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0
109화
재호의 업무 특성상, 장시간 화원을 떠나는 건 불가능했기에 새로운 꽃을 구하는 게 늘 아쉬웠다.
이따금 퀘스트 때문에 원정을 갈 일은 있었지만, 가는 길목에 보이는 것들만 가끔 채집하는 게 최선이었다.
애초에 길가에 치이는 꽃들은 대부분 흔한 것들이라 별로 새롭지도 않았고.
그런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데 당연히 환영이었다.
‘어차피 황금 장원은 크고 반짝이는 쓰레기나 다름없으니.’
쓰지도 못하는 금덩이라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가,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그렇게 두 사람의 계약은 체결이 되었다.
* * *
기쁜 마음으로 떠난 베어고릴즈는 얼른 선물을 전해주고 돌아올 생각에 한달음에 귀족을 찾아갔다.
“어머, 베어고릴즈. 어서 와요.”
그를 반갑게 맞이한 귀족 부인은 시녀의 부축을 힘겹게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미안해요. 응접실에서 편하게 보면 좋을 텐데……. 아직 몸이 온전히 회복이 되지 않네요.”
“하하, 그렇지 않아도 포드 백작님이 온갖 몸에 좋은 건 구하러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곧 기운을 차리실 겁니다.”
“호호, 그이도 참 팔불출이라니까. 어머!”
그리 말한 부인은 곧 베어고릴즈가 꺼낸 꽃바구니를 보곤 탄성을 터뜨렸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아름답네요!”
꽃바구니를 받아든 부인이 행복한 표정으로 향기를 맡았다.
“이펠츠 꽃과 달꽃…….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모르겠네요.”
“마미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꽃들은 평범한 꽃이 아닙니다. 혹시 엘리시아 화원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 들어봤어요. 꽃집을 하는 특이한 왕이 있다죠?”
“맞습니다. 바로 그곳의 왕이 직접 재배하고 만든 꽃바구니입니다. 대단한 실력자로, 꽃바구니를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부인과 2세의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호호, 고마워요. 왠지 모르게 확실히 기분이 좋아진 것 같긴 하네요.”
베어고릴즈의 설명을 그녀는 흘려들었다.
단순히 꽃을 둔다고 해서 그런 효과가 난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난 그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 하루 만에 이렇게 힘이 넘칠 수가 있나?”
“헉?! 마, 마님!!!”
마침 안으로 들어왔던 시녀는 침대에서 혼자 내려선 그녀를 보곤 기겁하며 달려왔다.
“나는 괜찮다.”
“하, 하지만……!”
“어허, 괜찮대도.”
그렇게 직접 걸어서 아이 침대에 다가간 그녀.
“앗?!”
“왜 그러십니까?!”
나지막이 흘러나온 그녀의 탄성에 시녀가 후다닥 다가왔다.
“쉿―”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부인이 아이 옆을 가리켰다.
“어?”
그곳엔 자그마한 정령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이 주변에 잠들어 있었다.
“이, 이게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정령인 것 같구나.”
어제 베어고릴즈에게 듣긴 했다.
알시아가 만드는 꽃은 워낙 생명력이 충만하기 때문에 정령들도 머문다고.
어제는 꽃 속으로 꼭꼭 숨은 탓에 그녀는 보지 못했으나, 밤사이에 나와 아기 곁에 모여든 모양이었다.
“정말 신기하구나……. 정말로 정령에다가…… 내게 없던 힘마저 솟아오르고……. 혹여 정말로?”
그녀의 시선은 전날, 베어고릴즈가 주고 간 꽃바구니로 향했다.
고작 꽃바구니 하나로 이렇게 바뀌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그걸 확인할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는 곧장 꽃바구니를 치우고 하루를 보낸 뒤, 다음 날 깨어났고.
“이, 이럴 수가…….”
다시 물 먹은 수건처럼 축 늘어진 자신의 상태에 충격을 받았다.
“저, 정말로 평범한 꽃이 아니구나……!”
그 이야기를 들은 시녀들이나 포드 백작은 불안해했다.
그렇지 않아도 알시아에 대한 대륙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었는데, 백작의 경우엔 좀 더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꽃다발에 뭔가 불온한 짓을 해놨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으나, 부인은 베어고릴즈를 믿었다.
‘몸을 완전히 회복하면 꼭 엘리시아 화원을 방문해 보아야겠구나.’
그녀는 그렇게 다짐했다.
* * *
황금 장원으로 구경을 온 많은 플레이어들.
그 사이에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변태…… 아니, 사람이 있었다.
“후후……. 정말 멋져……. 대체 장원의 모든 걸 황금으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떠올린 걸까? 음? 이 양식은 제국력 이전으로 보이는데……? 아앗…… 놀라워……!”
바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건축물들을 꼼꼼히 살피는 베어고릴즈.
그 모습에 주변의 사람들은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저 사람…… 탐험가 1위인 베어고릴즈 아냐?”
“헐? 진짜네? 나 맨vs루인스 팬이었는데…… 왜 저래?”
“왜 그 루머 있잖아. 방송 편집 엄청 한다고……. 생방하면 사람이 미쳐서 컨텐츠 각 1도 안 뽑힌다던데.”
“그, 그러니까 저게 평소 모습이라고?”
“무섭다……. 어떻게 알시아 주변엔 이상한 사람들만…….”
* * *
“……모이냐 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한숨을 푹 내쉰 재호가 사천왕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다.
최근 베어고릴즈가 오면서 본격적으로 영지에 도는 소문이었다.
이전부터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베어고릴즈 덕분에 이젠 확실히 정체성이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엘리시아 화원에는 정상인이 없다!]정상의 기준을 자신들 멋대로 설정하는 편협함에 재호는 분통이 터졌으나…….
“까놓고 말해서 일반적인 경우들이 아니긴 하잖아.”
완식이 팩폭을 날렸다.
“너만 해도 말이 안 되는 케이스야. 널 제일 오래 봐 온 나조차도 경이로울 정도다. 너 왜 그렇게 잘 싸우냐?”
“아니, 잘 싸우는 걸로 비정상이라고 하면…….”
“어지간해야 그런 말이 안 나오지. 솔직히 너 전투 스킬 몇 개냐? 아이템에 딸린 거 말곤 없잖아!”
“…….”
“그리고 브리즈에 전럭협 애들에…… 광호 형도 아예 맛이 가 버렸지. 게다가 줄칸은 어떻고. 아, 엘프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아무튼 한두 명이 아냐.”
은근슬쩍 스캇맨이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을 지닌 자신은 빼 버린 완식…….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분명 엘리시아 화원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꽃집이라기보단 ‘밸붕 엘프 군대를 보유한 미친 나라’에 가까웠다.
물론 그런 독특하고 독보적인 이미지 덕분에 그만큼 팬들도 많은 것이겠지만…….
“뭔가 이미지를 바꿀 방법이 없을까?”
“음…… 굳이 바꿀 필요 없지 않습니까?”
재호의 고민에 대한 사만다의 의견.
“안 돼.”
재호는 단호하게 답했다.
“아무래도 그 탓에 꽃집 장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
“…….”
“…….”
―…….
―그건 아니다.
모두가 침묵할 때, 징징이만 눈치 없이 동의하지 않았다.
―그건 네가 무섭게 생겼기 때문이야.
“어…….”
“야야…….”
징징이의 말에 다른 이들이 나무랐다.
물론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플레이어인 다른 이들은 그보다 더 명확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꽃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고 있는 거지.’
이전에 비해 꽃집을 찾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곤 하지만, 대중성은 여전히 떨어졌다.
그리고 사실 레드의 과격한 홍보도 비호감(?)에 한몫했고…….
온몸에 꽃을 두르고 분신을 하던 레드의 모습은 브이튜브 인기 영상 1위에 박제가 될 정도로 강렬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하지 말라고 할 순 없잖아.”
그게 가장 골치 아픈 점이었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 너무 과해서 생겨나는 부작용들…….
대표적으로 홍보를 하겠다고 외치는 순간, 발음이 뭉개진 탓에 ‘불꽃 꼬―크흠―추’라고 해 버린 것과 같은 경우…….
게다가 인기 1위 영상 속에선 예능 편집이랍시고 삐―처리까지 더해져, 레드는 이제 ‘불꽃 삐―추’라고 불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레드라고 불러주는 건 사실상 재호뿐이라고 해도 될 정도.
“근데 그건 한국인들이나 웃긴 거지 외국 애들은 상관없지 않아?”
재호의 물음에 완식은 고개를 저었다.
[한국어로 ‘꽃의 힘이다.’를 발음할 때, ‘꽃의’의 발음이 늘어지면 ‘꼬―추―ㅡ’가 됩니다. 여기서 ‘꼬추’는…….(중략)]“……이라고 아주 상세하게 해석 자막이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있더라.”
“……….”
재호는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하아― 어떻게 해야 좀 더 꽃집답게 장사를 할 수 있을까……?”
“아님 이건 어때요?”
그때, 메이가 조심스레 의견을 꺼냈다.
“이제 화원에서 거래소 이용도 가능해졌잖아요. 게다가 알시아님이 제작하는 아이템들은 한 달은 유지가 되고. 그걸 이용해서 꽃 아이템들을 만들어 파는 거죠.”
안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무작정 만들어서 팔기엔 꽃 아이템의 옵션들 자체가 맞춤형에 가까웠다.
사용자가 원하는 옵션들로 추려서 조합하는 형태의 제작.
무작정 좋다고 막 만들어서 거래소에 올리는 건 낭비였다.
AS가 된다지만 결국엔 시드는 아이템에 사람들은 거금을 들이지 않을 테니까.
“아뇨, 제가 생각한 건 한 송이씩만 판매하는? 어버이날 카네이션 처럼요.”
메이가 설명을 덧붙였다.
“……어?!”
카네이션이란 말에 멈칫했던 재호는 곧 탄성을 뱉었다.
“그거 괜찮다.”
듣고 있던 완식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네가 만들어 준 것들 종종 쓰고 있긴 하지만…… 사실 디자인이 좀 과해. 다들 멋있는 코스튬을 원하지, 누가 머리랑 목에 꽃을 주렁주렁 달고 싸우는 걸 원하겠냐? 만약 디자인을 부담 없이 뽑을 수 있다면 훨씬 인기 많아질걸? 디자인이 진입장벽이야.”
“…….”
반박하고 싶었으나…… 반박할 말이 없었다.
“후……. 그럼 최대한 종류를 줄이고 간단한 것들로 만들어야겠네.”
재호는 곧장 종이를 꺼내 제작 목록을 추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때 문득 재호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이걸 세트 아이템으로 만들면……?”
* * *
너무 많은 종류로 해 봐야 재호가 감당할 수도 없었고, 머리만 복잡해지는 일.
재호는 최대한 종류를 줄였다.
체력 회복력, 방어력, 마법 및 저주 저항력, 이렇게 세 가지였다.
공격력과 관련된 것은 과감하게 제외해 버렸다.
‘워낙 다양한 공격 스타일이 존재하다 보니 통일된 옵션으로 효율을 내기도 어려워.’
그래서 가장 범용성 좋은 방어 분야를 택한 것이었다.
아이템을 개발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한 송이만 이용한 제작이니, 도감 내에서 가장 효율 좋은 꽃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일.
[이펠츠 꽃 배지] [등급 : 고급] [사용 조건 : 없음] [정령화장이 키워낸 한 송이의 꽃으로 만든 배지입니다.어디에 사용하든, 멋들어진 패션 감각을 뽐낼 수 있을 겁니다.] [효과 : 1. 착용하고 있는 동안, 기본 체력 회복력이 8% 증가합니다.
2. : 체력이 7% 이하로 감소 시, 3초간 피해량이 절반 감소합니다.]
언제나 믿음직한 이펠츠 꽃과.
[바위꽃 배지] [등급 : 고급] [사용 조건 : 없음] [정령화장이 키워낸 한 송이의 꽃으로 만든 배지입니다.이것을 사용하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사람입니다.] [효과 : 1. 당신의 방어력이 5% 증가합니다.
2. : 당신을 열 번 공격한 상대의 민첩성이 20% 감소합니다.]
바위꽃으론 방어력 옵션을 챙겼고.
[나리발랄 배지] [등급 : 고급] [사용 조건 : 없음] [정령화장이 키워낸 한 송이의 꽃으로 만든 배지입니다.나리발랄이 가진 긍정의 힘이 당신을 춤추게 만듭니다.] [효과 : 1. 저주 및 마법 저항력이 5% 증가합니다.
2. : 저주에 당하면 당신의 민첩성은 2%씩, 최대 10%까지 증가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 아이템이 완성되었다.
“괜찮은데?”
재호가 만든 것인 만큼, 꽃이 본래 지니고 있는 성능보다 더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는 게 문제였다.
바로 세트 아이템!
직접 제작하는 아이템들의 세트 옵션을 적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세트 아이템이요? 잠시만요.
대장장이들과도 꽤 알고 지내는 크루와상에게 물어보았으나, 돌아온 답은 기대 이하였다.
―대장장이들은 제작 단계에서 세트 옵션을 미리 설계해서 적용시킨다고 하네요.
하지만 재호는 그런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꽃으로는 세트 옵션을 낼 수 없는 것인가?
“……아, 맞다. 나…… 등신인가?”
불현듯 흘러나온 혼잣말.
”생각해 보니까 나 이미 세트 아이템 만들어 본 적 있네?”
바로 레드와 테일러에게 줬던 풀 플라워 드레스!
물론 무작정 강력한 성능을 낼 만한 아이템들로만 겹겹이 껴입은 수준이지만,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발생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 개의 아이템들 역시 하나로 엮기만 한다면……?
재호는 배지로 만든 세 개의 꽃을 한데 모아 장착했다.
그러자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같은 목적으로 제작된 세 개의 아이템입니다.] [ 효과가 적용됩니다.] [ : 세 아이템의 효율이 5% 증가합니다.]간단하지만 뛰어난 성능의 옵션!
“좋아, 됐어!”
이 정도면 세 아이템을 모두 모을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