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4
113화
―미, 미친놈인가?
―그래 보이지 않냐? 아무래도 이거 함정 같은데?! 너 뭐 퀘스트 뜨는 거 없냐?
―없어!
어느 때보다 크게 긴장한 재호는 조심스럽게 전투 준비를 했다.
그 어떤 공격에도 곧장 반격을 할 수 있도록…….
“사실 전 이전부터 폐하의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응?”
“폐하께서 처음 세상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는 폐하께서 대륙을 휘저어 놓으리란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폐하와 관련된 대륙의 모든 정보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죠.”
“…….”
쉽게 말해 덕질!
하지만 재호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현실에서도 많은 팬들은 만났지만 이 정도로 소름끼치는 경우는 없었다.
심지어 초상화들 속의 재호 모습은 무서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대체 인터넷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뉴월드에서 어떻게 저 정도로 흡사한 초상화를 그려낸 것인지 의문.
“안쪽으로 가시면 폐하의 조각상들도 있죠. 후후.”
“그, 그래? 그거 참…….”
말을 잇지 못하는 재호.
―야, 이거 백프로 함정이다.
그때 완식이 귓속말로 말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싸이코라고 봐야 해. 내 생각에 좀 지나면 박재시켜 놓겠다고 달려들 각이야.
―근데 거짓말이 아니긴 한데…….
―누가 거짓말이래? 사랑해서 사람 죽이는 그런 미친놈이라고!
진위는 알 수 없으나, 재호 역시 이 기분 나쁜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긴 했다.
“아, 맞다! 이런! 내가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까먹고 있었군! 하하! 미안한데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아.”
다짜고짜 말을 쏟아낸 뒤, 재호는 슬쩍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그러실 겁니다! 대륙의 영웅께선 많이 바쁘실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도 폐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혹시 잠시만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흠흠, 그럼 이 자리에서 바로 듣도록 하지.”
혹여나 정말로 함정으로 끌려 들어갈까 싶어 재호는 아예 못을 받았다.
“사실…… 저희 가문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거창한 이야기.
귀찮은 퀘스트의 전조라는 건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허나 이어진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저희 가문은 고대 왕국 코페이의 마지막 왕이었던 브레잘의 후예입니다.”
“?!!”
재호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그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바로 폐하께서 계승하신 그 왕국의 왕실 혈통이죠.”
“그럼 역시……!”
재호가 다시금 무기를 뽑아들 기세이자 라디부가 급히 손사래 쳤다.
“그렇다고 해서 알시아님을 원망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감사하고 있죠.”
“으응?”
“악마에게 나라와 집안을 팔아넘긴 그 쓰레기 같은 놈을 끝장내 주신 것이 폐하 아닙니까?!”
“그, 그렇지!”
“게다가 라셀 왕국을 몰락시킬 뻔했던 대악마를 대륙으로부터 쫓아내 주기까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폐하는 대륙의 영웅이시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희 가문의 구세주시기도 합니다!”
[*퀘스트*] [티스트 영주 라디부 백작에겐 최근 고민이 있습니다.바로 악마가 씐 아들입니다.
이미 먼 옛날 악마에게 몰락했던 가문이기에, 그는 악마라고 하면 치를 떱니다.
하지만 그 어떤 자들도 그의 아들을 구해주지 못했기에, 그는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퀘스트 목표 : 라디부 백작의 아들 대빌을 구원.] [보상 : ]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들을 꼭 구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흠…….”
마치 퇴마를 해야 할 것 같은 퀘스트.
“그래서 아들은 어디 있는데?”
“영지 밖의 타프카 숲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응? 여기 있는 거 아냐?”
“그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 이 집은 잠시도 있지 못하겠다고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그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재호는 주변에 잔뜩 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환경이라면 누구라도 도망가리라.
‘원래 과한 덕질은 이해받기 어렵지.’
어쨌든 재호는 퀘스트 받아들였다.
악마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최악으로 치달아도 저번처럼 대악마가 튀어나오진 않을 터.
솔직히 아들이 악마에 씌었다는 그의 주장도 완전히 믿기진 않았다.
재호의 얼굴로 도배된 공간만 봐도 누가 미쳤는지 알 것 같았기에…….
* * *
저택을 나선 재호 일행은 곧장 타프카 숲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숲이 시작됩니다.”
재호 일행을 안내해 준 경비병이 말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이 숲은 평범한 숲이 아닙니다. 저희들 사이에선 악마의 저주가 서려 있는 곳이라고들 말하죠.”
“흠…….”
확실히 숲의 분위기는 상당히 기묘했다.
마치 이곳만 빛이 들지 않기라도 하는 듯 어두컴컴했고, 스산하게 부는 바람에 나무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흔들렸다.
“도련님이 처음 사라졌을 때, 수색을 위해 이곳으로 들어갔던 병사들이 절반만 돌아왔었죠. 그래서 사실…… 폐하께 여길 안내해 드리는 게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괜찮아. 죽기야 하겠어?”
“못 돌아왔으면 죽은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재호는 걱정이 없었다.
티나가 있으니 절대 죽진 않겠지.
터벅― 터벅―
경비병을 뒤로하고 숲으로 발을 들이자 기묘한 분위기는 몇 배나 더 커졌다.
바로 앞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진 시야.
[시야가 제한됩니다.]“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진짜 악마가 있나?”
만약 이곳이 정말 악마와 관련이 있는 숲이라면 이런 어둠은 치명적이었다.
마계의 괴물 식물들이 있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물어뜯길 테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재호의 걱정을 읽은 꼰대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 어둠은 마법으로 인한 것 같다. 숲 자체엔 생기가 충만하다.
“음? 그럼 나한텐 안 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재호는 이라는 강력한 클래스 패시브가 있었다.
이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면 어둠에 저항이 가능해야 하지 않나 싶은 게 재호의 생각.
―저주가 아니라 단순 방해 마법이라면 너도 피할 수 없겠지.
사람들이 쉽게 가지는 착각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저주 = 마법
저주는 뉴월드 기준으로 엄연히 타락한 힘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반면, 마법은 그 반대.
뉴월드에서 허락하는 마나의 힘으로, 저주와는 명백히 달랐다.
그리고 그 마법에도 저주라고 착각할 만한 것들이 많았고.
현재 이곳에 펼쳐진 어둠은 저주가 아닌, 광역 시야 방해 마법이었다.
“그렇다면 확실히 악마는 아니란 거네.”
그리 생각이 들자 재호는 한결 편해졌다.
큰 부담 없이 숲을 거닐어도 될…….
쿠웅― 쿠웅―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크아아아앙!!!!!
“몬스터예요!!”
검을 뽑아든 티나가 외쳤다.
스칵―
어둠을 뚫고 코앞에 튀어나온 거대한 생명체 하나!
놀라울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으로 티나는 반격을 가했고 재호 역시 회피해냈다.
뻑―
“꿕!!”
하지만 둘만큼의 반사 신경을 가지진 못한 완식은 강하게 얻어맞곤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완식!!!”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부웅―
콰드드득―
무식하게 휘두르는 커다란 몽둥이가 정확히 재호와 티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 자식은 다 보고 있는 거야? 왜 이렇게 정확히 공격을 해 오는 거야!”
분명 상대는 이 어둠에 영향을 안 받고 있는 게 분명했다.
“티나! 어떻게 좀 밝게 만들 순 없어?”
너무 어두워 반격 타이밍은커녕, 정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으로 강제된 어둠이라 밝힐 수가 없어요!”
쿵―쿵―
또다시 지축이 뒤흔들리더니 재호 앞까지 도달한 적!
부웅―
녀석이 쥐고 있는 몽둥이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자 재호는 이를 꽉 물었다.
‘그렇다면……!’
뻐억―
강렬한 충격!
“큭!”
“알시아님?!”
재호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음에 티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완식과 달리, 멀리 날아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난 괜찮아!
“알시아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머리 위!
상대가 휘두른 몽둥이에 재호가 모종삽을 박아 올라탄 것이었다.
부웅―
그걸 알아챈 상대도 몽둥이를 높게 들어 재호를 떨어트려 시도했다.
“어?”
거의 5미터 정도로 높게 치솟은 몽둥이에 매달린 재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새파란 초목들.
눈부실 정도로 환한 빛이 숲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체불명의 적이 난리를 친 탓에 엉망이 된 숲도 선명히 보였고.
‘이거…… 아래쪽에만 어둠이 깔려 있던 건가?’
그제야 그들을 정확히 노리고 공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이 장신의 몬스터의 눈높이는 어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흑마법에 세뇌된 오우거]비로소 확인된 상대의 정체!
콰앙―!!!!
오우거는 재호를 으깨버리려고 곤봉을 내리찍었다.
크어?
하지만 재호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다, 이 자식아.”
폭―
크어어어어!!!!
인삼 형태를 한 이족 보행 대상이라면 모두 적용되는 강력한 공격!
하지만 그리 날카롭지도 않은 데다 크기도 작은 모종삽으론 오우거의 가죽을 뚫고 직접 데미지를 주기가 어려웠다.
그 탓에 실제 피해는 상당히 반감되어 버렸다.
물론 그렇다 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쿵! 쿵! 쿵!
통증에 발버둥치는 오우거.
머리에 앉은 파리를 잡으려는 녀석의 손을 피해 재호가 어깨 위로 내려섰다.
“한 방, 두 방, 세 방……!”
오우거에게 느낌도 안 갈 맨손 타격으로 재호는 을 열심히 쌓았다.
크어어어?
뭔가 불안함을 느낀 것인지 오우거는 재호를 떨어트리기 위해 더욱 필사적이 되었다.
하지만 녀석의 둔한 움직임은 재호를 잡기에 역부족.
크어어어어―
급기야는 바닥에 눕더니 마구 구르기 시작했다.
“이런!”
날파리를 쫓아내기엔 확실한 방법!
바닥을 구르는 몸 위에서 버티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게다가 낮아진 고도 탓에 재호는 다시 어둠에 잡아 먹혔다.
‘이거 노리고 한 거야?! 오우거가 이렇게 똑똑하다고?’
어쩔 수 없이 재호는 오우거의 몸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단단한 가슴털에 발이 묶였습니다!]“컥! 악! 켁!!!!”
몸을 사정없이 굴릴 때마다 바닥에 연신 깔아뭉개지기 시작한 재호!
특별한 공격이 아님에도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브레잘 전투 이후로 한 번도 활성화된 적 없는 클래스 패시브가 터질 정도!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칭호가 활성화됩니다.]갑자기 활성화된 칭호 효과.
게임 초창기에 얻은 칭호인 데다, 처음으로 활성화된 탓에 재호는 당황했다.
이게 왜…….
[낭떠러지에 몰릴 경우, 전체 스텟이 상승합니다.]“헉?!”
그제야 이 유격 훈련 중인 오우거가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역시 어둠에 먹힌 탓에 자신이 어디로 구르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야 인마!!! 이대로 가면 다 죽어!!!”
크우어어어―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제길! !!!!”
콰드드드―
뚜둑―
재호는 눈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아무 식물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자라난 식물이 자신의 줄기로 오우거를 휘감았으나 이 거대한 부피와 질량의 회전을 멈추기엔 역부족!
“젠장!! 어떻게든 빼내야……!!”
이번엔 칭호로 인해 증가된 근력을 이용.
파악―
오우거의 몸이 거칠게 회전하는 타이밍에 맞춰 재호는 몇 번이고 발을 굴렀고, 마침내 가슴털에서 빠져나왔다.
“됐ㄷ……!”
화아―
삽시간에 어둠이 걷혔다.
재호의 눈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
그리고 당황한 듯한 오우거와 눈이 마주쳤다.
“이 자식아! 내가 말했잖아!!!!”
크어어어어!!!!!
절벽에서 튀어나온 둘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쳤으나 소용없었다.
크어어어―!!!!!
그대로 둘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건 백프로 죽는다!’
재호는 직감했다
이 상황을 탈출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기에, 차라리 눈을 감고 맘을 편하게…….
‘엇?!’
찰나의 순간, 재호의 머리에 번뜩인 아이디어.
정신을 차리곤 아직 떨어지고 있는 절벽 아래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저기!’
재호가 주목한 건 위태롭게 절벽에서 자라 나온 나무 한 그루!!
“!!!”
재호의 스킬은 녀석을 향해 정확히 시전되었다.