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46
1045화
이번 전투도 다른 대형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재호와 월드와이드의 방송 협의가 된 상태였다.
그래서 방송을 통해 아코아 섬 전투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아코아 섬을 멀리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원거리 화면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재호 개인 화면보다 그쪽으로 시청자가 더 많이 몰린 상태였다.
아무래도 재호의 화면만으로는 지금의 웅장한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코아 섬에서 자라난 빛의 나무.
지난 2주 동안 내내 질리도록 본 풍경이기에 어느새 사람들 눈에는 익숙해졌다면 익숙해진 풍경이었다.
그런데도 시청자가 가장 많이 몰린 /이유는(첨가)/ 달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빛무리 때문.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게 이 화면뿐이다 보니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와…….”
순간 넋을 잃고 탄성을 터트린 재호.
역시 저 멀리서 이 섬을 바라보는 풍경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다 끝나면 꼭 찾아봐야지.’
플래그인 듯 플래그 같지 않은 오묘한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이클립스로부터 떨어지는 꽃씨들은 어느새 끔찍한 대지의 곳곳에 눈처럼 소복하게 쌓이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빛을 잃어버리는 중이었다.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본 재호는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스킬이 얻은 이후 레벨이 제법 올라 2.2ha라는 광범위한 영역에 고속 성장을 부여할 수 있게 된 재호.
아코아 섬의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화원 전체를 덮고도 넘칠 정도의 범위라는 걸 생각하면 기대하는 만큼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을 터였다.
파아앗-
스킬에 반응을 보이며 점점 더 강한 빛을 내기 시작한 꽃씨들.
비단 꽃씨들뿐만이 아니었다.
빛의 나무도 영향을 받은 듯 눈부시게 반짝이며 더 많은 꽃씨의 눈을 내려보냈다.
예고 없던 기현상에 노출되며 당황한 다른 플레이어들.
신성하게 빛을 내는 걸 보면 나쁜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당신의 기본 체력 회복력이 15% 증가합니다.] [강화된 효과가 적용됩니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감소 시, 피해량이 70% 감소합니다.]“헉?! 버프다!!”
“설마 알시아가 뭔가를 한 건가?”
짧은 설명이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아무리 사망 후 바로 부활할 수 있다 하더라도 부담이 큰 일.
그렇기에 시간이 갈수록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에 깃드는 망설임은 커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강력한 버프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정도 지워 줄 수 있을 터.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에 다시 자신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편 해당 옵션을 본 재호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효과면…….”
왠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가슴.
뉴월드 입문.
페르마 사막에서의 시작.
그리고 이클립스의 기적까지.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한 이펠츠 꽃이었다.
그 이펠츠 꽃이 또 한 번 재호를 위해 아코아 섬에 내려오고 있었다.
화아아-
빛무리 속으로 선명히 보이는 익숙한 꽃의 모습.
재호는 그것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 [당신의 주변 영역의 모든 식생은 일시적으로 의 효과를 받습니다.] [영역 내 모든 식생의 정령은 일시적으로 최고위 정령으로 강화됩니다.] [효과는 5분 동안 지속되며 20시간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집니다.]이펠츠 꽃이 나무만큼이나 높게 자라나며 아코아 섬 전역을 뒤덮었다.
동시에 주변의 모든 꽃도 파도처럼 자라났고 함께 소환된 이펠츠 꽃 정령들이 오염되고 상처 입은 대지를 보듬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 알드리온이 말한 효과를 기대할 순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코아 섬 전체가 이펠츠 꽃으로 덮이며 계속 강해지는 칼리토와 아코아 섬의 공명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때 마침 이펠츠 꽃 덕분인지 아니면 때가 된 것인지, 섬 반대편에 보이던 팔 하나가 힘을 잃고 무너지는 것도 보였다.
“정말로… 효과가 있다.”
알드리온 또한 재호가 단시간 내에 만들어 낸 이 놀라운 광경에 넋을 놓은 채 중얼거렸다.
“어? 그렇게 집중 안 해도 되는 거야?”
큐브에 손을 댄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알드리온과 정령들의 모습에 재호가 물었다.
“칼리토의 파편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니 상관없지. 그보다 정말로 해냈군.”
알드리온은 자신의 머리 위에 드리운 빛의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섬 전체가 차오르는 생명력으로 인해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칼리토가 세운 죽음의 세계수가 시들어 가는 것이……!”
생명을 거부하는 죽음의 세계수.
그 부조리를 이 세계가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미 최고 수준이었던 플레이어들의 전투력에 날개를 추가로 달아 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콰르르르-
콰과광-!
곳곳에서 추가로 공략에 성공해 파괴되는 섬의 팔이 나오기 시작했다.
칼리토가 너무 강했던 것일 뿐, 이곳에 모인 이들이 결코 어설픈 자들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구오오오오-
섬이 또 한 번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건 섬이 아닌 칼리토의 비명.
콰드드득-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앉았던 칼리토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대지가 찢어지고 갈라지며 칼리토의 두 다리가 도로 지상 위로 올라왔다.
[알…시…아……!!]섬 전역에 울려 퍼지는 증오 서린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재호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의 전진을 막기 위해 모두가 공세를 펼쳤다.
재호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재호를 전적으로 믿기에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한 것.
재호 또한 그들의 노력을 잘 알기에 또 한 번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큐브를 잡고 빛의 나무가 자라난 방향을 또다시 비틀었다.
그렇게 해서 겨눈 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칼리토.
[……!!]빛에 노출된 칼리토가 처음으로 끔찍한 고통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코아 섬 전체가 정화되기 시작한 것처럼, 빛의 나무에 직접 노출된 칼리토 역시 전신이 불타오르며 정화되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그런 칼리토에게 쏟아지는 강력한 공격들.
[크아아악!!]지금까지 들려주지 않던 소름 끼치는 비명과 함께 발버둥쳤다.
그리고 재호도 자신이 가장 믿고 애용하는 무기, 모종삽을 들고 달렸다.
지금까지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철갑보다 더 단단하던 보호막이 무너져 내리는 지금이라면 충분히 먹힐 터였다.
‘아니면 이 먹히거나.’
둘 중 무엇이라도 상관없었다.
콰득-!
칼리토의 발악을 뚫고 결국엔 접근한 재호의 모종삽이 칼리토에게 틀어박혔다.
한 번, 두 번… 반격에 당해 튕겨 나가도 다시 달려들었고, 칼리토는 점점 더 느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긴 시간, 목숨을 바쳐 쌓아 올린 처절한 노력에 드디어 마침표가 찍혔다.
* * *
칼리토는 무너져 내렸고 아코아 섬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섬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해 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바다 아래 기반이 완전히 무너져 더는 유지될 수 없었던 것이다.
섬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고 그 대신에 남은 것이 있었다.
바로 재호가 개화시킨 이클립스의 이펠츠 꽃 군락.
꽃들은 자신이 살아갈 대지를 스스로 붙잡고 바다 위에 떠오르며 거대한 부유섬이 되었다.
그리고 이 새로 생긴 섬의 놀라운 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섬 자체가 살아 있는 생명체나 다름없다.”
프티머스는 전투가 끝났음에도 영롱하게 빛나는 이펠츠 꽃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칼리토의 힘으로 오염되었던 섬의 생명력이 이제는 이 꽃들의 것이 되어 영원히 바다를 떠돌겠군.”
“혹시 그게 문제가 되진 않겠죠?”
“걱정할 건 없다. 아마 이건 스스로 모습을 감출 테니까.”
프티머스는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스로 모습을 감춘다고요?”
“이 아이도 자신이 이 세상에 계속 노출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
로두카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녀는 이펠츠 꽃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애정이 느껴지는 눈길로 바라봤다.
“이클립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 장소는 세상의 규칙에서 벗어나 있어. 그리고 이곳에 선 나 또한 그 규칙에서 벗어난 상태가 되었지.”
“설마 그 말은……?”
“그래. 난 모든 것을 떠올리고 있어.”
“?!!”
봉인된 기억을 떠올렸다는 로두카의 이야기에 재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프티머스 님도 이젠 모든 게 떠오른 겁니까?”
프티머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섬을 벗어나는 순간, 지금 떠올린 기억들은 다시 봉인될 거다. 이 장소가 대륙에서 고대의 기억을 간직한 장소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이한 효과지.”
그제야 재호는 섬이 스스로 모습을 감춘다는 말을 이해했다.
플레이어들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NPC들에겐 이 섬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를 일이니까.
“나는 이곳에 남을게.”
그때 로두카가 불쑥 제 뜻을 밝혔다.
“마계로 돌아가지 않고?”
칼리토라는 적을 두고 함께 싸우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악마 중 가장 위험한 존재가 바로 로두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대륙에 남겠다는 이야기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어차피 칼리토의 남은 힘을 찾아 봉인해야 하잖니. 그걸 위해 프티머스와 드래곤도 남아야 할 테고, 그걸 빌미로 나를 감시할 수도 있을 거야.”
“그렇긴 한데…….”
“그리고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왜냐면 나는-”
로두카는 고개를 들어 환히 빛나는 달을 바라보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생각이니까.”
“돌아가?”
“날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이곳에서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아…….”
재호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이클립스에는 로두카를 위해, 그리고 마계를 위해 희생한 이들이 많았으니까.
‘근데 생각해 보면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할지도.’
“흥. 차라리 잘되었다. 너처럼 음흉한 악마는 차라리 이클립스에 가둬 두는 게 마음 편하지.”
생각으로만 그친 재호와 달리 프티머스는 대놓고 이야기해 버렸다.
“호호호! 그러면 너도 날 도와줄 수 있겠네. 내가 수상한 짓을 하는 걸 막아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로두카는 그보다 더 기가 셌다.
오히려 상대의 불안함을 더 자극해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기까지.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만 활활 불타는 프티머스를 보니 새삼 로두카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보상 이야기도 해야겠지.”
로두카는 다시 재호를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퀘스트*] [색욕의 대공 로두카.그녀는 탐욕을 포기하지 못하고 마계에 혼란을 일으키려고 하는 칼리토를 이대로 두고 볼 생각이 없습니다.
칼리토는 로두카의 자식.
그 탐욕의 시작과 끝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나 이번 일은 위대한 고대의 대악마조차 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로두카는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목표 : 칼리토의 완벽한 소멸] [보상 : (퀘스트 완료 후 논의)]
이번 일을 앞두고 받았던 로두카의 퀘스트.
그 특이한 보상을 받을 때가 되었…….
“아직 칼리토의 완벽한 소멸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좀 더 미뤄 둬야겠네.”
“……뭐?”
“그렇지 않니? 곳곳에 남아 있는 칼리토의 흔적을 다시 회수해야 할 테니까.”
“너 설마… 그냥 꿀꺽하고 튀려는 건 아니지?”
“호호호! 그럴 리가 있겠니!”
물론 재호도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걸 알았다.
참 놀랍게도 로두카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을 하지 않을 뿐.
“사실 네게 딱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나는 이미 알 것 같아. 하지만 지금은 그게 왜 필요한지 너는 알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 모든 준비가 되었을 때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아! 물론 그때가 되어도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난 네가 원하는 걸 준비하도록 할게.”
이번에도 의미심장한 이야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로두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알았어. 일단은 받아들이도록 할게.”
그래서 로두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뭐, 사실 엄밀히 따지면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후 칼리토 토벌 전리품 정리도 끝난 뒤, 로두카와 프티머스, 알드리온을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부유섬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타고 온 배는 모조리 파괴된 탓에 고잉헬호와 트라이던트로 수차례 대륙까지 왕복해야 했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건너왔던 탓에 고잉헬호만 해도 열 번은 움직여야 했고, 마침내 마지막 사람들을 확인하곤 바다로 나섰다.
아트리우스로 진입하기 전, 부유섬을 슬쩍 돌아본 재호.
하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부유섬은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