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
10화
“앗! 알시……아님!!!”
재호가 다시 럭시 숲의 스타팅홀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온 메이의 목소리.
“어떻게 된 거에요? 방금 전에 갑자기 도감이 완성됐다고 뜨던데?!”
재호를 기다리던 그녀 역시 럭시 숲의 도감이 완성되었다는 알림을 받은 상태였다.
“숨겨져 있더라.”
재호는 자신이 본 것을 대충 설명해 주었고, 그걸 들은 메이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령…….”
정령초고 뭐고, 그녀의 관심은 오직 하나!
바로 정령!
엘프에 이어서 정령까지.
판타지 세계관에 존재하는 순수한 생명체를 향한 욕망이 재차 타오르는 그녀였다.
“자…… 그럼…….”
이제 럭시 숲에서의 볼일은 정말로 끝이었다.
식물 도감 전체를 완벽히 채운 건 아니었으나, 애초에 재호의 목적은 식생 전체가 아닌 꽃.
꽃 도감을 100% 달성했으니 더 이상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떠나자!”
“?!!”
어쩐지 시원섭섭한 메이.
엘프들에게 외면 받을 땐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떠나고 싶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오늘만 해도 엘프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해 주었으니까!
‘……아니야!’
그녀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겨우 이 정도에 만족해선 안 돼!’
재호를 따라가면 분명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예를 들면…… 엘프남과의 썸이라거나…….’
“푸훕…….”
불현듯 그런 생각을 했던 메이는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킥킥거렸다.
‘……이 사람은 대체…….’
근래 들어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같은 메이를 재호는 안쓰럽게 바라봤다.
* * *
뉴월드의 플레이어 대부분이 이름은 들어본 명문 프라임 길드!
그곳의 대표 랭커인 죽장은 우스터와 함께 럭시 숲의 외곽에 서 있었다.
“신기하네.”
하늘에 구멍을 낼 정도로 뾰족한 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숲.
하지만 그 밖으론 사막뿐이었다.
사막 가운데의 오아시스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장소.
“아직 그놈이 남아 있을까?”
우스터의 물음에 죽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조사는 마쳤어. 아직 이곳을 벗어나진 않은 게 분명해.”
우스터의 버스 의뢰인도 조사했으나, 다행히 함정의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래서 길드원들을 대동하지 않고 죽장과 우스터만 럭시 숲으로 온 것이었다.
“아무래도 전문 PVP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있어. 럭시 숲 같은 장소는 조용히 처리하게 딱 좋은 곳이니. 각오를 하고 들어가는 게…….”
자신의 상징과 같은 붉은 랜스를 툭툭 두드리며 말하던 죽장은 순간, 나무 그림자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실루엣에 말을 멈췄다.
철컥―
본능적으로 랜스와 방패를 빼어 든 그는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숲을 벗어나는 엘프는 없었으니, 상대는 분명 인간.
게다가 럭시 숲에 있는 인간은 전럭협으로 대변되는 저렙 플레이어들이 전부였다.
그런 장소에서 저토록 여유롭고 태연히 걸어 나오는 사람이 있다?
“전투 대비해.”
“아, 알았어!”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싸구려 방패를 든 우스터.
후우우웅―
귓가에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하지만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으니…… 그렇다는 것은 상대를 본 자신들의 긴장감이란 뜻!
저벅― 저벅―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상대.
쿠궁―!
“?!!!”
압도적 존재감!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대적 강자의 포스.
주륵―
죽장의 턱을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
―저, 저놈이야……!
우스터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굳이 듣지 않아도 죽장 역시 확신하고 있었다.
‘왜…… 그냥 살벌하게 생겼다고밖에 말을 못 했는지 알 것 같군!!’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야수 같은 남자였다.
스으―
야수의 눈동자가 천천히 두 사람을 훑었다.
하지만 이내 관심 없다는 듯,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가던 길을 갔다.
그리고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한 뉴비 플레이어.
‘……버스인 건가?’
저 정도의 남자가 왜 버스 기사나 하고 있는 것일까?
―뭐해?! 왜 보고만 있는 거야?!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는 죽장에게 우스터가 소리쳤다.
―……불가능해.
한참 침묵하던 죽장이 입을 열었다.
―뭐?
―평범한 놈이 아니야.
죽장 정도 되는 랭커들의 경험에서 오는 감은 수치화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현재 그 감은 맹렬하게 경고를 보내는 중이었고.
―아마 잠룡 중 하나일 거다.
―?!!!
―괜히 지금 건드려서 서로 피를 보는 싸움을 할 필요는 없어.
―그, 그럼 내 템은?
―되찾아야지. 하지만 지금은 아냐.
확실히 준비를 해야 했다.
가장 좋은 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지만…….
‘분위기를 보니 전혀 그럴 타입으론 안 보이는군.’
그는 곧장 길드 채팅으로 공지를 돌렸다.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할 숨은 고수에 대해.
* * *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심각하게 보는 거죠?”
거리가 충분히 멀어지자 메이가 입을 열었다.
“그러게. 당장 싸움이라도 걸 것처럼…….”
다행히 노려보기만 할뿐,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근데 아까 뒤에 있던 남자…… 낯이 익은 거 같은데…….”
“응? 누구?”
“그…… 있잖아요. 저번에 알시……아님이랑 싸웠던 그 사람 아니에요……?”
“아……. 그래? 사실 기억이 잘 안 나.”
눈알 뒤집혀 마구 두들겨 팼던 탓에 상대 얼굴은 확실히 기억 못 한 재호.
“저…… 저도 확실하겐 모르겠어요.”
당시 메이도 무서워서 멀찍이 도망가 버린 탓에 우스터의 얼굴은 확실히 보지 못했었다.
“근데 그때 그 사람이면 뭐라도 하지 않았을까? 저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아! 확실히 그러네요. 그럼…… 아닌 모양이에요!”
그제야 메이의 얼굴엔 안도감이 퍼졌다.
“그나저나 이제부터가 문제인데…….”
재호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둘러보았다.
암벽 등반 당시, 이미 보긴 했지만 지상에서 보는 느낌은 훨씬 압도적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다.
물론 목적지는 있었다.
숲을 떠나던 중에 생기의 정령이 마침내 기억을 떠올렸으니까.
[이 ‘엘리시아가 딱!’이라고 추천합니다.]문제는 그 ‘엘리시아’라는 장소가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그래서 우선 럭시 숲, 그리고 이 사막을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선 두 사람이었다.
사람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직 몬스터밖에 없는 장소.
충분히 준비는 하긴 했지만 이 척박한 대지는 초보자들이 벗어나기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포레스트 검프’ 계획으로 숲을 벗어난다고 한들, 과연 이 사막을 벗어날 수 있을까?
회복 아이템이 100개나 필요한 이유가 아무래도 이 탓인 듯했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며칠이나 사막을 헤맸다.
얼마나 더 가야 문명의 흔적이 나올까 싶던 찰나.
“어?! 알시……아님! 저기!!!”
메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재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오아시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말은 근처에 마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
“가 보자!”
“넵!”
마침내 두 발을 가진 생명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뜬 두 사람이 후다닥 달렸다.
게다가 슬슬 수통에 물도 보충하는 게 좋…….
푹―
먼저 오아시스 근처에 도착한 재호.
헌데 모래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오아시스가 사라졌고, 바닥엔 커다란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숨겨진 던전 입구를 발견하였습니다.] [항거 불가능한 힘이 당신을 빨아들입니다.]“으아아악?!!!”
“아, 알시……아님?!!”
뒤늦게 도착한 메이가 펄쩍 뛰며 소리쳤으나, 한 걸음도 다가가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발을 들이면 안 될 것처럼 생겼으니까.
재호는 빠져나가려고 열심히 헤엄쳤으나, 저항할 수 없는 흡인력에 결국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쿠르르르―
동시에 소용돌이도 멈추어 버렸고.
―알시……아님!!!
홀로 남겨진 메이는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 나도 그냥 들어갈 걸 그랬나……?’
부디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길 바랐다.
* * *
[탈출이 제한됩니다.] [숨겨진 던전의 발견으로 당신의 명성이 오릅니다.]쿵―
“컥!”
지하 바닥으로 떨어진 재호.
던전 입장 핸디캡으로 다행히 추락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여긴……?”
재호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황금으로 지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장식이 된 거대한 홀.
그 가운데에 재호가 서 있었다.
[코페이의 반군들이 공격을 해 옵니다.]“으응?!”
배려라곤 조금도 없는 알림.
쿠구구구―
동시에 홀과 이어진 유일한 문 너머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
쿠웅―!!!
사람들의 외침이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커다란 문이 크게 들썩였다.
쿠우웅― 쿠우웅!!! 쾅!!!!!
몇 번의 충격 끝에 결국 문이 부서졌고 수많은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하라!!!!”
“폭군 브레잘을 끌어내려라!!!”
“우리의 고향을 되찾……!!!”
우렁차게 소리치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던 그들이 홀 가운데에 우두커니 선 재호를 보았다.
고오오오―
하지만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도 홀을 꽉 채우는 존재감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
“뭐, 뭐지?”
“브레잘의 새로운 부하인가……?”
기세 좋게 들어왔던 병사들은 쉽게 덤벼들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크하하하!!!! 어리석은 백성들아!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구나!!
그 순간, 홀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허공에서 터져 나왔다.
“헉?! 브레잘!!!!”
“이놈! 이번에야말로 네놈을 옥좌에서 끌어내려 이 저주를 끝내겠다!!!”
하지만 병사들은 이미 알고 있는 목소리인 듯, 분노를 터뜨리며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쿠후후,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한들, 이 몸의 영원한 지배를 벗어날 수 없음이로다!!
[*돌발 퀘스트*] [브레잘은 영원한 부귀영화를 원했던 고대 왕국 코페이의 왕입니다. 그의 끝없는 욕심으로 인해 왕국은 황폐화되었고, 백성들은 고통과 비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결국 모든 백성들이 브레잘에게 반기를 들었으나, 이미 그들 모두가 브레잘의 저주에 묶여 의미 없는 전쟁을 반복할 뿐입니다.
당신은 이 멈춰버린 시간 속에 끼어든 최초의 존재이며,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선택1 ; 폭군 브레잘을 도와 반군을 제압하십시오.] [보상 : 으로 전직.] [선택2 : 반군을 도와 폭군 브레잘을 제압하십시오.] [보상 : ???]
―강인한 전사의 모습이로구나!!! 그대에게 내 권능을 나누어 주겠노라! 이 막대한 힘으로 저 버러지들을 토벌하거라!!!
“버, 범상치 않은 이방인이여! 폭군 브레잘은 이 대지의 모든 걸 빼앗아 간 자요! 우리에게 힘을 보태 주시오!!”
양쪽에서 재호를 향해 선택을 강요해 왔다.
게임 좀 해 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느 선택지든 손해는 아니었다.
우선 브레잘을 선택하는 경우에 얻게 되는 클래스 ‘모래시계의 수호자’.
당장은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수식어가 붙은 고유명사 클래스는 최소 레어 등급이었다.(재호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만약 현재 재호 레벨이 31임을 고려한다면 천운이라고 할 만한 기회.
브레잘을 돕는 순간 얻게 되는 확정 클래스였으니까.
두 번째 역시 나쁘지 않았다.
보상이 ‘???’로 표시된다는 건 언뜻 보기엔 복불복으로 같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큰 규모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
그만큼 난이도는 다른 선택지보다 더 높을 테지만.
“난…….”
재호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슥―
병사들로부터 등을 돌린 재호는 브레잘의 목소리가 들린 허공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브레잘을 잡으러 갑시다!”
재호의 선택은 두 번째!
뭘 알고 한 건 아니었다.
폭군이고 뭐고, 그런 것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 선택의 배경엔 오직 단 하나의 이유만 있었다.
‘전사의 모습’이라는 브레잘의 표현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점!
‘반대쪽 역시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던전에 갇힌 이상, 둘 중 하나는 택해야 했다.
―어리석은!!! 네놈에게도 이 몸의 위대한 권능을 보여 주겠노라!!!!
“조심하시오, 이방인! 여긴 우리가 막고 있겠소! 당신은…….”
콰아아앙―!!!
병사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을 뚫고 튀어나온 거대한 황금 골렘이 주먹을 병사들을 향해 내리찍었다.
“으아아악!”
“헉?!”
골렘의 주먹에 맞은 사람들은 피를 뿌리는 대신 모래가 되어 터져 버렸다.
“걱정 마시오! 어차피 우리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니!!!! 으아아아!!”
그렇게 외치던 이도 황금 골렘의 주먹질에 사라져 버렸다.
“제길, 맞아 죽는 걸 보고도 모른 척 하…….”
[lv.230 황금 모래 골렘]“……음, 안 되겠네.”
몬스터의 레벨을 확인한 재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해?’
애초에 홀에는 병사들이 들이닥친 입구 말곤 다른 길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골렘이 뚫고 나온 지하의 구멍뿐인데…….
“이방인이여! 브레잘은 반대쪽 벽면의 신기루 너머……!?”
훌쩍―
재호는 거침없이 아래로 뛰어내렸고…….
“아, 아니 저…… 병……!!!!”
병사들이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