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3
102화
“?!”
테일러의 말에 적잖이 놀란 듯한 아리프.
“네놈이 그걸 어찌 알고 있는 것이지?”
“사실 전…… 알시아의 호위였습니다.”
채채챙!
순식간에 아리프를 포위하듯 둘러싼 기사들.
그리고 수 개의 칼끝이 테일러를 에워쌌다.
“네 이놈!!!! 감히 그런 소리를 뱉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제가 만약 아리프 폐하를 해하고자 했으면…… 굳이 이런 이야기를 했겠습니까?”
“……다들 진정하라.”
아리프는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대단한 배짱이구나. 감히 내 앞에서 그 괴물에 대해 이야기할 줄은.”
움찔―
튀어나가려는 티나를 재호가 간신히 붙잡았다.
“하지만 네 녀석이 뱉은 말을 난 믿을 수 없다. 근거가 없다면 말이다.”
“그, 근거는…….”
두 눈을 질끈 감은 테일러.
“사실 전 불곰국 소속의 암살자입니다! 그러다 놈에게 약점을 잡혀서…… 크흡……! 제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십니까? 매번 이용당하고 심심하면 절 죽이고……. 사실 처음 알시아를 만났을 때, 사막에서 암살을 시도했는데…….”
테일러는 재호와의 첫 만남부터, 자신이 겪은 속 터지는 사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기 시작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이야기.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험한 꼴들을 당한 테일러의 이야기는 적들마저 동정심을 품게 만들 정도였다.
“그 시ㅂ……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험한 말이…….”
“흠흠, 괜찮네.”
아리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알시아 그 더러운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게 그대의 목적인 것인가?”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 전쟁을 주동한 것도 그 자식의 짓입니다!”
“쯧, 내 그럴 줄 알았지.”
아리프가 혀를 차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라. 어차피 날 몰아내려는 어리석은 전쟁은 결국엔 저들의 패배로 끝날 테니까.”
아리프의 넘쳐흐르는 자신감.
순간 테일러는 고민이 되었다.
아예 자신이 이쪽에 붙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아냐. 알시아 그놈은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할 놈이야. 괜히 돌아섰다 꼬이면 골치 아파져. 게다가 영상들도 가지고 있고…….’
다행히 금방 제정신이 돌아온 테일러였다.
“경비대장. 가서 내 명령을 전하도록.”
그때, 아리프가 뒤에 서 있던 기사에게 말했다.
“더 이상 힘 빼지 말고 왕성까지 진군하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는 곧장 자리를 떠났고, 아리프는 집사에게 다른 명령도 내렸다.
“이 불쌍한 녀석이 할 만한 일을 찾아 볼 테니 쉴 공간을 내어 주도록.”
“어어? 가, 감사합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도록. 조만간 그대에게 임무를 내려 줄 터이니.”
테일러는 얼떨결에 집사를 따라 저택의 별채로 들어가 버렸다.
모든 정황을 지켜본 재호도 잠시 물러났다.
“좋아. 그럼 우린 계속 대기하자.”
“그런데 언제까지고 이렇게 숨어 있을 순 없지 않나요?”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이동속도 및 민첩성이 하락합니다.]너무 오래 쪼그려 있었던 탓에 디버프 경고도 뜨고 있었으니.
“흠…….”
주변을 대충 훑어본 재호는 정원의 가장 후미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곤 주변의 식물들에 스킬을 사용했다.
쿠드드드―
빠르게 자라나 마구 뒤엉켜 풍성해진 식물들.
재호는 그 가운데에 공간을 만들어 일행을 들였다.
“여기서 다리 쭉 뻗고 있자.”
“괘, 괜찮겠죠?”
아무리 봐도 너무 티 나는 수풀이었으나…….
다행히 기사들은 거기까지 신경 쓰진 않았다.
* * *
아리프의 진군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전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진 성벽을 뚫고 들어올 거 같던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진입하지 못했다.
급기야 조금 전부터는 도리어 밀려나오기 시작했으니.
“젠장! 저것들 뭐야?”
“나도 몰라! 갑자기 뒤쪽에서 나타났는데 엄청 강해!!”
쿠웅― 쿠웅―
방패를 앞세운 채 한 몸처럼 움직이는 거구의 기사들.
최전선에 선 그들은 달려드는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재로 만들어 버렸다.
최소 네임드.
그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엇? 저거……!”
누군가가 기사들의 방패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거 라셀 왕실 기사단 아냐?!”
방패에 새겨진 왕실 마크.
“미친!!! 아리프인가 뭔가 하는 놈 반역 맞네!!!”
귀족 영지에 주둔하는 왕실 기사단이라니.
다른 나라 같으면 진작 모가지가 잘려 나갔을 일이었다.
쿠웅―
콰드득―!!!
“끄아악!!”
“도, 도망쳐!!!”
친위대를 제외하면 왕국 최고 전력이라 해도 되는 왕실 기사단!
그들은 그 힘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젠장……! 이거 안 돼!!”
“랭커들은 뭐 하는 거야!!! 좀 앞에서 싸우라고!!!”
뒤에서 단물만 쪽쪽 빨아먹던 랭커들을 향한 불만이 결국 터져 나왔다.
“뭐? 꼬우면 꺼지던가!”
“우리가 죽으면 나중에 아리프는 누가 잡으라고?! 저 안엔 더 강한 적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힘을 낭비하면 안 돼!”
그에 질세라 랭커들도 맞받아쳤다.
“뭐, 뭐라고?! 이 XX!! 너 불곰 길드지?! 이 새끼야! 이러다 뒤통수치려는 거 모를 줄 알아?!!”
“뭔 미친 소리야?”
“안에 들어간 우리 파티원이 다 말해줬어! 테일러 그 새끼가 싹 다 아리프한테 팔아 넘겼다고!”
“어?! 우리 파티원도!”
“불곰국 사실 아리프 쪽 간첩 아냐?!!”
“허, 헛소리하지 마!!! 무슨 근거로 그러는 거야?!”
그러면서도 불곰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바빠졌다.
―테일러! 어떻게 된 거야?!
―응? 뭐가?
―다른 파티에서 네가 뒤통수쳤다고 난리야!
―…….
―…응? 뭐야? 너 왜 말이 없어?
―……암살자는…… 아무도 믿지 않아…….
―?
[님은 현재 귓속말을…….]“이런 시ㅂ……!!!!”
불곰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난처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이미 자신들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형성된 진영.
“오, 오해야!!! 우린 안 그런다고!”
“뭘 보고 믿으라고? 더러운 불곰 놈들!‘
“아니라니까!!! 테일러가 지 멋대로 저지른 거야!!”
“그렇다면 증명해!”
“증명하라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향했고, 불곰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그것을 따라 고개가 돌아갔다.
그 끝에 있는 건 왕실 기사단!
“자,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죽으러 가란 소리잖아!”
“아니면 여기서 죽던가!”
“으으…….”
그들에게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여기서 확실히 죽든가, 아니면 왕실 기사단한테 덤벼서 명예롭게 죽든가.
“아, 알았다고! 싸우면 되잖아!!!”
“빌어먹을!!!”
결국 그들은 최전선에 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제법 수준 높은 플레이어들이 섞여 있어서 버티긴 했으나, 결국 나가떨어지는 건 다르지 않았다.
“젠장!! 아니, 그래도 우리만 보내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나와서 같이 좀 싸와 주라고!!!”
강 건너 불구경인 플레이어들에게 항의를 해 보아도 돌아오는 건…….
절그덕― 절그덕―
“?”
“응?”
그 순간, 갑자기 전장 가운데 나타난 기이한 존재.
몸과 연결된 쇠사슬에 주렁주렁 달린 방패들과 이따금 웃음을 피식피식 흘리는 광인…….
“뭐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천하무적의 왕실 기사단도 전진을 멈춰 버렸다.
“내 방패…….”
“응?”
“내 방패 내놔!!!”
[10분간, 모든 전투 능력치가 두 배 증가합니다.] [컨트롤이 불가능합니다.]테일러보다 더 불쌍한 우스터의 등장이었다.
* * *
수풀 속에 편안히 쉬고 있던 사만다는 막 도착한 귓속말에 재호를 불렀다.
“우스터가 왔다고 합니다?”
“응? 누구?”
“알시아님이 가지고 있는 방패 주인 말입니다.”
“아! 맞아. 방패 돌려주기로 했었지.”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굳이 여기까지 왔대?”
“뭐…… 방패를 찾을 수 있다고 하니 들떠서 온 것 아니겠습니까?”
“잘됐네. 그래도 제법 강하니까 전장에 손 좀 보태주면 되겠네.”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우스터가 여기까지 온 과정을 크루와상에게 모두 들은 사만다는 걱정이었다.
화원에 도착한 우스터는 재호가 없다는 사실에 눈이 뒤집혔으나, 다행히 엘프들에 의해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그리고 곧장 라셀 왕국으로 출발해 도착했으나…… 이번에는 재호가 아리프 영지 내에 있다는 사실에 다시 눈이 뒤집혔다.
그 탓에 잔뜩 독이 올라 있을 우스터였으니…….
‘또 미련하게 날뛰다가 죽어서 아이템 떨어트리진 않겠지?’
바로 그게 걱정이었다.
* * *
약 10분간 이어진 우스터의 활약은 눈부셨다.
능력치 두 배 증가는 저주라기엔 지나치게 좋았고, 그 순간만큼은 전장의 어떤 랭커들보다도 강력했다.
그가 쓰러트린 왕실 기사단은 무려 두 명!
“하아…… 하아…….”
그리고 새하얗게 불태운 우스터는 방패를 지팡이 삼아 겨우 버티고 섰다.
“젠장……. 방패를 받아야 하는데…….”
쉬지 않고 여기까지 왔는데 또다시 뒤로 미루어진다는 사실에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텁―
그때, 지친 그의 팔을 붙잡은 누군가의 손길.
“훗. 제법이야.”
“?”
코를 쓱 하며 격려하는 그.
“이젠 우리한테 맡기라구.”
“??”
우스터의 눈부신 활약에 다시 용기를 얻은 플레이어들.
“왕실 기사단은 무적이 아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이번엔 랭커들도 확실히 앞에 나섰다.
우스터가 혼자서 둘을 쓰러트리는 걸 확인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 이면엔 다 철저한 계산이 있었지만…….
‘이대로 더 활약하게 두면 안 돼!!!’
어쨌든 잘된 일이었다.
* * *
척―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아리프의 호출을 받은 테일러가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흠, 저 바깥의 벌레 같은 놈들이 상당히 발버둥을 치고 있다더군. 그대가 해결해 줬으면 싶은 놈이 있다.”
아리프는 영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그만큼 전황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뜻.
“목표는 온몸에 방패를 둘둘 두르고 있는 놈이라고 한다. 적들의 우두머리로 추정된다는군.”
“그놈을 죽이면 되는 겁니까?”
“아니, 네 실력에 암살은 바라지도 않는다. 발목만 잡아도 충분하다. 성공한다면 그대에게 영원한 부귀영화를 제공해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명령을 수령한 테일러는 곧장 저택을 빠져 나왔……다가 다시 담벼락을 타넘었다.
“야야― 나 왔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덤불 속에서 재호가 손짓했다.
“뭐야? 뭐 그런 곳에 있…… 헉?!”
안으로 들어온 테일러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생각보다 안락한 내부!
그 안에선 재호와 사만다가 무언가를 열심히 만지고 있었고, 플레이어와 달리 NPC인 티나는 피로 회복을 위해 편히 누워 숙면 중이었다.
그녀의 양옆에 역시나 가지런히 누운 작은 정령 둘까지.
“…….”
저택 안에서 피 말리는 1분 1초를 보내던 자신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
“왜?”
“엉? 아, 아냐. 아무튼 지금 임무 받고 나왔는데 어쩌냐?”
“임무?”
“뭔 방패를 온몸에 달고 다니는 놈을 붙잡아 두라는데…….”
설명을 들은 재호와 사만다는 쉽게 누군지 짐작이 가능했다.
“걔는 대체 뭔 짓을 했기에 아리프가 따로 명령을 내릴 정도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텐데…….”
“혹시 우스터 걔한테 잠시 전장에서 좀 벗어나 달라고 할 순 없을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사만다는 곧장 우스터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러곤 이내 얼굴이 굳었다.
“어…… 그게…….”
“왜?”
“무조건 당장 와서 방패를 받겠다고…….”
“버티면 방패 안 준다고 해 버려.”
그녀는 다시 귓속말을 전했고.
“당장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좋아.”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 넌 여기 잠시 있다가 돌아가 암살 성공했다고 보고해.”
“그다음은?”
탁―
재호는 만들고 있던 정체불명의 아이템을 내려놓고 테일러를 진지하게 바라봤다.
“……안 해.”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또 느낌이 왔어. 너 분명 말도 안 되는 일 시키려는 거잖아!”
“아냐.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은 맞는데 이번에는…… 아! 이번에‘도’ 선택권을 줄 거야.”
재호는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꽃으로 만든 아이템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리프를 조지려고 준비해 놓은 것들이야.”
“이게?”
불신 가득.
“확실히 아리프는 조질 수 있을 거 야. 단, 사용자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지.”
바로 레드를 강렬한 일격을 가능하게 해 주었던 바로 풀 플라워 드레스 세트!
재호가 테일러의 어깨에 손을 턱 하고 올렸다.
“어때? 한 방에 라셀 왕국의 영웅이 될래? 아니면 이대로 아리프 대공의 간첩으로 남을래?”
“……잠깐만. 너 말이 좀 이상하다?”
테일러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은 영원히 더럽고 추악한 배신자로 남는다는 걸!
뭔가 한 건 해야 자신이 이번 전쟁에서 한 일들이 그나마 정당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너, 너 설마……!!”
“응? 왜?”
태연한 재호의 대답에 테일러는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하, 하면 되잖아……!”
“하하, 뭘 그런 걸로 울고 그래. 고마워할 필요 없어.”
‘고마워서 우는 거 아냐!’
“크흡…….”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다.
이용만 당하는 자신이 너무나 멍청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