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47
1046화
칼리토 토벌전이 끝나고 한 달이 흘렀다.
그때까지도 해당 사건에 대해 떠들었으며, 참가한 이들은 평생 자랑거리라도 된 듯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동안 아코아 부유섬이라고 이름이 붙은 전투 현장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재호가 사람들을 끌고 나오듯 바쁘게 떠난 탓에 그곳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해 아쉬웠던 플레이어들.
그래서 아예 아코아 부유섬을 찾으려고 작정하고 바다를 뒤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알시아가 사람들을 쫓아낸 건 그곳의 꽃들이 전부 골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칼리토를 토벌하고 회수 못한 부산물이 독차지하려고 한다!]이런 소문까지 나돌며 장작을 넣어 주니 불타지 않을 리가…….
-근데 정말 그런 보물이 있다면 이미 벌써 알시아가 다 챙기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현자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 확인되지 않은 미스터리 또한 뉴월드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당연하게도 재호는 아코아 부유섬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코앞으로 다가온 엘리시아 화원 내 이벤트.
바로 악어가족 콘서트가 있었다.
둥둥둥-
심장을 두드리고 두 팔을 마구 흔들게 만드는 흥겨운 리듬.
꺄아아악-!
아악! 으아아아-!!
칼리토와 싸울 때보다 더 요란한 비명이 재호의 고막을 때려 댔다.
그나마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루로아 황녀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저 응원봉을 열심히 흔들 뿐, 소리를 내지르고 있진 않았으니까.
한껏 들뜬 얼굴의 루로아 황녀.
지금 그녀는 콘서트에 흥분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들뜨게 만드는 건…….
파아앗-
무대의 조명이 일제히 사라지며 주변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보이는 거라곤 악어가족 응원봉의 은은한 라이팅.
잠시 고요함이 흐르던 그때.
사아아아-
밤하늘 저 높은 곳에서 황금 기둥이 무대를 비추었다.
아무리 게임 속이라지만, 그걸 생각해도 놀랍고 신비로운 무대 연출.
그 빛 안으로 평소 본 적 없는 깔끔한 패션의 아나볼릭 사제들이 두 팔을 벌린 채 뛰어들었다.
둥- 둥- 둥-
비트에 맞춰 시작된 아나볼릭 사제들의 칼군무.
역시 사제답게(?) 몸 쓰는 것에 능한 그들은 악어가족의 등장 전까지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중들 입장에선 전문 백댄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완벽한 퍼포먼스.
쿵-
강한 베이스가 마침표를 찍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곳에 둥둥 떠 있는 스트로앤 교황.
그리고 그의 등 뒤로 나타난 하늘을 뒤덮은 황금빛 신의 형상.
[아나볼릭 신과 마주했습니다.] [전 대륙에 아나볼릭 신의 강림이 알려집니다.]경악하는 관중들.
난데없이 신이 왜 나타난단 말인가?
게다가 하필 악어가족 콘서트에 나타나선…….
[아나볼릭 신이 놀라운 공연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시, 신이 우리 악어가족을……?!”
스으으-
아나볼릭이 강림한 스트로앤 교황이 두 팔을 뻗어 무대를 뒤덮었다.
그리고 새하얗고 정갈한 사제복을 입은 악어가족이 신의 손아귀 안에서 등장하자 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 물론 아나볼릭 교단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건 무대용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았으니…….
팬심을 자극하는 판타지 속 전형적인 사제복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무대.
그리고 재호는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비명에 정말로 귀가 멀어 버렸다.
“꺄아아악-!!”
그나마 조용하던 바로 옆에서도 이젠 괴성이 터져 나온 탓이었다.
방금 아나볼릭 신의 손길이 무대에 닿는 순간, 저주가 사라진 루로아 황녀.
미래를 볼 수 없게 된 그녀는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느끼며 콘서트를 만끽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재호에게 뜬 알림.
[루로아 황녀의 호감도가 최대치로 고정됩니다.] [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루로아 황녀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젠트르노 황태자와의 신뢰 관계와 비슷했다.
그 또한 재호를 무조건 지지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니다. 좀 더 좋은가?’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은 젠트르노 황태자보다는 좀 더 우위에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이렇게 또 하나 끝나네.’
선택 퀘스트 보상도 하나 있긴 했다.
하지만 루로아 황녀와의 혼인이라는 선택지였기에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게임에서 결혼을 할 생각은 당연히 없었고, 무엇보다 루로아 황녀에게 그런 호감을 느낄 여지도 없었다.
둥둥-
그렇게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재호는 공연을 감상했다.
비록 한쪽 귀 소리가 잘 안 들리긴 했지만…….
* * *
칼리토 토벌 이후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유례없을 정도로 뉴월드에 큰 사건도 없이 조용한 시기였는데, 그렇다 보니 플레이어들도 각자의 게임 라이프에만 집중한 채 시간을 보냈다.
재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세력들도 느슨해지다 못해 까맣게 잊을 정도.
게다가 마계 포탈은 물론, 까지 모두 회수한 덕분에 아트리우스도 다시 플레이어들의 통행이 가능해진 상황.
그러니 마냥 재호만 바라보고 기다리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근데 혹시 알시아 하고 제국하고 사이 안 좋나? 너무 조용한 게 제국 눈치 보는 거 아닌가 싶기도. 체급이 너무 커졌잖아. 저번 칼리토 토벌전에도 제국은 참가 안 했고.
└뭐 굳이 제국에서 참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거겠지. 그리고 실제로도 제국의 도움 없이 마무리했지.
└제국이랑 관계가 안 좋다고 하기엔 너무 억측임. 그리고 황녀나 황태자는 최근에도 엘리시아 화원 왔다 갔었고.
-근데 알시아가 너무 길게 조용하긴 함. 엘리시아 화원에 박혀서 뭐 하는지 모르겠네.
└꽃 장사하고 있겠지.
└요즘은 호그나이트 같은 놈들 없나? 밑도 끝도 없이 알시아한테 달려드는 놈들ㅋㅋ 그런 애들이 있어야 꿀잼인데.
└호그나이트는 아직도 도망 다니는 중이라더라. 그냥 대륙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림ㅋㅋㅋ
└걔가 한 짓을 생각하면 그 꼴이 되는 것도 당연하지.
사실 재호가 본섭에서 조용했을 뿐,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바쁜 시간을 보냈었다.
그간 뉴월드 리그를 압도적 1위로 끝냈으며 이어진 뉴월드컵에서 또 한 번 전승 우승 기록을 세우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또한 게임 내에서 고요한 것과 별개로 엘리시아 화원은 성장세는 제대로 탄력을 받은 상황이었다.
페르마 사막의 철도가 모두 완성되었으며, 이스터디 신성국 또한 대륙 성직자들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블린 왕국 역시 은행은 물론 본격적인 카지노 사업 덕분에 돈을 갈퀴로 쓸어 담기까지.
딱 하나 슬픈 점이라면… 페르마 사막이 이토록 번창했음에도 재호는 의 후유증을 불과 며칠 전에야 해결했다는 것.
‘근데 나도 좀 심심하긴 하네.’
꽃집에서 작업에 집중하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즐겁긴 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조용하다 보니 알싸한 자극이 고파지는 건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일.
-알시아 님! 신대륙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그런 재호에게 어느 날 베어고릴즈의 귓속말이 도착했다.
“신대륙이요?”
현 뉴월드에서 신대륙이라고 할 만한 장소는 딱 하나뿐이었다.
위치는 다들 알고 있지만, 도저히 갈 수 없는 미지의 대륙.
수많은 탐험가가 연구 중이지만 아직 결정적인 실마리는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베어고릴즈가 이토록 들뜬 채로 연락을 한 걸 보면 뭔가 발견한 모양.
-위스트넌에서 그곳의 힌트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료에 따르면…….
[생명이 사라진 세계]“생명이 사라진 세계?”
-말 그대로의 의미지 않을까 추측 중입니다. 죽은 자들의 세상. 즉, 언데드와 유령의 세상 말입니다!
대륙에도 언데드나 유령 같은 것들이 존재하긴 했다.
대부분 단일 개체 혹은 본능만 남은 몬스터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세계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맞습니다! 어쩌면 그곳엔 언데드 문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 그런데 썩 좋게 느껴지진 않네요.”
언데드가 득실득실한 세상이라고 하니 왠지 찝찝함이 느껴졌다.
-하하하! 하지만 생각해 보시죠. 알시아 님은 언데드에게도 꽃을 파는 업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천사, 악마, 인어, 수인에 이어 언데드까지!
“??”
-꽃을 든 해골!
“맵고 좋은데요?”
-예? 맵다뇨?
“아. 좋네요.”
언데드와 꽃이라는 상상도 못 해 본 조합.
굉장히 궁금했다.
-으하하! 그렇지 않습니까?!
무료한 꽃집 일상에 꽤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저한테 연락하신 걸 보면 제 도움이 필요한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그곳을 둘러싼 강력한 봉인을 풀기 위해선…….
“음? 잠깐만요. 봉인이요?”
결계가 아닌 봉인.
미묘하게 느낌이 다른 표현이었다.
결계야 못 가게 막는 것이기도 했지만, 봉인은 못 나오게 막은 느낌이니…….
-아!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결계입니다, 결계! 하하하-
“하하핫!”
-아무튼 그곳에 가려면 이 세상의 질서를 비트는 균열의 힘이 필요합니다.
“좀 막연한 설명이네요.”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냥 절대적인 힘! 압도적인 에너지! 그것만 있으면 가능할 테죠.
“흠…….”
왜 베어고릴즈가 자신을 찾았는지 재호는 이해했다.
재호는 강한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까.
-말이 나온 김에 일단 현장으로 가 보시겠습니까? 찝찝하면 그곳을 살펴본 뒤에 결정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어쩌면 알시아 님은 또 다른 힌트를 발견하실지도 모르니까요.
“아! 그럴까요?”
바로 베어고릴즈와 약속을 잡은 뒤, 재호는 대운하를 통해 아트리우스를 건너 신대륙으로 향했다.
밝은 낮이었던 대륙과 달리 한밤중인 신대륙의 앞바다.
“알시아 님! 여깁니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베어고릴즈가 재호를 반겼다.
하지만 재호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에 먼저 시선이 사로잡혔다.
“알시아 님?”
재호에게 다가온 베어고릴즈가 재호를 불렀다.
“저기 뭔가 있습니까?”
“베어고릴즈 씨는 저거 안 보여요?”
“네? 뭘 말입니까?”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듯한 반응.
재호는 그제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코아 부유섬을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이유를.
“잠시 만요.”
배를 가지고 오지 않은 재호는 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천천히 헤엄을 치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부유섬도 재호에게 접근해 왔다.
촤아-
섬에 올라선 후 기능으로 물을 쫙 뺀 뒤, 안쪽으로 들어간 재호.
그리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사이 좋아 보이네.”
“호호호- 그래 보이니?”
화답하는 로두카.
그녀 옆엔 알드리온과 프티머스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그러게요. 프티머스 님이 아직도 이곳에 머물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재호의 말에 프티머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장이라도 천계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곳에서 할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당장 급한 일은 마무리되었다.”
프티머스가 고개를 돌린 곳에 놓인 차원 큐브.
즉, 칼리토가 소멸하고 흩어진 불순물 같던 힘들을 모두 회수했다는 뜻이었다.
“그럼 로두카 너도 이제 이클립스로 가는 건가?”
“그건 이제부터 방법을 찾아야 해. 얼마나 걸릴지는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오늘 널 찾아온 건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보상을 주기 위해서지.”
슥-
로두카의 손짓에 따라 큐브가 재호를 향해 날아왔다.
“응? 이게 보상이라고?”
의논 후에 보상을 결정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준다는 건…….
“말했었지? 예전엔 아니었지만, 미래엔 필요할 것이라고. 그 미래에 지금의 넌 당도했어. 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칼리토의 마기는 모두 정화되었으니 부작용은 없을 거야.”
가만히 차원 큐브를 내려다보는 재호.
하필 이 타이밍에 이걸 얻은 이유는 명확히 알 것 같았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로두카의 퀘스트 완료 알림.
“고마…….”
재호가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주변은 다시 어두컴컴해졌다.
그리고 재호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 정도면 부유섬이 아니라 유령섬이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
헛웃음과 함께 다시 베어고릴즈를 향해 돌아온 재호.
“알시아 님?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바다 위에서 모습이 사라지시던데.”
“아, 잠수해서 그런 모양이네요.”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곤 결계 앞으로 다가갔다.
손에는 차원 큐브를 든 채로…….
“그럼 신대륙 탐험 좀 해 볼까요?”
“하하, 그럴까요?”
재호의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베어고릴즈는 결계 쪽을 설명하려고 다가왔다.
하지만 이윽고 재호가 벌인 상황에 입을 떡 벌렸다.
“어어……?”
충격에 빠진 베어고릴즈.
[가 바다 건너 생명이 사라진 세계 를 발견했습니다.]고요하던 뉴월드란 연못에 재호는 냅다 바위를 투척했다.
‘만약 문제 있는 거면 프티머스 님이 막았겠지.’
모든 기억을 찾은 프티머스라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도 알 터.
막지 않은 걸 보면 크게 위험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늘 한결같은 안일한 태도.
하지만 이 순간, 재호는 해골과 좀비들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전파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미친놈.”
이후 이야기를 들은 완식의 한마디.
그리고 뉴월드를 하는 모두를 대변하는 한마디이기도 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