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32
1031화
프티머스의 과감한 결단.
다른 여러 문제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프티머스라는 산을 넘은 이상 다른 건 장애물도 아니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이번 일은 단순히 다른 차원으로 건너갔다 오는 게 아니다. 로두카가 말한 계획을 위해서는 내 힘의 상당 부분을 써야 하는데, 만약 마계까지 건너가야 한다면 부담은 더 커지겠지.”
쉽게 말해 뇌물을 더 내놓으라는 소리.
‘…이제 프티머스답네.’
프티머스만의 뒤틀린 정의를 확인하니 어째 재호는 마음은 제법 편해졌다.
“흠… 그러니 대륙 전체의 한 달 수확량 정도의 천과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군.”
“미치셨습니까?”
재호의 진심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정의는 개뿔.
“믿지 못하는군.”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 달 수확량이라니……. 그러면 천계 전체가 휘청거릴 텐데요?”
천과가 계절을 타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만큼 창고에 쌓아 저장해 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수확하는 족족 천계로 보내지곤 했다.
스피단이나 스노우가 몇 개는 삥땅치거나…….
즉, 딱히 쌓아둔 물량이 없으니 당연히 한 달 양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걸 다른 천사들이 이해할까요? 프티머스님이 대신 설득해 준다면 저야 상관없긴 한데…….”
재호는 은근슬쩍 프티머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오해하지 마라. 이건 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일이 아니다.”
한점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대답하니 재호도 순간 오해를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단순히 너희들의 세계로 다녀오는 것이던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중간계가 아닌 마계로 내가 가야 할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커진다. 나는 나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어마어마한 힘을 소모해야겠지. 대의를 위한 일이라지만, 끝난 뒤 수천 년 동안 죽은 듯이 잠들어야 하는 희생은 원하지 않는다.”
천사들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숭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과 똑같이 욕심과 욕망이 존재하며 살아남기를 원하는 똑같은 생명체였다.
그런 점을 상기하고 프티머스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마계로 넘어가는 건 단순히 내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제로 차원을 찢어야 하는데, 그건 악마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렇기에 신성력으로 나를 보호하고 당당히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잠시 만요. 아직 어디서 일을 벌일지는 안 정해졌는데요?”
가만 듣다 보니 이상하다 싶어 재호가 끼어들었다.
어느새 마계가 메인 무대로 정해진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중간계에서 그런 위험한 일을 벌이겠다고?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할 거면 이미 엉망진창인 마계에서 하는 것이 옳다.”
“오…….”
프티머스가 한 말 중에 제일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천사가 마계로 간다? 그건 순리를 거스르는 역리나 다름없는 것이다. 맨몸으로 향했다간 나는 그대로 타락하고 말겠지. 천과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그래서이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재호도 더 할 말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재호가 받아들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뜬 알림 하나.
[포세이돈 신이 도움을 주겠다고 합니다.]‘음? 갑자기 도움?’
지금까지 재호에게 직접 소통을 시도해 온 적이 없던 포세이돈이 갑자기 나섰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또 해 주지 않는 상황.
‘왜 신이 지금 끼어들었을까?’
이 타이밍에 도움을 준다고 나선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터.
그런데 우습게도 프티머스가 그 이유를 대신 설명했다.
“뭐, 신이 직접 도움을 준다면 편하긴 할 테지만, 그 어떤 신도 자신의 힘을 이런 데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하지. 아나볼릭과 같은 별종 신이 아닌 이상.”
“아… 그럼 혹시 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눈치 빠르게 바로 포세이돈이 뭘 원하는지 파악한 재호가 물었다.
“음? 신이? 아나볼릭을 생각하는 거라면 불가능하다. 이미 그는 그 인간도 악마도 아닌 괴물 사제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는 중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아나볼릭 님은 아닙니다. 포세이돈 님이 도움을 주시겠다고 합니다.”
“포세이돈……?”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의 프티머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포세이돈 교단이 중간계에서 아주 잘나가거든요.”
재호는 그런 반응을 듣보 신을 향한 본능적 거부감으로 이해하곤 얼른 입을 놀렸다.
“그런데 여기가 딱 하나 아쉬운 게 뭔지 아십니까?”
“…뭔가?”
“바로 교단을 대표하는 천사가 없다는 겁니다.”
재호가 이해한 포세이돈 교단의 목적은 그러했다.
교단을 상징하는 천사의 부재.
사실 과거 교단들이 내세우는 교단 천사들이 사실은 아무 상관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실제로 천사와 교류할 수 있는 재호가 확인한 현실이 그러했다.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천사들이긴 하지만, 그들 또한 신을 향한 믿음은 그저 취향 혹은 개개인의 신앙심의 차이일 뿐.
그런 점에서 볼 때 포세이돈이 교단이 정통성 있는 대천사를 끌어들인다면 그 위상이 어떨까?
게다가 칭호도 멋졌다.
정의의 대천사!
무려 ‘정의’라는 거창한 칭호를 달고 있었다.
천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명예로운 존재이자 감춰진 고대 역사 속 대영웅!
“-이지 않습니까?”
라고 재호가 프티머스의 콧대를 날카롭게 세워주었다.
“흐음-”
심각한 표정으로 침음하지만 반질거리는 피부를 보면 꽤 기분이 좋긴 한 모양.
아까부터 계속 천과를 주워 먹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인 것으로 안다. 천사 중에는 중간계의 바다와 더 잘 어울리는 자들이 많지. 그런 이들을 놔두고 내가 나서는 건 어울리지 않는군.”
“그분들도 도와주신다면 정말 좋긴 하죠. 하지만 포세이돈 교단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프티머스 님만큼 잘 어울리는 존재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치?”
“포세이돈 교단 또한 결국엔 정의를 추구하는 교단이기 때문이죠.”
재호는 지금까지 포세이돈 교단이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나열했다.
물론 최대한 정의 양념을 첨가한 채로 얼마나 정의로운 일들을 해 왔는지…….
즉흥적으로 헛소리를 늘어놓다 보면 허술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타고난 거짓말쟁이가 된 재호는 대천사를 상대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떠벌릴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최고의 거짓말 스킬인 은 쓰지 않았다.
괜히 그 스킬을 썼다가 일이 꼬이면 재호의 콧대가 프티머스만큼이나 날카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
‘…망했나?’
하지만 이야기를 하던 중, 재호는 느꼈다.
“잘 들었다. 유쾌한 헛소리군.”
바로 재호가 늘어놓은 이야기의 절반 정도는 걸러 들었다는 걸.
다행이라면 재호의 이야기를 그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홍보로 봐 주었다는 점.
“그… 제가 조금 과장하긴 했지만, 숨어 지내기만 하던 포세이돈 교단을 끌어내 바다의 무법자들을 처리하고 질서를 세우려 한 건 사실입니다.”
넓은 만큼 아직 해적들이 많긴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줄어들고 눈치를 보는 이들이 많아진 게 사실.
하지만 아직 재호는 프티머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기억의 봉인이 풀린 프티머스는 평소보다 조금 더 정의로운 속물이 되어 있었다.
“중간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라……. 그렇다면 정의를 위해 내 조각상도 많이 퍼트릴 수 있겠군. 그렇지 않은가?”
“예?”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차마 그런 말을 꺼낼 순 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원하는 걸 똑똑히 드러내 주는데 아쉬운 입장에서 모른 척하긴 어려웠다.
“하하하! 교단의 대천사라면 당연히 상징물이 있어야죠!”
프티머스가 그런 쪽으로도 욕심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석상을 준비하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는 않겠네.’
하지만 그걸 통해 얻는 건 그 이상이라고 보았다.
거기다 천과를 소모하지 않아도 될 테니…….
“아! 천과는 그대로 부탁하지.”
“예? 양심이 조금…….”
“내 힘이 막대히 소모되는 것은 사실이다. 포세이돈 교단의 대천사로서 얼굴을 빌려주는데, 그 권위가 상실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결국 프티머스의 품위 유지비로 천과가 왕창 깨지게 생겼지만, 재호는 최대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라고 치면 분명 저렴한 대가이긴 했다.
* * *
재호는 대책 없는 천과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위스트넌으로 향했다.
천과수를 확인하기 위한 일이기에 고잉헬호는 움직이지 않고 티나와 빅썬더 두 사람만 데리고 바다를 건넜다.
대륙 내에서 프티머스가 원하는 물량을 감당하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스피단과 스노우도 프티머스를 향해 처음으로 쌍욕을 하는 걸 보면 확실했다.
‘처음부터 위스트넌 쪽을 노린 걸지도 모르겠어.’
심지어 기억까지 돌아온 그는 위스트넌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테니 더 적극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나마 과거의 천사들처럼 수인들의 힘을 탐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가히 ‘정의의 대천사’라고 할 만할지도…….
위스트넌 쪽의 몇 없는 엘리시아 꽃집들.
그곳의 관리자 중엔 플레이어도, 인간 NPC도, 수인도 있었다.
그들 전부 대륙의 전문가들에 비하면 아직 실력은 모자랐다.
위스트넌에 본격적으로 꽃템을 전파한 기간이 대륙보다 짧으니 당연한 일.
그런데도 꽤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그들이 관리하는 꽃집들을 둘러본 재호는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꽃을 가꾸는지 알 수 있었다.
화원에 들어가자마자 가득한 정령들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
‘이대로 맡겨 둬도 되겠네.’
재호의 도감에만 기록되어 있는 여러 지식과 노하우만 추가로 전수한 뒤, 마침내 핵심 목표인 천과수를 찾아 나섰다.
천과수는 과수원처럼 한곳에 모아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위스트넌 곳곳에 흩뿌려 놓은 것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확인하는 수고를 감당해야 했다.
웨이포인트도 없어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그래서 널 데려왔지.”
재호가 빅썬더를 돌아보며 말했다.
“겨우 이런 일 때문에 스플래쉬 공연 준비 중이던 날…….”
빅썬더가 분통이 치밀어 올라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답지 않은 노골적인 감정 표현.
스플래쉬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늘 이렇게 감정적으로 변하곤 했다.
“랭킹 1위가 콘서트 특수 효과 팀에 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성공한 덕후라고 부러워하겠지.”
“그래…….”
어쨌든 툴툴거리면서도 재호의 부탁을 들어준 빅썬더였다.
별로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라고 했기에 빅썬더도 금방 돌아갈 수 있겠거니 했지만,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다녀야 하는 건가? 종일 해도 모자랄 거 같은데?”
10번째 텔레포트 후, 빅썬더가 물었다.
“위치가 좀 애매한 곳들도 있다 보니…….”
위스트넌 쪽엔 좀 대충 심어 놓은 탓에 정확한 좌표를 알지 못하며 발생한 불상사였다.
위스트넌에 천과수를 심으란 퀘스트는 받았지만, 이쪽까지 치밀하게 관리를 하기엔 당시 여력이 없어 유난히 대충이기도 했었다.
튼튼한 애들이니 알아서 잘 자랄 거라고 안일하게 받아들이기도 했고 말이다.
“퀘스트였다고?”
“응. 승급 퀘스트였거든.”
“뭐?”
당황한 빅썬더가 동작을 멈추더니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몰라서 묻는 거냐? 승급 퀘스트라며?”
“근데?”
“승급 퀘스트인데 이렇게 대충 해 놨다고?”
빅썬더는 자신이 흔치 않은 별종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클래스와 관련된 퀘스트를 방치하고 있는 ‘진짜’를 보니 평범하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