돌아가더니 호그나이트를 똑바로 쳐다봤다.
‘뭣……?’
자신이 내뿜은 공격은 아직 허공을 날며 황녀에게 도달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찰나의 시간.
호그나이트는 머릿속에서 경고가 맹렬히 울렸다.
콰아앙!!!
강한 폭발과 함께 치솟은 먼지와 불길.
이내 그 불꽃이 사그라들더니 황녀가 뻗은 두 손에 모여들었다.
평범한 NPC가 보일 수 없는 능력.
철컥-
이어 어느 틈에 접근해 온 황녀의 시종이 치마 아래에서 웬 철제 무기를 꺼내 펼치더니 호그나이트를 겨눴다.
꽤 매니악한 무기로 제법 인기가 있는 건블레이드!
쾅-!!
건블레이드의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이 그를 멀리 날려 보냈다.
전혀 방어하지 못했지만, 어차피 막강한 체력 수치와 회복력 탓에 대미지는 없었다.
쿠당탕-
그저 볼품없이 바닥을 구르게 된 상황에 자존심이 상할 뿐.
벌떡-!!
최대한 멋져 보이도록 의식하며 몸을 굴린 호그나이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
그런데 일어나서 보니 악어가족이 연습하던 무대 가운데 자신이 선 상태였다.
하지만 악어가족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고 꼭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는 듯이…….
“??”
이윽고 정신이 번쩍 든 그의 눈에 관객석 상단이 보였다.
황녀가 앉아 있던 곳보다 더 뒤쪽의 좌석들엔 사람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남녀가 뒤섞여 있었는데, 여자들의 표정은 마치 귀신이라도 씐 거처럼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건 상의를 훌러덩 벗은 근육질 남자들.
흉하게 다리를 쩍 벌리고 있었는데, 두꺼운 허벅지 때문인지 입고 있는 강철 팬티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어…….”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광경에 순간 뇌가 정지한 그는 남자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강철 팬티를 말이다.
“저 새끼 완전 또라이네? 감히 악어가족을 노릴 생각을 해?!”
무대 앞까지 내려온 황녀의 입에서 나오는 걸쭉한 욕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억울한 누명이었다.
“악어가족을 노린 게 아니…….”
“허허,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있다고 착각하는 생쥐가 나타날 거라더니 정말이로군요.”
흠칫-
기척도 없이 뒤에서 들려오는 차분한 중저음에 호그나이트가 기겁하며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지난번 알시아와의 싸움에서 잃어버린 탓에 대충 구한 싸구려 검.
최근엔 오직 칼리토의 권능만 쓰고 있어 장식이나 다름없는 것이지만, 오랫동안 성기사로 활동해 온 탓인지 당황한 상황에서 저절로 뽑아 든 것이다.
하지만 그 검에 더는 신성력이 깃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신성력의 흔적을 호그나이트 뒤에 나타난 스트로앤 교황은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텁-
호그나이트의 검을 우람한 팔로 손으로 잡고 있으니 마치 장난감 칼이 된 것 같은 착시가 일어났다.
“이익!!”
늘어난 자신의 압도적인 능력치.
레벨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상승 폭이 무지막지해서 의미가 없을 정도인 힘 능력치가 스트로앤 교황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어, 어떻게…….”
“어리석은 사람이여. 어찌 신을 모시는 자가 악마의 종을 자처한 것입니까?”
스트로앤 교황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 대답을 들은 호그나이트는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러는 네놈은 악마가 된 주제에!!”
호그나이트도 스트로앤 교황을 알아본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통제할 수 있기에 인간이지요. 하지만 그대는 그저 욕망에 휘둘려 아까운 생명을 너무나 많이 앗아 갔습니다.”
“닥쳐!!”
퍽!!
강철 기둥 같은 스트로앤 교황을 밀치며 물러난 호그나이트가 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해 도주를 시도했으나…….
[텔레포트가 불가능합니다.]역시나 발동되지 않는 텔레포트에 호그나이트는 힘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된 이상 황녀라도 확실히…….
“어?”
그런데 변장을 벗어 던진 황녀의 얼굴이… 자신의 기억과 달랐다.
아니, 오히려 잘 아는 얼굴이었다.
“다키스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뉴월드 팀의 선수를 못 알아볼 리가…….
‘함정…….’
그제야 지금까지 줄곧 느껴지던 위화감들이 하나로 조립되었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 활짝 열린 사막의 경계.
공연장의 분위기.
계속해서 불필요하게 모습을 노출했던 황녀.
그리고 알시아의 부재로 완성된 밥상.
‘처음부터…….’
한참 전부터 자신을 잡기 위해 준비된 덫이었다.
첫 추격은 방심과 운이 작용하며 발생한 이벤트였지만, 그다음부턴 자신을 쫓지 못하던 것이 사실.
그래서 직접 자신을 끌어들인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직접 준비한 작전에 자아도취 했었거늘, 사실은 놀아나고 있었단 진실을 마주하기 쉽지 않았다.
“으아아아!!”
분노와 짜증이 뒤섞여 힘을 터트렸다.
텁-
그런데 그 무형의 기운을 향해 두 팔을 쩍 벌린 스트로앤 교황.
“흡!”
그의 가슴 근육이 쫘자작 갈라지며 힘이 들어가더니 호그나이트의 기운을 완력으로 압축하기 시작했다.
아니, 실제로는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황금 기운이 칼리토의 힘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보기엔 힘으로밖에 안 보였다.
“끄으으으…….”
알시아에게 느꼈던 그 벽을 또 한 번 느끼는 호그나이트.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사실상 스트로앤 교황은 현존하는 인간 NPC 중,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꾸구국-
점점 구겨지던 호그나이트가 이대로는 답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모든 힘을 도망가는 데 쓰려고 했다.
그래도 작정하고 도주를 시도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무대 주변을 둘러싼 아나볼릭 교단 사제와 악어단 길드원을 보자마자 온몸의 기운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걸 느꼈다.
‘칼리토!! 네 힘을 훔쳐 간 놈이라고! 뭘 좀 해 봐!!’
다급히 그를 외쳐 보지만,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는 한마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